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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너머에 있는 풍경

Author: 유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3 21:17:33

서화는 그림을 한 장 더 꺼냈다.

이번에는 자신이 조선에서 보았던 나루의 풍경을 그렸다.

물가의 낮은 나무 발판, 밧줄을 묶는 기둥,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물결까지 기억나는 대로 담았다. 그림은 아주 상세하지 않았다. 서화가 살던 집과 가장 가까운 나루도 아니었고, 돌아터의 실제 모습을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에드윈이 그림을 바라봤다.

“이건 어디야?”

“조선의 나루. 내가 아는 곳이다.”

“남쪽 빛 안에서 본 거야?”

서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냥 내가 기억하는 것이다.”

그녀는 그림 아래에 직접 한 줄을 적었다.

관측 그림이 아닌 기억에 따른 그림.

에드윈이 그 문장을 보고 미소 지었다.

“이제는 내가 뭐라고 할 필요도 없겠네.”

서화는 조금 뿌듯한 얼굴로 붓을 내려놓았다.

“내가 먼저 구별해야 하니까.”

그날 밤 서화는 책상 앞에서 두 장의 그림을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남쪽 빛 안쪽에서 보았던 어두운 형태를 그린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조선의 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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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물 너머에 있는 풍경

    서화는 그림을 한 장 더 꺼냈다.이번에는 자신이 조선에서 보았던 나루의 풍경을 그렸다.물가의 낮은 나무 발판, 밧줄을 묶는 기둥,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물결까지 기억나는 대로 담았다. 그림은 아주 상세하지 않았다. 서화가 살던 집과 가장 가까운 나루도 아니었고, 돌아터의 실제 모습을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에드윈이 그림을 바라봤다.“이건 어디야?”“조선의 나루. 내가 아는 곳이다.”“남쪽 빛 안에서 본 거야?”서화는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그냥 내가 기억하는 것이다.”그녀는 그림 아래에 직접 한 줄을 적었다.관측 그림이 아닌 기억에 따른 그림.에드윈이 그 문장을 보고 미소 지었다.“이제는 내가 뭐라고 할 필요도 없겠네.”서화는 조금 뿌듯한 얼굴로 붓을 내려놓았다.“내가 먼저 구별해야 하니까.”그날 밤 서화는 책상 앞에서 두 장의 그림을 나란히 놓았다.하나는 남쪽 빛 안쪽에서 보았던 어두운 형태를 그린 것이었다.다른 하나는 조선의 나루를 기억하며 그린 그림이었다.처음에는 두 그림이 닮아 보였다.길쭉한 선과 낮은 구조물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물이 있었다.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차이가 보였다.첫 번째 그림의 어두운 형태는 끝이 흐릿했고, 어떤 물체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그림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나루의 구조를 바탕으로 그렸으므로 기둥과 발판, 물가의 경계가 분명했다.서화는 한동안 두 그림을 바라보다가 조선의 나루 그림을 접었다.지금 필요한 것은 기억 속 풍경을 남쪽의 빛에 맞추는 일이 아니었다.빛 안쪽에서 정말 다른 세계가 보이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본 것을 있는 그대로 확인하는 일이었다.그녀는 관측 그림만 기록장 사이에 넣었다.그러고는 창밖을 바라봤다.오늘도 북부의 밤은 조용했다.남쪽에서는 아직 통과할 수 있는 문이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나 조선의 돌아터에서는, 서화가 알지 못하는 사이 세 사람이 같은 빛을 직접 보았다.두 세계는 서로에게 아무런 소식도 전할 수 없었다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물 너머에 있는 풍경

    북부성에서 두 관측자의 그림을 받아본 서화는 예상과 달리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에드윈이 설명하는 동안 그녀는 그림을 여러 방향으로 돌려보았다. 두 그림에는 모두 길쭉한 어두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 위치와 모양은 조금씩 달랐다. 서화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두 번째 거리선에서 그렸던 기록을 꺼냈다.“내가 본 거랑 비슷하다.”“일부는.”“그런데 같지는 않다.”“응.”서화는 세 장의 종이를 나란히 놓았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본 자신의 그림이 오히려 가장 복잡했다. 두 번째 거리선에서는 낮은 그림자와 긴 선이 분리되어 보였지만, 바깥쪽에서는 둘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다.“가까이 가면 더 많이 보일 수 있다.”에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그런데 더 많이 보인다고 진짜라는 뜻은 아니다.”에드윈이 웃었다. “맞아.”서화는 그림을 다시 살폈다.그러다 손가락으로 가장 낮은 부분을 짚었다.“이거, 조선 나루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에드윈은 그녀를 바라봤다.서화는 이번에는 그에게 먼저 설명했다. 조선의 나루에는 물가에 세운 기둥과 낮은 나무 구조물이 흔했고, 배가 드나드는 곳에는 밧줄을 묶어두는 말뚝이나 작은 발판도 있었다. 자신이 빛 안쪽의 어두운 부분을 처음 보았을 때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는 것이다.“그런데 나루 아니어도 이런 모양 많다.”에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쪽 옛 항구에도 비슷한 구조가 있어.”“그러면 저 안에 조선이 보인다고 아직 말 못 한다.”“응.”서화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이전이었다면 그 사실이 서운했을 것이다.지금도 조금은 서운했다.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이 생겼다.“그럼 다음에는 가까이 가는 것보다, 바위 모양하고 그림을 비교해야 한다?”에드윈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웃었다.“바로 그거야.”두 사람은 한동안 그림을 펼쳐놓고 옛 항구의 남은 구조물 위치를 비교했다. 서화는 자신이 조선에서 배웠던 그림 그리는 법을 떠올렸다. 산이나 건물을 그릴 때 보는 자리가 달라지면 형태가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물 너머에 있는 풍경

    그때 강무진이 나루 아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그런데 오늘은 물이 조금 이상하게 빠지는군요.”도겸이 고개를 들었다. 수위 자체는 예상 범위 안이었다. 다만 나루 기둥 왼쪽으로 흐르던 물결이 평소보다 넓게 퍼지면서, 기둥과 흰 돌 사이의 수면이 유난히 잔잔해져 있었다. 바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가에 걸린 낡은 천은 분명히 흔들리고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작은 물결이 계속 일었다.한연화가 물었다.“바람이 저쪽만 안 닿는 걸까요?”도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강무진이 먼저 주변의 바위와 기둥 위치를 확인했으나,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세 사람은 가까이 가지 않은 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잔잔했던 수면 한가운데에 아주 작은 밝음이 생겼다.처음에는 햇빛처럼 보였다.하지만 하늘은 흐려져 있었고, 주변의 물은 같은 색으로 빛나지 않았다.한연화가 먼저 손을 들었다.“도겸아, 저것 좀 보렴.”도겸은 어머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흰 돌에서 조금 떨어진 수면 위에 옅은 빛이 있었다.그것은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위쪽으로 올라오더니 물에서 손가락 몇 마디쯤 떨어진 허공에 가느다란 선을 만들었다. 햇빛이 물결에 반사되어 생기는 흔들리는 모양과는 달랐다. 다만 밝기가 매우 약해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놓칠 것처럼 보였다.도겸은 놀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강무진을 손으로 막았다.“다가가지 마십시오.”강무진이 걸음을 멈췄다.“저것이…….”“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도겸은 기록판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글을 쓰려던 손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찾아다녔던 단서가 눈앞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그가 수없이 읽고 검토했던 증언에는 빛과 물, 흰 돌과 낯선 길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 보이는 것이 바로 그 이야기의 일부일지도 몰랐다.그 순간 한연화가 조용히 말했다.“도겸아, 네가 먼저 적어야지.”도겸은 어머니를 바라봤다.한연화는 아들의 손에 들린 기록판을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물 너머에 있는 풍경

    남쪽 바다에서 마지막 관측자가 돌아온 뒤에도 바위 아래의 물결이 한 차례 더 움직였다는 사실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북부성에 전달되었다. 보고서를 받은 에드윈은 처음부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바위 주변에는 수면 아래로 길게 뻗은 암석이 있었고, 물살이 약한 날에도 바람이나 조류의 방향에 따라 작은 물결이 생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날 밤에는 발광도, 공간의 왜곡도 확인되지 않았다. 관측자가 본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짧은 물결 하나였고, 그것만으로 남쪽의 귀환 경로가 다시 반응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그런데 문제는 그다음 장에 있었다.에드윈은 기록을 넘기다가 손을 멈췄다. 지난 열흘 동안 작성된 수위표에 이전에는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위 주변의 물결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수위가 내려갈 때는 북쪽으로, 올라갈 때는 남쪽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기록 중 일부에서는 수위의 변화가 거의 없는 순간에도 짧은 역방향 물결이 나타났다. 그 차이는 매우 작았고, 현장 관측자들이 각기 다른 기준으로 방향을 적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나의 자료로 비교되지 못했다.에드윈은 기록을 다시 펼쳤다. 물결이 반대로 움직였다고 보고된 날 가운데 세 번은 경로 유사 현상이 나타났던 날과 겹쳤다. 그러나 나머지 두 번은 아무런 빛도 나타나지 않았고, 반대로 빛이 나타났어도 물결의 특이한 변화가 기록되지 않은 날이 있었다.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있었지만 필연적인 관계라고 할 수는 없었다.그는 한동안 표를 내려다보다가 펜을 집었다.수면 변화와 발광 현상은 각각 독립된 관측 항목으로 유지한다. 동일 시각 발생 여부만 별도 비교한다.그렇게 적고 나서야 서화를 부르기로 했다.이번에는 남쪽으로 출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난 관측에서 서화가 보았다고 보고한 어두운 형태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러니까 우리가 본 것이 진짜 물체인지부터 확인하겠다는 거다?”서화가 에드윈의 설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문 앞에서 들려온 이름

    같은 날 조선에서는 도겸이 돌아터의 오래된 나루 기둥에 남은 수위 자국을 확인하고 있었다.며칠 전보다 물이 조금 빠져 있었지만 최근 관측 범위 안의 변화였다. 강무진은 흰 돌이 지난번보다 더 많이 드러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도겸은 새 표식과 기록을 비교해 자연스러운 수위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러나 그날은 한 가지가 달랐다.나루 기둥 가까이에서 물살이 한 차례 이상하게 갈라졌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다.처음 발견한 사람은 나룻배를 정리하던 젊은 일꾼이었다. 그는 물이 빠지는 방향과 다르게 짧은 소용돌이가 생겼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강무진은 곧바로 그 자리를 확인했으나, 이미 물살은 평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도겸은 먼저 일꾼을 불러 정확히 어디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물었다. 일꾼은 자신이 서 있던 자리와 물결이 갈라진 위치를 가리켰다. 물이 역류했다고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평소처럼 흘러가던 물줄기가 한순간 양쪽으로 나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그때 흰 돌에도 변화가 있었느냐?”도겸의 질문에 일꾼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못 봤습니다. 저는 기둥 쪽을 보고 있었으니까요.”“빛은?”“모르겠습니다.”“소리는?”“물소리 말고는 못 들었습니다.”도겸은 그의 말을 그대로 기록했다.한연화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물었다.“이상한 일이니?”도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바닥에 잠긴 돌이나 나루 기둥 때문에 물살이 갈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같은 자리에서 다른 물때에도 나타나는지 봐야겠습니다.”“흰 돌하고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볼 근거가 없어요.”한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물가로 더 가까이 가지 않았다.나루 기둥과 기존 표식의 위치를 확인한 뒤, 다음 수위 변화에서 같은 현상이 다시 나타나는지만 살피기로 했다.그날의 기록에는 새로운 길도, 특별한 빛도 없었다.다만 짧은 물살의 변화 하나가 남았다.북부성에 돌아온 뒤 서화는 헤르만에게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문 앞에서 들려온 이름

    서화는 일정한 속도로 걸었다. 이전처럼 걸음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지 못했고, 옥의 온기도 처음 보고한 수준을 유지했다. 발밑의 작은 돌을 피하기 위해 잠깐 보폭을 줄였지만, 그 외에는 통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열네 번째 걸음에서 그녀는 빛 안쪽의 명암이 달라지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두운 선 하나가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그 옆으로 조금 더 낮은 형태가 보였다. 지난 관측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했지만 그것이 같은 물체인지 알 수 없었다.“빛 안에 어두운 것 둘. 잠깐 보였다.”에드윈이 기록했다.다른 관측자들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기록을 남겼다.서화는 기다리지 않고 걸음을 이어갔다.열여덟 걸음.열아홉 걸음.그리고 스물한 번째 걸음.지난번 자신이 멈췄던 위치였다.서화는 바로 앞에 그려진 작은 점을 보았다.발끝이 잠시 멈췄다.그날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들었다고 느꼈다. 익숙한 목소리 때문에 남은 세 걸음이 한없이 가까워졌고, 동시에 더없이 멀어졌다. 서화는 그 기억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아직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가슴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손끝도 조금 차가웠다.그러나 어지럽지 않았다.통증도 없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왜 멈추었는지 알고 있었다.“여기 지난번 멈춘 자리다.”헤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어.”“지금 소리 없다. 몸 괜찮다. 계속 가고 싶다.”아드리안은 에드윈의 수치를 확인했다.급격한 변화는 없었다.빛도 유지되고 있었다.“계속 이동 가능.”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한 걸음.두 걸음.그리고 세 번째 걸음.발끝이 붉은 표시선에 닿았다.“두 번째 선 도착.”그녀가 말했다.아드리안은 즉시 시간을 확인했다.“제2거리선 도착. 추가 접근 없음.”그 말이 기록되는 동안 서화는 움직이지 않았다.드디어 두 번째 선에 섰다.그러나 눈앞의 빛은 갑자기 넓어지지 않았고, 조선의 풍경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 안쪽은 여전히 희미하게 밝았으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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