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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Author: 꽃길
“나 진짜 크게 키워서 체인점 만들 거거든? 그냥 놀면서 하는 거 아니야.”

안리영에게 내 계획을 막 설명하려던 참에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안리영과 통화하며 일어나서 문 쪽으로 갔다.

밖에 누가 왔는지 먼저 들여다본 나는 순간 멍해졌다.

“집에 누가 온 거야? 그럼 끊을게.”

안리영도 초인종 소리를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진 대표님이 왔어.”

안리영도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

“정우 씨 찾으러 온 거야?”

“정우 씨 집에 없는데...”

안리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널 찾으러 온 거겠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이따가 나한테 전화 한 통만 해줘. 안 받으면 그 사람한테 살해당한 걸로 생각하고 신고해주고...”

내 말에 안리영은 소리 내어 웃었다.

“임신하면 생각이 많아진다더니... 차라리 지금 신고하고 문 열지 마. 그래야 살아남지.”

그녀의 말에 나도 미소를 지었다.

“신고는 일단 안 하고 정우 씨한테 얘기는 할게.”

전화를 끊은 나는 인터폰 너머로 보이는 진수로를 찍어서 진정우에게 보내고서야 문을 열었다.

“진 대표님.”

“갑작스레 와서 미안해.”

진수로는 조금 나온 내 배를 힐끗 쳐다보았다.

“정우는? 집에 있어?”

“정우 씨가 집에 있었으면 대표님께서 여기까지 오지도 않으셨겠죠.”

나는 그의 속셈을 바로 들춰냈다.

진수로는 어떤 말을 해도 화내지 않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었다.

“정우가 있으면 말하기 불편한 얘기라서 그래. 나도 정우 못 이기거든.”

진수로는 겉으로 보면 전혀 부잣집 도련님 같아 보이지 않았다.

“들어와서 앉으세요. 물이라도 드릴까요?”

나는 예의상 물었다.

“그럼 물 한 잔 부탁해요. 차로 주시면 더 좋고요.”

진수로는 전혀 사양하지 않고 자기 집처럼 행동했다.

내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그는 집안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지원 씨 집 맞지?”

“네.”

나는 차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두 손으로 받으며 말했다.

“고마워.”

“집 구조 괜찮네. 그런데 부부가 같이 살기엔 좀 별로야.”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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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촌,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나한테 아무 말도 없었잖아?”안리영은 지금 당장 그의 품에 안기고 싶은 걸 애써 참았다.만약 어렸을 때라면 당장에라도 그에게 안겼을 텐데 지금은 다 큰 성인이고 아무리 삼촌이라고 해도 남자 여자는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멈춘 탓인지 몸이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는데 조시언이 빠르게 그녀를 부축했다.“회식하는데 분위기를 망칠까 봐.”그러자 안리영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낮은 소리로 답했다.“난 여기에 오고 싶지도 않았어. 그냥 소파에서 누워있다가 삼촌이 끓여다 준 라면이나 먹으려 했단 말이야.”그러자 조시언은 한껏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답했다.“그러면 빨리 가자. 라면이 아니라 더 맛있는 걸 해뒀어.”그의 말을 단번에 알아들은 안리영이 되물었다.“진작에 밥을 했다고?”“응, 저녁에 집에서 가볍게 우리끼리 축하 파티를 하자고 했었잖아. 네가 오늘에는 분명 피곤해할까 봐 미리 해뒀지.”조시언은 사실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차갑고 냉정하기 그지없지만 안리영한테만은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사실 구안석도 그녀에게 요리해 준 적이 있었다.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가끔 안리영이 그를 찾아갈 때마다 아침밥을 해줬었는데 나중에는 일이 너무 바빠 어쩔 수 없이 혼자 밥 먹으로 보내야 했거나 쭉 밖에서 식사하곤 했다.하여 구안석은 두 사람이 헤어진 건 타이밍도 계속 안 맞았고 또 업무 때문에 제대로 그녀를 챙겨주지 못했던 게 원인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조시언의 모습을 본 순간 이 모든 게 다 핑계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가 안리영이 이미 차 앞까지 도착한 모습을 발견한 후에야 구안석은 자기 손에 들려있는 그녀의 가방이 생각났다.그러나 그는 이미 두 사람 쪽으로 다가갈 자신이 없었다.한참 동안 망설이고 있던 이때, 갑자기 귀청을 찢는 듯한 경적이 들려 고개를 들고 보니 웬 오토바이 한 대가 두 사람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93화

    편안한 축하 파티라고 해도 편안한 자리여서 그런지 모든 사람이 즐겁게 술을 마시며 분위기를 만끽했다.구안석도 분위기에 휩쓸려 몇 잔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고 안리영도 마찬가지였다.의사라 그런지 알코올을 많이 마시게 되면 신경이 마비된다는 인식이 박혀버렸기 때문이다.“괜찮아?”구안석은 줄곧 안리영 옆에서 사람들의 축하를 받다가 겨우 한산해진 틈에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응.”아까까지 단답형인 조시언에게 불만이던 안리영은 문득 이 방법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대답할 기력이 없었고 거기에 술까지 마시게 되니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아니면 내가 먼저 집까지 데려다줄게.”진작에 안리영의 상태를 눈치챘던 구안석이 걱정스레 말하자 마침 그녀도 가고 싶었던 참에 재빨리 답했다.“나 혼자 갈 수 있어. 대신 사람들한테 좀 잘 말해줘.”“지금 술에 취했는데 이 상태로 혼자 가면 내가...”걱정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구안석은 끝까지 내뱉지 못했다.어차피 지금 안리영은 그의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아예 없는데 여기서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가는 지금보다 더욱 거리를 두고 안 만나줄지도 모른다.“시간도 늦었는데 혼자 가면 위험해.”하여 어쩔 수 없이 다른 핑계를 댔다.“삼촌한테 데리러 오라고 하면 돼.”안리영의 대답에 구안석의 얼굴이 삽시에 어두워졌지만 이미 핸드폰을 꺼내 조시언에게 연락하려는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보아하니 조시언에 대한 신뢰가 꽤 깊어 보였다.“그런데 왜 그 사람이랑 지금 같이 살고 있어? 혼자 살면 조용해서 좋다고 했었잖아?”구안석의 물음에 안리영은 조시언에게 문자를 보내며 답했다.“아빠랑 엄마가 계속 돌아오라고 독촉해서 잠시 삼촌네 집에 숨어 있으려고.”그녀의 대답에 구안석은 그제야 묵은 체가 내려가듯 안심되었다.더구나 술이 살짝 들어가 알딸딸한 상태라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계속 거기에 있으려고?”“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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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께서 안목이 없으신거죠...”나는 하마터면 그쪽 아버지가 사람 깔보는 게 취미라고 말할뻔했다.여태껏 진수로는 항상 성실한 모습만 보여줬다.그리고 진정우가 사라졌던 시기에도 나를 돌봐줬던 사람인데 나는 아직 저 사람이 진짜 친구로 여겨도 되는 건지, 아니면 지금 연기하는지 구별이 안 되었다.하여 어느 정도는 거리감을 두고 말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어쨌든 진수로도 진씨 가문의 사람인데, 어느 날 진정우가 다시 돌아와 내가 뒤에서 어르신 흉을 봤다는 소식을 듣기라도 하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내 말이 그 말이야. 나처럼 능력도 있고 말도 잘 듣는 후계자를 놔두고 왜 하필 정우만 고집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만약 정우가 끝까지 거절하면 어떻게 할지 어디 두고 보겠어!”왠지 그의 속마음을 들은 느낌이다.“어쩌면 그때 가서 제발 받아달라고 도리어 사정할지도 모르겠네요.”내가 웃으며 비행기를 태워주자 진수로가 대뜸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역시 정우의 아내라서 그런지 속이 시커먼 게 똑같네.”그가 돌아간 뒤 나는 소파에 앉아 잠깐 생각에 잠겼다.비록 진수로는 오늘 쭉 덤덤한 태도로 말했지만 나는 왠지 일이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만약 진씨 가문에서 이미 손을 쓰기 시작했다면 나와 진정우의 평화롭던 생활도 또 깨지게 될 것이다.그러나 이것도 이미 익숙해졌는지 예전처럼 그리 마음이 심란하거나 걱정되지는 않았다.한참 동안 고민 끝에 나는 강유형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받지 않았다.생각해 보니 지금 한창 강연하고 있거나 제일 바쁜 시간대인 것 같아서 빠르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내 창업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연구해 보았다.점심쯤, 진정우는 내가 며칠 동안 계속 먹고 싶다고 했던 불족발을 포장해 왔다.냄새를 맡으니 더욱 배고파졌지만 하던 일은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았다.“먼저 접시에 덜어줘. 이것만 하고 먹을게.”진정우는 모든 포장지를 뜯어서 접시에 옮긴 뒤 나에게 다가와 입을 맞췄다.“뭐 하고 있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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