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 제12화 현실 감각을 일깨워 주지

Share

제12화 현실 감각을 일깨워 주지

Author: 선희
차 안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다.

박태준이 말했다.

“그건 당신이 멍청하고 현실 감각이 없어서 그딴 생각이나 하는 거야.”

“정말이지….”

신연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인간도 아닌 거랑 무슨 대화를 한다고.”

말을 마친 신연지는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 박태준이 음침한 표정을 하고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바깥에서 서성이던 이경수는 안에서 반응이 없자 다급한 목소리로 신연지를 불렀다.

“연지 씨, 괜찮아요?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하, 눈물 나는 관심이군.”

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신연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직 이혼도 하기 전에 벌써 바람을 피우는 거야? 그런데 남자 보는 안목은 여전히 형편없군.”

신연지는 더 이상 설명도 하기 귀찮아졌다.

“그래. 남자 보는 안목이 형편없으니까 당신이랑 결혼했지. 그리고 이경수 씨랑은 그냥… 친구야. 당신이 떳떳하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도 다 그렇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런 거 아니거든?”

그를 약 올리는 건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무고한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대체 뭐가 남자의 신경을 건드린 건지, 박태준의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당신 애인은 당신이 유부녀라는 거 알아? 우리가 차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목격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인간은 대체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거야?’

신연지는 짜증이 치밀었지만 누구 한 명 죽일 것 같은 남자의 눈빛을 보자 가슴이 철렁했다.

박태준은 행동으로 자신이 한 말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거칠게 그녀의 몸을 더듬으며 입술을 부딪혔다.

신연지가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버튼을 눌러 의자를 뒤로 젖힌 뒤, 그녀의 위로 올라탔다.

박태준이 이렇듯 통제를 잃은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

“이거 놔!”

그 순간, 그녀의 움직임과 함께 차체가 흔들렸다.

창문을 노크하던 소리가 사라졌다. 아마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챈 것 같았다.

신연지는 동작을 멈추고 분노한 눈빛으로 박태준을 노려보았다. 거친 키스로 입술이 퉁퉁 부어 올랐다.

박태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미간을 마사지하며 말했다.

“안 건드릴 테니까 저 인간 보내.”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간 순간, 신연지는 황급히 옷매무시와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차에서 내려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이경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연지 씨, 괜찮아요? 혹시 누가 괴롭혔나요?”

차문이 열리던 순간, 그는 운전석에 앉은 남자를 발견했다. 싸늘한 표정과 온몸에 두른 명품들, 딱 봐도 평범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신연지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그에게 말했다.

“아무 일 없었어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어서 들어가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녀는 대답도 듣지 않고 택시를 불러 세우고 새로 계약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온 신연지는 욕실로 가서 샤워부터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는 이혼 전문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장 변호사님, 만약 제가 법원에 소송을 건다면 승소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재산분할은 힘들 것 같습니다.”

변호사의 대답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였다.

“재산을 포기한다면요?”

신연지도 처음부터 박태준의 돈을 바라고 한 건 아니었다. 그냥 이대로 물러나기는 너무 억울해서 그의 기분을 더럽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도 박태준 대표의 의사가 제일 중요합니다. 소송은 진행할 수 있지만 박 대표 쪽에서 끝까지 싫다고 나온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거에요. 명확한 가정 폭력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은 패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상소하려면 최소한 3개월이 걸릴 거예요.”

신연지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박태준이 이혼을 반대하는 이유는 아마 이혼을 그녀가 먼저 제기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을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이 시점에 그녀가 이혼 서류를 언론에 뿌리기라도 한다면 전예은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클 것이다.

비밀 결혼한 사이인데 법정 소송까지 간다면 모두가 그들이 부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전예은은 불륜녀 타이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예은을 위해서라면 박태준은 이혼에 순순히 동의할 가능성이 컸다.

신연지는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변호사님, 이혼 서류를 다시 작성해서 그쪽에 보내세요. 거부한다면 법원에 소송을 신청하겠다는 의사도 밝혀주시고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날 아침, 박태준은 장 변호사로부터 이혼 서류를 받았다.

박태준에게 오는 퀵이나 택배는 진영웅이 먼저 받아서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서류를 확인한 진영웅은 등 뒤에 식은땀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사무실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상사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대표님, 그냥 시위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박태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 요즘 뭐 하고 다녔는지 좀 알아봐.”

대체 무슨 금광이라도 찾았기에 이렇게까지 자신을 자극하는지 궁금했다.

신연지의 행적을 조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점심 때가 되자 진영웅에게서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신연지 씨는 현재 경원 작업실에 취직하였습니다.”

“경원?”

“골동품 복원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작업실인데 업계에서는 꽤 유명합니다. 난이도가 높은 골동품만 취급하는데 여기 면접을 통과한 사람들은 업계에서 꽤나 인정을 받는 인재들입니다.”

박태준은 그 말을 듣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는 신연지의 과거 직업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대학교를 고고학과를 나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문물 복원에 재능이 있었단 말이야?”

“그건 아니고 거기서 청소부로 일하는 것 같았습니다.”

진영웅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직접 경원에 방문한 적 있었다. 그때 신연지가 바닥을 청소하는 모습을 직접 봤고 직원에게 사실확인까지 했다.

“청소부?”

박태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재벌 사모님 생활이 정말 질렸나 보군. 서민 체험을 하러 간 거네. 내가 너무 오냐오냐 해줬어. 현실 감각을 좀 일깨워 줄 필요가 있겠어.”

진영웅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는 신연지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재경의 안주인이면서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고 비서실에서 잔심부름이나 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갑갑하고 억울했을까? 정성 들여 준비한 식사도 박태준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버려졌으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도시락을 박태준의 얼굴에 부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나가 봐.”

진영웅을 내보낸 뒤, 박태준은 신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밀한 복원 작업을 하고 있던 신연지는 갑자기 울린 전화벨 소리에 움찔 놀라며 공구를 떨어뜨렸다.

안 그래도 기분이 나빴는데 발신자를 확인하니 분노가 치밀었다.

아마 지금쯤 변호사가 보낸 이혼 서류를 받은 모양이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남자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전해졌다.

“신연지, 요즘 집값이 얼마나 비싼지는 알아?”

“무슨 소리야?”

“그 가련한 월급으로 변변한 월세나 구할 수 있겠어?”

자신이 너무 과했다고 생각했는지 박태준은 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부부 사이에 다툼이 있는 건 지극히 정상이야. 하지만 그만큼 난리를 피웠으면 수그러들 줄도 알아야지. 난 당신이랑 밀당할 시간도 없고 정력도 없어. 오늘 저녁에 당장 집으로 들어오면 요즘 그 소란 피운 거 없었던 일로 해주지.”

신연지는 그 말을 듣고 자존심이 확 상했다.

“박태준, 당신 미친거 아니야? 내가 아무리 가난해져 거리에서 동냥을 하더라도 절대 그 집에는 다시 안 돌아가! 그냥 서로 편하게 이혼 도장 찍자. 법원까지 가면 당신에게도 별로 좋지 않잖아!”

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어 버리고 그의 연락처를 블랙리스트에 넣었다.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Mga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서현연
음 , 냉정하게 잘라내야할 것 같네요 권위주의적 사대부적 발상이 요즘 현대소설에도 강하게 나타납니다
Tignan lahat ng Komento

Pinakabagong kabanata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3화 미안하다

    정민아는 팔짱을 끼고는 고연우가 들고 있는 꽃을 무심하게 훑어보았다.“연우 도련님, 이건 또 무슨 의미야?”“공 비서가 오늘이 여성의 명절이라고 했어.”“그래서?”주위는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 소리가 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왔다.고연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정민아, 우리 이혼하지 말자.”너무 진부한 이야기였다. 정민아는 더 이상 이 주제를 논의할 의욕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책상 위 담뱃갑을 더듬었다. 옆의 재떨이엔 얇은 층으로 쌓인 담배꽁초가 있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정민아가 피운 것임을 립스틱 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고연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정민아가 담배를 피우는 걸 싫어하면서도 막지 않았다.얇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정민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담뱃불은 희미하게 밝아졌다가 사라지며 그녀의 눈을 비췄다. 그 순간, 눈 속의 차가운 무관심이 한층 누그러져 보였다. 은빛 실처럼 가늘게 펴지는 연기 너머로 정민아는 당당하고 제멋대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정민아가 그렇게 웃을 때마다 고연우는 어김없이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다음 순간 정민아가 말했다.“고연우, 너 이상한 거 아니야?”“그렇지. 이상하지 않았다면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야.”고연우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손목시계를 가리켰다.“시간 됐어. 레스토랑으로 가자. 예약해 놨어.”정민아는 이미 샘플 수정으로 지쳐 있었는데 고연우의 집요함이 정민아를 더욱 짜증 나게 했다. 고연우의 고급스러운 코트가 눈에 들어오자 정민아의 머릿속에 문득 나쁜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그의 코트에 대고 눌렀다.‘치...’불꽃이 꺼지면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타는 냄새가 코트에서 퍼져 나왔다.정민아는 차가운 얼굴로 꺼진 담배꽁초를 옆의 쓰레기통에 던졌다.“꺼져.”고연우는 자신이 입고 있는 코트의 타는 자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민아의 손을 잡았다.“이 코트는 가격이 6자리 숫자야. 디자인에서 완성까지 3개월이 걸렸어. 나와 저녁 정도는 함께 먹어줘야 하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2화 살인자

    고연우는 벨트를 풀며 말했다. 남자는 원래 이런 상황에서 승부욕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특히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그 감정이 더욱 크게 드러났다.“그런 암흑 같은 분위기는 우리 상황과 맞지 않아.”정민아는 원래 고연우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 고연우는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보였을 것이니 고연우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정민아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연우는 옷을 반쯤 벗었고 단단한 근육이 팽팽히 긴장되었으며 술기운에 물든 피부는 은은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공기 중에는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마치 곧 무언가가 터질 듯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가끔 고연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정민아가 말했다.“요즘 운동 안 했어?”고연우는 어이없었다.“?”정민아는 손바닥을 고연우의 가슴 아래쪽에 대고 살짝 눌러보았다. 그러고는 평가하듯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육이 좀 줄었네.”“...”정민아는 마치 중대한 결정을 앞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연우를 응시했다. 고연우는 모른 척하려 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옷을 다시 입고 정민아의 손을 자기 몸에서 조심스레 떼어내더니 문을 향해 나가며 화가 난 듯 정민아를 한번 매섭게 쳐다보았다.“네가 이겼어.”완전히 흥미가 사라졌다....며칠 동안 고산그룹 대표실이 있는 층은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다.공민찬이 급한 서류 묶음을 들고 고연우에게 사인을 받으려 일어서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났다. 그때 최민영이 가방을 들고나와 미소를 지으며 공민찬에게 인사를 건넸다.“공 비서님.”공민찬은 다가서며 말했다.“최민영 씨.”최민영은 사무실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연우 씨 사무실에 있나요?”“최민영 씨, 잠시만요”공민찬은 그녀를 막아섰다.“대표님께서 지금 바쁘십니다. 우선 접대 실에서 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떨까요?” “...”최민영은 눈썹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1화 전에 흥미가 없었던 건 불을 켜지 않아서야

    고연우는 짜증 내며 핸드폰을 테이블에 던지더니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나가세요. 나중에 송씨 아주머니한테 작업복 하나 달라고 하세요.”“도련님,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하린은 우유를 들고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저 예전에 마사지도 배운 적 있는데, 제가...”“그만 나가.” 고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손을 피하다가 우유를 엎지르고 말았다. 우유가 쏟아지며 더럽혀진 셔츠를 내려다보며 그는 얼굴은 굳어진 채 입술을 오므렸다. 한참 후에야 한 마디 내뱉었다. “사모님께서 보낸 겁니까?”그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냈다.하린은 고연우의 차가운 눈빛에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말을 더듬었다. “도련님, 정말로 사모님께 저를 보내셨습니다.”“나가세요. 앞으로 제 허락 없이는 서재에 들어오지 마세요.” 하린은 금수저 남편을 찾기 위해 가사 도우미로 취직했다. 이를 위해 매니저에게 봉투까지 건넸지만 고연우의 사늘한 태도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품지 못했다. 서재를 나오자마자 난간에 기댄 채 그녀를 쳐다보는 정민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모님...”하린은 갑자기 발걸음 멈추더니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불순한 의도를 품었던 그녀는 사모님을 보면 본능적으로 불안했다. “도련님께서 드시지 않았어요...”비록 정민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하린은 괜히 자신을 평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마침 정민아가 입을 열었다. “그럼 몇 번 더 가져다주세요.”하린은 정민아의 말에 담긴 뜻을 단번에 눈치챘다.그녀는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재벌 부인이 자신의 남편에게 여자를 찾아주는 걸까? 설사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돈이면 충분할 텐데, 그러다 사생아라도 생겨 상속 분배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어쩔 생각인지.’그녀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도련님께서 송씨 아주머니한테 익숙해졌는지 저를 좀 꺼리시는 것 같아요. 아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0화 우유를 가져다주다

    다음 날.정민아와 사연희는 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아야...”주소월이었다. 사연희는 정민아의 과거에 대해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주소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에 자식을 챙기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설령 절친이라도 남의 가정사에 깊이 개입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노트북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초대장 몇 개 빼놓고 못 보낸 것 같은데, 금방 보내고 올게. 쇼에 관한 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그녀는 주소월을 흘끗 쳐다보고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 정민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소월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어젯밤에 충분히 더 이상 정씨 가문과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주소월이 여전히 찾아올 줄은 몰랐다. “오늘 밤에 연회가 있는데, 같이 가겠니?” 정민아가 거절할까 봐 주소월은 서둘러 한 마디 덧붙였다. “너희가 쇼를 열잖아? 오늘 밤 연회에 너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많이 올 거야. 잠재 고객을 몇 명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어.”“지금 그 무리에서 잠재 고객을 발전시키라는 말씀이세요?”그녀와 최민영의 갈등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못한 사람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렸고 반면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좋은 사람은 고아 때문에 굳이 적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주소월은 정민아가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민아야, 미안해. 엄마가 너를 데려오긴 했지만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너한테 이렇게 상처만 줬네...”“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저를 정씨 가문으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서, 그리고 또... 그 미친놈으로부터 구해줘서 고마워요.”마치 세월의 흔적을 덮은 한 자루의 칼처럼 서서히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민아야...” 주소월은 울먹거리며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 그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9화 입원

    정민아는 문을 열고 지친 몸으로 가방을 내려놓았다. 신발을 갈아신던 중 슬쩍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았다.“아주머니, 제가 전화드렸잖아요. 저녁 먹고 온다고, 왜 이렇게 음식을 많이 차렸어요?”송씨 아주머니는 2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아직 저녁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고연우라는 말을 듣자 정민아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아, 그렇군요.”“아가씨...”송씨 아주머니가 망설이며 그녀를 불렀다. “도련님께서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같이 식사하자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제가요?” 정민아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해하며 돌아봤다. “왜요?”“도련님께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셨는데... 두 분 혹시 싸우신 거 아닌가요?”“그 사람이 기분이 안 좋다고 제가 달래줘야 하나요? 그럼 왕자님, 저녁 드세요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네요?” 정민아는 피식 웃더니 입가에 맴돌던 웃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먹든 안 먹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먹기 싫으면 굶으면 되죠.”송씨 아주머니는 시선을 정민아 뒤쪽으로 옮기더니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 도련님...”정민아가 뒤돌아보자 고연우는 난간에 기댄 채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샤워를 끝냈는지 머리가 약간 젖어 있었고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몸에 딱 맞는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고 옷자락은 허리선에 맞춰 깔끔하게 넣었다.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를 뽐내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배경처럼 흐릿해 보이게 만들었다.고연우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저녁 먹자.”사실 그는 조금 더 튕기고 싶었지만 계속 자존심을 부리다 이 무심한 여자는 그냥 가버릴 것 같았다.정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난 이미 먹었어.”“네가 장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서 해결해 줬더니, 겨우 도시락 하나 사주는 거냐? 정민아, 너 정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8화 다른 건 안 될까

    “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 적 없어.”정민아가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하자 덜 말려진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치우치며 하얗고 맑은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 위에는 물방울까지 맺혀있어 고연우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그 어떤 뜨거운 것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방안에 가득 찬 정민아의 향기가 그림자마냥 고연우의 주변을 맴도는 탓에 고연우는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주먹을 말아쥐었다.술기운이 뒤늦게 밀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저 고혹적인 자세 때문인지 고연우는 머리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에 정민아는 문을 열고는 손님을 배웅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내가 불편해지면서까지 다른 사람한테 맞추긴 싫거든. 그러니까 일단 최민영부터 죽이고 와서 사랑 타령해.”“... 다른 건 안 될까?”“다른 거 뭐?”정민아의 산만한 시선이 고연우의 몸에 머물렀다. 사람이 아니라 상품을 보는 듯 곳곳을 훑어보고 있었다.“너한테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뭐 다른 게 있긴 해?”상처가 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모욕적인 말임은 틀림없었다.하지만 웃긴 건 정민아의 말에 고연우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아무리 봐도 돈과 권력 외에는 정민아가 관심을 가질만한 게 없어 보이는 듯한 몸에 고연우는 고개를 들더니 그래도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 기생오라비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어.”정민아가 혹여 듣지 못할까 봐 고연우는 기생오라비라는 단어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어려서부터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던 고연우는 저에게도 이렇게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필하는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었다.하지만 정민아는 관심 없다는 듯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얼굴 자랑 말고 가서 약이나 좀 사지 그래? 내가 너에 대한 흥미는 약의 자극을 받아야만 생길 것 같거든.”머리에 누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이 아까의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도 입안에는 분노 가득한 험한 말들이 서러움과 함께 맴돌고 있었다.“넌 앞으로 그냥 말을 하지 마.”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