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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Penulis: 눈빛 속의 약속
강유영은 손을 뻗어 앞쪽의 휘장을 살짝 걷어 올렸다.

마차는 마침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을 지나고 있었다.

앞을 가로막고 선 자는 역시나 조원철이었다.

그는 옥색 장포 차림으로 고요히 서 있었다. 석양이 비친 수려한 얼굴과 굳게 다문 입은 설산의 눈처럼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감히 마주 보기 어려웠다.

시선을 느낀 듯,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강유영을 똑바로 응시했다.

강유영은 화들짝 놀라 손을 움츠렸다. 휘장이 내려와 그의 시선을 가렸지만,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말머리를 돌려라. 길을 우회해서 가자."

강유영은 주먹을 꽉 쥔 채 서유에게 지시했다.

그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소지란 주변에 감시하는 눈이 많다고 했는데 왜 또 찾아온 걸까?

소지란에게 발각될까 두렵지도 않은 걸까?

그는 발각되는 게 두렵지 않다 해도 그녀는 두려웠다.

서유는 고삐를 당겨 말머리를 돌리려 했다. 막 출발하려는 찰나, 말이 돌연 울음을 터뜨리며 앞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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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328화

    강유영은 입술을 깨문 채 망설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조원철은 그녀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담담히 물었다."강씨 가문에 가 보고 싶은 것이냐?"강유영은 시선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예. 장부 일도 다 마무리되었고 다른 볼일도 없으니 강씨 가문에 한번 다녀오고 싶습니다."출생이 걸린 일이니 사실이든 아니든 직접 확인해 보아야 했다.조원철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오후에 내가 데려다주마."강유영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세자께서는 모습을 드러내기가 곤란하지 않으십니까?"조원철은 이미 다 생각해 둔 듯 차분하게 답했다."마차에서 내리지 않고 네가 들어가는 것만 지켜보겠다."강유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리하십시오."만약 강씨 가문이 진짜 외가라면 앞으로 조원철과 다시 마주할 기회조차 없을지도 몰랐다.그가 함께 가겠다니 굳이 막지 않기로 했다.조원철이 문득 그녀에게 물었다."지난날 진 부인에게 속았던 일을 기억하고 있느냐?"강유영은 민망한 듯 고개를 살짝 돌리며 답했다."제가 바보도 아닌데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당시 조원철이 진 부인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볼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음에도, 어머니의 정이 너무 그리웠던 나머지 감쪽같은 연기에 속아 병주에 영혼혼례 상대로 팔려 갈 뻔했었다.조원철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한 번 당했으면 조심할 줄 알아야지."강유영은 멋쩍은 듯 작게 답했다."잘 알고 있습니다."점심 식사를 마친 뒤 조원철은 마차를 준비시켜 강씨 저택 문 앞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그녀를 데려다주었다.강유영은 마차에서 내리며 아쉬운 눈빛으로 조원철을 돌아보았다."다녀오겠습니다."조원철이 그녀에게 말했다."몸조심하거라."강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원철은 창문 휘장을 걷고 밖에 서 있는 서유에게 명했다."한시도 떨어지지 말고 곁을 잘 지키거라.""명심하겠습니다."서유는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강유영의 뒤를 따랐다.매화리 최고의 부호인 강씨 가문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327화

    강유영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사위가 그 모양이면 왜 딸에게 이혼하라고 하지 않았는가?"딱한 사정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는 했으나 봐줄 생각은 없었다.악질적인 사위의 잘못이 크겠지만, 수년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당하기만 한 모녀에게도 문제가 있었다.예전의 그녀였다면 남에게 이혼하라는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조원철의 가르침 덕분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부당한 일에 맞서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전씨 어멈은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이혼이라니요? 그랬다가는 딸이 남들의 웃음거리가 될 텐데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강유영이 담담하게 말했다."이곳으로 데려와서 모녀가 함께 지내면 되지 않는가?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매화리에서 새 혼처를 찾아 주어도 될 일이고."그녀가 보기에 전씨 어멈 모녀는 그저 현실을 바꿀 용기가 없는 것뿐이었다.마치 조원철과의 인연을 끝내 단칼에 끊어 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자신의 모습 같았다.전씨 어멈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탄식했다."일이 이미 이 지경이 되었으니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강유영은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빼돌린 은자가 얼마인지는 이 장부들만 보아도 대강 계산할 수 있네. 처소로 돌아가서 기억나는 내역을 빠짐없이 적어 오면 내가 어머니께 가져다드리겠네."전씨 어멈이 직접 적은 자백서를 받아 돌아가 보고할 생각이었다.전씨 어멈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로 애원했다."군주님, 아직 경성으로 보내지 못한 은자와 제가 노후를 위해 모아 둔 돈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그 돈을 전부 군주님께 바칠 테니 제발 눈감아 주시고 부인께는 비밀로 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짓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이 일이 공혜 부인의 귀에 들어가면 평생 누려 온 호사도 끝장날 터였다.강유영은 단호한 얼굴로 잘라 말했다."내가 어찌 어머니를 속이고 이 일을 숨기겠는가?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어머니께 고할 것이고, 처분 또한 어머니께서 내리실 것이네."그녀는 본래 양심을 저버리는 성정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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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씨 어멈은 강유영이 그저 장부를 훑어보는 시늉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토록 세세하게 파헤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강유영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럼 이제 처소를 수리하고 새로 짓는 비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고. 다른 건 몰라도 목재와 기와 값이 시세보다 두 배나 높게 적혀 있더군. 최상급 자재를 사느라 남들보다 비쌌다는 핑계는 대지 말게. 내가 알아본 가격이 바로 저잣거리에서 가장 비싼 최상급 자재 값일세."말을 마친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공혜 부인이 어찌 이런 불충한 하인을 십수 년이나 믿고 맡겼는지 알 수 없었다.불과 삼 년 치 장부만 봐도 이 정도인데, 그 이전 십수 년 동안 그녀가 빼돌린 은자가 대체 얼마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전씨 어멈은 더 이상 웃지 못하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군주님, 저는 부인 유모의 딸이라 부인께서도 늘 각별히 대우해 주셨습니다. 이 별원에서 십수 년을 지내며 큰 공은 없더라도 고생한 세월이 있는데……."그녀는 유모의 딸이라는 신분과 그동안의 노고를 앞세우기 시작했다.강유영은 가차 없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내게 그런 소리를 늘어놓을 것 없네. 지금 내가 묻는 건 장부 문제이지 전씨 어멈의 신분이나 공로가 아니네."전씨 어멈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강유영은 내역별 차액이 빽빽하게 적힌 종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차액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다 아는 일 아닌가. 입을 열기 싫다면 나도 어멈을 다그칠 것 없이 이 장부를 그대로 어머니께 가져다드리겠네."전씨 어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다시 변명을 늘어놓았다."제가 그 은자를 착복한 것이 아닙니다. 물건을 사 오다 보면 늘 깨지고 상하는 몫이 생기기 마련인데, 기와 같은 건 들여올 때마다 깨지는 양이 적지 않습니다……."강유영은 그 말에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물건을 사 오다 조금 상하는 거야 흔한 일이지만, 많아 봐야 일 할을 넘지 않는 법이네. 향초와 땔감, 기와가 전부 절반씩이나 못 쓰게 되었다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325화

    이른 아침, 전씨 어멈이 방 안으로 들어와 예를 갖추었다."군주님을 뵙습니다."짙은 남색 배자에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 얼굴에 띤 익숙한 미소까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책상 앞에 앉아 붓을 들고 기다리던 강유영은 붓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는 되었네. 앉게."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비추었다.전씨 어멈은 맞은편 의자에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으며 물었다."아침 일찍 저를 부르셨는데, 무슨 분부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십수 년간 이 별원을 관리하면서 단 한 번도 허점을 보인 적이 없었기에, 전씨 어멈은 장부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다.강유영이 의심을 품는다 한들 밝혀낼 방법이 없을 테니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강유영은 글씨를 적은 종이를 들어 먹물을 후 불어 말리며 느긋하게 말했다."장부 일로 물어볼 것이 있네."전씨 어멈은 공손한 미소를 띠면서도 은근히 재촉했다."새 처소 공사가 한창이라 제가 빨리 가 보아야 하니 용건만 말씀해 주십시오. 목공들이란 원래 일당만 챙기면 그만인 자들이라, 옆에서 감시하는 사람이 없으면 금세 게으름을 피웁니다."이 별원은 자신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은근히 과시하는 말이었다.강유영은 화를 내지도 않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오래 붙잡지 않겠네. 장부를 보니 해마다 이삼백 냥씩 수익이 들어온 것으로 적혀 있던데, 이 은자는 어디서 난 것인가? 별원은 절이 아니라 참배객들에게 돈을 받을 일이 없을 텐데."장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수상쩍은 대목이었다.전씨 어멈은 그 말에 순간 안색이 변했으나 곧 평정심을 되찾고 미소 지으며 답했다."군주님께서 이곳 사정을 잘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참배객들이 머물면서 고맙다고 내놓는 일종의 사례금인데, 그것도 별원의 수입이라 생각하여 장부에 적어 둔 것입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런 것이었군."전씨 어멈은 조금도 찔리는 구석이 없다는 듯 시선을 피하지 않고 강유영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324화

    지난 며칠 동안은 강유영이 일찍 잠자리에 들어 그가 올 때면 이미 잠들어 있었다.그는 그녀가 깰까 봐 조심스럽게 곁에 모로 누워 손만 잡고 잠을 청하곤 했다.단비는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고개를 숙인 뒤 방 밖으로 물러났다.강유영은 쌓여 있는 장부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장부를 다 살펴보았습니다."조원철은 그녀의 곁에 다가앉으며 물었다."그런데 왜 아직 자지 않고 있느냐?"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장부를 너무 감쪽같이 꾸며 놓아서 빈틈을 하나도 찾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좋겠습니까?"조원철이라면 분명 해결할 방도가 있을 터였다.조원철은 바로 답을 알려 주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스스로 생각해 보거라."강유영은 그를 향해 몸을 돌려 앉으며 소매 끝을 잡고 살짝 흔들었다."조금만 알려 주십시오."조원철은 옅게 미소 짓더니 말했다."장부에 적힌 숫자에만 매달릴 필요 없다."강유영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무슨 뜻입니까?"조원철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강유영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잠시 후 그녀가 물었다."다른 하인들을 매수하라는 말씀입니까?"조원철이 되물었다."그자들을 매수할 수 있겠느냐? 설령 매수한다 한들 입을 열 리도 없다."강유영은 턱을 괴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하긴 이 별원은 전씨 어멈이 쥐락펴락하는 곳이니, 하인들 입에서 단서를 얻어 내기는 쉽지 않겠습니다."그렇다면 다른 방도를 찾아야 했다.조원철이 한마디 더 던졌다."산 위에 있는 절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는 건 어떠하냐?"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절의 승려들에게 물어보라는 말씀입니까? 승려들도 별원 사정은 잘 모를 텐데요……."조원철은 참을성 있게 다시 일러 주었다."이 별원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생각해 보거라."강유영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바를 답했다."참배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입니다. 먼 곳에서 찾아온 참배객들에게 방을 내어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323화

    서준이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자 남풍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잠시 후, 서준은 휘장을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명했다."가자."혼인하기 싫다거나 신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그를 거절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조원철의 앞에서는 저토록 다정하게 웃고 있지 않은가.마차가 객잔 문 앞에 멈춰 섰다.서준은 빠른 걸음으로 객실로 올라갔다.남풍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뒤를 따랐으나, 문가에 닿기도 전에 서준이 방문을 거칠게 닫아걸었다.방 안 탁자 위에는 문서와 필기구가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새로 맞춘 옷 두 벌과 장신구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성 안을 둘러보다가 강유영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사 두었던 것들이었다.그는 옷과 장신구를 한참 노려보다가, 불쑥 손을 뻗어 옷을 움켜잡고는 갈기갈기 찢어발겼다.고운 옷 두 벌이 걸레 조각처럼 찢겨 나갔고, 장신구까지 바닥에 내동댕이치자 방 안이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그는 어질러진 방 한가운데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으나 분이 풀리지 않았다.머릿속에 강유영과 조원철이 다정하게 지내던 모습이 끊임없이 떠올랐다.마음을 나눈 사이가 아니고서야 나올 수 없는 표정이었다.그가 팔을 거칠게 휘두르자 탁자 위의 필통이 날아가 벽에 부딪히며 붓들이 바닥에 쏟아졌다.뒤이어 찻잔과 문진, 향로까지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 던져 박살 냈다.밖에서 남풍이 애타게 만류했다."전하, 고정하십시오……."서준은 들리지 않는 듯 방 안의 기물들을 남김없이 부수고 나서야 멈추었다.난장판이 된 방 한가운데 서 있는 그의 두 눈에는 섬뜩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별원으로 돌아온 강유영은 닷새에 걸쳐 지난 삼 년간의 장부를 전부 대조해 보았다.그녀는 장부를 덮고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단비가 복령떡 한 접시와 차 한 잔을 들고 들어와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군주님, 시간이 늦었으니 다과를 조금 드시고 일찍 쉬시지요. 장부는 내일 마저 보시면 되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화

    강유영은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들어오거라.”조원철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강유영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내실로 들어갔다.“언제 오셨나요?”잠깐 오씨 어멈의 저녁을 챙기러 나갔다 온 사이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밖에서 왕 소저와 저녁 식사를 해야 하지 않나?’조원철이 다가오더니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화

    “기특하기도 하지. 어서 이리 와서 앉으렴.”한씨는 웃으며 강유영을 향해 손짓하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밖에서 강유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자한 진국공 부인의 명성을 위해서였다.강유영은 약상자를 장 의원에게 건네고는 고분고분 그쪽으로 다가갔다.장 의원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유영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손을 뻗어 한씨의 손목에 대고 진맥을 시작했다.한씨의 옆에 앉은 강유영은 불안하게 병풍 뒤쪽을 힐끔거렸다.조원철은 탁자 앞에 마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화

    “유영아? 얘네가 다 어디로 갔지?”한씨가 병풍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오지 마세요. 제가 부주의로 우유차를 옷에 쏟아서 닦고 있었습니다.”다급한 마음에 강유영은 아무 핑계나 둘러댔다.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네 오라비는?”강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애원에 찬 눈길로 조원철을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조급한 나머지 맑은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조원철은 그날 밤 그만하자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단단히 품에 안았다.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4화

    한씨가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바라봤다.곁눈질로 보니, 조원철도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듯했다.강유영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떡을 다시 집어 조심스럽게 입안에 넣었다.마치 돌을 씹는 것처럼 입안이 쓰고 껄끄러웠다.‘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 뭘 알고 일부러 저러시는 걸까?’이유야 어찌 됐건 한씨가 이에 대해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음은 분명해졌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한씨는 손을 뻗어 아들의 목에 난 자국을 어루만지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곱게 자란 처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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