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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타이밍

Author: 공자영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0 09:48:25

콘서트 기획 일정에 맞추려면 생각보다 기간이 빡빡했다. 전해 듣기론 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모먼트에 왔던 게 아니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일정에 맞추려면 생각해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자, 우리 잘해봅시다!”

정예 멤버를 꾸리는 것이었다.

비록 멤버를 뽑은 것은 하영이었지만.

“첫 PM이시죠 여림 님?”

재훈이 웃으며 말했다.

“네…. 부족한 게 많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에요. 우리가 한두 번 같이 일한 것도 아니고.”

모먼트가 그렇게 큰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이미 얼굴을 다 익힌 사이였다.

“아, 제가 첫 PM 맡은 기념 밥이라도 쏠까 싶은데!”

“오늘이요?”

“아, 오늘? 어… 전 가능한데, 다들 괜찮으세요?”

오늘을 딱히 생각한 건 아니지만 언젠가 첫 PM을 맡으면 꼭 밥을 쏴야지 생각했었다.

“저는 오늘 와이프랑 저녁 먹기로 해서…….”

공연장 세트 제작과 기술 업체 담당인 재훈이 곤란한 듯 이야기했다.

“아, 신혼이시지…. 어쩔 수 없죠 뭐.”

얼마 전, 결혼한 새신랑이었다. 여림은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휙 재훈의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 오늘 퇴근하고 친구 취업 축하 파티가…….”

홍보 및 마케팅 담당 가은 역시 난감한 듯 말끝을 흐렸다.

“취업도 어쩔 수 없죠. 과반수가 안 되면 그냥 다음에 쏠게요!”

하긴,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당일 회식을 잡아. 나라도 없는 약속 만들어가면서 안 갔을 게 뻔한데.

“그럼 일단 다음 기획안 미팅 때 봬요!”

여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은과 재훈은 고개를 숙이고는 미팅실을 나갔다.

그때, 책상에 올려두었던 휴대폰의 화면이 반짝였다.

[길바닥]

ㅡ 오늘 옷 돌려줄까?

윤호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저도 모르게 화면을 눌러 읽어버렸다. 너무 바로 본 탓에 쉽게 답장도 하지 못하고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뭐라고 답장하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여림은 시계를 바라봤다. 퇴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준비되지 않은 마음. 왜 이렇게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 들까.

그 순간.

“아, 아직 계셨네요.”

회의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여림 님.”

현재였다.

원래라면 여림과 함께 회의에 참석했어야 했지만, 갑작스럽게 다른 프로젝트에서 급한 회의가 잡히는 바람에 빠질 수 박에 없었다.

이제야 정리되고 온 모양이었다.

“네?”

“전 오늘 시간 되는데.”

“……”

“저랑 저녁 드실래요?”

여림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현재를 빤히 바라봤다.

“아, 오는 길에 가은 님이 회식 이야기 해줬어요. 쏘겠다고 하셨다면서요.”

멍한 여림에 현재는 다급히 말을 덧붙였다. 

순간 생각했다. 왠지 준비가 되지 않은 마음으로 윤호를 만나는 것보다 현재랑 밥을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윤호를 보는데 웬 마음의 준비냐 할 수 있겠지만, 여림은 그래야 했다.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했다. 

“둘이요?”

“네. 저 여기 와서 첫 PM 맡을 때도 우리 둘이서 한 잔 했잖아요.”

“아, 맞다.”

“그리고 그 다음 약속 기억해요?”

그 다음 약속?

여림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 문득.

‘오늘 현재 님이 쐈으니까, 제 첫 PM 때는 제가 쏠게요!’

그 기억이 스쳤다.

여림이 모먼트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현재는 자신의 PM 건을 축하해주는 여림에 느닷없이 밥을 사주겠다며 식당에 데려갔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여림에게 사수인 현재가 PM을 맡은 건 일종의 동기부여였다.

‘저랑 진짜 저녁 먹어도 돼요?’

‘그럼요, 안 그래도 여림 님한테 밥 한 번 사주고 싶었어요.’

‘왜요?’

‘제가 사수니까요.’

그런 때가 있었더랬다.

“아.”

여림은 그제야 기억이 난 듯 입을 작게 벌렸다.

“그럼 제가 사야겠네요, 이번엔?”

“그때 갔던 데로 갈래요?”

“좋아요!”

그제야 여림은 윤호에게 답장을 보낼 수 있었다.

***

“여기 계란찜도 서비스로 두 개나 얻어 먹었었는데.”

“그러니까요. 회사에서 좀 멀어도 진짜 맛있었어요.”

현재는 안전벨트를 풀며 여림의 말에 대꾸했다. 

“심지어 폭탄 계란찜!”

여림은 그에 신이 난 듯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식당에 들어간 두 사람은 음식과 술을 주문했다.

“저만 마셔도 돼요 진짜?”

“어차피 운전해야 되잖아요. 대리 부르는 건 별로라.”

“그럼 저도 딱 이것만 마실게요.”

“오늘 여림 님 축하할 날인데 뭐 어때요, 제가 데려다줄게요.”

여림은 씩 웃으면서 조심스레 맥주를 땄다. 그리고 현재는 자연스럽게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 곧바로 여림의 맥주잔에 부었다.

그리고 탁.

절대 섞이지 않을 것만 같아 보이는 두 주류가 여림의 손짓 한 번에 서로를 껴안듯 섞였다.

“와, 이거지.”

꿈에 한 발짝 다가간 어른의 소맥은 참 황홀했다.

“맛있게 먹어요.”

현재는 고기를 불판에 올리며 말했다.

“저 잘할 수 있겠죠?”

“기한도 촉박한 프로젝트를 팀장님이 여림 님한테 맡긴 거 보면 충분히 믿을 만하다고 보신 거 같은데요?”

현재는 긴장한 여림에 기를 팍팍 불어 넣어주었다.

“힘든 거 있음 물어봐요. 어차피 저 그러라고 팀장님이 붙여준 거니까.”

“아, 그러니까요. 일도 많은데 왜 이것도 하겠다고 하셨어요. 힘드실텐데.”

잔뜩 좁힌 미간으로 현재에게 말하자 현재는 오히려 씩 웃으며 말했다.

“비밀이에요.”

그리고 잘 익은 고기 한 조각을 여림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그렇게 둘 만의 식사가 어느 정도 무르익을 때.

“몇 명?”

입구 쪽에서 식당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두 명이요!”

여림은 아무 생각 없이 소맥 제조에 집중했다.

“막 잔일 거 같아요.”

그리고 나름대로 신중하게 소주를 따랐다.

“여기 앉을게요, 이모!”

그때.

맞은편 테이블에 사람이 들어왔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높이를 컵에 맞추고 소맥 제조에 열중하던 여림은 누가 들어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탁.

또 다시 두 주류가 엉키고.

“현재 님, 짠~!”

현재의 물컵과 여림의 맥주잔이 부딪히는 순간.

“……!”

여림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현재의 등 뒤, 여림의 시선 끝에 보이는 익숙한 얼굴.

딸꾹.

“…… 꿈인가.”

“네?”

현재가 의아한 얼굴로 여림을 바라보았다. 여림은 대답 대신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현재의 뒤를 천천히 가리켰다.

“저기… 뒤에….”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에 현재도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 아니, 보지 마요!”

다급하게 현재의 팔목을 붙잡았다.

차윤호.

윤호도 여림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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