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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보라돌이
열세 살에서 열네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는 하녀 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제법 예쁜 얼굴이었다.

바로 그때, 원래 몸 주인의 기억에서 이 소녀에 대한 정보가 자동으로 몰려왔다. 그녀는 유여매의 곁을 지키는 하녀인 옥취였다.

옥취는 상자를 한쪽에 내려놓고, 단검을 꽉 움켜쥔 채 백진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백진아는 잔뜩 긴장한 채로 숨을 죽였다. 자신의 몸은 이미 한 번 죽은 상태라, 멀쩡한 사지와 체력을 가진 옥취와 싸울 힘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녀는 옥취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결정타를 날릴 계획이었다.

옥취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는 백진아를 보고,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그녀의 숨결을 확인했다.

“죽은 건가?”

바로 그때, 백진아는 남아 있던 모든 힘을 애써 끌어모아, 몸을 일으켜 옥취를 바닥에 넘어뜨리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옥취의 손을 꽉 누르고,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백진아는 갈비뼈의 통증 때문에 이를 악물었고, 옥취는 쉰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악! 살려주십시오!”

옥취는 후회가 몰려왔다. 호위를 따돌리고 와서,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올 수 없었다.

사람은 죽기 직전, 엄청난 힘을 뿜어내는 법. 백진아도 겨우 남은 힘으로 반격할 수 있는데, 멀쩡한 옥취는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옥취는 죽을힘을 다해 몸부림치더니, 단번에 백진아를 걷어차서 내던졌다.

백진아는 신음을 냈고, 이내 정신이 흐릿해졌다. 그녀는 바로 혀를 깨물며,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옥취는 다시 백진아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입과 코를 손으로 막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네 얼굴에 흠집을 내고, 다시 숨통을 끊을 것이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지금 당장 보내주마!”

질식의 공포가 백진아의 생존 본능을 자극했다. 그녀는 손가락 두 개를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옥취의 눈을 향해 찔렀다.

옥취는 그만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의 비명 소리는 마치 귀신 울음처럼 옥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곧이어 극심한 통증에 이성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지만, 단검이 손에 닿자마자, 단번에 단검을 움켜쥐고 백진아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으니, 그저 마구잡이로 단검을 휘두르기만 할 뿐이었다.

백진아는 급히 옆으로 피하며 소리쳤다.

“그만하거라! 유여매는…? 해독제가 정말 필요 없는 것이냐? 컥...”

그녀는 남아 있는 힘을 모두 써버린 상태였고, 말할 때마다 온몸이 찢어질 듯 아팠다. 기침하자, 입 안 가득 피가 솟구쳐 나왔다.

옥취는 냉소하며 말했다.

“네 시체가 바로 해독제다!”

그러고는 백진아의 목소리를 따라 단검을 휘둘렀다.

백진아는 시선을 집중하며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기력이 다한 상태였다.

그녀는 날카로운 칼끝이 살을 찌르는 소리를 들었고, 이내 차가운 단검이 가슴에 닿는 걸 느꼈다.

하지만 옥취는 힘든 일도 해본 적 없는 몸종일 뿐이었기에, 자신이 사람을 직접 죽인다는 공포에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백진아의 갈비뼈를 완전히 뚫지는 못했다.

그 순간, 누군가 다급히 달려왔다.

방금 옥취의 끔찍한 비명은 아무리 귀가 어두운 간수라도 들었을 것이다.

“무슨 일이냐?!”

옥 안의 광경을 보고, 간수들은 깜짝 놀라 재빨리 달려와 옥취를 끌어냈다.

그러자 옥취는 눈을 감싸며 소리쳤다.

“살려주십시오! 백진아가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저 여인을 죽입시오! 어서요!”

백진아의 눈앞은 점점 흐려졌고, 말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에는 단검이 꽂혀 있었고, 약한 숨결에 따라 단검이 위아래로 들썩였다.

간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왕야께서 백진아가 죽어선 안 된다고 명하셨다. 어서 의원을 부르거라!”

누군가가 다급히 뛰쳐나갔다. 백진아가 죽으면 유여매도 살 수 없고, 그들 역시 죽은 목숨일 것이다.

또 다른 간수가 물었다.

“분명 음식을 가져다주러 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 단검은 옥취가 찌른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유여매의 하녀인 옥취가, 어찌 그녀를 죽이려 했을까?

백진아의 동공이 순간 엄청나게 흔들렸다.

설마, 옥취는 유여매가 살아남는 것을 원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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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09. AM.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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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96화

    고지행이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환약이 더 잘 팔리지요.”연천능이 문을 밀고 들어왔는데, 두 사람이 웃으며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의 눈빛이 한층 차가워졌다.“해독제는 다 만들었느냐?”고지행은 품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완성됐습니다.”연천능은 받지 않고 말했다.“오늘 이곳에서 하룻밤 쉬고, 내일 아침 일찍 경성으로 돌아갈 것이다.”고지행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인에게 물과 음식을 준비하라 명하겠습니다.”연천능이 덧붙였다.“호위들이 채집한 약초를 약방에 팔아서 돈으로 바꾸거라. 그래야 앞으로 다니기도 편하지 않겠냐? 돈은 그들에게 주고.”연천능은 목숨을 걸고 그와 함께 싸운 호위들이니, 얻은 것도 그들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별도의 포상도 줄 생각이었다. 약재 중에는 신선할수록 약효가 좋은 것도 있고, 바로 가공해야 효능이 살아나는 것도 있었기에, 고지행은 연천능의 뜻을 선뜻 받아들였다.다만 이렇게 값비싼 약초를 전부 사들이려면 거액이 필요했기에, 고지행은 사람을 시켜 어음을 가져오게 해야 했다.백진아 역시 남들한테 보여주듯이 들고 다니던 약재를 약방에 팔았고, 나머지는 공간에 심어 두었다.다음 날 새벽, 일행은 날이 밝지도 않은 이른 시각에 출발했다.새끼 원숭이를 돌봐주던 주방 아주머니가 원숭이를 마차로 데리고 와, 보따리 하나를 백진아에게 건넸다.“기저귀, 포대기, 물과 미음입니다.”아주머니는 그 새끼 원숭이를 거의 갓난아기처럼 돌봐주고 있었다.백진아는 웃으며 받아들였다.“고맙네!”새끼 원숭이는 아직 기운이 없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공간에서 수액을 맞히지 않았다면, 아마 벌써 죽었을 것이다.백진아는 서둘러 공간으로 들어가 원숭이의 상태를 점검하고 다시 수액을 놔주었다.이동하는 동안 그녀는 새끼 원숭이와 꽃분이를 돌보며, 약초를 심어서 약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렇게 경성에 도착했을 때, 시스템의 금화는 이미 십오만이나 쌓여 있었다. 앞으로 오만만 더 모으면 공간을 2단계로 업그레이드할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95화

    두 명의 호위는 절벽으로 떨어져,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몹시 끔찍했다.백진아는 자신이 하마터면 저 꼴이 될 뻔했다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무서우면 보지 말거라.”연천능은 비웃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녀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겨 시야를 가려 주었다.“전하!”바로 그때, 무진이 가장 먼저 뛰어내려, 비호착을 거두었다.그는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호위들의 시신을 보자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이어서 고지행과 풍일, 운일, 호위들도 차례로 내려왔다. 그중 한 호위의 등에는 독 카멜레온 한 마리가 붙잡혀 있었는데, 입이 밧줄로 단단히 묶여 있어 사람을 해치지는 못했다. 중상을 입었던 몇 명은 이미 숨을 거두었고, 또 몇 명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도망치다 뱀과 독 카멜레온에게 당했을 것 같았다. 연천능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진 호위들을 한 번 보고 말했다.“이 자리에서 묻어주거라.”모두가 함께 구덩이를 파고, 두 호위의 시신을 묻었다. 그 후 절벽을 따라 골짜기 밖으로 나갔다. 가는 길에 연식이 오래된 약초를 여럿 발견했고, 그중 값진 것들은 되는 대로 채집했다.그리고 계곡 입구에서 두 차례나 자객 무리와 마주쳤다. 모두 강호인의 차림이었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귀한 약초도 빼앗으려 했다.연천능은 신중한 성격이라 그들이 무지개 수정화를 노리고 있다고 의심했고, 가장 가까운 마을에 있는 신의곡 약방으로 가서 세월정미의 해독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그리하여 그들은 하루 내내 쉬지 않고 이동했다. 먹고 마시는 것도 모두 말 위에서 해결했다. 반면 백진아는 여전히 마차를 타고 다녔고, 틈만 나면 공간에 들어가 편안히 머물며 새끼 원숭이를 씻기고 포도당을 수액으로 넣어 주고, 미음도 먹였다.그녀는 며칠 사이 금화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무려 십만이나 넘었다!기록을 열어 보니, 어의들과 고지행에게 경추 치료법을 가르쳐 준 것과, 고지행에게 봉합술을 알려 준 것에 대해 시스템이 만 금화씩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94화

    말을 마치자마자, 연천능은 비호착을 던져 바위틈에 걸었다.백진아는 새끼 원숭이를 자신의 배낭 안에 넣었다. 그 순간, 절벽 위에서 무언가가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고개를 들어 보니, 카멜레온이 있었다.백진아는 깜짝 놀라 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바위가 고작 너비 세 미터 남짓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녀는 발을 헛디뎌,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백진아!”연천능이 몸을 날려 달려갔지만, 간신히 그녀의 옷자락 끝에만 손이 닿았을 뿐이었다.동시에 그는 위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시선과 마주쳤는데,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놀람도, 공포도, 절망도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평온해 보였다.그 순간, 그의 가슴이 저릿해지며, 심장이 부서지는 듯했다. 그는 망설일 틈도 없이 몸을 던져, 백진아를 향해 뛰어내렸다.“전하!”무진과 풍일 등의 다급한 외침은 바람 속에 흩어져 사라졌다.백진아는 언제든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머릿속이 새하얘진 상태로 자신을 향해 오는 그를 바라봤다. 그가… 나를 위해 뛰어내렸다고?왜? 대체 왜?연천능은 낙하 도중 몇 번이나 절벽을 딛고 힘을 빌려, 급속도로 떨어지는 백진아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 살짝 끌어당긴 뒤, 긴 팔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껴안은 채로 계속 아래로 떨어졌다. 그들의 귀 옆으로 바람 소리가 사납게 울부짖었다.백진아의 마음은 착잡했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품 안에서 이상하게도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져 죽을 것이라는 걱정 따위는 들지 않은 것이었다. 역시나 연천능은 기회를 정확히 포착해, 절벽 쪽으로 비호착을 던졌다.비호착이 절벽에 걸려 급속히 미끄러져 내려갔고, 마찰로 불꽃이 튀었다. 완전히 멈추지는 못했지만, 떨어지는 속도는 확실히 줄어들었다.그 순간, 연천능은 공중에서 몸을 세게 비틀어, 자기 몸이 아래로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93화

    불꽃 원숭이는 이미 허약해져 있었고, 백진아를 애원하듯 바라보았다.’찍, 찍...’원숭이의 표정은 분명 백진아에게 새끼를 살려 달라고 호소하는 듯했다.하지만 풍일의 검 끝은 여전히 불꽃 원숭이의 심장에 겨눠져 있었고, 녀석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즉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상태였다.백진아는 조심스레 원숭이와 소통을 시도했다.“나는 의원이다. 내 도움이 필요하냐?”뜻밖에도 불꽃 원숭이는 정말로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듯,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도와줄 테니 가만히 있거라. 나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백진아는 말을 마치자마자, 원숭이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연천능은 여전히 불안한듯, 시위 두 명을 불러 불꽃 원숭이의 입을 천으로 막아 불을 뿜지 못하게 하고, 팔다리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백진아가 원숭이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그녀는 즉시 수술 도구를 꺼내 불꽃 원숭이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해, 새끼 원숭이를 꺼내 안았다.아주 작고 귀여운 새끼 원숭이였고, 털도 불꽃처럼 새빨갰다. 다만 너무 오래 압박받아 몹시 약해져 있었고, 이런 야외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려워 보였다.“자, 네 아기다!”백진아는 미소를 띠며 새끼를 불꽃 원숭이의 품에 안겨 주었다.새 생명의 탄생은 언제나 사람을 기쁘게 했다.불꽃 원숭이는 애정 어린 눈길로 자신의 새끼를 바라보았고, 검은 보석 같은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고는 새끼를 안아 백진아 앞으로 내밀었다.’찍...’백진아는 놀라 중얼거렸다.“설마… 아이를 나한테 맡기겠다는 것이냐?”불꽃 원숭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새끼를 다시 한번 그녀 쪽으로 내밀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아마 불꽃 원숭이는 자신의 아이가 너무 약해, 스스로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백진아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새끼의 아버지는?’백진아는 곧바로 물었다.“아비가 허락하더냐?”연천능은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고개를 들어 눈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92화

    바위 위에 서 있으면, 전투 중에 일어나는 기류에 휩쓸려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쉽다.동굴 안에서 거대한 힘이 밀려 나오자, 풍일과 운일은 사람들을 이끌고 좌우로 흩어져 동굴 입구를 비웠다.충격이 지나가자마자, 곧이어 불타는 듯한 붉은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왔다.풍일과 운일 일행은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기도 전, 바로 무기를 휘둘러 찔렀다.‘찍’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력한 장풍이 소용돌이치며 그들을 덮쳤다. 이어서 무기가 부러지는 소리 또한 연달아 울렸고, 그들의 병기는 모두 그 강풍에 잘려 나가 버렸다. 어떤 것은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졌고, 어떤 것은 절벽 벽에 깊숙이 박혀 버렸다.너무도 강했다!내공이 연천능보다도 훨씬 강한 존재였다!다들 정신을 차려보니, 그 붉은 그림자는 다름 아닌 원숭이였다!키는 겨우 1미터 남짓했지만, 온몸의 털은 불꽃처럼 새빨갛고 무척 화려했다. 둥근 눈에서는 침입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흉학한 빛이 번뜩였다.고지행이 놀라 외쳤다.“불꽃 원숭이! 세상에 정말 이런 게 존재하다니!”불꽃 원숭이가 앞발을 휘두르자, 강력한 강풍이 시위 하나를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뜨렸다. 이어서 원숭이는 입을 열어 불꽃 한 덩어리를 내뿜었다.다행히 풍일 일행이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경공으로 몸을 날려 피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로 구이가 되었을 것이다.백진아는 절벽 벽에 기대어 있어, 불꽃 원숭이의 등만 볼 수 있었는데, 순간 원숭이의 두 다리 사이로 피가 흐르며 작은 원숭이 발이 빠져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불꽃 원숭이는 임신 중이었고, 지금 막 새끼를 낳고 있었다. 게다가 난산이었다!동굴 입구에서 피비린내가 났던 이유는, 불꽃 원숭이가 새끼를 낳고 있었기 때문이다.고지행도 이를 알아차리고 말했다.“출산 중이니,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시간만 끄십시오! 아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입니다!”그렇게 일행과 원숭이의 대치가 시작되었다.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불꽃 원숭이는 버티지 못하고 기진맥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91화

    전생에 백진아는 고아였다. 그래서 남자 친구 하나 사귀지 않은 채, 모든 에너지를 돈 버는 일과 공부에 쏟아부었기에,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 있어 본 경험이 없었다. 당연히 연애가 어떤 것인지도 몰랐다.‘지금 이렇게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건 무서워서인가, 아니면…’“고개 들 거라.”이때 연천능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백진아의 숨결이 그의 목덜미에 닿았고, 둘은 또 같은 자세로 꼭 껴안게 되었다. 연천능은 버티기 힘들었다.백진아는 온갖 설레는 생각을 억누르고 곧바로 고개를 들었는데, 무심코 입술이 그의 뺨을 스치고 말았다.연천능은 몸이 굳어진 채, 온몸이 화끈림을 느꼈다.백진아 역시 얼굴이 불타오르는 듯해 급히 고개를 돌려, 그에게 난처함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이 굳었고, 시선이 위쪽의 커다란 바위로 향했다.백진아는 마음속에서 터져 오르는 환희를 억누르며, 손으로 연천능의 턱을 잡아 그의 얼굴을 억지로 돌려 그쪽을 보게 했다.“보십시오! 저게 무엇입니까?”그녀의 오감은 예민해서, 수십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바위 위의 식물이 또렷이 보였다.바위는 매우 컸고, 절벽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대략 3미터가 넘는 너비를 가졌고, 빗물에 씻겨 내려온 흙이 쌓인 듯했다. 그렇다면 식물이 자라기 마련이다. 역시나 위에는 잡초가 자라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 매우 아름다운 작은 꽃 몇 송이가 피어 있었다. 꽃은 일곱 꽃잎을 가지고 있었고, 각각의 꽃잎마다 일곱 가지 색이 담겨 있었다. 꽃잎은 수정처럼 맑고 투명해서 햇빛을 반사하며 무지개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연천능은 백진아가 거리낌 없이 자기 턱을 잡은 것에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 꽃을 본 순간 눈이 번뜩였고, 큰 기쁨이 밀려왔다.백진아는 흥분한 나머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보셨습니까? 보신 겁니까?!”연천능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봤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절벽에 발끝을 한 번 딛고, 백진아를 안은 채 훌쩍 뛰어올라 그 커다란 바위 위에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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