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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추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양조장에 문제가 좀 생겼어. 연준이는 지금 양조장에 거의 갇힌 신세고.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양조장?’

양조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조연아는 바로 이불을 젖혔다.

하지만 두 다리가 바닥에 닿는 순간, 온몸이 부서질 듯한 통증이 세포 하나하나를 가득 메웠다.

하지만 하나뿐인 동생이 양조장에 갇힌 상황, 짐승보다 못한 아버지와 새어머니를 생각하면 이대로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다.

“연아야,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지금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니까.”

추연이 미친 사람처럼 병실을 뛰쳐나가는 조연아의 뒤를 따랐다.

한편, 민하그룹 회의실.

왠지 모를 긴장감에 다들 애꿎은 침만 삼키고 있던 그때, 문자를 확인한 오민이 민진훈의 곁으로 다가갔다.

가장 상석에 앉은 민하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세요.”

“아, 사모님... 아니, 조연아 씨가 깨어났답니다. 그런데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건지 병원을 뛰쳐나갔다는데요...”

빠각!

펜촉이 부러지는 소리가 조용한 회의실에서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업무 보고 중이던 부장마저 그 소리에 겁을 먹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왜 갑자기 표정이 저렇게 안 좋아지신 거지.’

‘아, 진짜 다음 차례가 우리 부서인데. 하필...’

한참을 침묵하던 민지훈이 차갑게 한 마디 내뱉었다.

“그래서요?”

“제가 괜한 말씀을 드렸군요. 죄송합니다.”

“큼큼, 다음 분기는...”

오민이 눈치껏 한 발 뒤로 물러서자 부장은 자연스레 다시 보고를 시작했다.

방금 전 해프닝은 꿈인 듯 모든 게 그대로였지만 어딘가 더 무거워진 분위기에 부장들의 마음은 더 서늘해졌다.

...

부슬부슬 내리는 겨울비가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날...

부랴부랴 달려온 조현아의 시야로 엉망이 된 양조장과 백장미, 조연준의 모습이 들어온다.

“조연준, 유운주 제조법 당장 말하라고.”

차가 채 멈추지도 않았음에도 뛰어내린 조연아가 부리나케 동생 곁으로 달라겼다.

“연준아!”

눈물로 범벅된 얼굴, 피가 새어 나오고 있는 입술을 보고 있자니 조연아의 마음도 찢어졌다.

“아이고, 난 또 누군가 했네. 민하그룹 사모, 아니 이제 전 사모님인가?”

동생을 부축한 조연아가 비아냥대는 백장미를 노려보았다.

“전 와이프가 상간녀보다는 훨씬 더 낫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어디서 안주인 행세야.”

상간녀.

이 단어는 백장미의 역린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게 말이면 단 줄 아나!”

그녀가 손을 들어 조연아를 때리려던 순간, 되려 그 손목을 잡은 조연아가 백장미의 뺨을 내리쳤다.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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