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눈을 뜬 나는 집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의아해하던 그때, 가족 단톡방에 여동생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큰일이야! 출발 시간이 앞당겨졌다는 걸 이 단톡방에 알리는 걸 깜빡했어!] 하지만 메시지는 곧바로 삭제되었다. 나는 메시지가 사라진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봤다. 곧바로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가족들에게는 나만 빠진 또 다른 단톡방이 있었던 것이다. 멍하니 있던 그때,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윤서야, 미안해.] [출발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졌는데,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네.] [얼른 택시 타고 와. 서두르면 아직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때 옆에 있던 오빠가 엄마의 말을 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안 올 거면 오지 말라고 해요.] [예은이는 늘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해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이번에 그 소원이나 들어주죠.] 나는 코를 훌쩍이면서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서러움을 애써 억눌렀다. [나는 안 갈게요. 다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망설임 없이 H시행 비행기표를 영국행으로 바꿨다. 마침 소꿉친구인 송태원과 영국에 놀러 가기로 약속했었으니,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지난 18년 동안, 우리 가족은 똑똑하고 예쁜 여동생에게 늘 더 많은 사랑을 쏟았다. 평범한 나를 무시하지 않고 언제나 묵묵히 곁을 지켜 준 사람은 송태원뿐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 소식을 전하려다가, 우연히 송태원의 SNS 게시물을 먼저 발견했다. [내 공주님과 함께 파도를 보러 간다!] 사진에는 H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여동생과 다정하게 붙어 앉아 있는 송태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마저 산산조각 났다. 나는 컴퓨터를 켜고 지원할 대학을 송태원과 함께 진학하기로 했던 고향의 대학에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수도권의 대학으로 바꿨다. 그리고 변경한 기차표를 손에 꼭 쥔 채 홀로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나만의 별빛을 찾아 떠나면 그만이었다.
View More진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망설임 없이 예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네가 우리 집안을 어떻게 망쳐 놨는지 알아?!”부모님은 가슴을 치며 후회하면서, 당장이라도 예은이를 잡아먹을 듯 분노했다.부모님은 서둘러 연회를 끝낸 뒤 예은을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방에다 가둬 버렸다.“제대로 반성할 때까지 방에서 나올 생각도 하지 마!”예은을 벌한 뒤, 부모님은 학교 상담사를 통해 내게 연락해 왔다.부모님은 원래 대학 입학 축하연을 계기로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상황은 더 나빠지고 말았다.그날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 대부분은 시비를 가릴 줄 알았기에, 나를 심하게 비난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소문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퍼지기 마련이었다.이 일을 재미 삼아 떠벌린 사람이 있었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점점 부풀어 갔다.결국 나는 공부도 못하고 인성도 형편없는 인간쓰레기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부모님은 전화기 너머로 목 놓아 울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했다.[윤서야, 제발 우리 말을 믿어 줘. 우리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오빠도 전화로 내게 사과했다.[그동안 오빠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어.][넌 언제나 최고의 동생이었어. 오빠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동생이기도 했고!]부모님과 오빠는 잠시 망설이다가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이번 한 번만 우리를 용서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줘!]나는 세 사람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용서받고 싶어요? 그럼 그렇게 해 줄게요.”“대신 여러분이 직접 나서서 이번 일의 전말을 모두 밝혀 주세요. 예은이가 예전에 내 우유에 약을 몰래 넣었던 일까지 전부요.”“그렇게만 해 주시면, 나도 여러분을 내 가족으로 인정할게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내던 부모님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그... 그렇게 하면 예은이 평판이 완전히 망가지잖니.][아니면 다른 걸 요구해도 돼. 돈이든 다른 거든.][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다 해 줄게...]“됐어요.”나는 담
대형 스크린에 나온 영상은 부모님이 미리 모아 둔 내 공부하는 모습이 아니었다.대신 얼마 전 우유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낸 내가 화가 나서 가족들에게 따지는 장면이 흘러나왔다.영상에서는 예은이의 잘못을 입증할 증거가 나오는 부분만 교묘하게 삭제되어 있었다.반면 예은이를 몰아붙이며 화를 내는 내 모습과 날카로운 말들만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제멋대로 굴고, 부모에게 불효하며 동생까지 괴롭히는 악독한 딸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예상대로 연회장에 모인 손님들은 저마다 고개를 맞대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예은이의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의 비난은 내게만 쏟아지지 않았다.오히려 부모님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방금 영상에 나온 아이가 저 집 큰딸인가 봐요. 성격이 어쩜 저렇게 사나워요? 가정교육이 엉망이네요.”“그러게요.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는 법이죠. 저런 아이로 키웠다면 부모도 적어도 70퍼센트는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맞아요. 자기들 잘못은 돌아보지도 않고, 사람들 앞에서 자식의 추한 모습까지 공개하다니. 아이한테 최소한의 체면도 지켜 줄 생각이 없는 거잖아요!”그때 누군가 연회장 입구에 걸린 거대한 현수막을 떠올리면서 부모님의 의도를 짐작했다.“분명 한쪽은 치켜세우고 다른 한쪽은 깎아내리려는 거겠죠!”“막내딸의 우수한 성적과 큰딸의 무례한 행동을 나란히 보여 주는 게 아니면 대체 뭐겠어요? 한쪽은 치켜세우고 다른 한쪽은 깎아내리는 거잖아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제야 사정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부모님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너무하네요. 똑같이 자기 자식인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편애할 수가 있어요?”그 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부모님의 귀에 들어갔다.환하게 웃고 있던 두 분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부모님도 그 사실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과거에 나를 소홀히 대했던 것은 사실이었다.하지만 이제는 잘못을 깨닫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분명
내가 시 전체에서 6등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부모님은 다시 한번 내게 연락하려 했다.하지만 내게 연락이 닿지 않자, 이번에는 동급생들에게 부탁해 대신 전화를 걸게 했다.그러나 나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곧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부모님은 내가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들이 마련한 대학 입학 축하연에 참석하길 바랐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며칠 동안 집안의 분위기는 바닥까지 가라앉았다.그러던 중 예은이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언니가 돌아오지 않아도, 언니의 합격을 축하해 줄 수는 있잖아요.”예은이는 대학 입학 축하연을 예정대로 열자고 했다.내가 참석하지 않는 이유는, 학교에서 우수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조기 합숙 교육을 하기 때문이라고 둘러대면 된다는 것이었다.부모님은 그 말을 듣자마자 두말없이 예은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공부 잘하는 자식이 생겼는데, 친척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부모님은 축하연을 성대하게 열기 위해 예은이를 위해 예약해 두었던 평범한 호텔을 취소하고, 시내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5성급 호텔로 바꿨다.오빠에게는 인쇄소에서 길이가 무려 10미터나 되는 대형 현수막을 인쇄해 오라고 했다.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사랑하는 딸 심윤서의 수능 합격을 축하합니다! 시 전체 6위라는 영예를 차지한 것을 축하합니다!]부모님은 친척과 지인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직접 초대장을 전달했다.마침내 축하연 당일이 찾아왔다.부모님은 아침 일찍부터 말끔하게 차려입고, 호텔에 도착해 친척과 지인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그런데 연회장에 들어선 순간, 아빠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아빠는 현수막을 가리키며 인쇄를 맡았던 예은이에게 물었다.“여기 왜 네 이름이 적혀 있는 거니? 네 언니 이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예은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그, 그게... 인쇄소에서 잘못 인쇄했나 봐요.”“펜으로 이름만 고쳐 쓰면 안 될까요?”이미 손님들이
가족들이 뒤늦게 후회하고 있는 동안, 나는 무사히 G대에 도착했다.우수한 성적 덕분에 등록금도 전액 면제를 받았고, 장학금까지 추가로 받게 되었다.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 둔 돈까지 더하면, 앞으로 대학 4년 동안 쓸 생활비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정식 개강까지는 아직 한 달이 남아 있었다.나는 그 곳의 문화와 풍경을 미리 알아보는 한편, 외모에도 과감한 변화를 주기로 했다.18년 동안 길러 온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깔끔한 단발머리로 변신했다.사실 예은이가 늘 긴 머리를 하고 다녔을 뿐, 나는 원래 긴 머리를 좋아하지 않았다.사람들은 우리 자매를 보면 긴 머리가 찰랑거리는 예은이부터 예쁜 선녀 같다며 칭찬했다.짧은 머리를 한 나를 보면서는 시집도 못 갈 말괄량이라며 비웃었다.그런 비웃음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예은이처럼 긴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청바지도 전부 치마로 바꿔 입었다.한번은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치마를 입은 예은이가 송태원 앞에 나타난 적이 있었다.그 순간, 나는 송태원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똑똑히 봤다.그날 하루 종일 송태원은 예은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다음 날, 나는 일부러 머리를 풀어 내리고 예은이의 치마까지 빌려 입은 뒤 송태원을 만나러 갔다.하지만 송태원은 나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한참을 웃고 나더니 내게 이렇게 물었다.“윤서야, 너 지금 남을 따라 하다 얼마나 꼴사나워지는지 직접 보여 주려는 거야?”“하하하! 미운 오리 새끼가 공주 치마를 입은 꼴은 또 처음 보네. 진짜 웃긴다!”그때는 내가 예은이를 제대로 흉내 내지 못해서 그런 줄 알았다.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았다.세상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누구나 저마다의 개성과 빛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그저 주변 사람들이 외모가 더 돋보이는 예은이에게만 관심을 쏟느라 내 내면의 장점을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다행히 나는 제때 그 그림자에서 벗어났다.긴 머리를 자른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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