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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밑바닥 요부의 탄생, 14년 전 엇갈린 그날]

مؤلف: 잔혹한 왕비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8-06 17:00:05

민석그룹의 두뇌 한비서와 손에 피를 묻힐 준비를 마친 흉포한 호위무사 김민혁이 그 뒤를 철통같이 호위하며 따랐다.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텅 빈 옥좌 앞에는 처참하게 구겨지고 짓밟힌 황제의 알량한 위엄만이 깨진 도자기 파편처럼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같은 시각 황궁의 가장 어둡고 습한 밑바닥 내명부 지하 감옥에서는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서늘하고 퀴퀴한 감옥의 더러운 지푸라기 위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신아리가 마치 쓰레기 짐짝처럼 무참하게 내동댕이쳐졌다.

​철컹-!

​육중한 철창문이 닫히고 묵직한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지하의 적막을 찢었다.

​"이것들이 미쳤어!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당장 문 열어! 문 열지 못해?! 폐하께서 아시면 너희 놈들 목숨은 당장 파리 목숨이 될 줄 알아라!"

​철창에 미친 듯이 매달려 발악하며 흔들어대던 아리의 하얀 손가락 마디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끼 낀 돌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자신의 찢어지는 목소리와 차가운 메아리뿐이었다.

​발버둥 치던 아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바닥에서부터 뼛속까지 스며 올라오는 지독한 한기와 코를 찌르는 역겨운 곰팡내 그리고 썩은 쥐들의 냄새가 가득했다.

​아리는 그 끔찍하리만치 익숙한 냄새에 흠칫 온몸을 떨며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 냄새……. 맞아 이 냄새야 내가 그토록 도망치고 싶어 발악했던 그 지독하게 가난하고 끔찍했던 그곳의 냄새야'

​아리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애써 머릿속 깊은 곳에 파묻어두었던 14년 전 과거의 끔찍하고 더러운 기억 속으로 거칠게 빨려 들어갔다.

​14년 전 서울 외곽에 자리한 낡고 썩어빠진 고아원,

​그곳은 버림받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보호하는 울타리가 아니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원장이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정부에서 나오는 얄팍한 보조금마저 제 주머니로 횡령하며 배를 불리는 지옥의 수용소였다.

​겨울에는 얼어 죽고 여름에는 썩은 음식을 먹고 병들어 죽어 나가는 것이 일상인 끔찍한 곳이였다.

​12살의 고아 신아리는 그 지옥 같은 생태계의 잔혹한 생리를 그 누구보다 빨리 터득한 영악하고 비열한 아이였다.

​배가 고프면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아이를 구석으로 몰아붙여 식판을 빼앗았고 그 짓이 원장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이 맞은 척 처연한 눈물을 쥐어짜 내며 다른 아이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다.

​"원장님! 흐흑, 영희가 제 빵을 훔쳐먹고 저를 때렸어요 제가 안 된다고 말렸는데도…… 흑, 너무 아파요 원장님 "

​아리의 커다란 두 눈에서 떨어지는 굵은 눈물방울과 가증스러운 연기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간 원장은 영희라는 이름의 작고 마른 아이를 뒷마당으로 끌고 가 반 죽음이 되도록 매질을 가했다.

영희의 비명 소리가 고아원 담장을 넘어 처절하게 울려 퍼지는 동안, 아리는 어두운 창고 구석에 숨어 훔친 빵을 게걸스럽게 욱여넣으며 비열한 조소를 흘렸다.

​'바보 같은 년 착한 척해봤자 결국 굶어 죽고 매 맞아 죽을 뿐이야 남을 철저하게 짓밟고 빼앗아야만 내가 살아남는 거야 세상은 원래 이렇게 역겹고 엿 같은 거니까'

그것이 12살 아리가 진흙탕 속에서 터득한 유일한 생존 법칙이자 그녀 영혼의 밑바닥에 자리 잡은 잔혹한 본성이었다.

그런 아리의 어둡고 비틀린 세상에결코 닿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 압도적인 이질감이 찾아온 것은 늦은 봄날이었다.

대한제국 황실과 재계 서열 1위 민석그룹이 합동으로 주최한 대대적인 '고아원 위문 및 후원 행사'가 열리던 날,

평소라면 쓰레기 수거 차량이나 드나들던 고아원의 비포장 흙바닥 마당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번쩍이는 검은색 최고급 세단 수십 대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줄지어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티끌 하나 묻지 않은 고급스러운 정장과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들에게서는 시궁창 냄새가 아닌 값비싼 향수 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 눈부신 무리의 정중앙에 13살의 민시은이 서 있었다.

은은한 진주 광택이 도는 최고급 하얀 명주 실크 원피스 봄바람에 찰랑이는 구김살 하나 없는 검은 머릿결 그리고 세상의 구김살이나 악의 따위는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듯한 맑고 다정한 미소,

민현석 회장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시은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어두운 고아원을 밝히는 눈부신 빛이었다.

​아리는 허름한 식당 기둥 뒤에 숨어, 제 손톱에서 피가 날 정도로 짓이기고 물어뜯으며 그 빛나는 소녀를 노려보았다.

​심장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검고 끈적한, 그리고 숨 막히는 질투심이 거대한 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왜? 도대체 왜 저 기집애는 저렇게 예쁜 옷을 입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웃고 있는데 나는 왜 이 쓰레기장 같은 곳에서 벌레처럼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살아야 해? 억울해! 짜증나! 불공평해! 저 년이 가진 저 웃음 저 옷 저 자리 전부 다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내 것으로 뺏어오고 싶어'

아리의 눈동자가 핏발로 붉게 물들던 그때, 분노에 찬 아리의 시야에 거만한 걸음걸이의 사내아이 하나가 들어왔다.

황실의 대표 자격으로 후원 행사에 억지로 끌려 나온 듯한 15살의 어린 황태자 유종석이었다.

그는 오만방자한 표정으로 냄새나는 고아원을 둘러보며 노골적으로 코를 쥐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고아들을 마치 발밑에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 보듯 경멸하는 그 더러운 눈빛. 그 역겨운 시선에서 아리는 짐승적인 직감으로 묘한 동질감과 그의 알량한 허영심을 단숨에 읽어냈다.

​'저거다! 저 오만하고 멍청한 소년을 이용하면 이 지긋지긋한 시궁창을 단번에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아리의 머릿속이 비상하게 돌아갔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바닥에 뒹굴어 자신이 입고 있던 낡은 옷의 소매를 더욱 처참하게 찢어버렸다.

얼굴과 하얀 맨살에 시커먼 진흙을 문질러 바른 뒤 종석이 걷고 있는 동선으로 미친 듯이 뛰어들어 일부러 그의 구두 발치에 거칠게 넘어졌다.

​"아악……!"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종석의 발밑에 쓰러진 아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처연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뭐, 뭐야! 이 냄새나는 쥐새끼는!"

갑작스러운 충돌에 최고급 수제 구두에 더러운 진흙이 튀자 종석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빽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호위병들이 기겁하며 달려오려 했지만 아리가 한발 빨랐다.

​"죄,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전하……! 제가 감히 전하의 귀하신 몸에…… 흐흑!"

아리는 덜덜 떠는 가녀린 어깨를 한껏 움츠린 채 커다란 눈망울에 그렁그렁 매달린 눈물을 툭, 떨어뜨렸다.

새카만 진흙이 묻은 뺨 위로 투명한 눈물길이 처연하게 흘러내렸다.

그 모습은 마치 잔혹한 세상에 무참히 짓밟힌 한 마리 가엾고 아름다운 작은 새 같았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수백 번도 넘게 연습했던 완벽한 눈물 연기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그 맹목적인 두려움과 절대적인 복종의 눈빛을 내려다보며 불쾌감으로 일그러졌던 종석의 오만한 얼굴에 순간 묘한 우월감이 스쳤다.

늘 황실의 엄격한 규율과 뛰어난 인재들에게 치여 살며 열등감에 시달리던 그에게 제 발밑에 엎드려 벌벌 떠는 이 비참한 소녀는 알량한 지배욕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완벽한 제물이었다.

"쯧, 불쌍한 것 고아원 꼴을 보니 평소에 앞이나 제대로 보고 다닐 수나 있었겠느냐"

종석은 짐짓 자애롭고 관대한 척 거드름을 피우며 불결하다는 듯 내치려던 손을 거두고 대신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아리의 발치에 툭 던졌다.

"가서 얼굴이라도 닦아라"

바닥에 떨어진 최고급 실크 손수건을 주워 든 아리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흐느꼈다.

"감...감사합니다 전하의 은혜,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땅에 닿을 듯 푹 숙인 아리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아래 시커먼 진흙이 묻은 붉은 입술 끝은 소름 끼치도록 기괴하고 비릿하게 비틀려 올라가고 있었다.

​'걸려들었어 이 오만하고 멍청한 새끼'

​그것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14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황실의 근간을 갉아먹고민시은의 모든 것을 빼앗아 짓밟게 될 끔찍한 요부 신아리, 비열한 짐승과도 같았던 두 남녀의 질기고도 역겨운 인연은 가장 밑바닥 시궁창에서 그렇게 잔혹한 싹을 틔우고 있었다.

민시은, 너는 이제 내발밑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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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혹한황실    제23화: 피바람 부는 자경전, 노회한 늑대의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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