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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원상복구

“이거야.”

민혜경은 손을 뻗었고, 심플하지만 빛을 받으면 독특한 빛을 반짝이는 반지가 그녀의 손바닥에 놓여 있었다.

서준의 시선이 반지에 닿는 순간, 그는 이 반지가 결혼 3년 동안 최하연에게 준 유일한 ‘선물’이었음을 기억했다.

혜경의 손에서 반지를 빼앗은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반지 안쪽을 문질렀다.

분명했다. 반지 안 쪽에는 ‘SJ&HY’이라는 이니셜도 새겨져 있었다.

그는 하연이 반지를 끼워달라던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퉁명스럽게 ‘나중에 다시 얘기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3년 동안 한 번도 이 반지를 뺀 적이 없었다.

혜경은 반지를 들고 생각에 잠긴 서준의 모습에 기분이 안 좋았지만 여전히 밝은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

“이렇게 소중한 걸 버리고 가다니, 서준 씨, 그 반지를 최 비서한테 다시 돌려줄 거야? 아니면...”

“걔한테 다시 줘서 뭐해!”

혜경의 말을 들은 이수애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평소에 그렇게 착한 척, 순진한 척, 척이란 척은 다 떨었으면서 이제야 등 돌리고 떠난 사람한테 줘서 뭐해? 우리가 무슨 꼴을 보려고!”

“맞아,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뭔가 쎄하다 했어.”

옆에 있던 한서영이 말을 거들었다.

그 말에 서준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고, 손에 있던 반지를 꽉 움켜잡았다.

방금 전 통화에서 방을 잡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그 남자를 생각하면 기분은 더 나빠질 뿐이었다.

서준은 왠지 모를 분노의 물결이 가슴에 솟구쳐 점점 더 짜증이 났다.

‘최하연은 이미 남자가 생긴 거였네, 그러니까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지.’

그는 미련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버려.”

아들의 말에 이수애는 더욱 비꼬며 말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최하연이 두고 간 걸 만지다니, 어휴 재수 옴 붙었네!”

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맞아, 엄마 말 대로 다 버리고 다 새걸로 바꿔.”

하지만 서준은 반응도 하지 않고 침실을 둘러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정부에게 지시를 내렸다.

“난 내 공간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손 대는 걸 싫어합니다. 내일까지 다 원상복구시켜놓으세요.”

그 말을 남긴 후 그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침실로 들어갔다.

혜경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뭘 굳이 다시 돌려놔, 새로 리모델링한 것뿐이잖아. 오빠, 그렇게 기분 나빠 할 필요 있어?”

서영은 다시 소파에 앉으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최하연 여우 같은 애가 우리 오빠를 꼬시고 방을 바꿨을 때도 이렇게까지 화를 낸 적은 없는데.”

‘최하연을 그렇게 싫어하더니, 떠나고 나니까 최하연 물건에 손도 못 대게 하네.’

‘약을 잘못 먹었나?’

눈치가 빨랐던 이수애는 서준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아치리고 서영의 머리에 꿀밤을 때렸다.

“이제 됐어, 뭐 좋은 일이라고 그렇게 궁시렁거려?”

그녀는 혜경에게 시선을 돌리며 나긋한 목소리로 달랬다.

“서준이가 좀 까다로워. 사람들이 자기 물건 건드리는 걸 싫어하는 애니까, 네가 이해하렴.”

혜경은 이수애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서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곳은 그들의 신혼집이었다. 곳곳에 하연의 흔적이 가득한 이곳에서 서준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혜경의 마음이 상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서준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쨌든 혜경은 이 방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했다.

이 점이 혜경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서준 씨는 겉으로 보이는 거랑 다르게 최하연을 생각하고 있었어.’

서준이 캐리어에 짐을 싸는 모습을 본 혜경은 더 큰 의심이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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