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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강유영은 스스로가 참 한심했다.

거짓으로 달래는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무심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울고 싶지 않았건만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울지 말거라."

조원철은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싸 쥐고 엄지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눈길에는 애틋함이 묻어났다.

"지금은 모든 것을 간소하게 치를 수밖에 없어 널 서운하게 했구나. 훗날 만사가 안정되면, 그때는 제대로 예를 갖추어 성대하게 널 맞이하마."

짙은 눈동자에는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진중한 말투는 도무지 연기라고 보기 어려웠다.

강유영은 눈을 반쯤 감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저 기분에 취해 잠시 달래는 것일 뿐인데.'

하지만 그가 다정하게 굴수록 더욱 빠져들고, 이 허상에 미련을 두게 될까 두려웠다.

훗날 그를 떠날 때 이별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착하지, 그만 울거라."

조원철은 붉어진 눈가에 입을 맞추며 맺힌 눈물을 거두어냈다.

강유영은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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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영은 그의 손을 밀어내고 몸을 돌려 다른 문서를 펼쳤다."예산 문서나 살펴보시지요."그녀는 그가 베푸는 다정함을 마주하기가 두려웠다.그녀가 지금처럼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조원철 덕분이었다.그가 없었더라면 아직도 진국공부의 소은원에 틀어박혀 숨죽인 채 살거나, 한씨에게 이끌려 아무 집안에나 팔려 가듯 시집가서 평생을 초라하게 보냈을 터였다.조원철은 여러 차례 그녀의 목숨을 구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구박받으며 주눅 들어 있던 그녀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 주었다.조원철은 그녀의 뜻에 따라 문서를 한번 훑어보고는 물었다."무엇이 보이느냐?"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문서를 들여다보며 말했다."딱히 이상한 곳은 없는 듯합니다. 전씨 어멈이 제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속임수를 쓰지 못한 것일까요?"조원철은 문서를 집어 들고 꼼꼼히 살피더니 잠시 말을 아꼈다.강유영이 궁금해하며 물었다."무언가 찾아내셨습니까?"조원철은 문서를 접어 내려놓으며 말했다."저잣거리에 나가 직접 시세를 알아보아야 이 문서에 적힌 가격이 실제 파는 값과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강유영이 곧바로 물었다."지금 바로 가실 겁니까?"조원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그래. 너도 거리에 나가 강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지 알아보고 싶지 않으냐?"강유영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제가 강씨 가문에 대해 궁금해하는 줄 어찌 아셨습니까?"조원철은 시선을 돌리며 나직하게 답했다."강씨 가문이 장모님의 친정이라는 소문이 있지 않느냐."강유영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그럼 함께 가 보시지요."장모라는 호칭이 예의에 맞지는 않았으나 굳이 말을 바로잡지는 않았다.서유가 마차를 준비해 두었고, 두 사람은 함께 마차를 타고 성 안으로 향했다.예로부터 운하를 끼고 발달한 매화리는 수운과 상업이 번성하여 사람 사는 활기가 넘치는 고장이었다.강을 따라 길게 뻗은 돌길 너머로 북적이는 나루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조원철은 창문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317화

    남풍은 고개를 숙여 명을 받들었다."예."*시간은 빠르게 흘러 약속한 사흘째 되는 날이 밝았다.이른 아침부터 전씨 어멈은 강유영의 거처로 찾아왔다.그 시각 강유영은 조원철과 마주앉아 아침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우유를 마시고 있는데 전씨 어멈이 안으로 들어왔다.전씨 어멈은 앞으로 다가와 예를 갖추었다."소인, 군주님과 세자를 뵙습니다."강유영은 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예는 되었네. 예산 문서와 도면은 다 준비했는가?"전씨 어멈은 웃음을 띠며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내밀었다."다 준비했습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군주님."그녀는 이미 빠져나갈 묘안을 짜 둔 상태였다.성 안에서 목재와 기와를 파는 상인들과 미리 말을 맞추어 자재 값을 비싸게 부르게 한 뒤 나중에 차액을 돌려받으면 그만이었다.서유가 앞으로 나가 문서를 받아 강유영에게 건넸다.강유영은 문서를 받아 들고도 펼쳐 보지 않은 채 전씨 어멈을 바라보며 물었다."장부는 어디 있는가? 열쇠를 아직도 찾지 못했는가?"전씨 어멈은 웃으며 황급히 답했다."찾았습니다. 다만 장부에 잘못 적힌 내역이 몇 군데 있어서 제가 다시 맞춰 보는 중이니, 정리가 끝나는 대로 군주님께 보내 드리겠습니다."실은 강유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장부를 한 번 더 점검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 둘러댄 핑계였다.강유영은 차분하게 말했다."그럴 것 없네. 장부를 가져와서 잘못된 부분만 내게 짚어 주면 내가 계산할 때 참고하겠네."어차피 장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꼼꼼히 살펴볼 생각이었다.전씨 어멈은 더 이상 둘러댈 핑계가 떠오르지 않아 그 자리에서 머뭇거렸다."그게……."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서유에게 명했다."전씨 어멈이 장부를 내놓기 싫은 모양이구나. 서유야, 네가 가서 가져오거라."전씨 어멈은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말했다."내놓기 싫을 리가 있겠습니까? 번거롭게 가실 것 없이 제가 바로 가져오게 하겠습니다."그녀가 문가로 나가 지시를 내렸다.따라왔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316화

    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상처가 깊으냐?"남풍이 답했다."그리 깊지는 않아 걷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옆구리를 다쳤으나 급소는 피했습니다."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것 참 이상하구나."남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그 역시 속으로는 이상하게 생각했다.조원철의 수하들은 모두 멀쩡한데 유독 조원철 혼자만 다쳤을 리가 없었다.그는 짐작 가는 바를 조심스럽게 얘기했다."혹시 고육지책으로 일부러 자해한 것은 아닐까요?"서준은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강왕이 보낸 자들이 그날 밤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 점도 이상하지 않으냐?"강유영이 가장 먼저 길을 떠났고 조원철이 그 뒤를 따랐으며, 강왕의 수하들은 조원철을 죽이려고 뒤를 밟았다.서준은 맨 뒤에서 따라오며 그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런데 강왕의 수하들이 하룻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많은 인원이 철수한 자취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남풍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혹시 그날 밤 모두 몰살당한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오랫동안 조원철과 맞서 오면서 파악한 바로는, 조원철이 그토록 많은 사람의 목숨을 단번에 거둘 만큼 잔혹한 성정은 아니었다.서준은 그가 하려는 말을 알아차리고 되물었다."그자가 사람들을 몰살할 위인이 아니라는 뜻이냐?"남풍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서준은 아래쪽 거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분명 그날 밤 일부러 상처를 입고 유영이에게 달려가 동정심을 유발한 것이겠지."마음이 약한 강유영이 비바람 몰아치는 밤에 피 흘리며 비를 맞는 조원철을 모른 척했을 리가 없었다.서준은 단숨에 그날 밤의 전말을 꿰뚫어 보았다.남풍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리하십니다, 전하."서준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남풍이 서둘러 뒤를 따르며 물었다."전하, 어디로 가십니까?"서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답했다."유영이를 만나러 가야지."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화

    강유영은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들어오거라.”조원철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강유영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내실로 들어갔다.“언제 오셨나요?”잠깐 오씨 어멈의 저녁을 챙기러 나갔다 온 사이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밖에서 왕 소저와 저녁 식사를 해야 하지 않나?’조원철이 다가오더니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화

    “기특하기도 하지. 어서 이리 와서 앉으렴.”한씨는 웃으며 강유영을 향해 손짓하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밖에서 강유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자한 진국공 부인의 명성을 위해서였다.강유영은 약상자를 장 의원에게 건네고는 고분고분 그쪽으로 다가갔다.장 의원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유영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손을 뻗어 한씨의 손목에 대고 진맥을 시작했다.한씨의 옆에 앉은 강유영은 불안하게 병풍 뒤쪽을 힐끔거렸다.조원철은 탁자 앞에 마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화

    “유영아? 얘네가 다 어디로 갔지?”한씨가 병풍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오지 마세요. 제가 부주의로 우유차를 옷에 쏟아서 닦고 있었습니다.”다급한 마음에 강유영은 아무 핑계나 둘러댔다.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네 오라비는?”강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애원에 찬 눈길로 조원철을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조급한 나머지 맑은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조원철은 그날 밤 그만하자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단단히 품에 안았다.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4화

    한씨가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바라봤다.곁눈질로 보니, 조원철도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듯했다.강유영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떡을 다시 집어 조심스럽게 입안에 넣었다.마치 돌을 씹는 것처럼 입안이 쓰고 껄끄러웠다.‘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 뭘 알고 일부러 저러시는 걸까?’이유야 어찌 됐건 한씨가 이에 대해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음은 분명해졌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한씨는 손을 뻗어 아들의 목에 난 자국을 어루만지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곱게 자란 처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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