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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Autor: 비담

제1화

Autor: 비담
강루인은 자궁 외 임신 진단서를 든 채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로 법적 남편인 주영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몇 초 동안 울린 후에야 전화기 너머로 주영도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진단서를 꽉 움켜쥔 강루인은 목이 메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금 병원에 와줄 수 있어?”

주영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여자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도 오빠, 이거 혹시 내 생일 선물이야?”

주영도는 더는 묻지 않고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 했다.

“나 지금 바쁘니까 노 비서한테 연락해.”

전화가 끊기기 직전 강루인은 그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마음에 들어?”

“영도...”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다시 한번 진단서를 꽉 움켜쥐었다.

강루인은 그 여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바로 주영도의 첫사랑 구아정이었다.

“보호자분 안 오셨어요?”

의사가 혼자 돌아온 강루인을 보며 물었다. 강루인의 안색이 여전히 핏기없이 창백했다.

“제가 사인할게요.”

의사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별로 놀라지 않았다.

강루인은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천장만 멍하니 쳐다봤다. 차가운 기구가 몸 안으로 들어온 순간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더니 머리카락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자신을 비웃었다.

‘하긴. 나랑은 액땜하려고 결혼했는데 어찌 진정한 사랑이랑 비교할 수 있겠어.’

사실 강루인과 주영도의 결혼은 미신에서 비롯되었다.

5년 전 주영도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고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주씨 가문 사람들은 젊은 나이인 그가 홀로 세상을 떠나는 게 안타까워 죽기 전에 완전한 인생을 만들어주려 했다.

단지 강루인의 사주가 주영도와 잘 맞는다는 이유로 그녀는 액땜 신부로 선택되었다.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신분으로는 절대 주씨 가문에 시집갈 수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결혼 한 달 후 주영도는 기적처럼 회복하기 시작했다.

의학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일을 미신으로 해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은혜 덕분에 강루인은 사모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그녀에게 이런 ‘복’이 있는 걸 어찌하겠는가?

사실 구아정이 귀국하기 전까지 주영도는 그녀에게 꽤 잘해줬다. 남녀 간의 사랑은 없어도 서로 존중하며 지냈다.

하지만 구아정이 귀국하면서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가 던져진 것처럼 그들의 평온했던 삶에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수술대에서 내려온 강루인은 창백한 얼굴로 병원을 나섰다.

“사모님.”

갑자기 나타난 노윤환을 본 강루인은 흠칫 놀랐다가 이내 희미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저도 모르게 그의 뒤에 있는 검은색 차를 쳐다보았다.

노윤환이 말했다.

“대표님 지금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요.”

그 한마디에 강루인의 눈빛이 다시 어두워졌고 자신을 비웃듯 맥없이 피식 웃었다.

‘지금 무슨 기대를 하는 거야?’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강루인은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구아정의 셀카였는데 이런 메시지를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삭제해야 할 연락처라는 걸 알면서도 강루인은 바보처럼 저장했다.

상대의 의기양양한 미소보다 눈에 더 들어온 건 목에 한 목걸이였다.

[예쁘지? 영도 오빠가 선물해준 거야.]

강루인은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단번에 알아봤다. 한 달 전에 주영도와 함께 경매에서 직접 낙찰받은 것이었다.

5주년 결혼기념일 선물로 그녀에게 줄 거라고 기대했지만 착각이었다.

선샤인 빌리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도우미 진경자가 그녀를 맞이했다.

“사모님, 재료는 모두 준비해 놨습니다.”

강루인이 멈칫하다가 말했다.

“다 치워요. 이젠 필요 없어요.”

오늘은 주영도와 결혼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원래는 직접 근사한 저녁을 만들어 그와 함께 축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영도에게 있어서 첫사랑의 생일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강루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본 진경자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으려 했지만 강루인은 이미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올라가기 전 강루인이 한마디 했다.

“내 저녁은 준비하지 않아도 돼요.”

달이 휘영청 밝은 밤, 주영도가 집에 들어왔다.

진경자는 다가가 그의 외투를 받아 들었다. 늘 맞이하러 나오던 사람이 보이지 않자 주영도가 물었다.

“집사람은요?”

진경자가 대답했다.

“사모님은 방에서 쉬고 계십니다.”

안방.

강루인이 옆으로 누워 있었다. 잠귀가 밝은 터라 차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깨어났다. 주영도가 오늘 집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방 문이 열리더니 침대가 갑자기 푹 꺼졌다. 익숙한 냄새가 풍겨 왔고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오랫동안 한 이불을 덮고 잔 그녀가 그의 뜻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강루인이 그의 손을 잡고 거부 의사를 밝히자 주영도는 크게 당황한 듯했다. 평소에는 참 적극적이었으니까.

“왜 그래?”

강루인이 덤덤하게 답했다.

“생리 중이야.”

“오늘이 배란일이 아니었어?”

그 말에 그녀의 두 눈에 다시 한번 조롱이 스쳐 지나갔다. 전에는 그의 ‘관심’을 그녀에 대한 사랑이라고 착각했지만 이젠 깨달아야 할 때가 됐다.

사실 주영도가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주씨 가문에서 아이를 원했기 때문이었고 주영도 역시 좋은 날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여 매달 이맘때쯤이면 그는 발정 난 황소처럼 부지런히 노력했다.

하지만 몇 시간 전에 아버지가 될 기회를 잃었다는 걸 주영도는 알지 못했다.

강루인은 몰래 배를 어루만졌다. 그녀와 인연이 없는 아이만 생각하면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 자궁 외 임신 진단을 받기까지 불과 3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절망과 고통에 빠져 있을 때 남편은 그녀를 버리고 첫사랑과 사랑을 속삭였다.

순간 목이 메었고 코끝이 찡해졌다.

주영도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병원에는 왜 갔어? 어디 아파?”

뒤늦은 안부에도 강루인의 마음은 한없이 차갑기만 했다.

그녀의 시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로 향했다. 5년 짝사랑에 결혼 생활 5년까지 더하면 어언 10년이었다. 인생의 절반을 주영도에게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혼하자, 우리.”

강루인은 더 이상 주영도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주영도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지금 열나?”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마음을 굳혔다.

“더 이상 영도 씨 사랑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아. 이혼하면 숨길 필요 없이 구아정 씨랑 당당하게 만날 수 있어.”

그 말에 주영도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지금 질투하는 거야?”

‘질투? 나한테 그럴 자격이나 있을까?’

구아정이 말한 것처럼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야말로 내연녀다. ‘내연녀’인 그녀에게 자격이 있을 리가.

“나랑 아정이는 아무 사이 아니야. 그냥 친구일 뿐이야.”

‘친구? 그럼 잠자리하는 친구야?’

강루인은 가슴속의 아픔을 억누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내일 변호사를 만나서 이혼 합의서를 작성할 거야. 이혼은 내가 먼저 요구했지만 잘못한 건 영도 씨니까 받아야 할 위자료는 다 받을 생각이야.”

‘난 성모가 아니라서 절대 빈손으로 못 나가.’

사랑은 얻지 못해도 돈마저 놓칠 수는 없었다.

이혼 후의 물질적인 생활이 주씨 가문에 있을 때보다 못할 거라는 걸 알기에 돈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늘 무표정하던 주영도의 얼굴이 드디어 흔들렸다. 억지를 부리는 그녀를 보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병원에 같이 안 가서 그래? 노 비서를 보냈잖아. 예전에는 이렇게 속 좁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순간 강루인은 심장이 멎는 듯했고 두 눈에 조롱이 스쳐 지나갔다. 비서를 보낸 게 아주 큰 은혜라도 베푼 것처럼 말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주영도의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쳤다. 강루인은 그걸 놓치지 않았고 조롱이 더욱 짙어졌다.

“네 생일?”

강루인이 드물게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주 대표 머릿속에는 그 여자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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Último capítulo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84화

    공 하나가 굴러와 주영도가 앉은 의자 아래 틈으로 들어갔다.공의 주인은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다.튼튼하고 통통한 모습만 봐도 가족들이 얼마나 잘 먹이고 돌봤는지 알 수 있었다.“아저씨, 발 좀 비켜 주실 수 있어요?”주영도는 몸을 숙여 아이 대신 공을 꺼내 주었다.아이가 말했다.“고맙습니다. 아저씨.”주영도는 가볍게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공을 받은 아이는 바로 가지 않고 그를 빤히 바라봤다.“아저씨, 혼자예요?”마침 심심하던 주영도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응.”“아저씨 아내는요? 아내분도 일하느라 바빠요? 우리 아빠처럼요? 우리 엄마도 일 때문에 바빠서 아빠 주사 맞는 데 같이 못 왔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나한테 아빠랑 같이 있으라고 임무를 줬어요.”주영도의 입가에 걸려 있던 옅은 미소가 굳었다.“응. 바빠.”아이는 어른 흉내를 내며 한숨까지 쉬었다.“에휴, 나는 나중에 그런 아내 안 만날래요. 아픈데 옆에도 못 있어 주고, 너무 불쌍하잖아요.”주영도는 더 이상 웃을 기력조차 잃었다.그때 아이의 가족이 와서 아이를 데려갔다.가족은 주영도에게 민망한 얼굴로 사과까지 했다.주영도에게는 일하느라 바쁜 아내조차 없었다.수액을 다 맞고 주영도는 병원을 나섰다.차에 올라 막 출발하려던 순간, 익숙하면서도 낯선 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강루인이었다.주영도는 불룩 나온 그녀의 배를 보는 순간 그대로 넋을 잃었다.‘임신한 건가?’지수현은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그녀를 조심스럽게 부축하고 있었다.“조심해, 조심.”강루인이 살짝 핀잔을 줬다.“너무 호들갑 떨지 마. 이제 겨우 5개월이야. 앞으로 배가 더 커지면 걷는 게 훨씬 불편해져.”지수현이 말했다.“그럼 걷지 마. 어디 가고 싶으면 내가 안고 갈게.”강루인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임산부도 적당히 운동해야 해. 안 그러면 출산할 때 힘들 수도...”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지수현이 급히 막았다.“퉤퉤퉤! 그런 불길한 말 하지 마. 빨리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83화

    강루인은 순순히 맞장구쳤다.“그래, 당신이 나 안 좋아하는 거 알아.”그날 솔직하게 속마음을 드러낸 뒤 두 사람의 관계는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서로에게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정확히 말하면 주영도가 가까이 다가갔다. 강루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두 사람 사이에는 갈등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그저 서로를 향한 마음이 날이 갈수록 가까워졌을 뿐이었다.강루인과 함께 지내면서 주영도는 오히려 불행 덕분에 큰 행운을 얻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사랑이 깊어지자 모두가 강루인의 임신을 기대했다.주영도 역시 아이를 기대했다.결혼 3년째 되는 해, 강루인이 임신했다.새 생명이 찾아왔다는 소식에 주씨 가문 전체가 기쁨으로 들썩였다.주영도의 얼굴에도 웃음이 점점 많아졌고, 처음 아빠가 된 기운이 날이 갈수록 짙어졌다.강루인의 배 속 아이는 모두의 기다림과 기대 속에서 태어났다.아들이었다.약 3.4킬로그램. 건강했고 아주 예뻤다.주영도는 간호사가 안겨 주는 아기를 먼저 받는 대신, 강루인의 볼에 들러붙은 젖은 머리카락부터 정리해 주었다.그리고 허리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 맞추며 애틋하게 말했다.“여보, 정말 고생했어.”막 출산한 강루인은 얼굴이 창백했지만 미소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맑았다.그를 향한 사랑 역시 여전히 깊었다.“안 힘들었어. 나 정말 행복해.”아들은 엄마도 닮고 아빠도 닮았다.두 사람의 장점만 골고루 섞은 것처럼 인형같이 예뻤다.주영도가 가끔 아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하나같이 아이가 예쁘다고 칭찬했고, 그때마다 그의 허영심도 충족되었다.아들이 네 살이 되었다. 그들의 부부 관계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좋아졌다. 너무나 애틋하여 집안사람들이 그들이 닭살 돋는다며 함께 있기를 꺼릴 정도였다.강루인 역시 주영도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지냈다.그는 무엇이든 최고로 해주려 했고, 출장 중에도 늘 그녀를 생각하며 돌아올 때마다 선물을 빠뜨리지 않았다.어느덧 주영도의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82화

    강루인은 간병인으로서의 임무를 빈틈없이 해냈다.주씨 가문 사람들도 그녀의 보살핌에 아주 만족했고, 주영도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가 곁에 머무는 걸 받아들였다.그는 더 이상 그녀가 필요 없어지면 돈을 넉넉히 챙겨 줄 생각이었다. 공짜로 사람을 부려 먹을 수는 없으니까.관계가 달라진 계기는 어느 술자리에서였다.분수를 모르는 어떤 여자가 주영도에게 약을 탔다.목적은 단순했다. 그의 정자를 얻어 아이를 가진 뒤, 아이 엄마라는 신분을 이용해 주영도에게서 큰돈을 뜯어내고 평생 부족함 없이 살려는 속셈이었다.당연히 계획은 실패했다.오히려 그 일 때문에 주영도와 강루인이 진짜 부부 관계를 맺게 됐다.관계가 있었음에도 강루인은 주영도가 자책하지 않도록 오히려 그를 달랬다.“괜찮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알아. 이혼하고 싶으면 언제든 가능해. 난 늘 준비되어 있으니까.”그녀의 반응에 주영도는 더욱 불편함을 느꼈다. 이유 없이 자신이 당하고, 그리고 버려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그 일을 계기로 주영도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고 강루인에게 향하는 시선이 점점 많아졌다.‘음, 꽤 예쁘네. 성격도 정말 부드럽고. 생각해 보니 꽤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네.’그 생각을 하던 주영도는 문득 멈칫하며 고개를 저었다.‘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린 이혼할 사이잖아. 뭐가 맞고 안 맞고를 따져.’강루인은 그의 어색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히 성심껏 그를 돌봤다.돌보는 사람과 보살핌을 받는 사람은 몸이 닿을 수밖에 없었다.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실제로 부부 관계를 맺은 뒤부터 주영도는 그녀와 몸이 닿을 때마다 어색해졌다.특히 강루인이 옷을 입혀 주던 중 몸이 반응한 걸 알아챈 순간, 주영도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리고 갑자기 그녀를 확 밀어냈다.강루인이 비틀거리자 주영도의 눈에 당황스러움이 스쳤다.“내가 할게.”강루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그의 뜻대로 물러났다.아무것도 모르는 듯 맑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루인 때문에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81화

    강루인이 증여를 거절했다는 소식은 금세 주영도에게도 전해졌다.모든 관계를 완전히 끊어 내려는 그녀였으니 이 결과는 예상했던 일이었다.하지만 예상했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우울증이 병이 되어, 주영도는 열이 나기 시작했고 밤에 꿈을 꾸었다.“깨어났어?”주영도가 눈을 뜨자, 그의 눈앞에는 아름답지만 낯선 얼굴이 들어왔다.“누구지?”그 예쁜 여자는 곧 소식을 듣고 몰려온 주씨 가문 사람들과 의사들에게 밀려났다.주영도는 곧바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얼굴에는 죽다 살아난 사람을 본 듯한 기쁨이 가득했고, 주변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사람들 뒤쪽에는 아까 그 예쁜 여자도 서 있었다.그녀 역시 눈물을 머금은 채 주영도를 바라보고 있었다.주영도는 이상하고 어이가 없었다.‘난 저 여자를 모르는데 대체 왜 저렇게 감격해서 우는 거지?’나중에야 그는 알게 됐다.그녀는 자기 아내였다.자신을 살리기 위해 들였다는 액막이 신부, 강루인.주영도는 황당했고, 어처구니가 없었다.지금이 대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짓거리를 한다는 말인가.게다가 그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결혼하려 할 여자도 따로 있었다.그런데 완전히 모르는 여자와 부부로 묶어지다니,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가.주영도가 그녀에게 건넨 두 번째 말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시간 잡아서 우리 이혼해.”잘못된 일은 다시 올바른 궤도로 돌려놓아야 했다.강루인의 눈에 상처가 스쳤지만,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오히려 그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여 이혼에 동의했다.그녀가 쉽게 동의하니 설득할 수고를 덜었다.주영도는 그녀가 꽤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당사자는 동의했는데, 어머니, 할머니, 심지어 할아버지까지 반대했다.태도는 너무나 단호했다.주영도는 화가 났지만 몸이 성치 않아 당장은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면 그때 강루인과 이혼하리라 생각했다.옛말에 일은 미뤄지면 안 된다고 했다. 미루면 사고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80화

    강루인이 이러한 평온을 얻은 것은 쉽지 않았다.최지호 역시 모든 일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랐다.결혼식은 정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서약이 끝난 뒤, 지수현은 강루인의 머리를 덮고 있던 베일을 걷어 올리고, 하객들의 축복 속에서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여보, 사랑해.”강루인은 그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싸 안으며 활짝 웃었다.“나도 사랑해.”두 사람은 이마를 맞댄 채 서로를 바라봤다. 사람의 눈에는 서로만이 담겨 있었다.눈빛은 별과 바다가 담겨진 것처럼 반짝였고, 앞으로 함께할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결혼식장 밖.최지호는 함지율이 보낸 문자를 확인한 뒤 휴대폰을 집어넣었다.“결혼식 끝났어.”그 말을 들은 순간, 주영도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마음도 텅 비어 버렸다.끝났다. 모든 게 끝났다.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주영도를 본 최지호는 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노윤환에게 연락해 그를 데려가라고 했다.이번에는 주영도도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것처럼 지쳤다.그가 떠나려던 순간, 실내의 들뜬 분위기가 문밖까지 흘러나왔다.주영도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강루인이 지수현의 부축을 받으며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 뒤에는 축하하러 나온 사람들이 줄지어 따라오고 있었다.강루인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너무나 맑고 순수해 보였다.주영도는 예전에도 그녀의 얼굴에서 그런 웃음을 본 적이 있었다.두 사람이 처음 결혼했을 때, 그는 매일 강루인의 얼굴에서 그런 미소를 보았다.그때의 그는 그녀가 재벌 집에 시집가는 데 성공해 기뻐하는 것뿐이라고 오해했다. 그래서 속으로 그녀를 경멸했다.그는 재벌가에 들어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들을 이미 많이 봐 왔으니까.강루인도 그런 부류라고 생각했던 주영도는 그녀에게 결코 잘해 주지 않았다.그런데도 강루인은 늘 그를 향해 웃었다.그 미소는 따뜻하고 부드러워 온천수처럼 무엇이든 감싸 안을 것 같았고,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779화

    구연정이 강루인에게 과장해서 말한 건 아니었다.주영도의 수술 후 상태는 정말 좋지 않았다.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그는 정신적인 자기 학대에 시달리고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세우고 괴롭혔다.주영도는 사람을 시켜 강루인이 해외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조사했다.그녀가 겪은 일과 고통을 낱낱이 알게 되었다.종이에 적힌 글자는 차갑기 그지없었지만 그 글을 통해 주영도는 그녀의 삶이 그보다 훨씬 더 힘들고 처절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죄책감과 자책감이 그를 통째로 휘감았다.그제야 그는 자신이 그녀에게 너무도 많은 빚을 졌다는 걸 알았다. 이생으로는 다 갚을 수 없을 만큼.모두가 주영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지만 아무도 그에게 도움도 줄 수 없었다. 유일하게 그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을 테니까.구연정은 강루인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차마 주영도에게 말하지 못했다. 주영도가 견디지 못할까 두려웠다.“좀 쉬어.”주영도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렸다. 분주히 움직이는 구연정을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노윤환한테 간병비 보내라고 할게. 이제 오지 마.”구연정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눈빛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꼭 이렇게까지 매정해야 해?”주영도는 시선을 거두며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았다.“이렇게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너한테 더 잔인한 거야. 너도 알아야 해. 현실을 인정해야 하고.”구연정이 물었다.“우리, 친구조차 될 수 없어?”주영도는 짧게 대답했다.“연락하지 않는 게 너한테도, 나한테도 좋아.”“너도 이제 적은 나이 아니잖아. 네 새 인생 시작해.”구연정이 되물었다.“그럼 너는?”주영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연정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 침묵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자기가 앞으로 어떻게 살든,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님을 뜻한다.구연정은 고개를 숙이며 두 눈에 담긴 어둠을 감췄다. 구연정의 마음속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씁쓸함이 가득했다.사실 그녀도 오래전부터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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