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월요일 아침.
눈부신 햇살이 리노 상점 2층의 창문 틈새로 스며들어 숙소 안을 가득 채웠다.
결국 리나는 어제 차마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티어스와 함께 밤을 지새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몰려오는 불안감을 떨쳐내려 마티어스의 품에 파고들었고, 침대 위를 뜨거운 열기로 채워보았지만 알몸으로 그의 품에 안긴 뒤에도 우울함은 가시지 않았다.
아쳐 황태자가 군대를 이끌고 던전으로 향했다는 소식은 리나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죄책감에 눈물조차 흘릴 자격이 없다고 느낀 그녀는 마티어스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떨리는 손을 꼭 쥐었다.
마티어스는 오랜 세월 자신을 지켜봐 준 사람이며, 이토록 망가진 자신까지 온전히 품어준 유일한 이였다. 자신의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해 주면서도 늘 해답을 찾아주던 그였기에, 리나는 마침내 무거운 입을 열 용기를 냈다.
“마티어스, 다 내가 정신을 못
치고받고, 튕겨 내고, 사선(死線)을 가로지른다. 두 자루의 검이 공허를 찢고 충돌할 때마다 붉은 불꽃이 시공간을 가르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지니는 허공에 부유하는 플로럴 스피릿들을 수호를 받으며 가르나르의 신성한 꽃들을 자신의 인벤토리로 신속히 소환해 냈다.꽃잎이 사방으로 흩날리는 우아함 속에서도, 스틸에게 지속적으로 치유 마력을 퍼붓는 손길은 결코 흐트러지지 않았다.그 자태는 마치 신화 속에서 걸어 나온 신비로운 엘프 그 자체였다.한편, 스틸은 기타 능력을 썼지만, 시간이 가니 다시 체력이 떨어져 사나운 검기에 온몸이 마디마디 베어 피칠갑이 되었음에도 굴하지 않았다.어금니를 악물고 눈동자에 서늘한 투기를 품은 채 하데스를 향해 쇄도했다.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스틸은 그래도 확실하게 예리한 검기를 폭풍처럼 뿜어내며 하데스의 신체에 유효타를 꽂아 넣었다.그러자 신적 존재의 신체에서도 인간과 다름없는 붉은 피가 바닥에 무겁게 흩뿌려졌다.“오호! 제법이군. 재미있구나! 하하!”서로의 칼날은 검붉은 혈류로 물들었으나, 맞물린 눈빛만큼은 태양처럼 불꽃 튀게 타올랐다.검을 주고받는 속도는 이미 인간의 한계 따위는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어때? 20년이나 바친 내 목숨값이!”두 초월자와 저승의 주인은 오직 하나의 검사가 되어 극한의 혈투를 써 내려갔다. 시간과 공간마저 일그러지는 찰나의 연속 속에서, 두 사람은 전신의 기력을 짜내어 검을 맞대었다.그 지옥 같은 광경을 관망하던 케르베로스와 레드 드래곤은 그저 기형적인 정적 속에서 스틸과 하데스의 전투를 지켜볼 뿐이었다.한계를 시험받는 극한의 사선에 도달해서일까.스틸의 가슴 깊은 곳에서 거친
마르바스는 아쳐와 마주하면서 그를 한 번 떠보며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아직도 힘이 남았는지 어지간히도 씩씩거리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네놈! 도른의 개자식! ······가만히 안 둬! 감히 한 제국의 황태자에게······ 손을 대? 이 망할 새끼야!”아쳐는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거친 욕설을 퍼부으며 몸을 뒤틀었다.그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쇠사슬을 끊어내고 싶은지 완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마르바스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순간 마르바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쳐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크크억! 네 이······ 이······ 이놈······.”더듬거리던 아쳐는 갑자기 눈을 감더니 기절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주변 마법사들은 마르바스에게 다가와 고개를 조아렸다.“마르바스 경, 고생하셨습니다. 황태자는 데려다 놓겠습니다.”이곳에서 대기하던 마법사들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들의 망토에는 도른 제국의 문양이 선명했다. 눈빛에는 피로가 서려 있었지만, 마르바스에게는 깍듯하게 굴며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마르바스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허리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냈다.“어서 가서 쉬어, 내가 교육 좀 더 시킬 테니까.&
도른 제국 지하 10층. 고통의 굉음이 차가운 정적을 가르고 기괴하게 찢겨 나갔다.“으악! 으윽! 캬아아악!”황태자 아쳐의 얼굴은 이미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붉은 피로 뒤덮여 있었다.눈구멍과 콧구멍, 터져 버린 입술 사이로 검붉은 혈류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차가운 돌바닥을 기분 나쁘게 적셨다.“이, 개새끼······! 죽여 버리겠어! 내가 탈출하기만 하면 네놈의 뼈를 갈아······ 으아아악!”아쳐의 처절한 비명이 사방이 피로 물든 고문장에 기괴하게 공명했다.“더욱 거세게 몰아붙여라!”마탑주 마르바스의 서늘한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문을 하던 마법사의 손에서 더욱 마력이 불꽃처럼 불러일으켜졌다.그 광경을 바라보던 제논의 입가에서 무심하면서도 잔혹한 음성이 나직하게 흘러나왔다.“참으로 형편없군. 적국의 고귀하신 황태자라기에 내심 기대했건만. 짜낼 수 있는 마력마저 비루하기 짝이 없군.”제논의 목소리는 건조했으나, 그 밑바닥에는 기이한 광기와 가학적인 열의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마치 고되게 다듬어진 악마의 예술품을 감상하듯, 고통으로 일그러진 아쳐의 절망을 보며 자신의 왜곡된 가학심을 충족시키고 있었다.아쳐의 마력과 끈질긴 생명력이 흑마술의 궤적을 타고 남김없이 흡수되어 제논의 전신으로 흘러들었다.“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폐하, 극상의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마르바스의 간신배 같은 아첨이 더해지자 지하의 공기는 한층 더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사슬에 묶인 아쳐에게 잔혹한 저주와 물
사방에서 옥죄어 오는 사나운 검기의 폭풍 속에서, 스틸은 지독하게 짓눌린 호흡을 가다듬으며 번뜩이는 눈빛으로 하데스를 마주했다.“하데스!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겠다!”“나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휴식이라면 얼마든지 베풀어 주지.”쉬게 해 줬으니 그만큼 더 뼈가 부러져라 싸워 보라는 뜻이겠지.스틸은 어금니를 악물며 램프를 거세게 문질렀다. 이대로 저승의 신이 퍼붓는 무자비한 유희에 놀아나다간 수명만 줄어들 것 같은 처절한 위기감이 뇌리를 스쳤다.“램프여! 하데스가 자극적인 즐거움을 원한다! 그에 응수할 방도를 제시해 줘!”눈앞의 공간에 일그러지며 떠오르는 상태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랜드 마스터 급 이상으로 향상되면 하데스와 즐겁게 대련할 수 있음.★초월자는 기타 능력을 사용하여 검술 능력 극대화할 수 있음.★기타 능력 100,000을 사용하면 술자의 수명이 10년 줄어들게 됨.★단 체력도 증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임. 100,000을 더 사용하길 권장함.*************************이런 망할!그랜드 마스터가 되는 데 써야 할 수명이 10년, 그리고 체력 증진에도 10년을 써야 한다는 건가.하데스는 머리 위에 떠오른 상태창의 문구들을 조롱하듯 읽어 내리며, 더없이 흥미진진하다는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있었다.지니의 비명 같은 외침이 스틸의 뇌리를 세차게 때렸다.“주인님! 그렇게 되면 남아있는 수명이 18년밖에 안 돼!”이대로 주저앉으면 가르나르 영지는 삼켜질 것이고, 자신은 저승의 하수인이 되어 끌려갈 것이며, 지니는 잔혹한 운명 속에서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될
마지션은 오늘 밤에도 혹여 스틸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아련한 기원을 품은 채 침실 테라스에 서 있었다.눈앞으로 가르나르의 밤 전경이 조용히 펼쳐졌다.조금 전부터 무지갯빛 찬란한 마력의 잔영이 미궁 속으로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 기이한 광경을 지켜보는 내내 가슴 한구석을 옥죄는 불길한 예감이 들이찼다.점심 무렵 걱정스러운 얼굴로 식사를 건네러 들렀던 리나에게도 마지션은 온전히 온기를 담아 응대할 수가 없었다. 무기력함이 온몸의 마력을 갉아먹는 듯했다.“아직도 스틸 대공의 소식은 없나 보네요. 황태자 전하도 마찬가지고요. 도대체 미궁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마지션은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초조하게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자신이 가진 마력이 이 거대한 이상 현상 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 한스러웠다.낮에 미궁의 경계로 접근했을 때, 공간 자체가 기형적으로 뒤틀려 완전히 다른 차원의 굴을 형성하고 있었다. 억지로 몇 걸음이라도 들어가기 위해 시도해 보았지만, 마치 차가운 수심 깊은 곳에 수중 매몰된 것처럼 숨이 막혀와 이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저 미궁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사람의 피를 말리는지······.”리나 역시 초조함을 참지 못하고 손톱을 깨물며 저택 주위를 조심스레 살폈다. 기습이나 불온한 기운이라도 들이닥칠까 염려하는 기색이었다.마티어스는 9월 1일로 예정된 2학기 개학을 준비하려 이미 아카데미로 향한 상태였다. 리노는 가르나르 영지에 배정받은 캔도르 상단의 길드 창설 작업 때문에 오늘도 쉼 없이 발품을 팔고 있었다.어제와 다름
하마터면 이가 부러질 정도로 악물며 욕설을 삼켰다. 역시나 눈앞의 이 자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친놈이 틀림없었다.자신과 지니, 그리고 스펙터까지 미궁 깊은 곳으로 끌어들여 놓고는 겨우 한다는 소리가 ‘놀아 달라’며 떼를 쓰는 것이라니.인간의 기억을 능욕하고 가장 아프고 그리운 파편을 헤집어 놓아 영원히 환상 속을 헤매게 만드는 가학적인 악취미.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너 뭐 하는 자식이냐? 던전에 발을 들인 자들에게 절망이나 퍼붓는 게 네놈의 취미인가?”스틸의 쏘아붙이는 일갈에 하데스의 말간 얼굴 위로 냉랭한 침묵이 스쳤다.“글쎄.”속내가 비틀린 신이 번개처럼 손을 뻗어 허공을 갈랐다.쉬이—!주변의 공간이 기형적으로 일그러지더니, 공기 자체가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순식간에 형성된 절대 무중력의 공간 속에서 스틸의 몸이 둥둥 떠올랐다. 허공을 차며 발버둥 칠수록 아득한 공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전신의 근육이 파르르 경련했다.“컥—!”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온 신음은 공기를 잃은 진공 속에서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흩어졌다. 시간이 초침을 잃고 기이하게 늘어졌다.폐부가 바짝 타들어 가는 듯한 참혹한 갈증과 압박에 전신을 비틀었다. 눈앞이 희게 탈색되어 갈 무렵, 하데스의 입가에 걸린 오만한 냉소가 귓가를 서늘하게 파고들었다.“역시 인간은 하나같이 우둔하군. 그래서 짓밟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지만.”‘이 망할 자식이…….’역시 평범한 신 따위가 아니었다.“주인님! 조금만 참아!”
마구간 아래, 공기가 무겁게 감도는 비밀스러운 지하 공간.황태자의 은밀한 아지트인 침대 위에서, 아쳐는 억눌린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리나를 제 육체 아래로 뜨겁게 가두었다. 그는 옷가지가 채 다 벗겨지지도 않아 날것의 살결과 옷감이 뒤엉킨 그녀의 몸을 거칠게 뒤돌려 세웠다. 매끄러운 척추 라인이 쾌락의 예감으로 잘게 떨렸다.질척, 찌걱.밀폐된 정적을 깨는 노골적인 파찰음과 함께 리나의 하얀 둔덕이 아쳐의 손자국대로 붉게 달아올랐다. 아쳐의 뜨거운 손길에, 그녀의 가녀린 신음은 축축한 지하의 공기 중으로 애처롭게 흩어졌
극단의 조치!“지니, 너는 요정이잖아? 소원 같은 거 당장 못 이뤄주나?”이건 사심을 품고 물어 보게 되었다.“당연히 마력이 높으면 주인님 원하는 것을 많이 들어줄 수 있지.”어쨌든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든 천일야화 판타지든 간에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지니, 이왕이면 돈이나 외모를 어찌해 봐야겠어.”인간에게 가장 필요한게 아니겠는가.“어머, 드디어 주인님! 욕망이 생긴 거야?”지니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스틸에게 더욱 바짝 의자를 붙였다. 보통 다들 그렇지 않나? “그래. 너와 힘을
스틸은 죽음과 동시에 이세계로 떨어졌다. 환생을 겪으면서 이렇게 기사들에게 끌려가 본 적은 없었는데 그 대단한 경험을 지금 하게 되었다. 스틸을 체포하러 왔을 때만 해도 살기등등하던 기사들은 그가 순순히 항복하자 머쓱한 듯 거리를 좁히며 따라붙었다.나름 고위 귀족이라 그런지 포박은 안 하고 수 미터 거리만 둔 채 걷는 수준이었다.전생에는 죄짓고 산적이 없어 이런 자들도 만난 기억이 없었다.스틸은 현재 자신이 마구간 방화범으로 몰려 있긴 하지만, 사실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딱 봐도 건초만 탄 정도지 어디가 무너져 내린
잠깐, 이거 꿈이지?그녀의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주인님, 아읏! 너무 좋아!”그리 곱고 고운 엘프가 눈부신 나신으로 제 밑에 이리 깔려있다니.오 신이시여, 강철신 인생이 너무 불쌍하여 회귀 포함 토털 5번 생애 처음으로 이런 선물을 주시는 겁니까. 그럼 넙죽 받을 수밖에요. 어차피 꿈인데 뭘 못하겠습니까.스틸은 떨리는 손끝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지니, 제대로 하는 거 맞겠지?” “응, 내 몸이 너무 뜨거워졌어. 나도 처음이라··· 흐흣! 뭐가 뭔지 모르겠어. 으윽!”두 몸이 얽히는 소리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