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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행복을 믿은 날

作者: 6jay
last update 公開日: 2026-10-20 10:01:32

새 집 냉장고에는 세 사람의 일정표가 붙었다.

월요일과 수요일 하교 뒤 돌봄교실, 금요일은 명자, 화요일은 태주가 일찍 퇴근하고 목요일은 서연이 재택근무 뒤 저녁을 맡았다. 일정이 바뀌면 빈칸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아빠, 이번 주 목요일도 늦어?”

“현장 마감이라 8시.”

“그럼 이모랑 떡볶이 먹을 거야.”

“저녁으로는 안 돼.”

“아빠 없는 날인데 왜 아빠가 정해.”

“냉동 만두도 먹으면 돼.”

서연이 끼어들자 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 엄마가 된대.”

아이는 집 안에서만 가끔 새 호칭을 썼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이모라고 했고, 어떤 날은 잠들기 전 한 번 엄마라고 불렀다. 두 사람은 횟수를 세지 않았다.

입주 한 달 뒤, 태주와 서연은 결혼식 날짜를 정했다. 5월 마지막 토요일, 하객 50명이 들어가는 작은 예식장이었다.

“너무 빠른가?”

태주가 계약서를 보며 물었다.

“우리 벌써 몇 년을 돌았는데.”

“준비 기간은 두 달도 안 돼.”

“드레스 입고 밥 먹는 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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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니, 나 어떡하지 형부가...   제143화. 토끼 스티커

    봄이가 들고 온 공책에는 서연의 옛 주소가 적혀 있었다.숫자 하나를 잘못 써 두 줄로 지운 자국이 보였다. 서연이 떠나는 날, 아이는 화물차 옆에 서서 주소와 버스 번호를 적었다. 그 공책이 아직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이건 어디서 났어?”“내 서랍. 엄마가 겨울옷 꺼내다가 책도 좀 버리래서.”“이거 버리려고?”“아니. 버릴 거 고르는데 이런 것만 나와.”첫 장의 토끼 스티커는 한쪽 귀가 접혀 있었다. 봄이는 그걸 새 다이어리로 옮기려고 모서리를 들었다가 종이까지 따라오는 바람에 그만뒀다고 했다.서연은 손톱으로 눌러 붙였다. 오래된 접착면을 억지로 떼어 주지는 않았다.“새 다이어리는 새 스티커 붙여. 이건 여기 두고.”“같은 거 안 팔아.”“그럼 다른 거 고르면 되지.”봄이는 가방에서 토끼 스티커 한 장을 꺼냈다. 같은 말을 들을 줄 알고 미리 사 왔다는 듯 당당했다.“골라. 이모도 하나 붙여.”서연은 노란 토끼를 골랐다. 봄이가 고른 것은 안경을 쓴 흰 토끼였다. 둘이 새 다이어리에 나란히 붙이자 아이가 만족한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사진을 확인하던 봄이가 서연 손을 잡아당겼다.“손 치워 봐.

  • 언니, 나 어떡하지 형부가...   제142화. 도면 위의 집

    태주는 입구에 세워 둔 안내판부터 옮겨 달라고 했다.오래된 주민센터를 청소년 공간으로 바꾸는 현장이었다. 바닥 마감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복도 한쪽에는 의자가 쌓여 있었다. 관계자들이 둘러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는데, 정작 출입문 안쪽이 안내판에 가려 좁아졌다.“이건 임시로 놓은 거라서요.”담당자가 말했다.“임시라도 오늘 사람이 드나들잖아요.”태주는 안내판을 벽 쪽으로 옮기고 바닥 표시를 다시 확인했다. 문 폭만 넓으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안에 들어와 몸을 돌릴 자리와 잠깐 앉을 곳도 있어야 했다.이정우가 도면을 들고 따라왔다.“상담실 문은 설계팀에서 다시 본대요. 오늘 바로 바꾸는 건 안 된다고.”“당연하지. 검토 끝나기 전에는 뜯지 마.”태주는 현장에서 찍은 사진에 사람이 서는 위치를 표시해 보냈다. 실제 동선이 도면과 다른 곳을 설명하는 일이었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손부터 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운영 담당자가 맞은편 벽을 가리켰다.“저쪽에는 학생들 사진을 걸려고 해요. 개관할 때 작은 전시도 하고.”“액자 무게부터 알려 주세요.”“아직 작품을 안 받아서요.”“그럼 여러 크기로 바꿀 수 있는 방식으로 협의해 보죠. 위치를 지금 다 고정하지 말고요

  • 언니, 나 어떡하지 형부가...   제141화. 주간표의 빈칸

    봄이는 달력을 공유해 놓고 사흘 만에 후회했다.색을 나눈 것까지는 좋았다. 엄마 집에서 자는 날은 노란색, 아빠 집은 파란색. 학원은 초록색이고 친구들과 정한 약속은 회색이었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가 비어 있는 걸 본 아빠가 문자를 보냈다.『그날 할머니 댁 다녀올까?』엄마에게서는 다른 말이 왔다.『가을옷 보러 가자. 작년 겉옷 작더라.』봄이는 두 대화창을 번갈아 보다가 단체방에 썼다.『빈칸이라고 다 써도 되는 거 아니야.』태주가 먼저 전화했다. 마침 서희가 같은 식탁에 있어서 봄이는 스피커를 켰다.“아빠가 넣겠다고 한 게 아니라 물어본 거야.”“둘 다 물으면 나는 두 번 거절해야 하잖아.”“그럼 뭐 할 건데?”“아직 몰라.”서희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그럼 저녁 어디서 먹는지도 모르는 거야?”“그거랑 달라. 잠은 엄마 집에서 잘 거고, 오후에는 그냥 아무 약속도 안 하고 싶은 거야.”태주는 잠깐 말이 없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누구와 몇 시에 있는지 빈칸 없이 채워야 했다. 그 표 덕분에 봄이는 기다릴 수 있었고, 어른들은 서로 일을 떠넘기지 않았다.이제 봄이는 그 표에서 아무것도 적지 않을 칸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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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회의실 화면에 첫 문구가 떴다.엄마의 마음으로 차리는 식탁.서연은 펜 뚜껑을 닫았다. 식기 기획전 초안이었다. 지난달 합류한 하윤이 손에 든 자료를 조금 더 높였다.“가족 단위 고객을 중심으로 잡았습니다. 따뜻한 이미지가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요.”수진이 다음 장을 넘겨 달라고 했다. 고객 조사에는 1인 가구와 두 사람이 사는 집의 응답도 상당히 많았다.“이 자료하고 첫 문장이 좀 다른데요.”하윤의 귀가 붉어졌다.“혼자 살아도 엄마 밥은 그리울 수 있으니까요.”서연은 그 말을 자기 이야기로 듣지 않으려고 표를 다시 봤다.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까지 문장 하나에 들어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그리운 마음 말고, 이 그릇을 사면 편한 점이 뭐죠?”“깊이가 다르고, 작은 접시는 덮개로도 쓸 수 있습니다.”“그걸 먼저 보여 줘요. 밥 차리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손님이 정하게 두고.”하윤은 자료에 줄을 그었다. 수진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가 다른 의견을 냈다.“그런데 기능만 말하면 너무 건조하지 않을까요? 지난번도 사양표 같다는 얘기 들었잖아요.”맞는 지적이었다. 서연은 곧바로 고쳐 쓸 문장을 불러 주려다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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