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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Author: 보루비
다만 어젯밤 일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는 다시 조금 멀어진 듯했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그녀 곁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두 시간 뒤, 성하린과 오창윤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성하린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오창윤의 얼굴은 심하게 굳어 있었다.

문강찬이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늘 침착하던 오창윤이 드물게 욕설까지 내뱉었다.

“저 인간들 제정신인가요? 이미 다 확정된 기획안인데 그냥 실행만 하면 되는 걸, 굳이 트집 잡으면서 문제 있다고 난리더라고요.”

그 기획안은 문강찬이 아직 ‘죽기 전’ 직접 승인했던 안건이었다.

‘그런데도 저렇게 나온다고?’

회의실에서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비꼬는 말투를 쏟아냈다.

오창윤은 그 모습을 보며 성하린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문강찬은 창가에 서 있는 성하린을 바라보다가 오창윤에게 먼저 나가 보라고 하고는천천히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턱이 성하린의 어깨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속상했겠네?”

낮게 가라앉은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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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친 뒤, 성하린은 오랜만에 성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문이 열리자마자 성지우가 와락 안겨 왔다.“엄마!”아직 어린아이는 엄마가 왜 이렇게 오래 집을 비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저 너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성하린은 아이를 품에 안고 연신 볼에 입을 맞췄다.성지우는 목을 꼭 끌어안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이제 출장 안 가면 안 돼요?”성하린은 마음이 시큰해졌지만 쉽게 약속할 수 없었다.그 일이 언제 끝날지 자신도 몰랐다.성지우는 입술을 삐죽였다.그러다 문득 성하린 뒤에 선 남자를 발견하고 눈이 동그래졌다.“엄마. 이 아저씨 누구예요?”성하린이 돌아보니 문강찬도 따라 들어와 있었다.‘분명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문강찬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안녕. 나는...”그는 순간 말을 멈췄다.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옆에 있던 성동민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여긴 우리밖에 없잖아. 마스크 벗어.”지우가 자기 아빠도 못 알아보는 건 아니지 않냐는 뜻이었다.문강찬은 잠시 멈춰 있다가 천천히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고 잘생긴 얼굴을 드러냈다.성지우는 병원에서 봤던 그 아저씨라는 것을 금세 기억해냈다.“아저씨!”아이는 망설임 없이 안아달라고 두 팔을 뻗었다.문강찬의 마음이 한없이 말랑해졌다.“지우야.”성하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옆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봤다.혈연이라는 건 참 신기했다.성지우는 본능적으로 문강찬을 따랐다.문강찬은 한동안 지우와 놀아준 뒤 성동민과 함께 서재로 올라갔다.문이 닫히자 성동민이 먼저 물었다.“언제까지 이럴 생각이야?”문강찬은 느긋하게 웃었다.“왜 그렇게 급해?”성동민은 미간을 찌푸렸다.“하린이 위험해질 수도 있잖아.”동생 걱정이 먼저였다.문강찬의 눈빛이 잠깐 가라앉았다.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태평했다.“어차피 하린이가 한 번쯤 겪어야 할 일이야.”“무슨 뜻이야?”성동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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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이제 할 말도 없었다.그도 아마 같은 마음일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발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멈춰서더니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요즘 괜찮아?”병실 안에 있는 문도윤을 떠올린 문아름은 괜히 초조해져 휴대폰만 내려다보며 일부러 무표정을 유지했다.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온기찬은 개의치 않았다.그는 몸을 조금 숙여 그녀의 귀 가까이에서 낮게 불렀다.“아름아.”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다정했다.문아름은 순간 멈칫했다.‘왜 갑자기 이렇게 다정한 거지? 우린 이미 숙려 기간 중이라 곧 이혼하고 완전히 끝날 사이인데. 대체 무슨 생각이지?’문아름은 일부러 차갑게 말했다.“병문안 와줘서 고마워. 이제 가도 돼.”문도윤이 있는 이상,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온기찬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다 별말 없이 돌아섰다.문아름의 두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그러나 문도윤이 병실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녀는 감정을 전부 삼켜버렸다.“갔어?”문도윤이 뻔한 질문을 했다.“응.”문아름은 무심하게 답했다.문도윤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주차장에 도착한 온기찬 역시 무표정한 얼굴이었다.사실 그는 이미 문서현과 문도윤을 상대할 방법을 생각해둔 상태였다.하지만 그 방법에는 문아름이 필요했다.그래서 망설였다.그는 문아름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성하린도 곧 소식을 듣고 문중엽을 찾아갔다.흔들의자에 앉아 천천히 몸을 흔들며 눈을 감고 있던 문중엽은 인기척이 가까워지자 곧바로 눈을 떴다.“할아버지.”성하린이 얌전히 불렀다.문중엽의 표정이 금세 부드러워졌다.“하린이 왔구나.”성하린은 문서현 이야기를 꺼냈다.문중엽은 다 듣고 나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맞아. 내가 나가라고 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이런 일까지 생길 줄은 몰랐지.”그는 병원에 가볼 생각도 했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가지 않았다.어차피 그는 알고 있었다.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걸.지금은 남은 일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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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서현은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 위 물건들을 집어 던졌다.그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다 문중엽과 마주쳤다.문중엽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나가라 했을 텐데 아직도 안 갔어?”문서현은 다리가 휘청거려 계단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아빠가 이렇게 대놓고 체면도 남겨주지 않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아버지.”문중엽은 냉담하게 말을 이었다.“넌 이미 주씨 가문 사람이다. 남편도 막 세상 떠났는데 계속 친정에 눌러앉아 있는 꼴 보기 좋지 않아.”그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문서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한참 동안 계단 위에 서 있었다.문아름은 결국 수술 예약을 했다.병원으로 향하는 길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연락처 목록을 한참 내려보던 그녀는 곁에 와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한참 망설이다 결국 성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성하린은 막 회의를 끝낸 상태였다.이전 임원 해고 조치가 효과를 본 덕분인지, 적어도 이제는 대놓고 시비 거는 사람은 없었다.전화를 받은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진짜 마음먹었어요?”문아름은 작게 대답했다.“네.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에요.”성하린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알겠어요. 지금 갈게요.”그녀는 오창윤에게 업무를 맡긴 뒤 병원으로 향했다.하지만 도착했을 때 문아름은 이미 병원에 없었다.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수술실 들어가기 직전 전화를 한 통 받고 급하게 나갔다는 답이 돌아왔다.성하린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건가?’그렇지 않고서야 연락도 없이 사라질 리 없었다.문강찬은 바로 사람을 붙였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식이 날아왔다.문서현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지금은 응급수술 중이었고, 문아름은 그쪽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했다.“교통사고?”성하린은 문강찬을 바라봤다.문강찬도 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들었다.“사고 쪽을 집중해서 다시 확인해.”너무 공교로운 타이밍이었다.두 사람은 곧장 응급실로 향했다.수술실 앞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는 문아름의 얼굴에는 생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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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움도 아니었다.온기찬은 원래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늘 참고 넘겼다.‘그런 사람이 이혼을 말했으니 정말 많이 지친 거겠지.’문아름은 멍한 표정으로 죽을 떠먹었다.문중엽은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았다.문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외손녀만큼은 조금 신경 쓰였다.“아름아, 인생은 네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계속 눈치 보고 망설이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뿐이야.”문아름 눈가가 붉어졌다.“고마워요. 할아버지.”문중엽은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이든 할아버지가 뒤에 있을게.”그 한마디에 문아름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참 이상했다.혼자 있을 땐 아무리 서러워도 버틸 수 있었는데 누군가 따뜻하게 대해주면 작은 상처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한참 눈물을 닦은 뒤, 문아름은 결심한 듯 말했다.“저 온기찬이랑 이혼할래요.”할아버지가 나서준다면 문서현도 더는 막지 못할 것이다.문중엽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고맙습니다. 할아버지.”아침 식사를 마친 뒤 문아름은 방으로 돌아가 한참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 전화를 걸었다.“네. 수술 예약하려고요.”이혼할 거라면 아이 때문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무엇보다 자신의 아이가 엄마의 도구가 되는 건 원치 않았다.문아름은 조심스럽게 배를 감싼 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문중엽이 붙인 변호사는 일 처리가 빨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 합의서 초안이 완성됐다.문아름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뒤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온기찬에게 파일을 보냈다.결혼한 지 3년, 두 사람 사이에는 사실 재산 문제로 얽힌 것도 거의 없었다.이혼 절차는 생각보다 빨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기찬에게서 답장이 왔다.[알겠어.]짧은 세 글자에 문아름은 한동안 휴대폰 화면만 멍하니 바라봤다.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여 주는 게 좋은 일인 건 맞았다.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은 쓰렸다.그가 이렇게 쉽게 받아들였다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사랑한 적 없었다는 뜻 같았다.문아름은 깊은 혼란과 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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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불법이잖아요.”문아름은 이를 악물었다.“걸리면 온씨 가문까지 다 끝나는 거예요.”정치 집안이 그런 일에 연루되면 치명적이었다.하지만 문서현은 비웃으며 말했다.“무슨 불법이야, 그냥 조금 편의 봐달라는 건데. 도윤이가 들여오는 것도 금지 물품 아니야.”문아름은 바로 받아쳤다.“그럼 왜 그렇게 숨겨요?”그 순간 문서현 얼굴이 확 굳었다.“문아름, 네 엄마한테 지금 말대꾸하는 거야?”문아름은 멍하니 눈물만 흘렸다.문서현은 그런 딸의 모습에 더 짜증 나 차갑게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가버렸다.“온기찬 붙잡을 생각 없으면 나도 가만 안 있어. 온기찬이 널 안 좋아해도 자기 애까지 버리진 못할 테니까.”쾅.문이 닫혔다.문아름은 가슴을 움켜쥔 채 소파에 주저앉았다.문서현은 이미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자신은 아이를 핑계로 온기찬을 붙잡고 엄마는 그걸 이용해 거래하겠다는 것이다.정말 철저한 계산이었다.온기찬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니 아이를 빌미로 압박당하려는 걸 알면 분명...문아름은 눈을 감았다.하지만 자신이 거절하면 온기찬과 진윤슬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터질 수도 있었다.성하린까지 함께 끌려 내려갈 가능성도 컸다.‘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손끝은 온기찬의 번호 위에 멈춰 있었다.하지만 끝내 통화 버튼은 누르지 못하고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다음 날, 문서현은 문아름이 아직도 온기찬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표정을 바꿨다.“문아름, 너 진짜 정 없구나. 이게 네 오빠 인생이 걸린 일인 건 알고나 있어?”문아름은 속이 답답했다.“엄마가 예전에 향수 사업 맡기라고 해서 제가 3년 동안 키워놨잖아요. 그런데 오빠 돌아오자마자 바로 제 자리를 넘겼죠. 어릴 때부터 늘 제가 양보했어요...”짝!날카로운 따귀 소리가 말을 끊었다.문서현은 화를 참지 못했다.“우린 가족이야! 그깟 걸 왜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 네 오빠가 나중에 널 안 챙겨줄 것 같아? 네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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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에 올라타자 문강찬은 피곤한 듯 미간을 주물렀다.성하린은 옆에 조용히 앉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건 모두 문씨 집안의 일이니 그녀와는 상관없었다.“윤슬아... 윤슬아...”문강찬이 갑자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에는 어딘가 애틋하고 부드러운 기색이 섞여 있었다. “할머니가 늘 널 윤슬이라고 부르셨잖아. 사실을 알고 일부러 그랬던 거야?”그는 지난 일을 들먹이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 했다.성하린은 그저 담담하게 그렇다고 한마디 했을 뿐, 그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문강찬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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