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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말을 삼키는 시간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7-24 07:57:24

비는 밤새 그쳤다.

아침 공기는 맑았지만, 어제의 흔적이 완전히 씻긴 느낌은 아니었다.

젖었다가 마른 바닥처럼, 어딘가에 눌러 붙은 기척이 남아 있었다.

이수는 장미 미용실 문을 열며 안쪽을 한 번 더 훑어봤다.

불을 켜자 거울들이 차례로 빛을 받아냈고, 그 빛은 익숙한 얼굴을 여러 개로 나누어 보여줬다.

오늘의 얼굴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어제 삼켜버린 말들이 아직 안에서 가라앉지 않았을 뿐이었다.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다가 이수는 문득 손을 멈췄다.

어제 소주잔 속에 비치던 불빛,

하빈의 말투, 끝내 하지 못한 이야기.

정리되지 않은 것들은 항상 이런 식으로 남아 있었다.

문이 열렸다. 하빈이었다.

손에 든 봉투에서 따뜻한 김이 조금 새어 나왔다.

“아침 안 먹었지.”

“응.”

“국.”

설명은 없었다. 이수도 묻지 않았다.

말을 줄이는 방식이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걸 둘 다 알고 있었다.

봉투를 열자 속을 데워주는 냄새가 퍼졌다.

이수는 숟가락을 들었다가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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