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때였다.
옆 테이블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기침을 했다.
이든과 애리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여학생 셋이 앉아 있었다.
셋 다 방금까지 대화를 듣고 있던 얼굴이었다.
몇 초 동안 아무도 말을 안 했다.
그리고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미안. 다 들렸어.”
애리가 눈을 깜빡였다.
여학생이 애리를 보며 감탄하듯 말했다.
“근데. 멋있다.”
애리가 웃었다.
“뭐가.”
“너.”
“완전 쿨하다.”
다른 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보통 저 상황이면 난리 나거든.”
애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왜.”
“내 남친인데.”그 말에 테이블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물을 마셨다.
하지만 귀가 조금 빨개져 있었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 화장실 좀.”
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든이 식당 끝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다른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학생 하나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애리.”
애리가 고개를 들었다.
“응?”
“이든. 진짜 너 남친 맞아?”
애리가 웃었다.
“응. 왜?"
여학생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니 그냥.”
“이든 인기 많잖아.”
애리가 태연하게 말했다.
“도전해 볼래?”
테이블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애리가 덧붙였다.
“근데 오빠 잘 안 넘어가.”
여학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와.”
“진짜 쿨하다.”
“…둘이 진짜 오래 가겠다.”
***
그 말은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도 조금씩 이어졌다.
종이 울리고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식당 안에 섞였다.
몇 명은 여전히 아까 이야기를 하면서 복도로 걸어 나갔다.
복도는 금방 다시 시끄러워졌다.
사물함 앞에 서 있던 학생 몇 명이 자연스럽게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애리 걔 알아?”
옆에 있던 애가 고개를 들었다.
“누구?”
“이든 여자친구.”
“…아.”
“걔 완전 쿨하다던데.”
“왜?”
“이든 인기 올라가도 전혀 신경 안 쓴대.”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누가 물어봤다잖아.”
“이든 진짜 남친 맞냐고.”
“…그래서?”
“그러니까 애리가 그러더래.”
“도전해 볼래?”
복도 끝에서 웃음이 터졌다.
“와.”
“…센데?”
다른 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바로 말했대.”
“이든 잘 안 넘어간다고.”
잠시 복도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둘이 진짜 오래 가겠다.”
그 말은 생각보다 오래 따라다녔다.
***
며칠 뒤에는 작업실에서도 그 얘기가 흘러나왔다.
노아가 소파에 반쯤 누운 채 말했다.
“이든.”
이든이 기타 줄을 만지다가 고개를 들었다.
“왜.”
노아가 웃었다.
“너 여친 유명해.”
“…뭐가.”
“학교에 소문 다 났다던데.”
이든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왜.”
노아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누가 너 남친 맞냐고 물어봤다잖아.”
“그래서 애리가 그러더래.”
노아가 웃으며 따라 했다.
“도전해 볼래?”
마커스가 바로 웃었다.
“…애리 성격 나온다.”
이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타 줄을 한 번 툭 건드렸다.
짧은 소리가 작업실 안에 울렸다.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노아가 피식 웃었다.
“쟤, 표정 봐라.”
이든은 고개를 조금 숙인 채 기타를 다시 잡았다.
하지만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가 있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내가 여자를 잘 골랐어.그 이야기는 생각보다 멀리까지 퍼졌다.
***
며칠 뒤, 졸업생 단체 채팅방에서도 누군가가 그 얘기를 꺼냈다.
[야]
[리지우드 요즘 난리라던데] [뭐] [실버라인] [이든]메시지가 몇 개 더 올라왔다.
쇼핑몰 공연 영상 링크였다.
리아는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 속에서 이든이 기타를 치고 있었다.
무대 조명도 제대로 없는 쇼핑몰 공연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 시선이 전부 그쪽으로 모여 있었다.
리아가 잠깐 화면을 멈췄다.
이든 얼굴이 크게 잡힌 장면이었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많이 컸네.”
잠시 후, 채팅창에 메시지가 하나 더 올라왔다.
[야 근데]
[이든 여친도 유명하대] [애리] [완전 쿨하다던데] [누가 이든 진짜 남친 맞냐고 물어봤다잖아] [그래서?] [도전해 볼래? 이랬다던데]리아가 화면을 내려다보며 아주 조용히 웃었다.
“…그래?”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럼.”
“나도 한 번 해 볼까.”
그리고 더 영상을 봤다.
쇼핑몰 중앙 무대를 사람들이 난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아가 한쪽에서 리듬을 타고, 마커스가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이든이 기타를 쳤다.
리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봤다.
브릿지 파트가 나오자 이든이 마이크를 잡았다.
리아의 눈이 조금 더 가늘어졌다.
“…노래도 하네.”
댓글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 기타 치는 애 누구냐?
- 실버라인 미쳤다 - 저 애 뭐야리아가 화면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재밌네.”
잠시 후 노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바빠?]
몇 초 뒤 바로 답이 왔다.
[왜]
리아가 다시 화면을 봤다.
이든이 기타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메시지를 보냈다.
[작업실이야?]
노아의 답장이 올라왔다.
[응]
그녀는 웃었다.
[잠깐 갈게]
***그날 저녁이었다.
학교 뒤쪽, 사람이 거의 없는 별관 근처는 해가 거의 내려간 뒤라 이미 어둑했다.
검은색 차 한 대가 건물 앞에 천천히 멈췄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리아가 차에서 내렸다.
백금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건물을 한번 바라봤다.
익숙한 곳이었다.
예전에 몇 번 와 본 적 있는 작업실.
리아는 짧게 숨을 내쉰 뒤 계단을 올라갔다.
작업실 문 앞에 멈춰 서자 안쪽에서 기타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리아가 작게 웃었다.
“…열심히네.”
문을 열고 안을 둘러보았다.
작업실 안에는 따뜻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노아는 소파에 기대 앉은 채 베이스 줄을 천천히 튕기고 있었고, 마커스는 노트를 들고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창가 쪽.
이든이 의자에 앉아 기타를 치고 있었다.
짧은 리프였다.
노아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어.”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웃었다.
“왔네.”
마커스도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리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영상 봤어. 난리던데.”
노아가 웃었다.
“그 정도냐.”
리아가 작업실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앰프와 기타 케이스, 케이블이 바닥에 느슨하게 놓여 있었다.
예전이랑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다만. 이든이 조금 달라 보였다.
이든은 기타 줄을 한 번 더 튕긴 뒤 고개를 들었다.
“…리아?”
리아가 웃었다.
“왜. 놀랐어?”
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그냥. 갑자기라.”
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봤다니까.”
그리고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노래도 하던데.”
이든이 기타 줄을 툭 건드렸다.
“…가끔.”
리아 시선이 옆으로 움직였다.
창가 쪽에는 애리가 서 있었다.
손에는 캠코더가 들려 있었고, 렌즈는 이든을 향하고 있었다.
애리도 이미 리아가 들어오는 걸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리아가 가볍게 웃었다.
“오랜만.”
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리아가 작업실 안을 한 번 더 둘러봤다.
그리고 노아에게 물었다.
“연습 중이야?”
노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새 거 좀 맞춰 보는 중.”
마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까 만들던 거. 다시 해보자.”
이든이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마커스가 말했다.
“어차피 할 거잖아.”
이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기타를 들고 손가락을 줄 위에 올렸다.
짧게 코드를 튕겼다.
노아가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고 마커스가 리듬을 흥얼거렸다.
리아는 벽에 기대 선 채 말없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영상으로 볼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이든이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창가 쪽 옆에 있는 애.
캠코더를 들고 있는 애리를 다시 한 번 쳐다봤다.리아가 피식 웃었다.
“…아깝네.”
시선이 애리에게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이든으로 돌아왔다.
리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얼굴로 팔짱을 꼈다.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하나였다.
원래는 내 쪽으로 올 애였는데.
9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애리는 예일 기숙사에 들어갔고, 본격적인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처음 며칠은 정신없이 지나갔다.새로운 강의실을 찾아 캠퍼스를 돌아다녔고, 수업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고등학교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던 때와 달리 수업 사이에 몇 시간씩 비는 날도 있었고, 하루 종일 강의가 이어지는 날도 있었다.그래도 혼자는 아니었다.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제이미와 니키가 같은 기숙사에 배정되면서 셋은 자연스럽게 자주 어울리게 됐다.점심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니키가 말했다.“나 오늘 낮잠 좀 자야겠다.”제이미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너 아까 수업에서도 잤잖아.”“그건 잔 게 아니라 눈 감고 들은 거야.”애리가 웃었다.“그게 잔 거지.”세 사람은 함께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제이미와 니키의 방은 같은 층에 있었다.둘은 운 좋게 룸메이트로 배정됐다.애리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너희는 좋겠다.”제이미가 물었다.“왜?”“둘이 같은 방이잖아.”“너도 룸메 있잖아.”“있지.”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근데 아직 잘 모르겠어.”니키가 웃었다.“며칠 같이 살았는데?”“마주칠 일이 별로 없어. 들어오는 시간도 다르고.”“어떤 애인데?”애리는 잠깐 생각했다.“잘 모르겠어. 되게 바쁜 것 같던데.”그때까지만 해도 애리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서로 생활 시간이 다르면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뉴헤이븐 시내.안경을 쓴 40대의 여자 부동산 중개인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안녕하세요.""웨스트 씨 맞으시죠?""저는 메건입니다. 오늘 집 안내를 맡았습니다."줄리안이 먼저 악수를 건넸다."잘 부탁드립니다."중개인이 미소를 지었다."저도요.""미리 말씀드린 대로 세 곳 준비했습니다.""먼저 첫 번째 집부터 보시죠."줄리안과 애리는 메건의 안내에 따라 차에 올랐다.운전을 하며 메건이 말을 꺼냈다."첫 번째는 콘도입니다.""예일까지는 걸어서 7분 정도고요.""보안이 좋아 교수님들이나 대학원생분들도 많이 거주하세요."차는 어느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메건이 리모컨을 누르자 차단기가 올라갔다."입주민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깔끔한 복도가 이어졌다.메건이 현관문을 열었다."여기입니다."둘은 안으로 들어가서 집을 둘러보았다.거실과 주방이 이어진 구조였고, 안쪽에는 침실 두 개가 있었다.전체적으로 깔끔했다.애리가 거실을 둘러보며 말했다.“괜찮은데?”“응. 나쁘지 않네.”줄리안도 천천히 안을 둘러봤다.그러다 메건에게 물었다.“여기 방음은 어때요?”“방음이요?”“제가 밤에도 기타를 치는 편이라서요.”메건이 생각하듯 말했다.“그렇다면 이곳은 조금 불편하실 수도 있어요. 건물 규정상 늦은 시간에는 소음에 꽤 민감하거든요.”줄리안의 표정이 바로 미묘해졌다.애리가 그걸 보고 웃었다.“여기는 안 되겠네.”줄리안도 웃었다.“그러게.”메건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음 집을 보시죠.”세 사람은 다시 차에 올랐다.두 번째 집은 예일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학교 주변을 벗어나자 거리도 한결 조용해졌다.차는 나무가 늘어선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메건이 비슷한 형태의 집들이 이어진 곳 앞에 차를 세웠다.“여기입니다.”애리가 차에서 내려 건물을 올려다봤다.2층짜리 타운하우스였다.첫 번째 콘도와 달리 각각의 집마다 현관이 따로 나 있었고, 앞쪽에
줄리안은 계속 바빴다.아침이면 작업실로 향했다가 밤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녹음이 끝나면 편곡을 수정했고, 수정이 끝나면 다시 녹음이 이어졌다.노아는 베이스 라인을 다듬었고, 마커스는 키보드와 스트링 편곡을 여러 번 수정했다.라이언은 세 사람의 의견을 하나씩 정리해서 사운드를 맞춰 갔다.댄은 그 사이를 오가며 일정표를 계속 조정했다.3집은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그 사이 애리도 예일대학교 입학 준비를 차근차근 이어 갔다.어느 날 저녁.애리는 노트북으로 예일에서 온 메일을 읽고 있었다."줄리안."작업실에서 돌아와 소파에 앉아 있던 줄리안이 고개를 들었다."응?""예일에서 메일 왔어."줄리안이 애리 옆으로 다가왔다.애리는 노트북 화면을 가리켰다."오리엔테이션 안내인데..."천천히 아래로 내리던 손가락이 한곳에서 멈췄다.'교외 거주 신청.'기숙사 대신 교외 거주를 희망하는 학생은 별도의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안내였다.애리가 화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이거 신청해 볼까?"줄리안도 메일을 끝까지 읽었다."집은 어차피 구할 생각이었잖아.""그러니까.""미리 신청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애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날 두 사람은 신청서를 함께 작성했다.공개된 신분으로 인한 사생활 보호 문제와 학교 인근 거주 계획을 간단히 적어 제출했다.며칠 뒤 예일대학교에서 답장이 도착했다.결과는 불가였다.사유는 간단했다.학부생은 첫 네 학기 동안 교내 거주가 원칙이며, 예외는 기혼자나 만 21세 이상 학생에게만 허용된다는 내용이었다.애리는 메일을 읽고 줄리안을 바라봤다."안 된다네."줄리안이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결혼할 걸 그랬네.""그때?""나 졸업하기 전.""프롬 가기 전에 프로포즈했을 때.""그랬으면 같이 살 수 있잖아."애리가 줄리안을 쏘아봤다."줄리안~.""현실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안 되나?"줄리안이 멋쩍
햄튼에서 돌아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아침이었다.줄리안은 기타 케이스를 닫고 노트북을 가방에 넣었다.소파에서 책을 읽던 애리가 고개를 들었다."오늘 작업실 가?""응.""댄이 오라잖아."애리가 빙긋 웃었다."3집 작업 잘하고 와."줄리안도 웃었다."그러게."애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줄리안 앞에 섰다.구겨진 셔츠 깃을 손으로 가볍게 펴 주었다."잘 다녀와."줄리안이 웃으며 물었다."넌 뭐 할 건데?""글쎄.""책 좀 읽고.""장도 좀 보고."잠시 생각하던 애리가 말했다."저녁은 내가 해 볼까?"줄리안이 피식 웃었다."또 라면?"애리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니야.""이번엔 다른 거 해 볼게."줄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주방은 살아남길 바래.“애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줄리안!""끝나면 전화할게."줄리안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어."가볍게 입을 맞춘 뒤 줄리안은 현관문을 나섰다.***애틀랜틱 작업실.줄리안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노아와 마커스는 이미 와 있었다.잠시 후,문이 다시 열리며 댄과 라이언이 들어왔다.라이언이 멤버들을 둘러보며 웃었다."너희, 여름 잘 보낸 것 같다.""얼굴이 많이 탔네."마커스가 어깨를 으쓱했다."네. 뭐... 그럭저럭요."댄은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을 꺼냈다."노래.""12곡이라고 했지?"줄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들어보자."줄리안은 노트북을 스피커에 연결했다.바탕화면에 있는 폴더 하나를 열었다.[Horizon]그 안에는 열두 개의 데모 파일이 정리되어 있었다.줄리안은 첫 번째 트랙을 클릭한 뒤 재생 버튼을 눌렀다.첫 번째 곡은 햄튼 별장에서 처음 공개했던 'Summer Starts with You'였다.경쾌한 기타 리프가 작업실 안을 가득 채웠다.곡이 끝나자 작업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댄이 먼저 입을 열었다."좋네."곧바로 다음 곡이 재생됐다.어떤 곡은 30초 만에 넘어갔다.어떤 곡은 1분 정도 듣고 멈췄다.그
다음 날 아침.뉴욕의 한 연예 매체에는 짧은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실버라인 줄리안 웨스트, 이스트햄튼 파티서 미공개 신곡 깜짝 공개]실버라인의 보컬 줄리안 웨스트가 어젯밤 이스트햄튼의 한 별장에서 열린 비공개 파티에서 미공개 신곡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관계자들에 따르면 줄리안은 통기타를 들고 신곡 **〈Summer Starts with You〉**를 처음 공개했으며,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이번 자리는 멤버들과 지인들이 함께한 사적인 모임으로, 공식 공연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실버라인 측은 신곡의 정식 발매 일정과 3집 앨범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아침 신문을 펼쳐 보던 노아가 기사를 읽고 웃었다."너 또 기사 났네."줄리안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이번엔 뭐."노아가 신문을 내밀었다."어제 부른 신곡."줄리안은 기사를 훑어보고는 피식 웃었다."...빠르네."마커스가 신문을 들여다보며 말했다."아니, 어제 파티는 톰이 그렇게 사람들 관리했는데도 기사가 나네."줄리안이 어깨를 으쓱했다."그러게.""나도 어디서 새는 건지 모르겠다."마커스가 문득 물었다."참, 톰은?"노아가 대답했다."아침 일찍 돌아갔어."그리고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이거 괜찮겠냐?""댄 또 전화 오는 거 아니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줄리안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에는 '댄'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줄리안은 작게 한숨을 내쉰 뒤 전화를 받았다."네."댄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줄리안.""어제 신곡 공개했다며.""...""어디까지 불렀어?"줄리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한 곡이요."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애리와 레이첼도 자연스럽게 줄리안을 바라봤다.댄이 다시 물었다."확실한 거지?""네.""신곡은 몇 곡이나 썼나?"줄리안은 한 박자 생각한 뒤 대답했다."12곡입니다.""..."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이내 댄이 입을 열었다."내
"...잠깐."톰이 리아와 그 일행들의 진입을 막았다.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초대받은 사람이야?"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아니요.""여기 사는데요."톰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뭐?"리아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여기 우리 집.""아니, 정확히는 우리 쌍둥이 동생 집.""근데 나도 맨날 와서."그러더니 별장 안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노아!""야, 노아!"잠시 후 노아가 현관으로 걸어 나왔다.리아를 보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너 왜 왔냐?"리아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무슨 소리야.""나도 여기 살잖아."노아가 헛웃음을 흘렸다."어제 아침에 짐 싸서 나갔잖아."리아가 입을 삐죽였다."그건…“노아가 어깨를 으쓱했다."나갈 땐 마음대로 나가도..."잠깐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들어올 땐 안 되지.""웃기지 마."리아가 막무가내로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톰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았다."오늘 파티는 초대받은 분만 입장 가능합니다."리아가 노아를 노려봤다."너, 정말 이럴 거야?"노아는 어깨를 으쓱했다."여기 계신 톰 사령관님 명령이야.""난 권한 없어.""잘 가라."리아는 분을 참지 못한 채 씩씩거리다가 노아를 한 번 더 노려봤다.“엄마한테 이를 거야.”노아가 피식 웃었다.“그래.”“엄마도 초대 안 받았어.”그렇게 말한 노아는 미련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리아는 한동안 별장을 노려보다가 등을 돌렸다."그냥 가자.""치사해서 원."그때 일행 중 한 명이 아쉬운 듯 말했다."실버라인 파티라며?""들어가서 사진 좀 찍으려고 했더니…"그 말을 들은 톰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계속 여기 있으면 경찰 부르겠습니다."톰의 말에 일행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슬슬 발걸음을 돌렸다.잠깐의 소동은 그렇게 끝이 났다.별장 안에서는 다시 음악과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누가 왔다 간거냐?"음악을 잠시 멈춘 DJ 케빈이, 안으로 들어온 노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