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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아침부터 그녀를 따라가다

作者: STARGIL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0 16:49:08

4화 — 아침부터 그녀를 따라가다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나는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였다.

“아…….”

대충 팬티 위로 긁적거리며 천장을 바라봤다.

무료하다.

진짜 너무 무료하다.

회사 다닐 때는 아침이 그렇게 싫었다.

알람 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났고,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이불 속에서 버텼다.

그런데 지금은?

눈을 떠도 갈 곳이 없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출근할 회사도 없다.

회의도 없고.

보고할 것도 없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처음 한두 달은 분명 좋았다.

평일 아침 늦잠.

낮술.

게임.

넷플릭스.

그런데 이것도 계속되니까 사람이 점점 썩는 느낌이었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맞은편.

그 누나네 집.

이제는 거의 습관이었다.

눈을 뜨면 휴대전화를 보는 게 아니라,

먼저 맞은편 창문을 본다.

“하…….”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나 진짜 왜 이러냐.”

그런데 창문에 불이 켜져 있었다.

“어?”

아침부터 일어났네.

출근 준비인가?

나는 조금 더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방 안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한여름이라 그런지 편한 홈웨어 차림이었다.

짧은 민소매.

그리고 숏팬츠.

잠이 덜 깬 듯한 흐트러진 머리.

회사나 병원에서 봤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

괜히 웃음이 나왔다.

화려하게 꾸민 것도 아닌데 묘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았다.

화장품을 하나 꺼냈다.

뭔가를 바르고.

다시 일어났다.

옷장을 열었다.

다시 거울.

또 옷장.

또 거울.

“여자들은 출근 준비도 바쁘네.”

그녀는 침대 위에 옷을 하나 던졌다.

휙.

또 하나.

휙.

마음에 안 드는지 다시 집었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피식 웃었다.

“은근히 덤벙거리네.”

그녀가 옷을 들고 방 안쪽으로 사라졌다.

시야에서 없어졌다.

“아…….”

나도 모르게 작은 탄식이 나왔다.

그리고 바로 정신을 차렸다.

“야.”

내가 내 머리를 한번 쳤다.

“뭐가 아쉬워.”

혼자 웃었다.

몇 분 뒤 그녀가 다시 나타났다.

이미 출근할 옷으로 갈아입은 뒤였다.

“오늘도 실패네.”

장난처럼 혼잣말을 하고는 물을 마셨다.

이런 말까지 하는 내가 좀 웃겼다.

변태 같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변태 맞는 것 같다.

나는 창문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오늘은 어디로 출근하지?

병원인 건 안다.

삼성병원.

그럼 뭘 타고 가지?

버스?

택시?

차?

몇 시까지 출근하는 걸까?

“…….”

나는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 괜히 옷장을 열었다.

티셔츠 하나.

청바지.

모자를 하나 집었다.

“할 것도 없는데 시내나 갈까.”

말은 그렇게 했다.

하지만 스스로 알고 있었다.

시내가 궁금한 게 아니었다.

그녀가 궁금했다.

나는 집을 나왔다.

골목 끝.

조금 떨어진 곳에 그녀가 보였다.

나는 속도를 늦췄다.

너무 가까이 가면 이상하다.

“나 진짜 미쳤네.”

혼잣말이 나왔다.

그래도 발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나는 반대편 인도 쪽으로 걸었다.

마치 원래 같은 방향으로 가던 사람처럼.

버스가 왔다.

그녀가 올라탔다.

잠깐 망설였다.

‘여기서 돌아갈까?’

정상적인 생각은 그거였다.

그런데 나는 버스 문이 닫히기 전에 올라탔다.

삑.

교통카드 소리.

사람이 많았다.

그녀는 앞쪽에 서 있었다.

나는 뒤쪽.

휴대전화를 꺼냈다.

뉴스를 보는 척했다.

사실 글자는 하나도 안 들어왔다.

몇 정거장이 지나자 자리가 조금 비었다.

그녀는 창가에 앉았다.

나는 멀찍이 떨어진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녀도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

‘아.’

놀랐다.

진짜 놀랐다.

그녀의 눈이 나를 스쳤다.

1초.

아니,

그보다도 짧았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알아봤나?’

설마.

그럴 리 없다.

고등학교 때 같은 버스를 몇 번 탄 건 십 년도 넘은 일이다.

병원에서도 제대로 마주친 적 없다.

그런데 괜히 손끝이 굳었다.

몇 초 뒤 다시 슬쩍 봤다.

그녀는 이미 창밖을 보고 있었다.

“후…….”

나도 모르게 숨을 내쉬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을 본 거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버스 안내방송이 나왔다.

삼성병원.

그녀가 일어났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 따라 내렸다.

‘어차피 시내 갈 거니까.’

또 변명했다.

병원 앞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환자.

직원.

카페 손님.

택시.

그녀는 자연스럽게 병원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병원 바로 앞 메가커피가 보였다.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커피를 받아 창가에 앉았다.

유리 너머로 병원이 보였다.

그녀는 이미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나는 빨대를 물었다.

“그래서?”

혼자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와서 뭐 하려고.”

답이 없었다.

이제 병원 안까지 들어가면 진짜 이상하다.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굳이 볼 필요는 없다.

나는 커피를 반쯤 마셨다.

갑자기 정신이 좀 들었다.

“돌아가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또 이상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맞은편부터 봤다.

불이 켜져 있었다.

“어?”

그녀는 아직 병원에 있을 시간인데.

누구지?

자세히 보니 중년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중년 여자도 보였다.

“아빠인가?”

나는 조금 더 바라봤다.

“엄마도 있네.”

부모님인가 보다.

지금까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원래 같이 사는 건가?

아니면 오늘만 온 건가?

그 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그녀 혼자 사는 줄 알았다.

강아지만 키우면서.

그런데 부모님이 있는 걸 보니 전혀 다른 집처럼 느껴졌다.

중년 남자는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여자도 뒤따라 들어갔다.

TV 불빛이 보였다.

둘은 편하게 누워 있는 것 같았다.

“부부 사이 좋네.”

나는 별생각 없이 보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뒤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둘 사이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사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어…….”

뭐지.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몇 초간 그대로 있었다.

다시 볼까 싶다가 관뒀다.

“아니지.”

나는 헛웃음을 쳤다.

“이건 진짜 아니지.”

이상하게 귀가 뜨거워졌다.

아무리 호기심이 생겨도,

남의 부부생활까지 보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나는 난간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 집…….”

묘하다.

며칠 전까지 나한테 아무 의미도 없던 집이었다.

그냥 맞은편 주택.

낡은 벽.

작은 창문.

그런데 지금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존재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강아지.

부모님.

그리고 그녀.

마치 멀리서 한 가족의 조각을 하나씩 주워 모으는 기분이었다.

그게 재미있으면서도……

조금 찝찝했다.

나는 방으로 내려왔다.

소파에 앉았다.

아직 그녀가 돌아올 시간은 멀었다.

휴대전화를 봤다.

오후 3시 17분.

“하…….”

또 기다리겠네.

나는 천장을 바라봤다.

아침부터 그녀를 봤다.

같은 버스를 탔다.

병원까지 따라갔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게 정말 단순한 호기심일까?

“사랑?”

입 밖으로 꺼냈다가 바로 웃었다.

“뭔 사랑이야.”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도.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도.

남자친구가 있는지도.

이름조차 모른다.

그런데도 신경 쓰인다.

그녀가 없는 집은 이상하게 조용하게 느껴진다.

창문에 불이 켜지지 않으면 계속 보게 된다.

돌아올 시간이 지나면 궁금해진다.

나는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었다.

“이건 뭘까.”

외로워서 그런가.

회사를 그만둔 뒤로 사람이 그리운 건가.

아니면 그냥……

그녀가 내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여자라서?

문득 아침에 봤던 모습이 떠올랐다.

흐트러진 머리.

거울 앞에서 화장하던 모습.

침대 위로 옷을 휙휙 던지던 모습.

출근 준비를 하며 바쁘게 움직이던 모습.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느끼고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아.”

진짜 이상해지고 있다.

그날 저녁.

나는 또 시간을 봤다.

8시 40분.

8시 52분.

9시.

아직 안 왔다.

9시 8분.

골목 아래쪽을 봤다.

아무도 없다.

나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다.

5분 뒤.

또 나갔다.

“이제 거의 병이다.”

혼잣말을 하면서도 난간에 섰다.

그리고 잠시 후.

멀리서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왔다.”

오늘은 그 말이 입 밖으로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골목을 올라왔다.

낮에 같은 버스를 탔던 사람.

나는 이미 그녀의 하루 중 일부를 알고 있었다.

아침에는 어떤 모습으로 집을 나갔는지.

무슨 버스를 타는지.

어디서 내리는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그리고 지금,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긴장되고.

조금 부끄럽고.

그리고 솔직히……

조금 짜릿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경고음이 울렸다.

‘너 지금 너무 가까이 가고 있는 거 아니냐.’

나는 그 생각을 애써 무시했다.

그녀는 맞은편 주택 입구로 들어갔다.

1층.

찰칵.

2층.

찰칵.

그리고 잠시 뒤.

3층 방에 불이 켜졌다.

강아지들이 움직였다.

나는 난간 뒤로 몸을 살짝 숨겼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또 생각했다.

오늘 밤은……

커튼을 칠까?

안 칠까?

그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조금 우스웠다.

하지만 시선은 이미 맞은편 창문에 고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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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에는 바람이 불었다. 1월 1일을 앞둔 부산의 겨울바람. 바다 냄새가 섞여 있었다.나는 옥상 난간 뒤, 물탱크 그림자 속에 웅크렸다. 2화에서 처음 그녀를 기다리던 그 자리였다. 백수 생활의 무료함 속에서 치킨과 낮술을 곁에 두고, 사람 구경을 하던.그때는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았다. 지금은.맞은편 옥상. 그녀와 도윤이 캠핑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담요 한 장을 둘이 덮고.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제야의 종 중계가 흘러나왔다. 보신각. 사람들의 함성.두부가 도윤의 무릎 위에서 자고 있었다. 콩이는 그녀의 발치에.행복한 한 장면.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나는 그 카드 바깥, 물탱크 그림자 속에 있었다.*"오빠, 올해 소원 뭐야?"그녀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왔다. 2미터. 옥상과 옥상 사이도 그 거리였다."음… 너랑 결혼하는 거?""그건 이미 하잖아.""그럼 너랑 잘 사는 거.""뻔해.""너는?"그녀가 잠깐 말이 없었다. 담요 속에서 도윤의 손을 잡는 게 보였다."…나는 그냥, 무섭지 않은 거. 올해는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어."도윤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머리가 도윤의 어깨에 기댔다."안 무섭게 해줄게. 약속.""…응."나는 그 대화를 들었다. 물탱크 그림자 속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그녀의 새해 소원은, 무섭지 않은 것이었다.그 소원의 반대편에 내가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가 무섭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바로 그 순간, 나는 2미터 옆에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나는 그 아이러니를 알아봤다. 그리고 그 아이러니가 나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스피커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열. 아홉. 여덟.도윤이 일어섰다.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가느다란 막대기 두 개. 불꽃놀이용 스파클러.일곱. 여섯. 다섯.라이터 불이 켜졌다. 스파클러 끝에 불이 붙었다. 치지직. 하얀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넷. 셋.그녀가 웃으며 스파클러 하나를 받았다. 두 개의 불꽃이 어둠 속에서 흔들렸다.

  • 옆집의 그녀   67화 — 창문 아래

    두부가 짖었다. 내 발을 향해.나는 철문 손잡이를 쥔 채 굳었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고개를 들면 그녀와 눈이 마주칠 것이다. 계단 두어 칸 위, 1미터 거리."두부야, 왜 그래. 가자."그녀의 목소리. 리드줄을 당기는 소리. 두부가 버텼다. 계속 짖었다.나는 모자를 더 깊이 눌러썼다. 먼지 묻은 작업 모자. 마스크는 턱에 걸쳐져 있었다. 나는 마스크를 올렸다. 코까지."죄송해요, 얘가 원래 이래요."그녀가 사과했다. 나에게. 모르는 인부에게 하듯이."……괜찮습니다."목소리를 낮췄다. 갈라지게. 먼지 때문에 쉰 목소리처럼.그녀가 리드줄을 짧게 감았다. 두부를 안아 올렸다. 두부는 그녀 품에서도 나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녀는 콩이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가 골목 아래로 걸어갔다.한 번도 내 얼굴을 보지 않았다.나는 그녀가 모퉁이를 돌 때까지 철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들어가 문을 잠그고, 현관에 주저앉았다.1미터. 그녀가 나를 보지 않았다. 먼지와 모자와 마스크가 나를 지웠다. 그녀의 눈에 나는 그냥, 반지하에 사는 일용직 인부였다.투명 인간.다시.*그날 밤 열한 시 반. 산책에서 돌아오는 발소리.나는 창문 아래 벽에 붙어 있었다. 늘 그렇듯이.발소리가 계단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두부가 다시 짖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 창문을 향해."두부야, 또 왜 그래. 아까부터."두부가 리드줄을 끌었다. 반지하 창문 쪽으로. 창문 바로 앞 골목 바닥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유리 너머 5센티미터. 두부의 까만 코가 유리에 닿았다. 김이 서렸다.나는 창문 바로 아래, 벽에 등을 붙인 채 숨을 멈췄다. 두부의 코는 내 머리 위 30센티미터에 있었다."여기 뭐 있어?"그녀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그녀가 쪼그려 앉았다.창문 너머로 그녀의 무릎이 보였다. 그다음 그녀의 손. 유리창에 손바닥을 댔다. 햇빛을 가리듯이. 그리고 얼굴.그녀의 얼굴이 반지하 창문에 다가왔다. 유리에 이마를 댈 듯이. 어두운 방 안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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