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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미국에서 온 사람

مؤلف: 지호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1-03 08:03:14

남자가 한국에 들어온 지 열흘이 지났다.

인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온 날, 그는 최미연에게 한 줄만 보냈다. 도착했습니다. 답장은 그날 밤, 그녀가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야 왔다. 지금은 만날 수 없다고,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남자는 기다리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가 불러서 온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전화는 그에게 핑계 하나를 줬을 뿐이었다. 몇 년을 미뤄 온 일을, 이제는 끝낼 핑계.

최미연은 피의자였다. 출국이 금지됐고, 연락하는 사람마다 기록이 남았다. 그런 사람 곁에 서는 건 남자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혼자 움직였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그사이 그는 한 가지를 최미연에게 보내 주었다. 주소 한 줄. 그녀가 그 주소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짐작대로였다. 다음 날 아침 뉴스 한 귀퉁이에, 별장 사건 피의자가 피해자 거처에 찾아갔다는 기사가 짧게 실렸다.

남자는 그 기사를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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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98. 미국에서 온 사람

    남자가 한국에 들어온 지 열흘이 지났다.인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온 날, 그는 최미연에게 한 줄만 보냈다. 도착했습니다. 답장은 그날 밤, 그녀가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야 왔다. 지금은 만날 수 없다고,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남자는 기다리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가 불러서 온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전화는 그에게 핑계 하나를 줬을 뿐이었다. 몇 년을 미뤄 온 일을, 이제는 끝낼 핑계.최미연은 피의자였다. 출국이 금지됐고, 연락하는 사람마다 기록이 남았다. 그런 사람 곁에 서는 건 남자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혼자 움직였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그사이 그는 한 가지를 최미연에게 보내 주었다. 주소 한 줄. 그녀가 그 주소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짐작대로였다. 다음 날 아침 뉴스 한 귀퉁이에, 별장 사건 피의자가 피해자 거처에 찾아갔다는 기사가 짧게 실렸다.남자는 그 기사를 읽고 호텔 방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 다른 주소를 지도에 띄웠다.드라마 촬영장이었다.---오후 세 시, 세트장 바깥 모니터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남자는 방문증을 목에 걸고 그 뒤쪽에 섰다. 제작사 투자사 쪽 지인의 이름을 대자 방문증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단정한 코트, 낮은 목소리, 미국식 억양이 조금 섞인 한국어.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모니터 속에서 도혁이 연기하고 있었다.주인공 앞에 서서 무언가를 말하려다 삼키는 장면이었다. 테이크가 세 번 반복됐다. 세 번 다 삼키는 순간의 눈이 조금씩 달랐다.남자는 그 눈을 오래 봤다.모니터 옆 의자에 앉은 감독이 한 번 고개를 돌렸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투자사 쪽 손님인가 싶어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나중에 그 얼굴을 다시 떠올리려 했을 때, 감독은 코트 색깔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97. 문 앞의 시어머니

    사흘 뒤 밤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열한 시가 조금 넘어 초인종이 울렸을 때, 윤서는 식탁 맞은편에 앉은 도혁을 보며 웃고 있었다.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듣던 중이었다. 소품 담당이 대본 위에 커피를 엎었다는 얘기였다.웃음이 그대로 멈췄다.도혁은 이미 이 집에 와 있었다. 이 시간에 초인종을 누를 사람은 없었다.윤서는 인터폰 앞으로 갔다. 건물 현관 카메라 화면이었다.화면 속에 최미연이 서 있었다.우산도 없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들러붙어 있었고, 회색 코트 어깨가 짙게 젖어 있었다. 그런데도 턱은 들려 있었다. 카메라를 정확히 올려다보고 있었다.“윤서야.”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흘 내내 별장 천장에서 쏟아지던 그 목소리였다.“문 열어. 한 번만 얘기하자.”윤서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이 주소는 변호사와 관리인, 아버지밖에 몰랐다. 시어머니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사실이 화면 속 얼굴보다 더 무서웠다.뒤에서 의자 끌리는 소리가 났다. 도혁이 일어서 있었다. 화면을 본 그의 얼굴이 굳었다.둘은 눈만 마주쳤다. 말은 필요 없었다.도혁이 거실 불을 껐다. 그리고 현관에서 가장 먼 방으로 소리 없이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윤서는 인터폰 화면을 끄지 않았다. 화면 속 시어머니를 보면서 휴대폰을 들었다.먼저 변호사였다.“지금 시어머니가 제 건물 현관 앞에 와 있어요. 들여보내지 않았어요. 화면 녹화하고 있어요.”변호사의 목소리가 단번에 깼다. 경찰에 바로 신고하라고, 절대 문을 열지 말라고, 자신도 지금 출발하겠다고 했다.다음은 경찰이었다. 윤서는 주소와 상황을 또박또박 말했다. 접수 담당이 피해자와의 관계를 물었다.“시어머니예요. 별장 감금 사건 피의자고요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96. 윤서의 법정

    도혁이 촬영장으로 돌아간 지 일주일이 지난 날이었다.가정법원 삼층 법정 앞 복도는 조용했다.이혼 소송은 공개되지 않았다. 방청석도, 기자도 없었다. 그 조용함이 오히려 윤서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 문 안에서는 아무도 대신 소리를 질러 주지 않았다.“채윤서 씨, 들어가시죠.”변호사가 먼저 문을 열었다.법정은 생각보다 작았다. 판사석 아래로 원고석과 피고석이 마주 보고 있었다. 피고석에는 태호와 그의 변호사가 먼저 앉아 있었다. 태호는 윤서가 들어오는 순간 고개를 들었다가, 그녀가 시선을 주지 않자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이혼소송의 첫 변론기일이었다.판사가 서류를 넘겼다.“피고 측, 지난번 답변서에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주장하셨죠. 근거로 별장 영상을 언급하셨고요.”태호의 변호사가 일어섰다.“그 부분은 철회하겠습니다. 해당 영상이 편집된 것이라는 수사기관의 확인이 있었습니다.”판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메모를 했다. 그 짧은 끄덕임 하나로, 태호가 몇 주 동안 붙들고 있던 주장이 서류에서 지워졌다.윤서의 변호사가 이어 일어섰다. 진단서, 신고 기록, 형사 사건 진행 경과. 침실 영상은 사생활 보호 조치를 이유로 목록만 언급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판사가 원고석을 봤다.“원고 본인에게 하나 묻겠습니다.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는 시점이 언제입니까.”윤서는 잠시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처음 맞은 날입니다.”피고석에서 태호의 어깨가 움찔했다. 판사는 아무 표정 없이 그 대답을 받아 적었다.“피고 측, 혼인관계 유지 의사가 있으십니까.”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95. 돌아온 배우

    “투자사 쪽 답 왔다.”감독이 촬영장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말했다. 손에 든 종이를 테이블에 던지듯 내려놓았다.“다음 주 월요일부터 재개. 대신 일정은 원래보다 열흘 당긴다. 날짜 못 맞추면 그때는 나도 못 막아.”도혁은 종이를 내려다봤다. 빽빽하게 다시 짠 촬영표였다. 밤샘이 사흘 연속으로 잡힌 주도 있었다.“괜찮습니다.”“괜찮긴. 사람 죽어.”감독이 의자에 털썩 앉았다.“원본 나온 뒤로 투자사 사람들 얼굴이 달라지더라. 편집본이 조작이라는 게 경찰 발표로 나오니까, 이제는 배도혁이 피해자라고들 해. 지난달엔 같은 입으로 대체 배우 명단을 읽던 사람들이.”“그 사람들 일이죠.”“그래. 네 일은 이거고.”감독이 촬영표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약속은 지켰다. 이제 네 차례야.”---복귀 첫날, 도혁은 아침 여섯 시에 분장실 의자에 앉았다.그날 분량은 열네 신이었다. 잘려 나갔던 장면 대신 새로 쓴 장면이 절반이었다. 작가실에서 몇 주 동안 옆에서 지켜본 대사들이었다.분장실 문을 열고 들어온 상대 배우가 거울 너머로 그를 보고 잠깐 멈췄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옆자리에 앉았다.“늦었어요, 배도혁 씨. 대본 다 외웠죠?”“어제 다 외웠습니다.”“그럼 됐어요.”그게 환영 인사의 전부였다. 도혁은 그게 고마웠다.도혁은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점심도 대기 차에서 대본을 넘기며 먹었다. 감독이 컷을 외칠 때마다 스태프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몇 주를 쉰 배우의 연기가 아니었다.마지막 신은 해가 진 뒤에 찍었다. 주인공과 마주 서서, 끝내 하지 못한 말을 삼키는 장면이었다. 테이크는 한 번에 끝났다.“오케이.”감독이 모니터에서 고개를 들었다.“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했다.”박수가 나왔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를 짧은 박수였다. 작가실에서 커피를 내밀던 보조 작가도 그 안에 있었다. 도혁은 고개를 깊이 숙이고 대기실로 향했다. 몇 주 만에 다시 선 카메라 앞이었다.---같은 시각, 촬영장 뒤편 주차장에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94. 최미연의 진술

    최미연은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오면서도 진주 귀걸이를 했다.회색 정장에 낮은 굽의 구두. 머리는 단정하게 묶었고 화장은 옅었다. 변호사와 나란히 조사실에 들어서는 걸음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복도에서 기다리던 기자들 앞을 지날 때도 그녀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앉으시죠.”수사관이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책상 위에는 두꺼운 서류철 하나가 놓여 있었다. 최미연은 의자를 조금 당겨 앉고,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갰다.“별장에서 채윤서 씨와 배도혁 씨를 사흘 동안 나가지 못하게 하셨습니까.”“아니요.”대답은 곧았다.“두 사람은 스스로 머물렀어요. 집안에 의논할 일이 있었고, 조용한 곳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문을 잠근 건 바깥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게 하려던 거고요.”수사관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서류철에서 첫 번째 자료를 꺼냈다.“별장 관리인 진술입니다. 사모님이 전화로, 본인이 말하기 전까지는 절대 문을 열어 주지 말라고 지시하셨다고 합니다. 냉장고는 사흘 치를 채워 두라고 하셨고요.”“그분이 뭔가 착각하신 것 같네요. 나이가 있으시니까.”수사관은 두 번째 자료를 올려놓았다. 노트북 화면에 음성 파형이 떴다. 그가 재생 버튼을 눌렀다.스피커를 통해 녹음된 목소리가 조사실에 흘러나왔다.“태호는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윤서는 건강하고. 도혁이 너도 남씨 핏줄이잖아.”최미연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아주 조금 움직였다.“별장 녹화기에 남아 있던 음성입니다. 사모님 서랍에서 나온 원본에서 확인했습니다.”“집안 어른으로서 걱정을 좀 말한 거예요. 그게 무슨 강요예요.”“그럼 이건요.”세 번째 자료였다. 카페 소음 사이로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그건 방법이 잘못됐던 거고.”“사람을 가둬 놓은 게 방법이 조금 잘못된 정도예요?”“그래서 이번에는 선택권을 주잖니.”수사관이 재생을 멈췄다.“가둬 놓았다는 며느님 말에 사모님은 부정하지 않으셨습니다.”“말이 헛나온 거죠. 그 애가 녹음하는 줄 알았으면 그렇게 말했겠어요?”“녹음하는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93. 무너진 계산

    태호가 본가 현관에 들어선 건 남성구가 경찰서에 다녀온 다음 날 저녁이었다.현관에는 신발이 한 켤레뿐이었다. 늘 문을 열어 주던 가사도우미는 보이지 않았다. 진술을 마친 다음 날 그만뒀다고 했다. 십오 년 만이었다.응접실에 최미연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찻잔도, 서류도, 휴대폰도. 태호는 어머니가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은 채 앉아 있는 모습을 처음 봤다.“왔니.”목소리는 여전히 꼿꼿했다. 태호는 소파에 앉지 않았다. 외투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이게 뭐니.”“내 변호사가 보낸 거야. 엄마 변호사랑 내 변호사, 오늘부로 갈라.”최미연이 봉투를 내려다봤다. 열어 보지 않았다.“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 지금까지는 엄마 변호사가 내 사건까지 같이 봐 줬잖아. 이제 안 해. 엄마는 엄마 사건, 나는 내 사건.”“태호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네 아버지까지 저렇게 나가 버렸는데 우리끼리라도…….”“우리?”태호가 웃었다. 웃음이 아니라 숨이 새는 소리에 가까웠다.“엄마, 나 하나만 묻자. 엄마가 경찰한테 낸 진술서. 내 서랍에서 하드 가져왔다고, 내가 침실 영상 받아 놨다고. 그거 쓸 때 무슨 생각 했어?”최미연은 대답하지 않았다.“나 지키려고 하드 가져갔다며. 그럼 그 진술서는? 그것도 나 지키려고 쓴 거야?”“그건 어차피 밝혀질 일이었어. 접속 기록이 다 남아 있었으니까.”“그러니까.”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밝혀질 거면 엄마가 먼저 말하는 게 낫지. 엄마 죄 줄이는 데는.”최미연의 눈매가 굳었다. 태호는 그 얼굴을 똑바로 봤다. 평생 그 얼굴 앞에서 시선을 내리는 쪽은 자신이었다. 오늘은 아니었다.“나 다 알아. 엄마가 왜 이혼만은 안 된다고 했는지. 왜 하필 배도혁이었는지. 윤서가 내 아내로 남아 있어야 그 애가 내 애로 태어날 수 있으니까. 나는 거기서 이름만 빌려주는 사람이었잖아.”“그런 게 아니야.”“그럼 뭔데.”최미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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