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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화. 주방 아일랜드 위의 배덕

作者: 6jay
last update 公開日: 2026-09-06 22:28:33

혀끝을 타고 번져 나가는 감각은 낯설 만큼 강렬했다. 채린이 도혁의 손끝에서 받아들인 크림은 체온에 닿자 금세 녹았다. 오랫동안 음식을 밀어내던 위가 뜻밖에도 조용했다. 무화과의 단맛 뒤로 레몬 산미가 짧게 남았고, 목구멍이 저절로 움직였다.

꿀꺽.

채린은 놀라 제 목을 짚었다.

“……넘어갔어요.”

“네. 한 입은 넘겼습니다.”

도혁은 곧바로 손을 거두고 깨끗한 면포를 건넸다. 채린의 붉게 달아오른 아랫입술에 투명한 타액과 연분홍빛 소스가 얇은 막을 이루며 맺혔다. 맛이 가시기도 전에 뒤늦은 수치심이 목까지 치솟았다.

채린은 떨리는 손으로 입술을 닦아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미쳤어요? 지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짓을 해요?”

“이 집의 안주인이자, 서태우 상무님의 아내 백채린 씨.”

도혁은 행주로 손을 닦으며 채린을 똑바로 바라봤다.

“제가 제안했고, 사모님이 한 번만 하겠다고 허락했습니다.”

“그래도 손가락을…… 입에 대게 했잖아요.”

“그 점이 불쾌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다시는 허락 없이 닿지 않겠습니다.”

도혁은 한 걸음 다가오다 채린이 물러선 자리에서 멈췄다.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가 행주를 내려놓고 두 손을 보이듯 펼쳤다.

“다만 서 상무님이 제 행동보다 사모님을 먼저 몰아세울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걱정입니다.”

“당신이 뭘 안다고…….”

“병을 제가 함부로 단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방금 한 입을 넘긴 것도 사실입니다.”

도혁의 시선이 소스의 농도와 채린의 입술을 차례로 짚었다.

“몸이 받아들이는 온도와 향부터 찾으면 다음 한 입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은 의사가 판단할 일이고요.”

채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태우라면 병을 핑계라 몰아붙였을 텐데, 이 남자는 처음으로 한계를 한계라고 불러주고 있었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거예요?”

“굶고 있는 사람 앞에서 요리사가 모른 척하기는 어렵습니다.”

도혁은 가스레인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세 코스 중 하나만 더 고르십시오. 스푼, 포크, 아니면 여기서 끝. 사모님이 정합니다.”

채린은 출구를 확인했다. 도혁은 길을 막지 않았고 현관까지 이어진 복도도 비어 있었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도 채린은 자리를 지켰다.

“포크로 할게요. 입에 넣는 건 제가 해요.”

“좋습니다. 굽기는 미디엄 레어, 소스는 산미를 높이겠습니다.”

채린은 조리대 반대편에 섰다. 도혁은 고기의 힘줄을 정리하고 소금은 한쪽 면에만 뿌렸다.

“향이 먼저 올라오면 힘듭니까?”

“버터는 조금요.”

“그럼 마지막에만 쓰겠습니다.”

그는 대답을 그대로 조리에 반영했다. 달군 팬 위로 포도씨유가 얇게 퍼졌다. 도혁은 어린 양 안심을 올리고, 겉면이 익은 뒤에야 버터와 로즈메리를 넣었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향이 주방에 퍼졌다.

채린은 아일랜드 식탁에 기댄 채 멍하니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넓은 등과 긴 팔, 요리에 몰두하는 그의 섬세하고도 단호한 근육의 움직임. 불 앞에서 흔들림 없이 움직이는 뒷모습은, 지난 3년 동안 이 집에서 보지 못한 종류의 생기였다.

잠시 후, 도혁이 중심을 분홍빛으로 남겨 구운 고기 한 점을 나이프로 썰어 포크에 찍었다. 선홍빛 육즙이 흘러내리는 고기 위로 레드와인 발사믹 소스가 얹혀 있었다. 도혁이 돌아서며 포크를 들어 보였다.

“포크로 드시겠습니까?”

채린은 한참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포크로 주세요.”

하지만 고기가 입가에 닿자 다시 목이 굳었다. 도혁은 재촉하지 않고 포크를 내렸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원하실 때만 하겠습니다.”

채린의 시선이 포크에서 그의 입술로 옮겨갔다.

“그 방법이면…… 넘길 수 있어요?”

“확신은 없습니다. 싫으면 바로 멈춥니다.”

짧은 침묵 끝에 채린이 그의 셔츠 앞자락을 움켜쥐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이번에는 그를 똑바로 봤다.

“해봐요. 대신 내가 밀면 멈춰요.”

“알겠습니다.”

도혁은 고기 한 점을 자신의 입에 넣고 가볍게 씹었다. 채린이 피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쳤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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