LOGIN잠시 후 그가 낮게 물었다.“당신도 그랬습니까?”“뭐가요?”“제가 연지원 비서와 함께 이동할 때마다.”나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그랬어요. 업무라는 걸 알아도 신경 쓰였어요.”“왜 묻지 않았습니까?”“그때는 물어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을 테니까요.”도영의 손끝이 굳었다.부정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지금은요?”“지금은 묻겠죠.”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도영 씨도 대답해줄 테니까.”“늦게 알아서 미안합니다.”짧은 사과였다.예전 같았으면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을 사람이었다.지금의 도영은 내가 말
다음 날 아침.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무심코 손을 들어 목덜미를 만졌다.어젯밤 도영의 손끝이 스쳤던 자리였다.닿았던 시간은 찰나였다.그런데도 손끝의 감각은 밤새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선명했다.가까이 다가온 얼굴.평소보다 짙게 가라앉아 있던 눈동자.희미한 우디 향과 따뜻한 체온.그리고 아주 잠깐 내 입술로 향했던 시선까지.도영이 그때 물러나지 않았다면...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손을 내렸다.나는 대체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걸까.머리카락을 풀어주기 위해 가까워졌을 뿐이었다.별다른 의미가 있었던
차량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늦은 밤의 도로가 나타났다.차 안에는 낮은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침묵이 흘렀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았다.가로등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도영의 옆얼굴을 밝혔다가 지웠다.반듯한 콧날과 단단한 턱선이 어둠 속에서 반복해서 드러났다.도영이 운전하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이 언제였더라.기억을 더듬어봤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삼 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우리는 늘 누군가가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았다.같은 차를 타고.같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반사되는 벽 위로 도영과 내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비쳤다.조금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다.한 비서 앞에서 도영의 차를 타겠다고 말할 때도, 내일은 늦게 출근하게 해달라고 그에게 의견을 물을 때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그런데 둘만 남았다는 사실을 의식한 순간부터 어쩐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엘리베이터 안에는 낮은 기계음만 울렸다.층수가 하나씩 낮아지는 동안 도영은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반사되는 벽을 통해 그의 옆모습을 훔쳐봤다.조금 전 내가 함께 가자고 했을 때의 얼굴이 떠올랐다.어디로
고작 음식 하나를 포장해온 것뿐이었다. 그런데 채은은 그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도영의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지난 삼 년 동안 채은은 늘 자신을 기다렸다. 저녁을 미루고, 늦은 귀가를 기다리고, 돌아오는 소리에 가장 먼저 고개를 들었다. 도영은 그 모든 일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채은이 더 이상 자신을 기다리지 않게 된 뒤에야 그것이 얼마나 귀한 일이었는지 깨달았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가 먹을 것을 하나 고르고, 늦었으니 먼저 먹으라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계산을 마친 도영은 식당을 나서다 걸음을 멈췄다. 계산을 마치려던 도영이 다시 종업원을 불렀다. 경영권 분쟁 당시 채은이 늦은 저녁마다 먹던 초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밤늦게까지 서류를 들여다보느라 끼니를 자주 놓쳤다. 도영이 늦은 저녁을 주문할 때마다 채은은 양이 많은 음식은 부담스럽다며 초밥 몇 점으로 끼니를 대신하곤 했다. 배불리 먹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손끝이 차가워졌다. 도영은 종업원을 불렀다. “모둠 초밥 하나 포장해주십시오.” “네. 바로 준비해드리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