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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화. 열린 관

مؤلف: moominkiller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8-27 19:39:25

소월백이 관 뚜껑 위에 올라섰다.

궁 북문 밖에는 빈 관을 따라온 백성이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 문 안에는 창을 든 금군 서른이 섰다. 열린 관 한가운데 검은 화살촉이 놓였고, 흰 천을 두른 다섯 사람은 그 둘레에서 고개를 숙였다.

해는 문루 위에 걸려 있었고 달아오른 돌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관을 멘 이들의 목덜미로 땀이 흘렀다. 문밖 국밥집 주인은 끓이던 솥의 불도 줄이지 않은 채 국자를 들고 서 있었고, 장사꾼들은 짐수레를 길 가운데 세웠다. 금군이 문을 닫으려 해도 수레 때문에 문짝이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문을 여십시오."

"둘째 전하도 외전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삭왕 전하의 유해를 내보내라 하더니, 이제 빈 관조차 못 나간다 하는군요. 언제부터 죽은 자의 관이 궁인이 되었습니까."

문밖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금군 교위의 창끝이 흔들렸다.

"관 안을 본 사람은 손을 드십시오."

소월백의 말에 문밖에서 손이 하나씩 올랐다. 콩죽 장수, 짚신을 든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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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233화. 한 그릇

    죽 한 그릇이 편전에 들어왔다.누런 좁쌀 위에 붉은 대추 두 알이 얹혔고, 흰 김에서는 생강 냄새가 났다. 수저는 하나였다.오래 끓인 죽은 가장자리가 엷게 눌어붙어 있었다. 궁인이 상을 내려놓자 생강 한 올이 김을 따라 흔들렸다. 보요의 속은 빈 채로 오래 걸은 탓에 냄새만으로 먼저 아팠다. 손끝이 차고 발목은 신 안에서 묵직하게 부었다.진묵은 의자 하나를 발로 끌어 그녀 뒤에 놓았다. 소리가 크게 나 대신들이 눈을 들었으나 그는 사과하지 않았다. 보요가 앉고 나서야 자신도 옆에 섰다.황제가 말했다."삭왕비에게만 준 것이다."진묵이 그릇을 먼저 받았다. 은수저를 국물에 넣어 색을 보고, 가장자리의 죽을 한 술 떠 삼켰다. 궁인들이 말릴 틈도 없었다."독은 없네. 먹어.""왕야도 굶으셨잖아요.""왕비부터다."보요가 수저를 받으려 하자 진묵은 내주지 않았다. 뜨거운 죽을 입김으로 식혀 그녀 입술 앞에 내밀었다. 황제와 대신들이 보는 앞이었다."혼자 먹을 수 있습니다.""손이 차다."실제로 떨리는 것은 진묵의 피 묻은 손이었다. 보요는 더 다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생강의 매운 향 뒤로 대추의 단맛이 천천히 번졌다. 두 번째 술에는 진묵이 대추를 반으로 눌러 얹었다.보요의 입술에 좁쌀 하나가 남았다. 진묵의 엄지가 닦아 내고 제 입으로 가져갔다. 편전 서리 하나가 붓을 떨어뜨릴 뻔하다 겨우 잡았다. 황제는 상을 두드리던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맛은.""조금 맵습니다."진묵은 다음 술에서 생강을 전부 골라 제 입에 넣었다. 붉은 대추만 남은 죽이 다시 그녀 앞에 갔다.황제가 빈 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내전 문서고에 불을 놓고 금군을 묶은 죄를 묻는 자리다. 부부 놀이를 보자고 부른 것이 아니다.""불은 바깥에서 들어왔습니다."보요가 죽을 삼킨 뒤 답했다."창고 빗장도 바깥에서 걸렸고, 불을 놓으러 온 금군의 기름 항아리는 목욕전에 남아 있습니다.""삭왕이 죄인실을 부수고 병사를 쳤다.""죽은 군졸이 있습니까.""없다.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232화. 열린 관

    소월백이 관 뚜껑 위에 올라섰다.궁 북문 밖에는 빈 관을 따라온 백성이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 문 안에는 창을 든 금군 서른이 섰다. 열린 관 한가운데 검은 화살촉이 놓였고, 흰 천을 두른 다섯 사람은 그 둘레에서 고개를 숙였다.해는 문루 위에 걸려 있었고 달아오른 돌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관을 멘 이들의 목덜미로 땀이 흘렀다. 문밖 국밥집 주인은 끓이던 솥의 불도 줄이지 않은 채 국자를 들고 서 있었고, 장사꾼들은 짐수레를 길 가운데 세웠다. 금군이 문을 닫으려 해도 수레 때문에 문짝이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문을 여십시오.""둘째 전하도 외전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오늘 아침에는 삭왕 전하의 유해를 내보내라 하더니, 이제 빈 관조차 못 나간다 하는군요. 언제부터 죽은 자의 관이 궁인이 되었습니까."문밖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금군 교위의 창끝이 흔들렸다."관 안을 본 사람은 손을 드십시오."소월백의 말에 문밖에서 손이 하나씩 올랐다. 콩죽 장수, 짚신을 든 노인, 물동이를 멘 아이까지 스무 손이 넘었다."뼈를 본 사람이 있습니까."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그럼 오늘 나온 것은 삭왕 전하의 시신이 아니라 황실이 넣은 옷과 옥뿐입니다. 이 말도 들으셨습니까."이번에는 더 많은 손이 올라갔다. 금군 교위의 창끝이 땅을 향해 조금 처졌다.소월백이 허강을 불렀다."이 쇠가 어디서 났는지 말할 수 있겠습니까.""스무 해 전 반월령에서 소인의 어깨에 박혔습니다. 당시 중궁 무기고에서 나온 날 셋 화살입니다."허강의 목소리는 문밖까지 닿았다. 아내가 흰 천 아래에서 입술을 깨물었고 큰딸은 아버지의 굽은 손가락만 보았다.금군 뒤에서 황제의 내관이 달려왔다."모두 편전으로 들라는 어명이오!""가족 다섯은 죄가 없습니다. 먼저 문을 열어 주십시오.""한 사람도 나갈 수 없소."보요가 북쪽 회랑 끝에서 걸어 나왔다. 회색 덧옷은 벗었고 먹빛 치맛자락에는 젖은 재가 묻어 있었다. 그 뒤로 진묵이 금군 갑옷을 벗어 어깨에 걸친 채 따라왔다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231화. 다섯 사람

    정오의 밥수레가 자녕궁 담 아래로 들어갔다.푸른 옷을 입은 궁인 열셋이 빈 그릇을 들고 나왔다. 그중 다섯은 걸음이 달랐다. 비단을 짜느라 등이 굽은 여인 셋, 잿물에 손이 튼 여인 하나, 치맛자락 안으로 사내아이의 헌 신을 신은 사람 하나.허강이 무너진 담 틈으로 그들을 보았다. 왼쪽 어깨가 다시 떨렸으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큰딸이 아버지의 걸음 소리를 알아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작은딸의 손에는 쪽빛 물이 손톱 밑까지 배어 있었다. 어미는 뜨거운 잿물에 데어 손등이 붉었고, 강무의 아내는 빈 밥그릇 열셋을 포개 안은 채 다섯 번째 그릇만 오래 눌렀다. 사내아이의 헌 신을 신은 딸은 발이 맞지 않아 한 걸음마다 뒤축이 벗겨졌다.허강이 입술만 움직였다.잘 살았느냐.큰딸이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스무 해를 기다린 부녀의 인사는 그 한 번으로 끝났다. 울면 궁인이 아니게 되고, 달려오면 모두 다시 갇혔다.소월백이 빈 관에 덮였던 흰 천을 다섯 폭으로 찢었다."머리에 둘러. 곡하는 사람처럼."보요가 물었다."관은 어디 있어.""편전 서쪽 문에 세워 뒀어.""메고 나가.""사람 일곱, 관 하나.""강무와 허강이 앞을 메면 아홉. 황자의 명으로 삭왕의 빈 관을 왕부에 돌려보내."소월백은 더 묻지 않았다. 이미 같은 길을 본 사람의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알았어."강무가 제 아내 쪽을 보며 물었다."아이는.""저 애가 네 아들이야."보요의 턱이 헌 신을 신은 사람에게 향했다. 강무는 한참 보다가 눈을 감았다. 장부에는 아들 하나라 적혀 있었고, 궁 안에서는 딸이 아들 이름을 입고 살아남았다. 그는 타지 않은 손으로 입을 가린 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금군 옷깃을 여몄다.진묵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보요가 접어 둔 금군 허리띠를 집어 제 허리에 둘러 놓고도 매듭은 짓지 않았다.진묵은 허리띠를 들어 보요 앞에 내밀었다."손이 성하시잖아요.""피가 난다.""아까는 피가 났습니다.""아직 멎지 않았다."진묵이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230화. 다 들립니다

    돌문 너머로 창끝이 지나갔다.진묵은 한 손으로 보요의 입을 가리고 다른 팔로 허리를 감았다. 좁은 불방에는 식은 재와 오래된 약쑥 냄새가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의 몸이 붙을 때마다 벽의 검댕이 옷자락에 묻었다.보요의 등은 차가운 돌에, 앞은 젖은 사내의 몸에 막혔다. 회색 덧옷 아래 치맛자락이 그의 무릎 사이에 끼어 움직이지 않았다. 진묵은 배에 힘이 닿지 않도록 허리를 비틀고 있었으나 그 탓에 입술과 눈 사이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바깥 횃불이 돌 틈을 지날 때마다 그의 눈동자에 붉은 빛이 가늘게 들었다가 사라졌다. 불에 탄 머리칼 끝 하나가 보요의 뺨을 간질였다.보요가 그의 손등을 두 번 두드렸다.손은 물러나지 않고 손가락만 느슨해졌다."왕야, 숨 좀 쉬게 해 주세요."젖은 목소리가 손바닥 안에서 낮게 번졌다. 진묵의 엄지가 입술 아래를 천천히 훑었다."숨 낮춰.""왕야의 심장 소리입니다."그는 대꾸 대신 그녀의 손을 제 가슴 위에 올렸다. 불길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던 박동이 이번에는 손바닥 아래에서 빠르게 쳤다.사내의 숨이 귓바퀴 안쪽에 부딪혔다. 보요가 얼굴을 피하면 입술이 관자놀이를 스쳤고, 가만히 있으면 손바닥 아래 심장이 더 세게 울렸다. 밖의 발소리보다 안쪽의 소리가 더 커 어느 쪽에 들킬지 알 수 없었다.문밖의 순찰이 멀어졌다. 돌문이 열리자 소월백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보요의 붉어진 입술과 진묵의 손을 차례로 보고는 말없이 등을 돌렸다."들었나.""돌벽 하나입니다.""그럼 됐다."보요가 진묵의 옆구리 무명을 세게 당겼다. 그가 짧게 숨을 삼켰다."아픕니까.""네 손이면 괜찮다.""그런 말 하지 마세요.""그자에게 한 말은 아니다."소월백이 마른 탕 너머에서 답했다."다 들립니다.""귀를 막아 줄 생각은 없었다."보요가 입술 안쪽을 깨물어 웃음을 누르자 진묵의 눈매가 느긋하게 휘었다. 소월백을 향한 시선만은 여전히 서늘했다.강무가 타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허강은 죽다 살아난 사람답지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229화. 눈 돌려

    문이 열리자 진묵이 먼저 사라졌다.빗장 밖에 서 있던 금군은 기름 항아리를 들고 있었다. 문 안이 비었다고 여긴 첫 사람이 발을 들이는 순간, 깨진 병풍 뒤에서 젖은 쇠사슬이 날아왔다.먼저 보인 것은 날이 아니라 창끝에 맺힌 기름방울이었다. 불을 끄러 온 군졸의 무기에는 붙을 까닭이 없는 냄새였다. 진묵은 보요를 병풍 안쪽으로 밀고 제 몸으로 입구를 가렸다. 옆구리에서 새 피가 번졌으나 얼굴에는 통증이 지나가지 않았다.철컥.사슬이 창대와 손목을 함께 감았다. 진묵이 당기자 군졸 둘이 서로 부딪혀 문턱 안으로 넘어졌다. 소월백은 세 번째 사람의 팔꿈치를 비틀어 항아리를 받아 냈다. 기름 한 방울도 바닥에 쏟아지지 않았다."황자가 사람 팔을 잘 꺾는군.""삭왕 전하께서는 죄인 꼴로도 말이 많으십니다.""왕비를 데려왔으니 팔 하나로 끝내."진묵은 빼앗은 포승으로 군졸 넷을 탕 기둥에 묶었다. 죽이지는 않았으나 소리 낼 틈도 주지 않았다. 허강과 강무가 금군의 겉옷을 걸쳤고, 보요에게는 키가 가장 작은 군졸의 회색 덧옷이 돌아왔다.갑옷은 불을 쬐어 미지근했고 안감에는 낯선 사내의 땀 냄새가 배었다. 강무는 탄 손을 소매 안에 감추고 허강은 내려앉은 어깨 쪽 끈을 느슨하게 풀었다. 둘 다 걸음만 멀쩡히 보이면 문 하나쯤은 지날 수 있었다.진묵은 보요 몫의 덧옷을 두 번 털었다. 주머니와 안감, 옷깃의 바늘땀까지 손으로 훑고 나서야 그녀 어깨에 대어 보았다.진묵이 직접 옷을 들었다."눈 돌려."소월백의 미간이 좁아졌다."겉옷 하나 걸치는 데까지 그래야 합니까.""그 하나도 내 부인 것이다.""왕야도 돌아서세요."보요의 말에 진묵은 즉시 등을 돌렸다. 소월백은 그 등을 보다가 입가를 눌렀다. 보요는 먹빛 겉옷 위에 회색 덧옷을 겹쳐 입고 머리의 보요 장식을 빼 소매에 넣었다. 둥글어진 배는 넉넉한 옷자락 아래로 겨우 가려졌다.머리 장식이 빠지자 검은 머리칼 한 타래가 귀 옆으로 흘렀다. 진묵은 돌아선 채로도 사락이는 소리를 들은 듯 손가락

  •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228화. 타는 궤

    진묵이 깨진 병풍 뒤에서 나왔다.한쪽 옷자락은 옆구리의 피에 붙었고, 풀린 머리칼 끝은 불에 오그라들었다. 맨발에는 백자 조각에 베인 상처가 줄줄이 나 있었다. 그런데도 소월백의 팔부터 보는 눈은 멀쩡했다.보요가 쥐고 있던 옥빛 소매를 놓았다."왕야."숨결에 젖은 그 부름에 진묵의 어깨가 먼저 풀렸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감아 안았다. 배를 피해 등이 휘도록 끌어당기면서도 눈은 소월백을 향했다.젖은 관복에서 탄 종이와 피 냄새가 났다. 보요의 뺨이 그의 맨가슴 가까이에 닿자 밤새 차갑던 숨이 비로소 흔들렸다. 손은 옆구리 상처를 피해 등 가운데를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젖은 머리칼이 미끄러졌다.진묵은 그녀의 귀 아래에 얼굴을 묻었다. 입술이 닿지는 않았으나 뜨거운 숨이 같은 자리를 오래 데웠다. 살아 있는 사람의 온도가 목덜미에서 천천히 퍼졌다."다음에는 그자 없이 와.""길을 연 사람이 월백입니다.""공은 안다. 다음엔 문만 열고 물러나라 해."보요의 굳었던 입술 끝이 속절없이 풀렸다. 소월백은 그 작은 웃음을 보고서야 시선을 돌렸다."다치셨잖아요. 조금 놓으세요."팔이 곧 느슨해졌다. 떨어지지는 않았다. 소월백은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손바닥 하나만큼의 틈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병풍 뒤에는 허강이 젖은 옷을 덮고 누워 있었고 강무가 탄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허강의 검 손잡이는 끝까지 품 안에 감춰져 있었다."왕비마마."강무가 머리를 숙이려 하자 보요가 막았다."살아 나오신 뒤에 받겠습니다. 가족은 어디 있습니까.""서쪽 세탁방에 둘, 허 부도위의 식구 셋은 자녕궁 수방에 있습니다."소월백이 문 쪽에 귀를 댔다. 바깥에서 항아리 마개를 여는 소리가 났다."기름을 붓고 있어.""또 태우겠군."진묵은 보요를 품에서 놓지 않은 채 말했다. 그녀가 상처 난 옆구리를 보려 하자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보지 마.""손 치우세요."손이 곧 내려갔다. 소월백의 입가에 웃음이 잠깐 걸렸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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