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벤자민,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니? 이사벨라와 에스텔라가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단다.”
“오늘은 네리나랑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요 어머니. 물론, 네리나가 자리를 비운 바람에 이루지는 못했지만요.”
“….”
드완 부인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리나는 성질 더러운 쌍둥이 자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싶지 않았다.
‘얼른 가. 애들이 기다린다잖아.’
‘알겠어.’
입모양으로 대화한 뒤, 벤자민이 떠날 채비를 했다. 그제야 드완 부인도 별채 뒤뜰에서 소리없이 발걸음을 옮겨 먼저 떠났다.
“누나.”
“왜.”
“밥 잘 챙겨먹어. 굶지 말고. 그리고 알지? 누나 곁에는 내가 있어.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알아.”
그렇게 대답하고는 네리나가 씨익 웃었다. 벤자민은 그녀의 눈에 슬픔이 서리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고는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사랑이 온전히 느껴지는 아이였다.
‘이 애가 아니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거야.’
네리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응접실로 향했다. 그녀가 하품을 쩌억 하며 창문을 열어 젖히자말자 하녀가 1인분의 식사를 챙겨왔다.
“식사입니다, 아가씨.”
“에휴. 지겨워.”
또다시 혼자라는 사실에 네리나의 입이 비죽 튀어나왔다. 어머니와 함께 살 때의 식사시간은 항상 잔치처럼 북적였었다.
웬일인지 하녀가 나가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고 머뭇대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내일 아침 식사 시간에 참여하라 하십니다.”
“누가? 아버지가?”
“네 아가씨.”
네리나의 코에서 기쁨의 콧김이 숭숭 새어나왔다. 위아래 입술을 말아물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아버지 마음이 변했거나 국경지대 수비이거나.’
“국경지대 수비다.”
다음날 아침, 네리나가 불편함에 낑낑거리며 식탁 맨 끝에 앉자마자 아버지가 꺼낸 말이었다.
드완 가문의 세 아들은 어느 정도 장성하자마자 국경지대를 수비하기 위해 집을 떠나곤 했다.
“이번에는 일주일 주겠다.”
“아버지, 일주일은 너무 짧아요. 저는 샤인보다도 더 멀리 가는 걸요.”
“그렇게 따지면, 따질 사람은 벤자민형이야, 케인.”
케인이 투덜대자마자 샤인이 벤자민을 가리키며 케인의 입을 막았다. 벤자민은 한 폭의 꽃처럼 해사하게 웃으며 난처함을 표할 뿐이었다.
“세계 제일의 미인도 국경지대 제일 끝으로 가는데, 왜 네가 짧다고 난리야?”
샤인이 다시 한번 케인을 공격했다. 벤자민은 신이 내린 – 말 그대로였다 – 아름다운 외모로 명성이 자자했다. 여러 국가의 공주들이 벤자민의 얼굴을 보기를 희망했고, 외교 사절단이 올 떄마다 드완 경은 항상 벤자민을 대동하곤 했다.
그의 아름다움은 황후마저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였다. 갸냘픔과 강인함, 슬픔과 행복이 공존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노라, 음유 시인들이 노래하곤 했다.
케인이 벤자민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를 보며 드완경이 끌끌 혀를 찼다.
“교황님이 바람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고 말씀하셨다더구나. 국경을 수비하되, 무언가 수상한 것이 보이면 곧장 보고하고 돌아오려무나. 그런 의미에서의 일주일이다.”
“네? 그러면 일주일은 너무 길잖아요 아버지!”
“케인? 제발 적당히 좀 해. 내 쌍둥이라는 게 쪽팔린다.”
드완 부인은 눈을 내리깔고 묵묵히 대화를 들을 뿐, 그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네리나는 괜히 그녀의 눈치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가족끼리 마지막 정찬이다. 소란 피우지 말거라.”
드완 경의 말에 순간 사위가 고요해졌다. 케인과 샤인은 네리나와 드완 부인을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피다가 드완 경의 서슬 퍼런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고 식사에 집중했다.
‘처음 들었을 땐 저 말에 속았더라지.’
가족 정찬은 드완가의 세 아들이 국경지대로 떠나는 날 아침에만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그 순간에만 가족인 것이라고, 네리나는 생각했다.
드완 부인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양 차를 마시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네리나는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았다. 자신의 유일한 가족, 벤자민이 위험에 처 할수도 있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리나는 속으로 궁금한 부분을 꾹 참았다. 여기서 시간여행을 하는 외부인이라는 것을 들키면 안될 것 같았다. 솔직히 기대가 되기도 했다. 신랑으로 등장하는 조세르는 얼마나 멋있을까.그가 언젠가 자기 곁을 떠나더라도, 이 결혼식으로 떠나려는 발걸음 한 자락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아가씨, 이제 뒤집어주세요.”네리나는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갈무리하려 애썼다. 결혼식이라니, 가짜지만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셈이었다.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새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 밝아왔다. 네리나는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아리와 아티를 기다렸다.“아가씨, 옷을 입으실 차례에요.”“네, 네!”가장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아스완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치장을 할까? 새어머니보다 아름다울까?“깨끗한 무명천으로 만든 의복과 가장 푸르고 깨끗한 옥을 골라 만든 목걸이입니다.”그러니까,그러니까 조세르처럼 입으라는 거잖아?네리나는 내심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아티가 엄하게 말했다.“가장 정갈하고 깨끗한 마음만이 부부의 화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결혼식은 엘실실라의 사원 앞뜰에서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아리와 아티가 길고 넓은 푸른 천을 들어 네리나의 온 몸을 가렸다.네리나가 얼핏 고개를 들어보니 맞
네리나는 정신없이 마사지를 받았다. 어찌나 힘이 억센지, 온 몸의 붓기란 붓기는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남편이 많이 잘해주나 봐요?”아리가 네리나에게 물었다. 네리나는 평소의 조세르를 떠올리며 대답했다.“맞아요. 좀 짓궂은 면이 있긴 하지만요.”아티가 네리나의 두피를 마사지하며 그녀를 연신 힐끔거렸다. 네리나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저는 도우미 일족이잖아요?”“그렇죠, 아가씨.”“여기 엘실실라 사람들은 저랑 조세르가 부부라고 하니까 너무 놀라던걸요.”“엘실실라는 특히 폐쇄적인데다 우리 문화를 잘 모르니까요.”“일단 이틀은 절대 신랑을 만나면 안 돼요. 부정탄답니다.”네리나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자신과 조세르가 부부행세를 하는 것이, 조세르의 고향인 아스완 왕국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네리나는 어느 가문을 돕고 있나요?”“네? 그게, 저….”“아리! 그런 걸 묻는 건 실례야.”다행이 끼어든 아티 덕분에 네리나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한참 네리나의 몸 구석구석을 제모하고 닦고 마사지하던 이들은 그녀를 어디론가 데려갔다.“네? 이틀동안 신랑을 볼 수 없다구요?”“맞아요. 이미 두 분만의 식
와글와글잼에 버터를 바른 토스트는 정말 맛이 있었다. 조세르는 네리나가 와구와구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얼굴을 흐렸다. 네리나는 도우미일족이라는 말이 조세르의 기분도 흐렸으리라는 짐작을 했다.“아스완 사절단이다!”“아스완에서 사람을 보냈어!”그떄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조세르처럼 흰 옷에 푸른 옥을 꿰어 만든 긴 목걸이를 한 사람들이 일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도 기쁨이 한가득했다.“조세르.”“…응, 네리나.”“아는 사람 있어요?”그 말에 조세르가 쿡쿡 웃고는 네리나를 쓰다듬었다.“아직. 나보다 더 조상인 것 같아.”그때 행렬 한 가운데 있는 남자가 그들에게 알은체를 했다.“아스완 분이시군요! 곁에는… 도우미 일족인가요?”“맞습니다. 저희는 부부입니다.”조세르가 젠체를 하며 말했다. 남자는 그 말에도 그리 놀란 기색이 아니라, 네리나는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결혼식은 올리셨나요?”“아뇨, 사정이 있어서.”조세르는 모든 질문에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같았다. 네리나가 기가 차서 입을 다문 사이, 어느새 그들은 아스완 출신이지만 양가 어른들의 허락을 받지 못해 엘실실라로 사랑의 도피를 와서 둘만의 식을 치르고 부부가 된 관계가 되어 있었다.
“아마 배반당한 용이 아니라면, 모두 떠날 것입니다. 물의 신께서 선포하신 바, 이 곳은 인간의 땅입니다.”신관의 말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용은 인간에게 큰 위협이었기 때문이었다.“조세르, 저 여자.”“쉿, 나도 듣고 있어.”네리나의 옆에 선 여자는 신관의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저어….”“안돼, 네리나!”그녀가 여자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조세르가 그녀를 막았다.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본 여자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왜 자꾸 뒤를 밟는 것이냐.”조세르가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이쪽의 소중한 것을 그쪽이 데리고 있다.”순간 여자의 머리가 용의 머리로 변하더니 불을 내뿜기 시작했다.조세르가 재빨리 뒤를 돌아 네리나를 보호했다. 용의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용이 한참을 포효하는데도 주변 사람들은 이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조세르와의 대화에서 네리나는 직감했다. 이 자가 벤자민을 납치한 그 용이라는 것을.“지금이라도 날아가요! 동족들을 따라가요!”“네리나, 과거의 존재에 말을 붙이는 건 조심해야 해!”
“내가 바닥에서 잘게요. 조세르는 침대에서 자요.”“…왜 그래야 하지?”“네?”네리나의 천진난만한 얼굴에 조세르가 쓴 과일을 먹은 것 같은 얼굴로 친절히 말했다.“왜 우리가 따로 자야 하지, 여보?”“네에? 우리끼리 있을 때는 안그래도 되잖아요!”“난 한시도 당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 당신도 그렇지?”조세르가 능글맞게 말했다. 네리나는 가슴이 쿵쾅거렸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덥썩 좋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조세르가 다홍빛 눈동자를 살풋 접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그녀를 침대로 이끌어 눕히자 네리나는 못이기는 척 그를 힐끔 바라보며 자리에 누웠다.그는 네리나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 자신은 이불 위에 누웠다. 네리나는 내심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조세르.”“음?”“언제쯤이면 다 말해줄거예요? 약속이니, 아까 도우미 일족이니 하는 것이요.”“네리나, 그대의 영혼이 지식을 감당할 무게가 된다면.”네리나가 입술을 비죽 내밀고 투덜거렸다.“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언제냐구요.”조세르가 그녀의 양 입술을 엄지과 검지로 콱 집고 흔들었다.“그떄가 되면 내가 먼저 말하지, 나의 네리나. 그러니 이제 자 주겠어
한편 네리나와 조세르는 갑자기 북적이는 사람들에 놀란 눈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흰 옷을 입고 있었다. 가만히 서있는 그들이 수상한지, 노부부가 다가와 그들에게 말을 붙였다.“둘은 무슨 사이인가? 여기 어쩐 일이지?”조세르가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부부일세. 건강한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기도하러 왔지.”노부부는 놀란 얼굴로 네리나를 돌아보며 말했다.“도우미일족과 사랑이라도 한다는 건가? 특이한 청년이군.”“….”조세르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 하지만 네리나는 자신을 ‘도우미일족’이라고 칭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무슨 의미인지 추궁하려 할 때였다. 종소리가 뎅뎅 울리더니, 신관이 나타나 소리쳤다.“신전을 닫을 시간입니다. 모두 기도를 마무리하고 나가주시길 바랍니다.”“조세르, 이제 어떡해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아무래도, 네리나. 우리는 시간을 되돌아온 모양이구나.”태연하게 말하는 조세르조차도 얼굴은 초조해보였다. 그가 네리나의 어깨를 꽉 감싼 채로 신전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조세르와 네리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의심쩍은 얼굴을 했다.“조세르. 도우미일족이 뭐예요?”“아직, 네리나. 아직 네가 준비가 되지 않았어.”“무슨 준
“젠장, 괜히 금지된 숲이 아니라고.”“긴, 긴말하지 말고 네리나부터 보호해요.”긴이 투덜대자 오르하가 그에게 핀잔을 주고는 픽 웃었다.“긴말하지 않는 긴.”“웃기냐?”그때 네리나가 인간의 덫에 걸려 절뚝거리고 있는 사슴을 발견했다. 뿔은 온통 밧줄에 걸려 있었고, 뒷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듯 보였다.사슴이 도와달라는 듯 느린 울음을 토해냈다.“제가 저 사슴 좀 구해주고 와도 되죠?”“금지된 숲에, 인간의 덫에 걸린 사슴이라고? 수상해….”긴이 그녀를 말렸다. 에녹도 합세했다.“위험해.”“그래도 심하게 눈에
“반가워요, 에녹.”“그러면 다 모인 건가? 더 이상 올 사람은 없는 것 같군.”“맞아요. 이제 출발할까요?”“그런데, 어디로? 아가씨는 알아?”긴의 말에 네리나가 숨을 허억 하고 들이쉬었다.그때 화살이 네리나의 발치에 꽂혔다.“이동을 중지하세요, 네리나양.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기사단장이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헤엑, 뭐야 진짜…. 왜 기사단장씩이나 보낸 거야.”네리나가 투덜거리며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화살 한 발이 더 발치에 꽂혔다.“이동을 중지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서 성으로 돌아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원정대와는 이틀 후에 만나야 했다. 네리나가 이를 꽉 물었다.“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걸까.”네리나가 혼자 지하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만약 내게 소설처럼 끝내주는 남자 주인공이 있었다면 나를 꺼내줬겠지, 든든한 동료들이 달려와서 구해줬겠지, 어쩌면 가족들이 나를 몰래 꺼내줄수도, 아차. 가족이 없구나.하지만 이것은 네리나의 이야기. 네리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을 하며, 시간을 견뎌냈다.네리나는 천장 쪽 벽돌 사이로 희미하게 드는 달빛을 보고 시간을 추정했다. 감옥에 갇힌 후 달
네리나가 덧붙이자 톰이 고개를 움찔 떨고는 눈 앞의 그림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유색 구슬끈, 짙은 빨간색 홍옥수, 밝은 파란색 라피스, 석영과 유약을 칠한 동석이 모두 그의 것이다.”“네? 그림이 글자라도 되나봐요.”“맞습니다. 이건… 고대에도 고대였던 왕국의 글자입니다, 네리나씨.”그렇게 대답한 톰이 거의 중얼거리다시피 글을 읽어내렸다.“…하여 조세르가 무사히 저승길을 건너가 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조세르…?”네리나가 무심결에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가짜문 너머, 조각상이 있는 곳에서 황금빛이 터져나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