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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Author: 일설연우
유소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황급히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고준형은 애초에 등을 돌리고 있었으나, 밝은 귀로 그녀의 기척을 눈치채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저 겉옷을 갈아입는 것뿐인데, 어찌 그리 크게 반응하는 것이오.”

유소영이 엉겁결에 내뱉었다.

“예의에 어긋나니 보지 말아야 합니다.”

“부인과 나는 부부 사이이니, 옷 한 벌 벗는 것은 고사하고 더 벗는다 해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소.”

그 말에 유소영은 참으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세자로서도 천막 안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먼저 언질을 주어 자신이 자리를 피하게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옷을 다 갈아입은 고준형은 유소영을 데리고 천막을 나서 사냥터 외곽으로 향했다.

이 일대는 인적이 드물어 호위와 관군들만이 머물고 있었다.

아민은 그중 한 천막에서 상처를 치료하며 요양 중이었고, 석심이 직접 곁을 지키고 있었다.

고준형은 천막 밖에 걸음을 멈추고 유소영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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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596화

    엽금서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충격과 당혹감을 차마 감추지 못했다.유소영은 동공이 커진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세자를 바라보았다.영성과 운 측비의 일도 엽금서가 꾸민 짓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고준형이 따라준 술을 엽금서는 감히 건드리지도 못했다.“고 대인, 어찌하여 저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엽금서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고준형을 똑바로 응시하며 침착하게 물었다.고준형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대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소.”“그대에게 시시콜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보아하니 육황자의 일에 관해서는 그대와 나의 목적이 일치하는 듯하군.”“그러니 이쯤에서 서로 솔직해지는 것이 어떻겠나. 모든 증거를 한데 모아 승산을 더 높이는 편이 나을 터.”유소영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아직도 영성의 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엽금서는 참으로 속내를 알 수 없는 자였다!다만 세자의 말이 떠올랐다. 애초에 영성이 육황자를 상대하겠다고 동의한 까닭은 상대가 그를 승진시켜 황성으로 복귀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엽금서에게 어찌 그런 능력이 있단 말인가?엽금서가 애초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렸던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영성이 그토록 어리석게 모험을 감행했을 리 없는데…….그렇다면 영성은 지금까지도 이 모든 일을 꾸민 자가 바로 엽금서라는 사실을 모를지도 몰랐다.엽금서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마침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맞습니다. 접니다.”“전 오래전부터 육황자를 무너뜨리고 싶었습니다.”“제 가족이 바로 그에게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제가 온갖 역경을 딛고 황성에 올라와 형부로 들어간 것은 오직 육황자의 죄증을 찾아내기 위함이었습니다!”“저는 그저 육황자가 마땅한 죗값을 치르기를 바랄 뿐입니다.”그렇게 말하며 그는 유소영을 바라보았다.“세자 부인, 육황자에 관한 기록은 제가 일부러 부인께서 보시도록 흘린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저 또한 남몰래 부인을 조사했습니다. 부인께서도 육황자를

  • 부군의 형님   제595화

    다음 날.유소영은 고준형과 함께 외출하여 이황자를 만났다.“고 세자!”이황자는 고준형이 무사한 것을 보자, 안도하는 기색을 보였다.그동안 그는 줄곧 고준형을 걱정하고 있었다.별실 안.이황자 외에도 엽금서가 함께 있었다.유소영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이황자가 엽금서를 이토록 신임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엽금서가 그들에게 말했다. “먼저 앉으시지요! 식사하며 이야기 나누시지요.”유소영은 엽금서에 대해 시종일관 조금의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저번 육황자에 관한 그 기록이 마치 엽금서가 일부러 짜 놓은 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이황자는 직접 고준형에게 차를 한 잔 따라 주었다.“세자, 이미 황성에 돌아왔으면서 어찌하여 숨어 지내는 거요? 부황께서 이미 자네를 사면하셨다는 걸 모르시오?”고준형이 차분하게 말했다.“폐하께서 저를 사면하셨다 하여, 제게 죄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이황자는 순간 흠칫했다.“자네…… 설마 아직도 억울함을 풀려 하는 거요?”고준형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그는 곧바로 이어 말했다.“저는 줄곧 암암리에 육황자를 조사해 왔습니다. 필시 그것이 그가 저를 제거하려 한 이유일 것입니다.”이황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여섯째가 참으로 쓸데없는 짓을 했군. 설령 부황께서 그의 행실이 황당무계하고 백성을 억압한다는 사실을 아신다 한들 어찌하시겠는가. 부황께서는 지금 그를 중히 쓰고 계시며, 머지않아 태자로 책봉하실 것이오. 애초에 그는 자네를 상대할 필요조차 없었소.”유소영은 그 말을 듣고 절로 미간을 찌푸렸다.듣자 하니, 이황자가 육황자에 대해 아는 것은 자신만도 못한 듯했다.육황자의 악행이 어찌 그뿐이겠는가!고준형이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저는 대전에서 육황자의 모든 죄행을 폭로할 계획입니다. 그때 황자 전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좋소!”이황자가 물었다. “그러나 내가 자네를 위해 무엇을 도우면 되겠소?”고준형이 말했다. “이황자 전하께서 직접 나서서 폭로해 주십시오.”옆에 있던 엽

  • 부군의 형님   제594화

    유소영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무엇인지도 모르시면서 덜컥 받으신 겁니까?”고준형은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다.“부인의 스승님이시니, 필시 우리를 해칠 리는 없겠다 싶어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았소.”게다가 그 역시 사람 말을 알아들을 줄 알았다.하루빨리 귀한 자식을 보라며 축언을 건넸으니, 필시 그쪽과 관련된 약일 터였다.고준형은 뻔히 알면서도 짐짓 물었다. “설마하니, 정말 독약이라도 되는 것이오?”유소영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어찌 독약일 수가 있겠습니까!”“세자, 호기심은 조금 줄이셔도 됩니다.”“어차피 지금 당장 쓰실 일도 없을 테니까요.”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스승님께서 세자를 구해주신 적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찌 전에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까?”고준형은 그 약병을 챙겨 넣으며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아주 오래전 일이라, 나도 어머니께서 스쳐 가듯 하신 말씀을 어렴풋이 기억할 뿐 확실치는 않았소.”“무엇보다 설 신의께서 목숨을 구한 자가 수천수만에 이르는데, 굳이 입에 올릴 일은 아니지 않소. 도리어…….”그가 말을 뚝 끊더니, 뒷말을 삼켰다.유소영은 오히려 더 호기심이 일었다.“도리어 어찌 보인다는 말씀이십니까?”고준형은 잠시 뜸을 들이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부인과 일부러 친분을 쌓으려 애쓰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랬소.”유소영은 어안이 벙벙했다.그게 대체 무슨 핑계란 말인가?참으로 별난 구석이 있었다.……반 시진 후.두 사람은 온천 산장으로 돌아왔다.이곳에는 남는 객실이 없었기에, 지난 이틀간 유소영이 안방에서 자고 고준형은 정무를 핑계로 서재에서 대충 눈을 붙였다.유소영은 오늘 밤도 그리할 거라 여겼다.그러나 실상은 달랐다.고준형이 침구 한 채를 안고 와 침상에 내려놓자, 유소영은 곁에 서서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세자, 오늘 밤은…….”고준형은 굳이 숨기지 않고 툭 터놓고 말했다. “오늘 밤은 바쁘지 않으니, 부인과 함께 안방에서 자겠소.”

  • 부군의 형님   제593화

    유소영은 스승님이 몹시도 그리웠다. 그러나 그녀도 지금의 처지를 잘 알기에 마음대로 행동하기는 어려웠다.오늘 밤에 나온 것도 그저 이씨 부인이 가진 물건 때문이었으니, 괜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좋지 않았다.그런데...... 세자가 자신과 스승님의 만남을 주선해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유소영은 즉시 마차에서 내렸다.멀지 않은 앞쪽의 팔각정 안에 누군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단번에 그 사람이 스승님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백발이 성성한 신의는 몹시 정정해 보였다.그가 걸치고 있는 겉옷은 몇 년이나 입었는지 하얗게 색이 바래 있었다.머리에 꽂힌 복숭아나무 비녀가 오히려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제자의 부군을 만나는 자리라 이렇게라도 단장을 한 것이리라.설림은 호탕하고 큼직한 걸음걸이로 팔각정을 걸어 나와 두 사람을 맞이했다.“소인 설림, 세자와 세자 부인을 뵙습니다!”고준형이 즉시 답례했다. “어르신, 아랫사람인 제가 먼저 인사를 올려야 마땅합니다.”유소영은 얼른 스승님을 부축해 일으켰다.“스승님,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설림은 이미 일흔이 넘은 나이로 동년배들에 비하면 당연히 건강한 편이었지만, 젊은 사람들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그가 호탕하게 웃었다.“이 스승의 건강을 네가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오히려 너야말로 혼인할 때는 내게 알리지도 않더니, 일이 생겨서야 이 스승을 떠올리다니. 참으로 무심한 녀석이구나!”입으로는 그리 투덜거렸지만, 그의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유소영이 해명했다. “스승님께서 번잡한 것을 싫어하시는 걸 아니까 그랬지요. 이런 급한 일이 아니었다면 감히 스승님의 조용한 생활을 방해할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이는 사실이었다.설림이 산림에 은거한 것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아서였다.게다가 황성 같은 곳은 그가 유난히 꺼리는 장소였다.그가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틀림없이 수많은 사람이 진료를 청해 올 것이었고, 그러면 한가로운 날들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러나 자기

  • 부군의 형님   제592화

    이삭은 한때 대리시경이었으나, 감옥에서 독을 삼키고 자결했다. 그 배후에는 분명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다.그래서 유소영은 일찌감치 이씨 부인을 찾아가, 그녀의 어린 아들을 치료해 주는 조건으로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이삭이 가족의 평안을 위해 배후 주동자의 약점을 남겨두었을 것이라는 단순한 추측에서 비롯된 일이었다.결과적으로 그 추측은 적중했다.이씨 부인이 정말로 단서를 찾아낸 것이다.이씨 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은 신분을 숨겨야 했기에,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행동하기 불편했다.고준형과 유소영은 몇 명의 호위만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이윽고 밤의 장막이 내렸다.그들은 한 약방에서 만났다.이씨 부인은 아들의 약을 지으러 온 척 가장했지만, 실상은 밀회였다.이 약방은 이미 유소영이 손을 써 둔 곳이었다.이씨 부인은 안심하고 점주를 따라 뒤채로 들어갔다.고준형과 유소영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본 이씨 부인은 조금 의외라는 기색을 보였다.그녀 역시 요며칠 일어난 일들에 대해 귀동냥으로 들은 바가 있었다.그녀는 고 세자가 황제를 시해할 역적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런 고 세자가 자신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만큼 자신을 믿는다는 뜻이었기에, 송구하면서도 감격스러울 따름이었다.“세자와 부인을 뵙습니다.”이씨 부인이 인사를 올렸다.유소영이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부인, 앉으시지요.”고준형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사적으로 만난 자리니, 예를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이씨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의자에 앉았다.유소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부인께서 사람을 보내 단서를 찾으셨다 전하셨는데, 그것이 무엇인지요?”이씨 부인은 조심스럽게 소매 안에서 종이뭉치를 꺼내 두 사람에게 건넸다.“바로 이것들입니다. 며칠 전 고향 집에 다녀왔는데, 바닥 널빤지가 들떠 있는 것을 보고 파내었더니 이것들이 나왔습니다.”유소영은 곧장 그것을 펼쳐 고준형과 함께 들여다보았다.언뜻 보아서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 부군의 형님   제591화

    황성 성문 밖.육황자가 직접 고장훈을 배웅하러 나왔다.그가 고장훈의 어깨를 툭툭 치자, 고장훈은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장훈, 나는 네 좋은 소식만 기다리고 있으마.”말을 마치며 그는 고장훈의 귓가로 더 가까이 다가가 다정하게 속삭였다.“고준형만 죽으면 내가 네 앞날을 탄탄대로로 보장해주마.”고장훈은 창백해진 얼굴로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예.”그는 예를 갖추어 인사한 뒤, 몸을 돌려 말에 올랐다.육황자는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눈을 차갑게 번뜩였다.곁에 있던 호위가 물었다. “황자 전하, 고장훈이 정말 고준형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육황자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누가 알겠느냐.”“어차피 고장훈을 통해 고준형을 찾아내기만 하면, 우리 계획은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호위가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황자 전하십니다. 고장훈을 이토록 고분고분하게 만드시다니요.”육황자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사람이라면 누구나 약점이 있는 법이지.”……원나라 사신이 양나라에 온 지 닷새째 되던 날, 두 나라는 동맹의 약조를 맺었다.이 일은 유난히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그동안 원나라는 다른 어떤 조건도 내세우지 않았다.황제는 이 모든 공을 육황자에게 돌리며, 뭇 신하들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렇게 되자, 문무백관들도 속으로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황제가 육황자를 태자로 삼으려 한다는 소문이 결코 뜬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원나라 사신들은 귀국하여 복명해야 했기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그러나 구공주가 시집갈 혼기는 원나라 황제가 진작에 올해 연말 안으로 못을 박아둔 터였다.그리하여 구공주는 그들과 함께 원나라로 향해야만 했다.이토록 서두를 줄은 구공주는 물론이고 황제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구공주가 떠나던 날, 어머니인 근비는 몇 번이나 기절할 듯이 오열했다.황제 역시 애통해했지만, 구공주가 마차에 올라 원나라 사신들을 따라 떠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법도에 따르면 이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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