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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보라돌이
“해독제는 없습니다!”

백진아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독을 없앨 수는 있긴 하지만, 약재 하나가 부족합니다.”

지금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연천능의 눈의 살기는 점점 가득 찼고, 그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할 만큼 싸늘했다.

“처방을 말하거라!”

백진아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순간 속으로 그의 조상한테까지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얌전히 굴어야 했다.

“말해봤자 소용없습니다. 약재 중 남은 하나는 얻기가 너무 힘듭니다.”

연천능은 오히려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말하거라! 이 세상에 내가 얻지 못할 것이 어디 있겠느냐?”

그는 황제가 가장 아끼는 황자다. 황제의 창고에 없는 보물이 있겠는가?

백진아는 힘겹게 몇 글자를 토해냈다.

“천년홍설련입니다.”

연천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지금 나를 농락하는 것이냐?”

홍설련도 귀하니, 천 년 된 홍설련은 얼마나 귀할까? 게다가 천년홍설련은 전설 속에서나 들어본 약재다.

백진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믿든 말든 왕야의 뜻에 달렸습니다. 약재만 구해오면, 바로 해독제를 만들겠습니다!”

연천능은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 그녀를 짓이겨버리고 싶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다시금 물었다.

“네가 직접 해독제를 만들겠다고?”

백진아는 냉소를 띠며 말했다.

“그럼요? 며칠이라도 더 살고 싶으니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일단 아직은 죽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애써 붙들고 있던 정신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그대로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연천능은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의 어깨를 발로 툭 찼다.

“어허!”

곁에 있던 하인이 말했다.

“전하, 이미 기절한 것 같습니다.”

연천능은 매우 다급해졌지만, 지금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어서 지혈하고 약을 먹이거라. 절대 죽어선 안 된다!”

진짜든 거짓이든 간에, 여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수도 있기에, 그는 하루라도 빨리 천년홍설련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희귀한 약재가 필요할 법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많은 어의와 명의들이 벌써 해독제를 만들어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백진아는 시간을 벌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25세기의 의학 천재인 그녀는, 유여매의 독을 없앨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독을 없애면, 그녀가 독을 썼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에, 원래 몸 주인의 결백부터 증명해야 했다.

몸 주인이 죽음을 무릅쓰고도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 하니, 그녀도 이 억울함을 당할 생각은 없었다.

백진아는 의식이 흐릿해진 상황에도, 온몸이 불에 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특히 가슴 부위는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숨 쉴 때마다 고통이 몰려왔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의 영혼이 몸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 하지만 두려움은커녕, 백진아는 오히려 벅찬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꿈에서 깨는 건가?’

‘돌아가는 건가?’

다시 말해서, 그녀는 그저 야간 근무 중에 몰래 잠시 눈 붙였을 뿐이었다.

‘타임슬립의 신이시여,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바로 그때, 따뜻한 미풍이 얼굴을 스쳤다. 옥의 차갑고 비릿한 공기가 느껴지지 않자, 정신이 번쩍 든 백진아는 애써 눈을 떴다.

하지만 그녀는 초록 잔디밭 위에 누워 있었고, 그 옆에는 자그마한 물웅덩이가 있었다. 그리고 안개 낀 바깥 너머로, 삼 층짜리 작은 건물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이건 그녀가 평소 취미로 만든 의료 공간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백진아는 놀라움과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리고 물가가 보이자, 입이 바짝 마르며 갈증이 더욱 심해진 그녀는, 힘겹게 물가로 기어가 물가에 얼굴을 박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그제야 온몸에 힘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다시 옥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깜짝 놀랐고, 이내 눈앞이 다시 어두워졌다. 눈을 떠 보니, 또다시 그 음침하고 비좁은 옥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가 만든 그 의료 공간 게임이, 진짜 ‘치트 키’가 된 것인가?

백진아는 치트 키를 주셔서 고맙다고 타임슬립의 신께 감사를 전할 틈도 없이, 옥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풍스러운 복장을 한 소녀가 옥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눈빛에 살기를 띠었고, 손에 든 음식을 담은 도시락에서 차갑게 빛나는 단검 하나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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