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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게시일: 2026-09-13 07:29:17

그때, 진우의 옆에 서 있던 평강공주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베옷을 입고 있었으나 그 여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은 말 위에 탄 목만철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수세관은 들으라."

공주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마당을 울렸다.

목만철은 공주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하는 순간,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비록 궁을 나왔다고는 하나, 조정에 소문이 자자하던 평원왕의 친딸, 평강공주의 용모와 완벽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공, 공주 마마...?"

목만철이 당황하여 말에서 허둥지둥 내렸다. 아무리 쫓겨난 공주라 해도 왕족의 피를 타고난 자였다. 함부로 대했다가 훗날 왕실의 분노를 사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다.

"그대는 태대형 고승의 수하라 하였느냐? 국왕 전하께서는 일찍이 농업을 장려하고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자에게 포상을 내리라 교서를 내리셨다. 온달 님이 만든 이 수차는 고구려 전체 농가를 부강하게 만들 위대한 기술이다. 그대가 이를 몰수하거나 파괴한다면, 이는 국왕 전하의 교서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반역이 될 터인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

공주의 서서히 조여오는 압박에 목만철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진우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협상의 카드를 던졌다.

"수세관 나리. 무작정 철거하려 하지 마시고, 이 수차의 제작 도면과 원리를 고승 나리께 전달해 드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고승 나리의 영지 전체에 이 수차를 보급한다면, 나리께서는 조정으로부터 엄청난 치적을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목만철의 눈빛이 흔들렸다. 철거해서 바보를 잡아가봤자 얻는 것은 없지만, 이 신기한 기술을 고승에게 바친다면 공을 인정받아 출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정녕... 저 장치의 제작법을 넘겨주겠다는 말이냐?"

"조건이 있습니다."

진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부락의 향후 3년간 조세를 절반으로 감면해 주십시오. 그리고 수차 제작에 필요한 고품질의 철재와 탄소를 공급해 주셔야 합니다. 기술 교환 거래입니다."

목만철은 침을 꼴깍 삼켰다. 쫓겨난 공주의 위엄과 바보 온달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지 앞에 그는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좋다! 태대형 나리께 보고하고 기술을 얻는 조건으로 이 부락의 세금을 감면토록 조처하겠다. 단, 한 달 내로 수차 제작 도면을 완벽히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목만철은 경황없이 말에 올라타 부락을 빠져나갔다.

관군들이 먼지를 날리며 사라지자, 엎드려 있던 마을 주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온달이가 관군을 물리쳤다!"

"우리 마을 세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단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온달을 더 이상 '바보'라 부르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온달은 마을을 구원한 영웅이자 지혜로운 장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평강공주는 진우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온달아, 참으로 기발한 역발상이었다. 허나 그 귀한 수차 기술을 이웃 귀족에게 그대로 넘겨주어도 괜찮은 것이냐?"

진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십시오, 공주님. 수차의 핵심은 나무 바퀴가 아니라, 회전축의 마찰을 줄이는 베어링 기술과 내구성입니다. 저들에게 넘겨줄 도면은 가장 기초적인 1세대 수차일 뿐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고풍로를 만들어 훨씬 강한 철을 제련하고, 고성능 2세대 수차와 무기를 생산할 겁니다."

진우의 눈빛이 미래를 향해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단순한 농기구 개량을 넘어, 단단한 철을 제련하는 진짜 공학의 힘을 보여줄 때입니다."

공주는 진우의 손을 꼭 잡았다. 권력자의 압박을 기지로 넘기고, 오히려 철재 자원을 확보해 낸 진우의 지혜에 그녀는 또 한 번 깊게 매료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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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우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포신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부인. 화약의 폭발력을 이용해 강철 탄환을 기하학적 속도로 날려 보내는 신식 병기입니다. 무예를 수십 년 익히지 않은 평범한 농민이라도, 이 화통을 들면 천하무적의 장수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민병대 대원들은 일제히 진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신들을 사람답게 살게 해준 것도 모자라, 이런 신성한 무기까지 내려준 진우를 향한 경외심이 그들의 영혼을 지배했다."온달 장군님! 저희에게 이 무기를 주신 은혜, 목숨 바쳐 보답하겠습니다!""장군님과 공주 마마를 위해 이 땅을 철통같이 지키겠습니다!"대원들의 우렁찬 고함이 산골짜기를 메아리쳤다.진우는 민병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오인 일조의 분대 시스템을 구축하고, 화통을 전담하는 '화통대'와 강철 장창으로 후방을 지원하는 '창병대'를 혼합 편성했다.영지는 이제 단순한 농업 부락이 아니었다. 근대적 생산 시설과 자도적 방어력을 갖춘 완벽한 자치 영지로 탈바꿈하고 있었다.그날 밤, 새로운 기와집 안방에서 진우와 평강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앞으로의 영지 경영 계획을 논의했다.평강은 목판 장부를 펼치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서방님, 새로 들어온 유민들 덕분에 이번 달 제련소의 강철 생산량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또한 인근 고을에서 우리 영지로 들어오는 상인들이 내는 장세(場稅)만으로도 민병대의 식량과 품삯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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