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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Author: 송진
박한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았고 성유리를 향한 시선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은 하늘이가 평소 성유리한테 도리를 따질 때의 모습과 사뭇 닮아 있었다.

성유리는 순간 조금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진지하게 지으며 박한빈에게 물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왜 저한테 숨겼어요?”

이 말에 박한빈이 갑자기 말문이 막히자 성유리는 그를 더욱 똑바로 쳐다봤다.

사실, 성유리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다만 조금 혼란스러울 뿐.

지금 그녀에게는 그 사람들이 잘살든 못살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전혀 상관이 없었고 그런 사람들과는 다시는 엮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박한빈의 행동은 성유리를 다시 그 과거와 얽히게 만들었고 그녀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박한빈도 그걸 알았는지 이 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말하지 않았다는 건 결국 그 또한 성유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럼 도대체 왜 다 알면서 결국 일을 저질렀을까?

분명히 성유리가 불쾌해할 걸 알면서 말이다.

“그냥 이런 일로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았어.”

성유리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던 찰나, 박한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모든 분노는 다 사라지고 목소리에는 이미 체념한 듯 차분해져 있었다.

그래서 성유리는 잠시 멈칫했지만 박한빈은 이미 뒤돌아선 채로 다시 말했다.

“먼저 가봐.”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박한빈은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때, 성유리가 재빠르게 박한빈 뒤로 가서 그를 꽉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박한빈도 발걸음을 멈췄다.

“저도 이런 일로 한빈 씨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성유리는 박한빈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왜 그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 건데요?”

“전 지금은 그 일에 대해 얘기를 꺼내고 싶지도 않고 다신 엮이고 싶지도 않아요.”

“그 사람들은 한빈 씨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면서까지 대할 가치가 없어요. 알겠죠?”

성유리가 이렇게 말하자 박한빈의 표정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는 다시 뒤돌아서 성유리의 얼굴을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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