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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Author: 락희

제1화

Author: 락희
결혼한 지 3년이 되던 해, 주율천의 큰형이 세상을 떠났을 때 온채아는 주율천에게 이혼 얘기를 꺼냈다.

주율천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내가 서정이를 대신해서 뺨 한 대 맞았다고 이러는 거야?”

‘서정이... 참 다정하게도 부르네.’

하지만 심서정은 주율천의 형수였다.

온채아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그것 때문이에요.”

이혼 얘기까지 나왔는데 어찌 그깟 일 하나뿐이겠는가?

병원에서 맞은 그 따귀의 붉은 자국이 주율천의 준수한 얼굴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그때 그가 심서정을 감싸는 모습에 주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랐지만 온채아는 놀라기는커녕 무덤덤하기만 했다.

사흘 전 온채아와 주율천의 결혼기념일 날.

깜짝 이벤트를 해주려고 주율천이 출장 간 도시로 날아간 온채아는 우연히 그가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율천아,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이렇게 피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야. 채아 씨의 진심을 이렇게 저버려서는 안 되지.”

평소 온화하고 품격이 넘치던 남자의 두 눈에 쓸쓸함이 스쳤다.

“난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동안 내가 채아한테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는 걸 걔가 믿지 않는단 말이야.”

“걔?”

온채아의 편을 들어주던 친구가 이내 그의 말을 알아듣고 화를 내면서 비아냥거렸다.

“심서정을 말하는 거야? 주율천, 너 제정신이야? 아직도 잊지 못했어?”

친구가 계속 말을 이었다.

“채아 씨한테 계속 이렇게 상처 주면 성유준이 가만두지 않을 텐데.”

“절대 그럴 리 없어.”

주율천이 손가락을 문지르며 덤덤하게 말했다.

“채아가 나랑 결혼하면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어. 카톡 연락처도 3년째 차단한 상태고.”

문밖에서 그 대화를 들은 온채아는 차분하게 발걸음을 돌렸지만 옆으로 늘어뜨린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사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주율천이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 여자가 누구인지 수많은 사람에게 물어봤었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봤으나 형수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온채아가 3년 동안 형님이라 부르던 그 여자라니, 이보다 더 어이없는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클럽에서 나왔을 때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비를 온몸으로 맞았다.

그날 밤 그녀는 바로 비행기를 타고 경성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틀 내내 고열에 시달리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주율천의 큰형 주석현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일주일 뒤 주석현의 장례식이 경성에서 치러졌다.

그동안 온채아는 주씨 본가에서 매일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장례식을 마치고 추모공원을 나서는데 몸은 걷고 있지만 영혼은 이미 가출한 기분이었다.

운전기사 진명환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온채아는 차에 오르자마자 눈을 감았다.

“기사님, 집으로 가주세요.”

“본가 안 가시고요?”

“안 가요.”

장례가 끝나긴 해도 주씨 가문은 한동안 시끄러울 것이다.

주석현은 이 집안의 장손이라 어릴 적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이번 사고도 심서정이 스카이다이빙을 하겠다고 억지만 부리지 않았어도 피할 수 있었다. 마지못해 하러 갔다가 장비 결함으로 고공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응급조치를 하려고 병원으로 옮긴 게 아니라 시신을 봉합하려고 옮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서정에 대한 주씨 가문 사람들의 분노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온채아는 남편이 다른 여자를 감싸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차가 막 출발하려던 그때 뒷문이 갑자기 열렸다.

주율천이 새카만 수제 양복을 입고 늘씬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 웬일로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

“채아야, 집에 가려고?”

“네.”

온채아가 대답을 마치자마자 그의 곁에 서 있는 심서정과 남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심서정과 주석현의 아들 주시윤이었다. 올해 네 살이 되었고 통통한 편이었다.

주율천이 왜 이러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주시윤이 제멋대로 차에 올라타더니 예의 없게 말했다.

“숙모, 나랑 엄마도 태워줘.”

온채아가 미간을 찌푸린 채 주율천을 쳐다보자 주율천이 입술을 적시고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아직 화가 안 풀리셨어.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게 하자.”

그녀가 반대할까 봐 한마디 덧붙였다.

“너도 아이를 원했잖아. 이참에 시윤이를 돌보면서 연습해봐.”

“...”

온채아는 어이가 없어 소리 내 웃으려다가 추모공원에서 웃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꾹 참았다.

심서정 모자와 온채아를 집에 보내고 주율천 혼자 본가에서 가족들의 분노를 감당하겠다는 말이었다.

‘쓸데없는 책임감은.’

주율천이 미리 전화했는지 집에 돌아와 보니 가정부 오경애가 이미 게스트룸을 정리해놓았다.

온채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바로 샤워한 다음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밤 9시였다. 핸드폰을 손에 쥔 그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혼 합의서 네가 말한 대로 준비했어. 한번 확인해볼래?”

“고마워, 다슬아.”

막 잠에서 깬 터라 목소리가 나른했다.

“괜찮아. 그냥 퀵서비스로 보내줘.”

“그렇게 급해? 진짜 결심한 거야?”

수많은 사건을 다뤄본 정다슬은 온채아가 충동적으로 결정한 건 아닌지 걱정했다.

“주율천이 좋은 남편은 아니어도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온채아가 불을 켜고 일어나 앉았다. 정신도 점점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

“결심했어. 그 사람 다른 여자 사진을 보면서 자기 위안까지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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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1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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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1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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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1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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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132화

    온채아는 성유준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고 살짝 몸을 피했다.“왜요? 대표님이 소개해 주시려고요?”“못 해줄 것도 없지.”성유준은 어깨와 등이 넓어 몸을 조금만 숙이기만 해도 온채아를 온전히 감싸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어떤 스타일을 원하는데?”기세 넘치게 대답했던 터라 이제 와서 물러서면 또 비웃음을 살 게 뻔했기에 온채아는 차라리 진지하게 기준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예전 그녀의 이상형은 주율천 같은 사람이었다. 점잖고 온화하며 젠틀한 스타일.하지만 지금 제일 극혐하는 타입이다.당장 자신이 뭘 원하는지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싫어하는 건 분명했다.“일단 점잖고 온화한 스타일은 별로예요. 그 반대라면 딱이겠네요. 주씨 가문을 안 두려워하는 사람이면 더 좋고요.”“아가씨, 그 반대라면 단호하고 차가운 타입이네요?”성이가 웃으며 받아쳤다.“그럼 우리 대표님이네요. 경성에서 주씨 가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대표님밖에 없는데요?”온채아는 그 말에 머릿속이 하얘진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히 그녀가 말한 기준은 딱 성유준 그 자체였기에 성이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하지만 간이 부은 게 아닌 이상 성유준과의 그런 관계는 꿈꿔서도 안 된다.차는 일정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고 거리의 불빛이 깜빡이며 성유준의 얼굴 위로 스쳤다.그는 조금 더 가까이 온채아에게 다가가며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냈는데 마치 언제부터 그렇게 간 큰 생각을 하게 된 거냐고 묻는듯한 느낌이었다.순간 심장이 두근거린 온채아는 뭔가 해명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보다 먼저 성유준의 낮고 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픈 마이드가 아니라 금기의 관계를 원했던 거야?”9년간 남매로 지낸 그들은 가족으로 보는 게 맞다.어릴 때부터 맡아온 은은한 침향목 향기가 온채아를 감쌌고 그 향기는 마치 그녀의 생각이 얼마나 불순한지를 알려주는 듯했다.온채아는 얼굴뿐만 아니라 귀까지 뜨겁게 달아오른 걸 느끼며 눈앞의 성유준을 확 밀어냈다.“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아무리 정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1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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