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고블린과 오크, 흉포한 몬스터들이 인간들을 잔혹하게 살육하고 불태우며 갈가리 찢어 잡아먹는 참혹한 광경이 스크린에 띄워지자, 지니는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서늘한 식은땀을 흘렸다.
“너무 무서워······!”
“램프 안이나 인벤토리로 들어올래?”지니가 아직 어린 엘프여서인지 마물들의 지독한 흉악함에 본능적인 공포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냥 눈을 꼭 감고 있으면 돼.”
스틸은 지니의 차가워진 손을 꼭 감싸 쥐었다. 그리고 판타지 세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잔혹한 어둠이라 여기며 마도 스크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던전이 생겨났다는 것은 그 주변의 마력이 기이하게 일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영지인 가르나르가 의식되어서인지 결코 허투루 넘겨볼 수가 없었다.
<고블린과 오크, 흉포한 몬스터들이 인간들을 잔혹하게 살육하고 불태우며 갈가리 찢어 잡아먹는 참혹한 광경이 스크린에 띄워지자, 지니는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서늘한 식은땀을 흘렸다.“너무 무서워······!”“램프 안이나 인벤토리로 들어올래?”지니가 아직 어린 엘프여서인지 마물들의 지독한 흉악함에 본능적인 공포감을 느끼는 듯했다.“그냥 눈을 꼭 감고 있으면 돼.”스틸은 지니의 차가워진 손을 꼭 감싸 쥐었다. 그리고 판타지 세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잔혹한 어둠이라 여기며 마도 스크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던전이 생겨났다는 것은 그 주변의 마력이 기이하게 일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영지인 가르나르가 의식되어서인지 결코 허투루 넘겨볼 수가 없었다.“던전 내부의 마력이 안정화되지 못하고, 마수의 수장이 지나치게 강력해 내부 결계를 부수고 밖으로 쏟아져 나오게 되면 이렇게 마물들이 인간계를 아수라장으로 덮치게 됩니다.”강의실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숙연하게 침착해졌다. 스틸 역시 던전 자체가 마물들을 가둬 두는 일종의 억제제이자 봉인 역할을 한다고 되새기며, 스펙터와 하데스의 존재를 떠올렸다.그들은 스틸에게 호의적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명확한 이성과 지성을 갖추고 있어 판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스러웠다.그러나 지성이 결여되었거나 오직 살의와 악의만 가득한 마족, 혹은 흉포한 짐승의 본능만 남아 핏빛 욕망을 좇는 마물이 인간계를 습격한다면 그것은 끔찍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여러 끔찍한 실상들이 마도 스크린을 통해 구현되는 긴장감 넘치는 수업이 이어졌다.리노 역시 긴장감에
꽃밭 한가운데로 순간이동을 감행한 스틸은 곧바로 주위에 단단한 결계부터 쳐버렸다.“여기서 식사를 하든, 사랑을 나누든 간에 널 완벽히 회복시켜야겠어.”“윽, 주인님!”스틸은 이제 듀라한이든 밴시든 보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가을볕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꽃밭 한가운데로 침대까지 곧장 이동시켜 버렸다. 지니를 온전히 품에 안을 태세였다.“주인님, 어지럽거나 무리되는 건 없어? 정말 괜찮은 거야?”“그럼. 예전의 나약했던 나는 잊어버려.”이왕 이곳까지 온 이상, 요정력을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최고의 수단이 궁극의 남녀관계임을 잘 알고 있기에 스틸은 마다하지 않고 지니를 꼭 끌어안았다.순식간에 지니의 옷을 가볍게 벗겨내는 동시에 품 안에 꽉 가둔 채 진한 입맞춤을 퍼부었다.부드럽고 다정하게 몸을 감싸 안고 구석구석 쓸어내리며, 뜨거운 손길로 자신의 옷가지도 훌훌 벗어던졌다.그렇게 편안하게 누워 교감을 나누니, 마치 천국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차원 높은 쾌감이 쏟아졌다.스틸의 체격은 이제 단순히 건장한 수준을 넘어 묵직하고 우람해져 있었다. 지난 4월 1일에 보았던 초라했던 옛 모습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온몸이 촘촘하게 쪼개진 강철 근육으로 가득 차 있어, 그야말로 ‘스틸’이라는 이름 그 자체였다.“주인님, 우리 조금만 하자. 학교 가야지.”지니는 당황한 기색으로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그러나 스틸의 눈에는 그 모습조차 너무 고아 보여, 쉽게 끝낼 생각 따위는 접어둔 채 더욱 거세게 열을 올렸다.“다 하고 천천히 가도 돼.”어찌 되었든 지니의 요정력을 극대화하고 스틸의 마력을
스틸은 아쳐와 서늘한 시선을 주고받은 뒤, 곧바로 밀로투스에게 집중했다.“피 냄새가 전혀 나지 않으니 참 신기하군. 마력의 향이 이토록 진할 줄이야.”밀로투스는 확실히 뛰어난 마력 감지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비릿한 피 냄새 대신 향긋한 마력의 향만 감돌고 있었기에 정작 지니조차 상처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그가 나직한 영창을 거듭하며 찢겨 나간 살점을 말끔히 치유해 주니 스틸로서는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었다.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에 부담 없는 호의를 받자, 스틸은 부끄러운 듯 쓱쓱 머리를 쓸어 넘겼다.“스틸 대공께서 검술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기특합니다.”“감사합니다, 교수님.”타인의 묵직한 관심이 쏠리자 스틸은 오히려 민망한지 귓바퀴가 비죽 붉어졌다.“대체 얼마나 고통에 무뎌졌기에 이 정도로 큰 상처를 입고도 그리 무던할 수 있단 말입니까.”사실 하도 수없이 찔리고 베이다 보니 아픔에는 이미 이골이 난 스틸이었다.곁에 있던 지니는 가슴이 아릿해졌다. 스틸의 몸에서 향긋한 마력의 향만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 피 냄새를 맡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몹시 안타깝고 아차 싶었다.하데스는 가차 없는 신이었다. 목만 싹 베지 않았다 뿐이지, 어지간히 살벌하게 검을 휘둘러 댄 게 틀림없었다.“다가오는 검술 대회에서 망신이나 안 당하려고 연습 좀 했습니다.”그 순간, 강의실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이미 스틸이 아쳐와 검을 맞대겠노라 선포한 사실을 알고 있던 귀족 학생들이라, 이 좁은 아카데미 안에서 소문이 일파만파 퍼진 듯했다.“안 그래도 『운동학 개론』 수업이 시작되니, 우리도 야외로 나가 실전 수업을
스틸은 요즘 지니가 밤마다 램프 속에서 기절하듯 깊은 잠에 빠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몰래몰래 요정력을 퍼부어 주느라 마력을 다 탕진한 탓이었다.최근 하데스와 검을 맞대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홀로 체력을 끌어올리겠다며 무리하게 훈련을 감행했던 게 원인이었다.진짜 마지션이 등장했음에도 예상외로 마음이 크게 동요하지 않은 것은 스틸이 곁을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서인지 확실치 않았다.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틀어질지 모르니, 경계심만큼은 최고조로 끌어올린 채 조심하기로 했다.밤새도록 하데스와 검격만을 주고받느라 잠 한 자락 자지 못하고 돌아온 스틸은, 아침조차 거른 채 곧장 『군사학 개론』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주인님,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스틸이 아무리 초인적인 힘을 가졌다 한들 본질은 인간이었다.지니는 눈을 흘기며 부지런히 요정력을 쏟아부어 주었지만, 스틸이 워낙 몸을 사리지 않고 굴린 탓에 회복 속도가 봄눈 녹듯 더디기만 했다.“맞아. 무리하고 있지. 이번 검술 대회는 무조건 우승할 거거든. 아쳐 놈도 본때를 보여주고.”지어 보이는 헛웃음 속에는 호승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 지니 역시 제논에게 자신을 바치려 드는 아쳐의 추악한 꼴이 끔찍하게 싫었기에 굳이 말리지 않았다.“난 언제나 주인 편이야.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그래, 선을 넘지는 않게 조심할게.”강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업을 준비하던 바로 그때.아쳐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그런데 평소와 달리 차분한 긴 은발의 여학생과 함께 가면을 쓴 채 자리에 앉는 것이 눈에 띄었다.‘설마 아니겠지.’
역시 신이라는 존재는 다른 걸까.하지만 스틸에게 그 따위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명줄이 다 되어 죽을 날이 오면 그때 가서 알게 되겠지 생각하며 덤덤히 검을 맞대었다.“자, 덤벼라! 실력도 좀 끌어올리고, 너와의 약속도 깔끔하게 지키고 싶으니까!”“풋,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다!”챙! 챙챙!챙챙챙! 챙채채챙!인간이 아닌 신성(神性)의 존재와 검을 맞대니, 눈으로 그 궤적과 속도를 따라가는 것조차 벅찰 지경이었다.그러나 지난번 수명을 대가로 검술 실력을 획기적으로 올려놓은 데다, 조만간 아카데미 검술 대회도 앞두고 있었기에 망신은 당하지 말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검을 휘둘렀다.세상에 노력 없이 공짜로 얻어지는 결실 따위는 없는 법이었다.아무리 스킬이 발동된다 한들, 몸에 온전히 익히려면 그만큼의 혹독한 훈련이 필요했다.“난 이번 검술 대회에 나갈 거다!”“그럼 수명을 더 깎아서 그 실력으로 바꾸든가!”챙챙! 챙! 챙챙!“지니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면 편법이나 능력은 쓰지 않을 거야!”스틸은 자신의 순수한 노력으로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부분은 직접 부딪쳐 이루어 내겠다고 마음먹었다. 목숨을 허투루 탕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챙! 챙챙!“풋, 고작 엘프 하나 건사하겠다고 고생이 많구나.”고생은 무슨. 스틸은 하데스의 비꼬는 말에 대답 대신 싱거운 실소를 흘렸다.“하지만 그런 로맨스가 네 명줄을 한층 더 앞당기게 될 거다!”챙! 챙챙! 챙! 챙챙!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니를 지켜내려면 제논이라는 거물과도
마지리안은 제 오라버니가 자신을 대신해 무대에 등장하고, 수업을 매끄럽게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르고 뜨거워졌다.수업을 은밀히 참관한 보람이 있었다. 마지션은 숙련된 솜씨로 학생들을 좌지우지했고, 처음에 스틸을 도발하는가 싶더니 도리어 그에게 결정적인 명분을 쥐여주는 완벽한 판을 짜주었다.사실 아쳐와는 이제 더는 얽히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이리 숨어 다니다 그의 기척을 느끼니 차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그래도 자신의 첫 남자이고,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결국 사방의 눈치를 살피며 투명화 마법을 뒤집어쓴 채 마구간으로 향했다.자신을 보자 부드럽게 반겨줄 줄 알았지만, 아쳐는 스틸에게 당한 수치심과 분노가 식지 않았는지, 연신 씩씩거리며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그 스틸 자식! 사사건건 거슬리게 구는군요!”“전하, 너무 대립하지 마세요. 스틸 대공은 이제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성장했으니까요.”거짓이 아닌 사실이었다. 지금의 스틸은 대충 훑어보아도 소환술의 경지가 까마득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기사라 한들 인간의 감각으로 먼 곳에 있는 주군의 위기까지 알아채고 곧장 순간이동으로 나타날 리 만무하지 않은가.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기사단이 주군의 위험을 감지해 순간이동했다고 믿을지 몰라도, 마지리안이 보기엔 스틸이 그들을 직접 소환했거나 처음부터 투명화 마법으로 동행시켰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어쨌든 지금은 아쳐가 자신의 오라버니를 풀려나게 한 장본인이기에 고마움은 표현하고 싶었다.이유가 어찌 되었든 제논에게 아쳐가 언급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사지에 있으면서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 한 것은 인정하고 싶었다.진짜 오라버니를 데리고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30대 중반의 노련한 호위 기사단장, 세도르는 한쪽 눈을 가린 검은 안대를 거칠게 휘감은 채 말을 달리던 중이었다. 묵직한 말발굽 소리를 뚫고 은발의 젊은 부하 기사가 다급하게 다가와 앞을 가로막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고삐를 홱 잡아챘다. “세도르 단장님! 방금 이스트 마구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이런 황당할 데가. 세도르는 황망함에 굵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황실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아카데미 안에서 화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이버 경, 지금 뭐라고 했나?” “진화는 방금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인명 피
자신이 알고 있는 ‘소원을 말해 봐!’라고 하는 램프의 요정이 그건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어서 빨리 이 소녀를 전문가에게 보여줘야 하는데.“어이, 내가 나이가 많아 보이니 말은 좀 편히 할게. 엘프야, 일단 내가 눈 떠보니 다른 세상에 소환되어 환생한 것 같아서 얼른 적응해야 하거든? 그러니 그쪽도 정신 차려.”넋두리하듯 그리 스틸이 말을 내뱉고 몸을 돌리라 하자, 엘프는 제 두 어깨를 꼭 부여잡더니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어머!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 초월자인가? 나 횡재했잖아? 초월자를 주인님으로 맞이하다니!”
주인님은 무슨. 불이 난 연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스틸은 우선 잠시 목걸이를 들여다보았다.3초 잠깐 고민한 그였다. 누가 봤나? 참 CCTV는 없는 세상이지? 하지만 목숨까지 내던지며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던 천하의 파일럿 강철신이 이런 목걸이 하나의 움찔하다니.게다가 망한 영지기는 해도 고위 귀족 대공 인생에 뭘 주워서 넙죽- 꿀꺽할 수 없는 법.일단 이 화재부터 진압하고 주인이나 찾아줘야겠다 싶어 주변을 훑었다.강철신은 일단 구유통이 아닌 우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불길에 쫓겨 물을 찾던 그의 눈에 목걸이가 들어
스틸은 군중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 광장을 둘러싼 대리석 건물들은 마정석의 푸른 빛으로 반짝였고, 학생들은 걸어서 이동하는 반면 귀족들은 마차에 올라탄 채 지나갔다.이곳 건물은 현대 건축 양식처럼 꽤 잘 정비된 데다가 전기라는 개념은 없는 대신 마정석이라는 마력을 이용하여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의 레투카 제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눈앞의 풍경에서 낯선 위화감을 느꼈다.현생의 이 몸이 지닌 기억 따윈 전혀 없었기에 스스로 이 상황을 살펴야 하니 그건 머리가 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