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100화(최종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해피엔딩(2)채원이 나서서 중재하자, 으르렁거리던 두 남자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입을 닫았다. 서열 최하위 도진과 그 윗선 서 회장마저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이 집안의 진정한 실세는 단연 한채원이었다.채원이 서하를 안아 들고 토닥이자, 서하가 채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금세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채원은 서하를 아기 침대에 눕히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왔다. 서 회장은 아쉬운 듯 침실 문을 한참 쳐다보다가 헛기침을 하며 돌아갔다.거실에는 다시 도진과 채원, 두 사람만
그로부터 1년 후. 서울 외곽에 위치한 JS그룹 총수 일가의 대저택.햇살이 쏟아지는 넓은 거실 바닥에는 형형색색의 장난감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JS그룹의 차기 회장 서도진이 토끼 귀 모양의 머리띠를 쓴 채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서하야! 이리 와! 아빠한테 오세요!"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1살짜리 딸, 서하. 도진은 서하의 관심을 끌기 위해 딸랑이를 미친 듯이 흔들며 온갖 재롱을 피웠다."꺄아아!"서하가 도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까르르 웃으며 짧은 다리
제99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해피엔딩(1)"아아악! 도진 씨! 나 진짜 죽을 것 같아!"새벽 3시, 서울 최고급 VVIP 전용 산부인과 특실. 채원의 고통스러운 비명에 도진은 문자 그대로 이성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의사! 의사 어디 있어! 무통 주사 놔달라니까 왜 안 놔주는 거야! 당장 원장 데려와!"천하의 JS그룹 본부장 서도진의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 자신의 손이 부서져라 꽉 쥐고 비명을 지르는 채원의 땀범벅이 된 얼굴을 보며, 도진은 당장이라도 병원을 다 부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본부장님, 이미 무통 주사
제98화. 기적 같은 선물,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바쁜 아빠(2)도진의 잔소리는 끝이 없었다. 그는 이미 '딸 바보', '아들 바보' 예약 완료 상태였다."도진 씨, 진정해. 이제 겨우 몇 주 됐어. 10달 남았어." "10달? 에이, 금방 가겠지. 벌써부터 이름 고민되는데. 아들이면 나 닮아서 키 크고 잘생겨야 할 텐데, 딸이면 우리 채원 씨 닮아서 인형같이 예뻐야 할 텐데... 아, 벌써부터 대학 어디 보낼지 고민이다."도진은 벌써 20년 뒤의 미래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채원은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계약 연
"생리... 늦어?" "어... 혹시나 해서."도진은 그대로 채원을 안아 들고 안방으로 직행했다."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약국 가서 다 사 올게." "아니, 지금 이 시간에?" "기다려!"도진은 채원이 말릴 틈도 없이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10분 후, 현관문이 다시 열리고 도진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편의점에서 쓸어 담아온 듯한 임신 테스트기가 종류별로 다섯 개나 들려 있었다."이거... 이거 다 해봐."도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채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테스트기 상자들
제97화. 기적 같은 선물,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바쁜 아빠(1)결혼식은 끝났지만, 두 사람의 진짜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대한민국 정재계를 쥐락펴락하는 JS그룹과 한성그룹의 전략적 제휴는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었다. 주가 총액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두 사람이 발표하는 신사업 프로젝트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하지만 대중에게 비치는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두 사람의 신혼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달달했다."한 회장님, 결재 서류 확인하시죠." "벌써 다 했어요. 도진 씨, 회의는 어떻게 됐어?"채
오전 9시. 한성그룹 25층 전략기획실.텅 빈 책상. 꺼진 모니터. 배정아의 지시대로 사내 인트라넷 접속 권한마저 차단된 한채원의 자리는 그야말로 고립된 무인도나 다름없었다. 직원들은 노골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메신저로만 업무를 주고받았다.그러나 채원의 표정에는 일말의 초조함도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책상 위에 펼쳐진 개인 태블릿 PC의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제 서도진이 개인 메일로 꽂아준 한성그룹 전략기획실의 최근 3개월 치 ‘실패한 프로젝트’ 기밀 자료들이었다.“……머리에 든 게 없으니, 판을 엎는 방식도 참으로
오전 8시. 강남구 테헤란로, 한성그룹 본사 1층 로비.출근하는 직원들로 붐비던 로비의 공기가 일순간 차갑게 얼어붙었다. 회전문 너머로 들어선 한 여자의 등장 때문이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떨어지는 완벽한 핏의 블랙 테일러드 수트. 날카로운 스틸레토 힐이 대리석 바닥을 찍어 누를 때마다 일정한 파열음이 로비 전체에 울려 퍼졌다.한채원이었다. 불과 얼마 전, 약혼식장에서 파혼당하고 빈털터리로 쫓겨났던 전 회장의 친딸. 그녀가 마치 왕좌를 되찾으러 온 여왕처럼 고개를 꼿꼿이 든 채 게이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어, 어……
화면에는 방금 전 도진이 열어준 SG 페이퍼컴퍼니 계좌의 실시간 잔고 증명서가 띄워져 있었다.[ 현재 잔액: 200,000,000,000 KRW ]정확히 2,000억 원. 화면에 찍힌 무수한 ‘0’의 행렬을 본 최 대표의 입이 경련하듯 벌어졌다.“이, 이게 대체…….”“현금입니다. 지금 당장 수표로 쏴드릴 수 있는 추적 불가능한 클린 머니. 자, 이제 누가 미친 건지 판단이 서십니까?”채원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서, 서도진…… 서도진이 움직인 거냐……?”최 대표가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건조한 핑계. 하지만 그의 눈빛 속에 일렁이는 감정은 결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어제, 피투성이가 된 그녀를 안아 들었을 때 느꼈던 그 처절한 공포와 분노. 도진은 그 감정의 정체를 굳이 채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가. 가서 네 방식대로 물어뜯고 와. 사냥개는 내가 든든하게 풀어줄 테니까.”도진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채원은 주머니 속에 들어온 차가운 블랙 카드의 감촉을 느끼며, 핏기가 가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남자는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것도 벼락과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악마의 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