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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클럽 공연

Author: Kh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0 21:21:39

작업실 문이 열리자 겨울 공기가 한 번에 밀려 들어왔다.

레이첼이었다.

짧은 무스탕에 머리를 대충 묶은 채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너희들.”

노아가 소파에서 몸을 조금 일으켰다.

“왜.”

레이첼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웃었다.

“일 하나 들어왔다.”

마커스가 앰프 옆에서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

레이첼이 어깨를 으쓱했다.

“클럽.”

“내가 알바하는 데.”

노아의 눈이 조금 커졌다.

“…진짜?”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 금요일.”

“오프닝 비는데 한 번 해 보래.”

작업실 안 공기가 순간 조용해졌다.

마커스가 피식 웃었다.

“오… 클럽 공연이야?”

노아가 이든을 봤다.

이든은 창가 쪽 의자에 앉아 기타 줄을 만지고 있었다.

짧은 리프가 한 번 울렸다.

“…언제라고?”

“다음 주.”

레이첼이 말했다.

“한 세트면 된대.”

노아가 바로 웃었다.

“이거 재밌겠다.”

마커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이든에게 향했다.

이든은 기타 줄을 한 번 더 툭 건드렸다.

“…해 보자.”

그 말이 떨어지자 작업실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

뉴저지의 작은 클럽이었다.

천장이 낮았고 조명은 붉은빛이었다.

무대 앞에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고, 음악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리아는 바 쪽에 서 있었다.

손에 맥주잔이 들려 있었다.

무대 위 조명이 켜졌다.

마커스가 먼저 올라왔다.

노아가 뒤따라 올라갔다.

짧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든이 기타를 메고 무대 위에 섰다.

앰프 앞에 멈춰 선 채 케이블을 한 번 더 눌러 꽂았다.

짧은 ‘툭’ 소리가 울렸다.

객석에서는 아직 큰 반응이 없었다.

그냥 흘려보는 시선 몇 개 뿐이었다.

리아가 눈을 조금 가늘게 떴다.

“…유리온실.”

말을 고쳤다.

“이제 아니지…”

이든이 기타 줄을 한 번 튕겼다.

짧은 리프가 낮게 깔렸다.

그 소리가 클럽 안을 천천히 채웠다.

앞쪽에 서 있던 몇 명이 고개를 들었다.

마커스가 마이크를 잡았다.

“원, 투...”

가볍게 박자를 짚었다.

노아는 바로 리듬을 얹었다.

베이스가 아래에서 받쳐줬다.

곡이 시작되고 마커스가 노래를 불렀다. 

노아가 바로 랩을 이어받았다.

객석에서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씩, 시선이 모이기 시작했다.

리아는 가만히 보고 있었다.

브릿지 파트. 

이든이 한 발 앞으로 나오며 마이크를 잡았다.

짧게 숨을 들이쉰 뒤, 바로 목소리가 터졌다.

클럽 스피커를 타고 조금 거칠게 울렸다.

그러자 리아의 눈이 조금 커졌다.

“…어.”

그의 음성은 예상보다 훨씬 또렷했다.

코러스가 시작됐다.

마커스, 노아, 이든.

셋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겹쳤다.

높은 음과 낮은 음,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목소리까지 소리가 단단하게 맞물렸다.

앞쪽에 있던 몇 명이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박자를 손으로 두드렸다.

뒤쪽에서도 시선이 하나둘 올라왔다.

이든은 기타를 치면서 고개를 살짝 들었다.

조명에 얼굴이 반쯤 가려졌다.

그 상태로 코러스를 한 번 더 밀고 갔다.

리아는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아니.”

시선을 이든에게 고정한 채 작게 중얼거렸다.

“꽤 괜찮네.”

***

같은 시간

애리는 집 앞 주차장에 서 있었다.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레이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곧 시작해]

애리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영상 찍어줘요]

잠시 후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붉은 조명 아래 클럽 무대, 그리고 그 중심에 이든이 서 있었다.

기타와 목소리가 겹쳐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멋있다.”

영상이 끝나자 애리는 외투를 한 번 여미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집을 올려 봤다.

다시 화면을 한 번 더 본 뒤,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

공연이 끝난 뒤였다.

이든은 애리네 집 앞까지 왔다.

차 안이었다.

창문에는 겨울 김이 조금 서려 있었고 라디오에서 음악이 작게 흐르고 있었다.

“공연 못 봤지.”

“영상 봤어.”

이든이 피식 웃었다.

“레이첼이 찍어줬어?”

“응.”

애리가 그를 보며 말했다. 

“…오빠 멋있었어.”

이든이 손을 뻗어 애리 손을 잡았다.

잠시 조용한 공기가 흘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애리를 봤다.

“직접 보고 싶지 않아?”

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보고싶지, 엄청"

“근데, 나 들어가면 클럽 닫힐 걸.”

이든이 웃었다.

“그건 맞네.”

차 안이 조용해졌다.

그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애리의 머리 옆으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갔다.

입술이 닿았다.

처음에는 짧게.

애리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키스가 조금 더 길어지고, 차 안 공기가 따뜻해졌다.

이든의 손이 애리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 순간.

애리가 깜짝 놀라며 몸을 살짝 뒤로 뺐다.

“오빠…”

이든이 바로 멈췄다.

“…왜.”

“…아직. 거기까지는.”

차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이든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미안.”

“나 너 너무 좋아해서.”

애리가 바로 말했다.

“나도 좋아.”

“…근데. 아직 마음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그는 잠깐 애리를 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기다릴게.”

이든의 말이 끝나자 애리가 웃었다.

그리고 다시 이든 쪽으로 조금 기대었다.

***

클럽 공연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주 주말에 레이첼이 일하는 클럽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다음 주도 할래?”

노아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진짜 클럽 밴드 되겠다.”

마커스도 웃었다.

“나쁘지 않지 뭐.”

이든은 기타를 멘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 후 조금씩 사람들이 실버라인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클럽에는 늘 같은 얼굴이 하나 있었다.

바 쪽.

긴 백금발 머리의 리아였다.

그녀는 이든이 브릿지를 부르는 순간마다 입가에 웃음이 조금 올라왔다.

“…이 정도였어?”

그리고 시선이 이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리아는 생각했다.

저 애.

예전보다 훨씬 눈에 들어오네.

***

그런데 이든 마음은 조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공연은 점점 잘됐다.

사람들이 이름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밤이 길어졌다.

클럽.

음악.

술.

청춘이 끓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차를 몰고 집에 갈 때면 이든의 머릿속에는 늘 같은 얼굴이 떠올랐다.

애리였다.

이든이 혼자 중얼거렸다.

“…아 진짜.”

“…열아홉 살 미치겠네.”

청춘은 뜨거웠고, 사랑은 아직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이든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

클럽 공연이 끝난 뒤였다.

사람들이 조금씩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마커스는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고, 노아는 바 쪽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레이첼은 바 뒤에서 컵을 씻으며 방금 찍은 영상을 다시 보고 있었다.

이든은 무대 뒤쪽에 앉아 기타 케이스를 닫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아직도 조금 뜨거웠다.

조명 아래에서 연주하고 나면 늘 남는 감각이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무대 뒤쪽으로 들어왔다.

“이든.”

이든이 고개를 들었다.

리아였다.

긴 백금발 머리를 느슨하게 묶은 채,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 있었다.

이든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또 왔네.”

리아가 웃었다.

“왜. 오면 안 돼?”

이든은 기타 케이스를 닫았다.

“…그건 아닌데. 요즘 매번 오네.”

리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으니까... 너네 공연.”

이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기타 케이스를 들어 올렸다.

리아가 그걸 보다가 말했다.

“한 잔 할래?”

이든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

“응.”

리아가 바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안쪽에 조용한 데 있어.”

이든은 잠깐 생각했다.

오늘 공연은 이미 끝났다.

노아와 마커스는 아직 클럽 안에 남아 있었고, 자신도 딱히 바로 집에 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히 조금 들떠 있었다.

무대 위에서 내려온 직후의 기분.

심장이 아직 조금 빠르게 뛰는 상태.

“…그래.”

결국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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