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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기묘한괴짜
다음 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였다.

나는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벌떡 일어나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가족사진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부모님과 마주쳤다.

나는 절망감에 휩싸여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유리 파편에 발을 베었고, 발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은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했다.

오빠는 바닥에 흥건하게 번지는 피를 힐끗 보더니 비아냥거렸다.

“우리랑 사진 찍기 싫어서 이제는 자해까지 하는 거야?”

“윤서야, 네 위선과 냉정함은 정말이지 내 상상을 뛰어넘는구나!”

그 말을 남긴 오빠는 더는 나를 상대하지도 않고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부모님도 깊은 한숨만 내쉰 뒤 각자 할 일을 하러 흩어졌다.

예은이는 그런 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으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나를 위로하기까지 했다.

“언니, 가족사진을 같이 못 찍어서 속상한 거 알아.”

“대신 언니의 아쉬움을 달랠 방법을 생각해 봤어. 언니 사진을 합성해서 넣으면 되잖아!”

“어때? 괜찮은 생각이지?”

말만 들어서는 나를 배려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예은이의 눈빛에는 나를 비웃는 기색과 득의양양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득 어젯밤 예은이 건네준 우유가 떠올랐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예은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솔직히 말해. 네가 우유에 뭔가 넣었지? 그래서 내가 늦잠을 잔 거잖아!”

그러자 예은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실랑이를 벌이던 중, 거실 구석에 설치된 CCTV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나는 예은이를 밀쳐 내고 서재로 달려가 어젯밤의 CCTV 영상을 찾아냈다.

그리고 화면에 나타난 장면을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영상 속 예은이는 주방에 몰래 숨어들어서 하얀 알약 하나를 우유에 넣고 있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유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끓어오르던 분노가 정점에 달했다.

그동안 내가 번번이 늦잠을 잤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가족 단톡방에서 나를 빼놓았던 것처럼, 예은이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일부러 그런 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극심한 충격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비틀거렸다.

그러다 실수로 팔이 마우스에 닿았고, CCTV 영상의 재생 막대가 보름 전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화면에는 또다시 예은이가 내 우유에 뭔가를 넣는 모습이 나타났다.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

보름 전이라면 수능 첫날이었다.

가족사진을 못 찍게 방해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내 인생까지 망가뜨리려 했다고?

다행히 그날은 위가 좋지 않아서 우유를 마신 뒤에도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했다.

덕분에 수면제 성분이 몸 밖으로 배출되어서 가까스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나는 증거를 들고 부모님을 찾아갔다.

예은이에게 호되게 화를 내며 따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부모님은 예은이에게 단 한 마디도 매섭게 꾸짖지 않았다.

그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한마디 하셨을 뿐이었다.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

그러고는 오히려 나를 돌아보며 나무라셨다.

“아무 피해도 없었는데, 그깟 일로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예은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부모님은 예은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 주셨다.

그때 오빠까지 달려와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다 한 가족인데, 그깟 일로 꼭 이렇게까지 따져야 해?”

“설령 예은이가 잘못했다고 해도, 너한테는 책임이 없는 거야?”

나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때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예은이를 감싸 주기 위해서, 부모님과 오빠는 이제 기본적인 옳고 그름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편애였다.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웃음이 터질수록 눈물도 함께 흘러내렸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혐오스럽다는 듯 흘겨보셨다.

“가족사진 한 장 못 찍은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니? 정 그러면 내일 다시 가서 찍으면 되잖아!”

나는 웃음을 멈추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가족사진을 다시 찍을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나는 이 집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나는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서 여행 가방을 꺼냈다.

곧바로 얼마 되지도 않는 내 물건들을 전부 가방에 쓸어 담았다.

그런 다음 가족 모두의 번호를 차단하고,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라는 이름의 단톡방에서도 나왔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서서,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이제부터는 아무리 먼 길을 가더라도 지난날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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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을 건너면 별빛이 나를 반긴다   제10화

    진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망설임 없이 예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네가 우리 집안을 어떻게 망쳐 놨는지 알아?!”부모님은 가슴을 치며 후회하면서, 당장이라도 예은이를 잡아먹을 듯 분노했다.부모님은 서둘러 연회를 끝낸 뒤 예은을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방에다 가둬 버렸다.“제대로 반성할 때까지 방에서 나올 생각도 하지 마!”예은을 벌한 뒤, 부모님은 학교 상담사를 통해 내게 연락해 왔다.부모님은 원래 대학 입학 축하연을 계기로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상황은 더 나빠지고 말았다.그날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 대부분은 시비를 가릴 줄 알았기에, 나를 심하게 비난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소문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퍼지기 마련이었다.이 일을 재미 삼아 떠벌린 사람이 있었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점점 부풀어 갔다.결국 나는 공부도 못하고 인성도 형편없는 인간쓰레기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부모님은 전화기 너머로 목 놓아 울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했다.[윤서야, 제발 우리 말을 믿어 줘. 우리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오빠도 전화로 내게 사과했다.[그동안 오빠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어.][넌 언제나 최고의 동생이었어. 오빠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동생이기도 했고!]부모님과 오빠는 잠시 망설이다가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이번 한 번만 우리를 용서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줘!]나는 세 사람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용서받고 싶어요? 그럼 그렇게 해 줄게요.”“대신 여러분이 직접 나서서 이번 일의 전말을 모두 밝혀 주세요. 예은이가 예전에 내 우유에 약을 몰래 넣었던 일까지 전부요.”“그렇게만 해 주시면, 나도 여러분을 내 가족으로 인정할게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내던 부모님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그... 그렇게 하면 예은이 평판이 완전히 망가지잖니.][아니면 다른 걸 요구해도 돼. 돈이든 다른 거든.][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다 해 줄게...]“됐어요.”나는 담

  • 어둠을 건너면 별빛이 나를 반긴다   제9화

    대형 스크린에 나온 영상은 부모님이 미리 모아 둔 내 공부하는 모습이 아니었다.대신 얼마 전 우유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낸 내가 화가 나서 가족들에게 따지는 장면이 흘러나왔다.영상에서는 예은이의 잘못을 입증할 증거가 나오는 부분만 교묘하게 삭제되어 있었다.반면 예은이를 몰아붙이며 화를 내는 내 모습과 날카로운 말들만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제멋대로 굴고, 부모에게 불효하며 동생까지 괴롭히는 악독한 딸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예상대로 연회장에 모인 손님들은 저마다 고개를 맞대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예은이의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의 비난은 내게만 쏟아지지 않았다.오히려 부모님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방금 영상에 나온 아이가 저 집 큰딸인가 봐요. 성격이 어쩜 저렇게 사나워요? 가정교육이 엉망이네요.”“그러게요.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는 법이죠. 저런 아이로 키웠다면 부모도 적어도 70퍼센트는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맞아요. 자기들 잘못은 돌아보지도 않고, 사람들 앞에서 자식의 추한 모습까지 공개하다니. 아이한테 최소한의 체면도 지켜 줄 생각이 없는 거잖아요!”그때 누군가 연회장 입구에 걸린 거대한 현수막을 떠올리면서 부모님의 의도를 짐작했다.“분명 한쪽은 치켜세우고 다른 한쪽은 깎아내리려는 거겠죠!”“막내딸의 우수한 성적과 큰딸의 무례한 행동을 나란히 보여 주는 게 아니면 대체 뭐겠어요? 한쪽은 치켜세우고 다른 한쪽은 깎아내리는 거잖아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제야 사정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부모님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너무하네요. 똑같이 자기 자식인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편애할 수가 있어요?”그 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부모님의 귀에 들어갔다.환하게 웃고 있던 두 분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부모님도 그 사실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과거에 나를 소홀히 대했던 것은 사실이었다.하지만 이제는 잘못을 깨닫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분명

  • 어둠을 건너면 별빛이 나를 반긴다   제8화

    내가 시 전체에서 6등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부모님은 다시 한번 내게 연락하려 했다.하지만 내게 연락이 닿지 않자, 이번에는 동급생들에게 부탁해 대신 전화를 걸게 했다.그러나 나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곧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부모님은 내가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들이 마련한 대학 입학 축하연에 참석하길 바랐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며칠 동안 집안의 분위기는 바닥까지 가라앉았다.그러던 중 예은이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언니가 돌아오지 않아도, 언니의 합격을 축하해 줄 수는 있잖아요.”예은이는 대학 입학 축하연을 예정대로 열자고 했다.내가 참석하지 않는 이유는, 학교에서 우수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조기 합숙 교육을 하기 때문이라고 둘러대면 된다는 것이었다.부모님은 그 말을 듣자마자 두말없이 예은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공부 잘하는 자식이 생겼는데, 친척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부모님은 축하연을 성대하게 열기 위해 예은이를 위해 예약해 두었던 평범한 호텔을 취소하고, 시내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5성급 호텔로 바꿨다.오빠에게는 인쇄소에서 길이가 무려 10미터나 되는 대형 현수막을 인쇄해 오라고 했다.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사랑하는 딸 심윤서의 수능 합격을 축하합니다! 시 전체 6위라는 영예를 차지한 것을 축하합니다!]부모님은 친척과 지인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직접 초대장을 전달했다.마침내 축하연 당일이 찾아왔다.부모님은 아침 일찍부터 말끔하게 차려입고, 호텔에 도착해 친척과 지인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그런데 연회장에 들어선 순간, 아빠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아빠는 현수막을 가리키며 인쇄를 맡았던 예은이에게 물었다.“여기 왜 네 이름이 적혀 있는 거니? 네 언니 이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예은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그, 그게... 인쇄소에서 잘못 인쇄했나 봐요.”“펜으로 이름만 고쳐 쓰면 안 될까요?”이미 손님들이

  • 어둠을 건너면 별빛이 나를 반긴다   제7화

    가족들이 뒤늦게 후회하고 있는 동안, 나는 무사히 G대에 도착했다.우수한 성적 덕분에 등록금도 전액 면제를 받았고, 장학금까지 추가로 받게 되었다.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 둔 돈까지 더하면, 앞으로 대학 4년 동안 쓸 생활비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정식 개강까지는 아직 한 달이 남아 있었다.나는 그 곳의 문화와 풍경을 미리 알아보는 한편, 외모에도 과감한 변화를 주기로 했다.18년 동안 길러 온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깔끔한 단발머리로 변신했다.사실 예은이가 늘 긴 머리를 하고 다녔을 뿐, 나는 원래 긴 머리를 좋아하지 않았다.사람들은 우리 자매를 보면 긴 머리가 찰랑거리는 예은이부터 예쁜 선녀 같다며 칭찬했다.짧은 머리를 한 나를 보면서는 시집도 못 갈 말괄량이라며 비웃었다.그런 비웃음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예은이처럼 긴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청바지도 전부 치마로 바꿔 입었다.한번은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치마를 입은 예은이가 송태원 앞에 나타난 적이 있었다.그 순간, 나는 송태원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똑똑히 봤다.그날 하루 종일 송태원은 예은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다음 날, 나는 일부러 머리를 풀어 내리고 예은이의 치마까지 빌려 입은 뒤 송태원을 만나러 갔다.하지만 송태원은 나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한참을 웃고 나더니 내게 이렇게 물었다.“윤서야, 너 지금 남을 따라 하다 얼마나 꼴사나워지는지 직접 보여 주려는 거야?”“하하하! 미운 오리 새끼가 공주 치마를 입은 꼴은 또 처음 보네. 진짜 웃긴다!”그때는 내가 예은이를 제대로 흉내 내지 못해서 그런 줄 알았다.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았다.세상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누구나 저마다의 개성과 빛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그저 주변 사람들이 외모가 더 돋보이는 예은이에게만 관심을 쏟느라 내 내면의 장점을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다행히 나는 제때 그 그림자에서 벗어났다.긴 머리를 자른 뒤에는

  • 어둠을 건너면 별빛이 나를 반긴다   제6화

    [윤서 어머님, 윤서는 수도권에 있는 G대에 합격했어요. 합격 통지서도 이미 받아 갔고요.][참, 윤서는 어제 먼저 출발해서 학교에 등록하러 갔어요.][혹시 집에는 이야기하지 않았나요?]담임 선생님은 그 뒤로도 무언가를 더 말씀하셨지만, 엄마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엄마의 머릿속은 온통 내가 집에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수도권으로 떠났다는 생각뿐이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엄마는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잠깐, 말도 안 돼.’내 평소 성적은 중위권에 불과했다.‘집 근처에 있는 A대 정도가 그나마 갈 수 있는 대학이었는데, 대체 어떻게 G대에 합격한 거지?’“혹시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닌가요?”엄마가 의심하자, 연 선생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하면서도 답답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이런 말씀까지 드리긴 그렇지만, 따님이 몇 점을 받았는지도 모르세요?][윤서가 전에는 성적이 조금 부족했던 건 맞아요. 그런데 2학기 들어 갑자기 공부에 몰두하더니, 전교 100등 밖에서 단숨에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왔어요.][이번 수능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총점 기준으로 시 전체에서 6등을 했답니다!]“뭐라고요? 시 전체에서 6등이라고요?!”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동시에 놀라서 외쳤다.특히 예은이 충격은 더 컸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은이는 자신이 내 수능을 망칠 뻔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런데 내 점수가 자기보다 무려 100점이나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질투에 사로잡힌 예은이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그때 차라리 약 세 알을 전부 다 우유에 넣었어야 했는데!’예은이가 질투에 사로잡힌 것과 달리, 부모님은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부모님은 원래 내가 무뚝뚝하고 머리도 평범한 데다가, 특별히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셨다.예은이 역시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나보다 예쁘고 눈치도 빨랐다.그래서 부모님은 늘 예은이를 편애했고, 나는 무슨 일이

  • 어둠을 건너면 별빛이 나를 반긴다   제5화

    전날 했던 약속을 지키고, 무엇보다 내가 더는 예은이의 잘못을 문제 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다음 날 아침, 가족들은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난 뒤 내 방문 앞에서 기다렸다.나와 함께 가족사진을 다시 찍기 위해서였다.평소라면 아침 7시에 일어났을 내가 오전 9시가 되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자, 부모님은 눈짓으로 오빠에게 문을 두드려 보라고 하셨다.오빠는 내 방 앞으로 다가가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윤서야, 일어나. 가족사진 다시 찍으러 가야지.”“빨리 일어나. 엄마 아빠랑 나도 너 기다리고 있잖아!”한참을 불러도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오빠는 참다못해 중얼거렸다.“설마 또 약 탄 우유를 마시고 잠들기라도 한 거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예은이에게 향했다.예은이는 화들짝 놀라더니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이번에는 정말 내가 안 그랬어요!”“못 믿겠으면 CCTV를 확인해 봐도 돼요!”전날 부모님은 내 앞에서는 줄곧 예은이를 감싸셨지만, 따로 불러서는 단단히 꾸짖으셨다.“어쨌든 윤서는 네 언니고, 우리 가족이야.”“다시 이런 짓을 하다가 들키면, 그땐 너를 딸로 인정하지 않을 줄 알아!”사실 예은이도 속으로는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부모님의 엄한 경고까지 듣자, 예은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내가 또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부모님은, 곧바로 여분의 열쇠로 방문을 열었다.그리고 방 안을 들여다본 순간, 네 사람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부모님의 얼굴에는 처음엔 미안함이 스쳤다가, 곧 놀라움이 번졌다.이내 그 표정은 분노로 바뀌었다.“보상해 주겠다고 했는데,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가 버리다니!”“정말 불효막심해도 유분수지!”“이런 못된 것 같으니라고! 정말 사람 속을 뒤집어 놓네!”엄마는 화가 날수록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다 휴대폰을 집어 들고 사진관에 전화를 걸었다.“저희가 예약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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