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때 마지션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스틸을 향해 결연한 의지를 담아 입을 열었다.
“역시, 이 정도 기개가 되시니 제논이 그토록 의식하는 것이겠지요.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제논은 저의 원수입니다. 제게 지옥을 선사한 그에게 처절하게 복수하는 것에 제 전 인생을 걸었습니다.”
마지션이 들끓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자, 스틸조차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압박감이 전해졌다.
지니 역시 어깨를 으쓱 움츠리며 스틸의 옆에 꼭 붙어서서 말을 받았다.
“마지션 교수님, 전 예전의 제가 아니에요. 우리 주인님은 더욱 대단해지셨고, 엄청난 존재가 뒤에서 지켜주고 계시니까요. 지금 하신 말씀이 부디 진실이길 바랍니다.”
제논에게 두 번 다시 잡히지 않을 만큼 플로럴 스피릿이 지니를 견고하게 지켜주고 있었고, 스틸의 힘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기에 지니의
그때 마지션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스틸을 향해 결연한 의지를 담아 입을 열었다.“역시, 이 정도 기개가 되시니 제논이 그토록 의식하는 것이겠지요.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제논은 저의 원수입니다. 제게 지옥을 선사한 그에게 처절하게 복수하는 것에 제 전 인생을 걸었습니다.”마지션이 들끓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자, 스틸조차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압박감이 전해졌다.지니 역시 어깨를 으쓱 움츠리며 스틸의 옆에 꼭 붙어서서 말을 받았다.“마지션 교수님, 전 예전의 제가 아니에요. 우리 주인님은 더욱 대단해지셨고, 엄청난 존재가 뒤에서 지켜주고 계시니까요. 지금 하신 말씀이 부디 진실이길 바랍니다.”제논에게 두 번 다시 잡히지 않을 만큼 플로럴 스피릿이 지니를 견고하게 지켜주고 있었고, 스틸의 힘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기에 지니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지니 옆에는 내가 있습니다. 마지션 교수님은 그저 앞으로도 평범하게 수업이나 진행하시면 됩니다. 제논에 대한 복수도 제가 합니다.”스틸이 비밀을 알아챘음에도 아카데미 내에서는 교수와 학생이라는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듯 말하자, 마지션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상 위 마도구를 들어 올렸다.“믿음이 가는군요. 어쨌든 결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스틸 대공과 지니 양이 제논의 철저한 표적이 되어 있다는 사실만큼은 결코 잊지 마십시오. 황태자 역시 두 분을 사로잡아 바치려 할 것이고, 도른의 마르바스나 수많은 마법사들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격해 올 겁니다. 조심하십시오.”잠시 오해를 살 뻔했고 난데없이 마도구를 던진 상황도 당황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명분을 얻어 이득이 되었기에 스틸은 가만히 상황을 주시했다.아쳐에게 방어 무기 생산 및 판매 허가권
옆에 있던 세도르 역시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받았다.“주군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온 것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요.”“다만 아카데미 외부에서 주둔하고 있었을 터인데, 이곳까지 곧바로 순간이동을 해 올 정도라니 상당한 실력자들이군요.”세도르와 이버의 나직한 말에 주변에 둘러선 이들 사이에서 가벼운 탄성과 함께 웅성거림이 일었다.그 순간 스틸은 허공에 주둔한 군대를 향해 손짓하며 덤덤히 명령을 내렸다.“그렇습니다. 다만 계속 머물러 있으면 분위기가 흉흉해질 테니, 이들은 다시 영지로 돌려보내겠습니다.”스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 많던 무장한 기사단은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겉보기에는 완벽히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였으나, 마지션은 그들이 그저 은밀하게 투명화 마법을 뒤집어썼을 뿐임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전력보다 안 보이는 존재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에 온몸의 털이 서늘하게 일어서는 순간이었다.“멀리서 모시는 주군의 마력 파동만 감지하고도 이처럼 정확하게 좌표를 찍고 찾아오다니, 나중에 군사 훈련에 관한 조언은 스틸 대공에게 꼭 들어야겠습니다.”세도르는 연신 대단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스틸을 높이 추켜세웠다.“별말씀을요. 다른 학생들에게 괜한 공포심을 주었을 수도 있으니 자중시키겠습니다.”스틸이 여유로우면서도 겸손하게 굴자, 옆에서 지켜보던 아쳐는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물들인 채 콧바람을 씩씩 내뿜었다.상황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스틸은 세도르와 이버에게 수고 많았다며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곧이어 소란이 정리되고 다시 수업이 재개되었다.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평범하게 마도구를 제작하는 실습에 들어갔다.
스틸은 밀려오는 황당함을 가라앉히며 상황을 정리했다.가짜 마지션은 대놓고 사직을 선언하고, 지니는 저자가 과거 자신을 고문했던 자라고 말한다.어쨌든 이 난장판 속에서 숨겨진 진실 하나만큼은 명확히 드러날 기세였다.게다가 조금 전부터 주변 공기를 감도는 서늘한 위화감은 거슬렸다.스틸은 아카데미의 치안을 책임지는 기사단장 세도르를 향해 먼저 입을 열었다.“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세도르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다친 사람도 없고, 황태자 전하를 위해할 의도도 없었으니 연행할 까닭이 없습니다. 마지션 교수님께서 직을 내려놓으실 이유도 전혀 없고요.”세도르가 가볍게 손을 저어 상황을 일단락짓자, 옆에 있던 황태자 아쳐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무슨 수를 써서든 스틸을 물어뜯고 싶었을 황태자로서는 속이 뒤틀릴 일이었다.‘그건 그렇고, 이 기묘한 감각은 뭐지?’스틸은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마력을 얇고 날카롭게 펼쳤다.아니나 다를까, 공터 구석 진영에 누군가 은밀히 숨어 있는 것이 감지되었다.익숙한 마력 파동. 알고 있는 마력의 향기였다.‘행색을 숨긴 마지리안인가?’은밀하게 투명 마법을 뒤집어쓴 채 벌벌 떨며 상황을 지켜보는 마지리안과 정확히 시선이 마주쳤다.[저 여자, 제법 흥미롭군.]스펙터 역시 헛웃음을 흘렸다. 스틸의 옆에 선 지니 역시 그쪽을 포착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존재감을 완벽히 숨겼다고 믿었던 마지리안은 스틸과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황급히 몸을 말아 웅크렸다.***한편, 마지션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데스가 널 항상 지켜보는 모양이군. 재미있어. 명계의 신이 인간 죽을까 봐 호위까지 붙이다니.]스펙터의 묵직한 음성에 스틸은 속으로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인간의 목숨을 거두며 저승으로 불러들이는 명계의 주인이 제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니. 하데스 녀석, 보기보다 엄청나게 끈끈한 의리가 있었다.“주인님! 내 인벤토리도 난리야. 하마터면 레드 드래곤까지 원래 모습으로 등장할 뻔했다니까?”“다들 날 못 지켜서 안달이군.”스틸이 살짝 의식을 집중하자, 묘하게 인벤토리 안에서 케르베로스가 웅성대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저 마법사, 기운이 이상하다.― 저 데스나이트는 이성이 있다. 스틸 널 앞으로도 계속 지켜 줄 거다.― 평소에는 투명화로 아기 엘프와 너를 지키던 놈들이다.이 얼마나 든든한 아군인가. 스틸은 이형의 존재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심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아낼 정도였다.[저쪽 듀라한들은 하데스 명령보다 자발적으로 널 지킨 것 같다. 물론 하데스가 널 돌보라고 한 게 원인이겠지.]스펙터의 설명에 케르베로스들이 왈왈거리며 덧붙였다.― 인간 주제에 운 하나는 더럽게 좋군.― 하데스 님의 군사 1만이 널 지켜줄 거다.― 널 통해서 세상을 구경하고 싶으신 게 그분의 의지다.케르베로스의 설명에 스틸은 기가 찼다.하데스가 군사를 보낸 이유가 스토커 수준으로 주변을 구경하기 위해서라니, 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하데스가 어지간히 심심했나 보군.’일상이 지루해 유독 재미를 추구하는 하데스였기에 조금은 납득이 가기도 했다.― 가르나르에서는 우리 맘대로 돌아다녔다.― 아카데
속삭이듯 내뱉은 밀로투스의 말에 메스메리아는 살며시 입꼬리를 올렷다.그녀도 스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지 고개를 끄덕였다.사건을 몰고 다니는 유별 스틸은 과거 망나니 모습을 벗어던지고 제국 내의 온갖 시선을 한몸에 받는 능력자로 거듭나 있었다.밀로투스의 손길이 허리선을 지나 굴곡진 엉덩이에 머물렀을 때, 그녀는 살짝 몸을 떨며 그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밀로투스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안아 들고 창가로 이끌었다.혹여나 창문 밖에서 학생들이 교수동을 올려다볼까 싶어 투명화 마법을 가볍게 펼쳐 놓은 뒤, 두 사람은 한층 더 대담하게 서로의 몸을 비벼댔다.“정말 오랜만에 교수님을 뵙다니 신이 나네요.”“지난주 황실과의 협의 때문에 개강을 놓쳤는데, 이리 메스메리아 교수님을 안고 있으니 방학이 다 지나간 게 비로소 실감이 나는군요. 후후.”두 사람은 깊은 관계까지 나아가지 않은 채, 야릇한 긴장감 속에서 서로의 손길과 온기를 한껏 만끽하고 있었다.“저는 연구실에 파묻혀 지내느라 바빴는데, 교수님은 왜 이리 학교에 안 계셨던 건가요?”밀로투스는 옷 위로 볼록하게 솟아오른 메스메리아의 풍만한 흉부를 주물럭거리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루카스크 대공가 부근이 저희 가문의 영지와 가까워서, 요즘은 서로 군사력을 공유하며 전선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도른이 자꾸 도발을 해서 말입니다.”“제국의 국경을 이리 지켜 주시니······ 저희 같은 사람들은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거네요. 감사해요, 교수님.”생각지도 못한 칭송에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 밀로투스는 머쓱함을 달래려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
점심 식사를 마친 스틸은 지니와 함께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마법학 개론』 강의를 듣기 위해 웨스트 에어리어 공터로 향했다.오늘도 날씨는 쾌청했다.야외 수업이 열리는 공터는 햇살이 찬란히 내리쬐고 잔디밭이 펼쳐져 초록빛 향연을 이루는 아름다운 날이었지만, 스틸에게는 날씨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이럴 수가. 황가보다 더 대단한 게 루카스크 가문이었다니.”스틸은 충격으로 입술을 깨물었다.“그러게. 주인님, 몰랐어. 그 루카스크 가문이 그리 대단한지.”광증으로 사교계에도 못 나가고 정치에도 관여하지 못하는 대공이라 얕본 것일까.전생의 짝사랑 상대와 닮은 대공비의 외모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 가문을 외면한 탓일지도 몰랐다.그러나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광증으로 폐인처럼 산다던 대공이 어떻게 영지를 풍요롭게 유지하고, 하필이면 군수 산업까지 발전시켰을까.“원래 그 대공가가 마정석이 많이 난다고 해도 너무 대단한 거 아니야?”전쟁도 없는 시대에 무기가 무슨 소용이지? 어쩌면 현대처럼 미리 방어를 하려고 하는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는 걸까.무기를 많이 생산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주인님, 알고 보면 그 영지도 습격을 많이 받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역시 지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그 대공이 광증 탓에 전면전에 나설 수 없어도 가신이 제대로 일을 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원래 평화를 외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싸우지 않겠소- 그리 선포하려면 싸울 능력이 있고 함부로 안 해야 다들 인정하게 된다.스틸은 루카스크 대공가가 제국에 무시를 당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군사력이라도 갖춰 숨어 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애써
극단의 조치!“지니, 너는 요정이잖아? 소원 같은 거 당장 못 이뤄주나?”이건 사심을 품고 물어 보게 되었다.“당연히 마력이 높으면 주인님 원하는 것을 많이 들어줄 수 있지.”어쨌든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든 천일야화 판타지든 간에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지니, 이왕이면 돈이나 외모를 어찌해 봐야겠어.”인간에게 가장 필요한게 아니겠는가.“어머, 드디어 주인님! 욕망이 생긴 거야?”지니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스틸에게 더욱 바짝 의자를 붙였다. 보통 다들 그렇지 않나? “그래. 너와 힘을
스틸은 죽음과 동시에 이세계로 떨어졌다. 환생을 겪으면서 이렇게 기사들에게 끌려가 본 적은 없었는데 그 대단한 경험을 지금 하게 되었다. 스틸을 체포하러 왔을 때만 해도 살기등등하던 기사들은 그가 순순히 항복하자 머쓱한 듯 거리를 좁히며 따라붙었다.나름 고위 귀족이라 그런지 포박은 안 하고 수 미터 거리만 둔 채 걷는 수준이었다.전생에는 죄짓고 산적이 없어 이런 자들도 만난 기억이 없었다.스틸은 현재 자신이 마구간 방화범으로 몰려 있긴 하지만, 사실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딱 봐도 건초만 탄 정도지 어디가 무너져 내린
스틸은 군중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 광장을 둘러싼 대리석 건물들은 마정석의 푸른 빛으로 반짝였고, 학생들은 걸어서 이동하는 반면 귀족들은 마차에 올라탄 채 지나갔다.이곳 건물은 현대 건축 양식처럼 꽤 잘 정비된 데다가 전기라는 개념은 없는 대신 마정석이라는 마력을 이용하여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의 레투카 제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눈앞의 풍경에서 낯선 위화감을 느꼈다.현생의 이 몸이 지닌 기억 따윈 전혀 없었기에 스스로 이 상황을 살펴야 하니 그건 머리가 복잡
30대 중반의 노련한 호위 기사단장, 세도르는 한쪽 눈을 가린 검은 안대를 거칠게 휘감은 채 말을 달리던 중이었다. 묵직한 말발굽 소리를 뚫고 은발의 젊은 부하 기사가 다급하게 다가와 앞을 가로막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고삐를 홱 잡아챘다. “세도르 단장님! 방금 이스트 마구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이런 황당할 데가. 세도르는 황망함에 굵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황실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아카데미 안에서 화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이버 경, 지금 뭐라고 했나?” “진화는 방금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인명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