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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Author: 코코넛 서고
한때는 떠돌이로 굶주리던 개였건만 이제는 윤기가 번쩍이는 검은 털을 두른 건장한 모습이었다. 살은 단단히 붙었고 걸음걸이는 민첩했으며 콧김마저 거칠고 힘찼다.

‘이 녀석, 일꾼으로는 제격이군.’

서인경은 속으로 그렇게 단정하며 갈수록 이 개에게 묘한 친근감을 느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따끈한 통닭을 천천히 갈라내기 시작했다. 순간 진한 기름 향이 공기 속에 가득 퍼졌다. 멀리 있어도 코끝을 찌를 정도였다.

하물며 개의 예민한 후각은 오죽했을까.

까미는 원래 막효연 곁을 떠나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그러다 코끝이 파르르 떨리더니 번개처럼 고개를 홱 돌려 서인경 쪽을 바라보았다.

침은 금세 길게 흘러내렸으나 처음 보는 사람 앞이라 감히 덤비지는 못하고 그저 애처로운 눈으로 고개만 돌려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닭 한 번, 주인 한 번.

그러더니 코에서 조급한 듯 낮게 킁킁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주 참을 성이 있네.’

서인경은 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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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40화

    맹경운이 보낸 것은 비둘기 전서였다.보통의 전달 경로보다 훨씬 빠른 방식이었다. 그래서 이 소식은 아직 연기준에게만 전해진 상태였다.하지만 변경은 사람이 많고 말도 많은 곳이라 이 일은 결코 오래 비밀로 남을 수 없을 것이다.더구나 연기준은 믿지 않았다. 맹경운의 군대 안에 군령을 어기는 자가 있다는 사실을. 이 일은 누군가 미리 설계해 둔 음모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음모라면 그 배후는 이 일을 결코 비밀로 남겨 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온 천하가 알게 될 터.그때가 되면 진국은 온 세상의 화살을 한몸에 받게 될 것이고 어느 나라든 ‘정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진국을 토벌할 이유가 생기게 될 것이다.이 일은 반드시 신중하게 처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국의 존망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서인경은 서신을 읽고 얼굴이 굳어졌다.“금수 대장공주의 계략은 십수 년을 준비해 온 것이에요. 설마 자신의 야망을 위해 자기 나라 백성들까지 희생시킬 수 있을까요?”서인경의 첫 생각은 분명했다. 이건 금수 대장공주가 스스로 연출한 연극일 가능성이 크다고. 목적은 단 하나, 진국에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그러나 연기준은 잠시 깊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양쪽 모두를 상처 입히는 방식이야. 그러니 그녀의 수법 같지는 않아.”“그렇다면… 다른 배후가 있는 겁니까?”이 사건 뒤에 또 다른 세력이 개입했는지 연기준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는 조금도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그날 밤 바로 결정을 내렸다. 정예 병사 백 명을 이끌고 동쪽 변경으로 떠나기로.이 일은 그가 직접 처리해야 했다.*그때는 이미 한밤중이 깊어가고 있었으나 곤녕궁에는 등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도 잠들 생각이 없었다.연기준은 흰 평상복을 벗고 갑옷으로 갈아입었다.서인경이 손수 그의 망토를 여며 주었다.“모든 일에 조심하세요. 경성에는 제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요. 저와 꼬막이가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연기준이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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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36화

    태후가 아직 분노를 다 삭이기도 전에,서인경이 그녀를 더욱 깊이 증오하게 만들 일이 이어졌다.서인경은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 형식적인 인사 한마디조차 없이 곧바로 한 장의 자백서를 식탁 위에 탁하고 내려놓았다.“태후께서 먼저 이걸 보시죠. 다 읽으신 뒤에 우리 제대로 이야기합시다.”태후는 잠시 망설이다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단 한 줄을 읽은 순간,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하선준… 저 자가 감히 이런 헛소리를 지어내다니! 나를 모함하고 있어. 이 일들, 나는 단 한 가지도 한 적이 없다.”태상황은 그 종이를 힐끗 한 번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그 안의 내용이 이미 익숙하기라도 한 듯, 얼굴에는 놀라움이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내가 여러 번 너를 봐줬지. 보아하니, 이제 네 업보가 돌아올 때가 된 모양이구나.”태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제가 그런 짓을 한 것도 결국 당신 후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 곁에 여자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들은 하나같이 속셈을 품고 있었지요. 제가 때때로 단속하지 않았다면 벌써 궁 안이 뒤집혔을 겁니다. 어쩌면 당신의 황위조차 누군가에게 빼앗겼을지도 몰라요!”그 말을 들은 태상황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네가 내 자식들을 해쳤다는 사실을 따지지 않은 건, 황후로서의 체면을 세워주려 했기 때문이다.”태후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체면을 세워준 거라고요? 그때 당신은 하 씨 가문을 건드릴 배짱이 없으니 저를 벌하지 못했던 거겠지요. 당신은 하 씨 가문의 힘으로 황위를 굳혔습니다. 헌데 제 황아가 여러 황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다른 신하들을 끌어올려 하 씨 가문을 견제했잖아요. 당신이야말로 은혜를 모르는 혼군입니다.”“방자하다!”태상황이 탁자를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이 곧바로 태후의 뺨 위로 날아갔다. 순간, 태후의 단정하던 화장과 머리 장식이 흐트러졌다.서인경은 옆에 서서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자신이 따져 묻기도 전인

  • 시간을 거슬러   제1035화

    “그 뒤로 열일곱 째 황자에게도 태후가 손을 댄 적이 있습니다. 다만 신태비와 열일곱 째 황자가 복이 두터웠지요. 열일곱 째 황자가 조산으로 태어나면서 신태비가 경계심을 품게 되었고 그 뒤로는 더 이상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하선준의 말은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중간에 더듬는 기색조차 없었다.이 모든 일들이 그의 기억 속에 얼마나 또렷하게 남아 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지금의 태자가 태어났을 당시 하선준이 정말로 태후를 막았던 것인지, 아니면 손을 썼다가 실패한 것인지는 서인경으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하 씨 가문은 이미 힘을 잃었다. 하선준이 가문을 지키고 싶어 한다면 서인경은 그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하선준이 진술을 이어 가는 동안 어느새 대리시 소경이 들어와 있었다. 하선준이 말을 마치자 그는 붓을 멈추고 빼곡하게 적힌 진술서를 하선준에게 내밀었다.“하 공께서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문제가 없으시면 서명하고 지장을 찍으시면 됩니다.”하선준은 잠시 멍해졌다.서인경과 연기준이 이토록 준비를 철저히 해 두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을 정했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을 적고 지장을 찍었다.연기준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곧바로 곁에 있던 풍 내관에게 명했다.“하 공을 모시고 하부로 가서 짐의 칙령을 전하거라. 하 공이 대의를 위해 친족의 죄를 밝혔으니 황금 천 냥을 하사한다. 하부에서 조정에 나와 있는 모든 관리들은 한 계급씩 승진시키고 하 노부인에게는 일품 고명부인의 작위를 내린다.”풍 내관이 곧바로 허리를 굽혔다.“명 받들겠습니다.”하선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 연기준이 약속을 이렇게 즉시 지킬 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이미 관직에서 물러난 뒤 그는 세상 인심이 얼마나 빠르게 식는지 똑똑히 겪고 있었다. 집안의 젊은이들조차 관직에서 적지 않은 배척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연기준이 집안의 여인에게

  • 시간을 거슬러   제386화

    대전 안, 황후와 대황자의 시선이 동시에 숙귀비 쪽으로 향했다. 두 사람의 눈빛은 마주쳤다가 곧바로 흩어졌다.열다섯 째 황자는 모친 곁에 더 다가가고 싶어 의자를 살짝 옮겼으나 숙귀비가 단호히 막으며 얘기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열여덟 째 공주가 보고 싶다 하지 않았느냐? 저기 보거라. 신비가 아이를 안고 있다. 공주가 널 기다리고 있어.”열다섯 째 황자가 고개를 돌리니 인자한 미소로 아이를 품은 신비와 그 품속에서 침까지 흘리며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열여덟 째 공주가 있었다. 갓 두 해를 넘긴 공주는 작은 손을 내밀며 꾀

  • 시간을 거슬러   제362화

    백관들 중 단 한 사람도 입을 열지 않았다. 황제가 방망이를 들어 결정을 내리려는 순간, 대전 안 깊숙이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잠깐.”늙은 듯 하지만 결코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서린 목소리. 황제는 당장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켜버렸다. 모두가 고개를 돌리자 태황태후가 황후의 부축을 받으며 느린 걸음으로 전각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의 목소리는 허공을 가르며 울렸다.“애가가 반평생을 살아왔으나 후궁의 빈비가 병권을 쥐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너는 지금 우리 연 가의 황실의 법도를 부수려 하

  • 시간을 거슬러   제315화

    “여기서 한 발짝도 떠나지 말고 지키거라. 왕비가 나가지 못하게 하고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게 하거라.”하인들은 일제히 머리를 숙여 명을 받들었다.복래객잔에서 일어난 큰 소동은 주인장이 이미 일찌감치 관아에 신고해두었다. 형부상서 유준산은 마침 방금 전 단가가 사람을 사주해 제약방을 모함한 사건을 경조부윤에게 이첩하고 막사에 돌아온 참이었다. 아직 앉은 자리가 따뜻해지기도 전에 또다시 급보가 날아들었다. 서인경이 단가의 도련님을 죽였다는 소식이었다.그는 번개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말 한마디 없이 곧장 사건 현장으로 달려갔

  • 시간을 거슬러   제327화

    서인경이 고개를 젓자마자 눈앞이 어두워졌다. 이불이 그대로 머리 위로 뒤집어 씌워져 꼼짝없이 갇혀 버린 것이다. 곧, 창문 틈새에서 또다시 익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연풍의 심장은 덜컥 멎는 듯 뛰었고 그는 발바닥에 불이 난 듯 바람처럼 자리를 떴다. 단 한순간도 더 머물 용기가 없었다.태황태후와 황제는 그렇게 정오까지 그 둘을 기다렸다.연풍은 오히려 극진히 찾아와 여쭈었다.“폐하, 태황태후, 혹 원하신다면 부디 왕부에서 공양을 드시옵소서.”황제는 태연히 차를 몇 잔이나 비워내며 마치 휴식을 즐기듯 앉아 있었다. 반면, 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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