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그럼 이제—”
세이런은 이미 등을 돌려 말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말은 하나뿐이니까, 넌 알아서 뛰어와.”
“뭐?! 어떻게 황성까지 뛰어가냐!”
세이런은 말 위에 올라타며, 고개만 살짝 돌렸다.
“알아서 와.”
“야, 같이 가
인간들이 섬기는 수많은 신들 중 인간을 가장 사랑한 신이 있었다.자연의 창조자, 네루실리아.인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신의 영역에서도 인간의 형상을 하고 지내던 신이었다.여성의 모습으로 길게 풀어내린 머리카락은 햇살이 호수에 비친 듯 은빛 속에 은은한 푸른빛이 스며 있었고, 눈동자는 깊은 숲을 닮은 듯 맑은 녹색으로 반짝였다.피부는 이슬처럼 투명하게 빛났고, 그녀의 미소는 햇살처럼 따뜻하여,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맑아졌다.그녀가 웃을 때면 피지 않았던 꽃잎들이 작은 바람에 흩날리듯 피어났고, 세상의 모든 소란이 잠시 멈춘 듯한 고요가 찾아왔다.그 모습은 마치 계절과 빛, 바람, 물결이 모여 완성한 가장 순수하고 완전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네루실리아님, 오늘도 인간의 형상을 하고 계십니까?”맑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흰 천이 물결처럼 흘러내리는 외복을 입고, 흰 날개를 가진 한 천사가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허리까지 오는
“그럼 이제—”세이런은 이미 등을 돌려 말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말은 하나뿐이니까, 넌 알아서 뛰어와.”“뭐?! 어떻게 황성까지 뛰어가냐!”세이런은 말 위에 올라타며, 고개만 살짝 돌렸다.“알아서 와.”“야, 같이 가!”“징그럽게, 어떻게 너랑 같이 말을 타.”“이 자식… 정말 황태자를 그렇게 대하는 건 세상에 너밖에 없을 거다!”클라루스가 이를 갈며 투덜거렸다.“꾸물거리지마. 황제가 아티에게 무슨 짓을 하기 전에 가야 하니까.”하지만 그 투정은 당연히 세이런에게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그때 세
“... 아티에게서... 손 떼...!”세이런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진 숨결 사이로 터졌다. 자주빛 눈동자가 황제를 꿰뚫듯 노려보았다.그러나 황제는 아티니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녀는 처음부터 내 것이었다.”황제는 감정을 알 수 없는, 깊고 느릿한 음성으로 흘러내리듯 말했다.“네놈들이 창조되기도 전부터 그녀 곁에는 내가 있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그 말에 세이런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핏발 선 눈이 황제를 향해 번뜩이며, 검끝이 살짝 들렸다.그 순간, 황제의 검은 창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들었다.짧은 폭발음 같은 파열음이 바람을 타고 울렸다.“윽!”세이런은 본능적으로 검을 올려 그 창을 튕겨냈다.
두 사람의 검이 수십 차례 부딪히며 불꽃이 튀어 오르던 중, 세이런이 틈을 만들어 클라루스의 검을 비틀어 튕겨냈다.동시에 세이런의 검 끝이 클라루스의 목덜미를 스쳤고 핏방울이 흩날렸다.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마주쳤다. 세이런은 클라루스의 눈동자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정신 차려, 클라루스! 넌 황제랑 다르잖아.”세이런의 낮고 묵직했지만 분노보다는 걱정이 잠긴 목소리였다.“아티가 저렇게 쓰러진 걸 보면 분명 널 구하려고 했겠지. 아티가 해준 일을 헛되게 만들지 마.”그 순간, 심장이 한 박자 늦게 쿵 하고 울렸고, 클라루스의 눈동자에 황금빛이 스쳤다.“아....”그의 눈앞에 마차 안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뻗던 아티니스의 모습이 겹쳤다.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그녀의 눈동자.“... 윽....!”클라루스의 손끝이 떨렸다. 그러자 머릿속이 울리듯 쿵쿵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예요?”아티니스가 묻자, 클라루스의 눈에 잠시 흔들림이 스쳤다.“대공자비 자리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면...”말끝을 흐리는 클라루스를 바라보며, 아티니스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전 대공자비 자리 때문에 세이런 곁에 있는 게 아니에요.”아티니스는 얼굴이 살짝 빨개진 채, 수줍게 웃었다.“진심으로 세이런을 사랑해요. 그래서 함께하고 싶어요.”사랑하는 사람을 담은 눈동자였다.그 모습에 클라루스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그녀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데려가서 황태자비로 만드는 거야.’ ‘그녀를 잡아, 그녀를 안아, 그녀를 네 것으로 만들어—’
제국 황실로 향하는 마차 안.작은 흔들림 속에서 아티니스는 고개를 숙인 채 클라루스를 마주보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그가 너무 빤히 숨을 쉴 틈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흔들리는 마차의 그림자가 그의 황금빛 머리카락 위로 어른거렸다.그의 손은 무릎 위에서 가만히 얹혀 있었고 손가락이 느리게 꿈틀거렸다.평소 같았으면 밝게 웃으며 말을 걸어줄 그였는데, 눈앞의 클라루스는 너무도 조용했다.클라루스와 함께 있으면서 이렇게 어색함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다.“저... 클라루스,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조심스럽게 내뱉은 아티니스의 목소리가 작은 마차 안에서 작게 울렸다.“...... 황궁으로....”그의 목소리는 아무 감정도 섞이지 않은 듯 차갑게 들렸다.하지만 텅 빈 듯, 초점 없는 눈동자는 여전히 아티니스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