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임신한 뒤로 남편은 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수치스럽게도 내 몸은 점점 예민해졌다. 저녁이 오면 나는 허벅지에 힘을 준 채 말 못할 상상에 잠겼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에 가면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View More조재명은 고의상해죄로 구속되었다. 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그의 부모님이 찾아온 적 있었다. 돈으로 협의를 보자고 하면서 말이다.나는 노발대발 화를 내며 그들을 쫓아냈다. 조재명과 같은 인간은 사형한다고 해도 당연했다.이 모습을 퇴근길에 병문안 온 정준수가 보고 황급히 달려왔다.“누나 진정해요. 아기 생각해야죠...”정준수는 정말 다정했다. 내 배를 쓰다듬는 손이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그동안 나는 계속해서 정준수와 가면남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다. 그날 밤 정준수가 나타난 것이 우연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슬쩍 떠보기도 했지만 정준수는 우연히 지나가던 길이라고 했다. 내 집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대신 닫아주려고 했다가 조재명을 본 것이라고 말이다.“누나가 전에 도와준 건 고맙게 생각해요. 그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누나부터 지켜야 할 것 같았어요.”정준수는 아주 순수해 보였다. 대담하게 행동하는 가면남과는 정반대였다. 다부진 체격과 다정한 느낌이 정준수와 비슷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 특별히 닮은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정준수의 정성 어린 보살핌 덕분에 나는 곧 병원에서 퇴원하게 되었다.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신체적인 욕구도 강렬해졌다.이 시점에 나는 다시 가면남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손길이 점점 더 그리워지기만 했다.아이가 이제 막 6개월이 되었을 때, 차가운 장난감으론 더 이상 만족할 수가 없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던 가면남의 몸이 몹시 그리웠다. 하지만 그가 오지 않는 걸 내가 어떡하겠는가?그가 대체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하루하루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호기심이 점점 커져서 결국 그를 불러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그날 밤, 나는 다시 한번 커튼을 열었다. 침실에는 큰 창문이 하나 있는데, 보통 혼자 집에 있을 땐 항상 커튼을 쳐놓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창가에서 그를 유혹해 보기로 했다.나는 가장 얇은 옷을 입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번에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니라 창밖을
앞으로의 모든 나날을 나는 가면남을 기다리면서 보냈다. 하지만 그는 일주일이나 종적을 감췄다.나는 실망에 잠겼다. 그가 힘 풀린 사이에 가면을 벗기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누구인지라도 알았으면 이렇게 마냥 기다릴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그가 다시는 안 올 거라고 생각할 무렵의 금요일 저녁, 문 여는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나는 가면남인 줄 알고 마중하러 갔다가 조재명과 마주치고 말았다.이혼한 다음에도 나는 비상키를 돌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다시 만날 일은 없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나는 금방 조재명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는 내가 잠든 줄 알았는지, 내가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순간 나는 그가 등 뒤에 숨긴 칼을 발견했다.‘칼을 들고 이 새벽에 찾아와?’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목소리에도 떨림이 묻어났다.“재명 씨... 이게, 뭐 하는...”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조재명이 달려와서 비수를 내 목에 댔다.“재명 씨! 이게 뭐 하는 짓이야!”“네 뱃속의 애를 지우지 않으면 유진이가 나랑 헤어지겠대!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애 지워!”이게 사람이 한 말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내 뱃속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내가 미쳤지. 이런 남자랑 결혼하다니.’조재명은 장난하는 것 같지 않았다. 비록 손이 약간 떨리기는 했지만 하는 말은 진심인 모양이었다.목숨이 위협당하자 나는 배에서 다리까지 쥐가 나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는 언젠가 호러 영화에서 본 적 있는 그림이 떠올랐다.두려움에 나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물론 조재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가져온 약을 억지로 먹이려고 했다.“이 애는 재명 씨 애이기도 해. 5개월이나 됐어. 그런 애를 어떻게...”나는 이대로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껏 사랑해 온 아이를 어떻게 쉽게 포기하겠는가?“누구 앤지 내가 어떻게 알아? 어제도 네 집에서 남자가 나가는 걸 봤어!”‘어제...? 그 사람
밤이 무르익고 나는 기대감을 품은 채 침대에 누웠다. 머릿속에는 어젯밤 일어났던 일이 반복 재생됐다.그렇게 기다리다가 곧 잠들려고 할 때 나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번뜩 정신을 차린 나의 머릿속에는 두려움과 기대감이 한데 얽혔다.머릿속에는 두 가지 목소리가 싸우고 있었다.‘그 남자는 범죄자야! 신고해서 붙잡아야지!’‘나한테 나쁜 짓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그리워하기만 했잖아. 근데 왜 신고해? 내가 필요하던 남자야.’나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잠든 척했다.곧 남자가 침실에 들어서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이불을 걷고 내 곁에 누웠다.내가 긴장한 듯 눈을 꼭 감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겁먹을까 봐 휘파람까지 불었는데. 암호로는 별로였나 봐? 깨어 있는 거 알아, 날 기다렸잖아. 어제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기다린 거 아니야?”생각하고 있던 일을 들킨 나는 수치심에 눈을 떴다. 남자는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드러냈다.나는 오늘 일부러 조명 하나를 남겨 뒀다. 남자의 맑은 갈색 눈은 선명하게 보였다. 정준수의 검은색 눈과는 달랐다. 눈앞의 남자는 정준수가 아니었다.어제처럼 겁나지 않았던 나는 이불 속에 숨어서 남자를 관찰했다. 나의 시선을 느낀 그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가면을 제외한 모든 천 쪼가리가 침대 아래로 던져졌다.그의 몸매는 아주 훌륭했다. 건강한 피부색에 근육까지 있는 것이 조재명보다 훨씬 나았다. 이런 남자가 바로 앞에 있다는 생각에 나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을 줬다.그는 한결같이 부드러웠다. 내 배는 항상 보호하려고 했고 부드럽게 입술도 맞췄다. 그의 눈빛에 서린 애정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약해졌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없었다.어젯밤과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나는 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나는 슬슬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조금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에도 그게 분명히 드
내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조재명이 전화 왔다. 이혼 절차가 거의 끝나가서 오늘이 마지막 단계라는 말을 전하는 전화였다.그는 차가운 말투로 법원에서 만날 시간을 정했다.“애는 네가 알아서 해. 어차피 난 키울 생각 없으니까.”이 화를 나는 마냥 참을 수 없었다.“누가 내 애를 키워 달랬어? 넌 그냥 알아서 먹고살다가 죽어. 너 같은 새끼가 내 자식 아버지라는 걸 생각만 해도 재수 없으니까.”조재명은 임신한 나에게 이혼을 요구한 사람이다. 어찌 됐든 더 늦지 않게 본모습을 알게 된 건 좋게 생각하고 있다.“협의한 대로 돈 달라는 말은 절대 안 해. 대신 내 애 볼 생각도 하지 마.”나는 월급이 높았다. 그동안 모은 돈이 있는 데다가 집안도 좋아서 경제적인 어려움은 걱정할 것 없었다.나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자신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 얼굴과 몸매로 아이를 낳은 다음에 원하면 다른 남자를 만날 수도 있었다. 조재명이 어떻게 살지는 내 알 바가 아니었다.법원에서 나온 나는 기분 좋게 SNS에 소식을 알렸다. 바람피운 남자와 이혼하고 나니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이다.댓글을 달아준 사람은 꽤 되었다.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고 이웃들도 있었다.나는 이 동네에 결혼하기 전부터 살았다. 그래서 얼굴 알고 지내는 이웃이 꽤 되었다. 어르신도 있고 젊은 사람도 있었다.한 젊은 남자는 얼마 전 우리 집 수도도 고쳐준 적 있었다. 그가 댓글을 단 것을 보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그의 이름은 정준수로 나이가 아주 어렸다. 이제 금방 20대 초반이 되었을 텐데 얼굴이 아주 잘생겼다. 아직 수줍음이 많은 타입이었다.내가 이혼한 글 아래에 그는 아주 긴 댓글을 달았다. 결과적으로는 축하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고맙다는 답글을 남기고 만찬까지 즐기고 나서 집에 돌아갔다.시간은 어느덧 저녁 8시가 되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섰을 때 나는 조금 전 댓글을 달아줬던 정준수와 마주쳤다.나를 본 그는 수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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