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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Author: 윤지
“내가 없었으면 경기에서 이기기 힘들지 않았나?”

유남준은 박민정에게 기대어 말했다.

다행히 지금은 자가용을 타고 있어서 다행이지, 버스 안이었다면 많은 사람이 빨갛게 달아오른 박민정의 얼굴을 봤을 것이다.

“남준 씨는 필요 없죠. 아빠로서 당연히 아이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그녀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유남준은 계속 떼를 썼다.

“안 돼, 나도 상을 줘야 해.”

상을 달라는 그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점점 빠르게 뛰었다.

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자 박예찬이 기분이 언짢아 말했다.

“그럼 앞으로 인우 아저씨보고 가족 행사에 같이 가달라고 할게요.”

그는 박윤우처럼 유남준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

유남준이 말이 없자 박예찬은 질투심에 겨워 그를 쳐다보았다.

“어때요? 아저씨.”

두 사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유남준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됐어.”

박민정도 덩달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박예찬이었다.

유치원에 도착한 후, 선생님이 몇 가지 일을 더 얘기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방성원이 다가와 물었다.

“남준아, 형수랑 같이 가? 간단한 식사라도 같이하면 안 될까?”

박민정이 대답했다.

“안 될 것 같아요.”

그녀는 이제 방성원과 설인하의 관계를 아는데 그를 집으로 데려간다면 설인하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

방성원이 이렇게 자진해서 나온 건 처음인데 거절당해서 실망했다.

김인우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우리 집에 가서 먹자.”

예찬이도 박민정과 작별인사를 했다.

“엄마, 집에서 비타민 잘 챙겨 먹어. 알았지?”

“알겠어.”

박민정은 그와 손을 흔들며 작별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손연서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자기도 벌써 자기의 자식이 있어야 하는데 하며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남편 오준수는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를 갖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민정 씨는 좋겠어요. 남편도 너무 좋고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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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19화

    이렇게 오랫동안 울분을 삼키다 보니 손연서는 정말 지긋지긋했다.손씨 가문에 남자가 없어서 딸이 가문을 망치게 할까 봐 손연서와 오준수의 혼인을 강요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녀도 이렇게 오래 참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그녀는 박민정이 말한 대로 자신을 위해 살 것이다.오준수는 그녀가 건넨 이혼 서류를 보고 표정이 굳어졌는데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나랑 이혼한다고.? 장난해?”그가 밖에서 여자를 찾고 아이까지 생겼는데도 이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인지 몰랐다. 손연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장난치는 거 아니니까 서류 잘 봐. 문제없으면 이혼하자.”그녀도 이제 2년이 지나면 서른이 된다. 더는 아까운 청춘을 오씨 가문에서 억울함을 당하면서 보낼 수는 없다.그녀도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를 찾거나 좋은 정자를 사서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 “손연서, 너희 부모님도 네가 이러는 줄 알아?”오준수는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의 약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녀는 부모님의 말씀을 아주 잘 듣는다.그러나 그의 생각이 틀렸다. 손연서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는 어른이고 내 결혼을 책임질 수 있어. 이런 일에 왜 부모님 얘기가 나오는데?”“너!”오준수는 손을 들어 그녀를 때리려고 했다.손연서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때려봐. 당장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고 경찰에 신고할 테니까. 그건 너도 싫지?”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오준수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손연서가 왜 이렇게 빨리 변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그래, 이혼하면 되잖아. 절대 후회하지 마.”후회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손연서는 너무 웃겼다. 정말 이혼하면 후회는커녕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인데 말이다. 오준수는 그동안 손연서의 사랑을 받아왔다. 갑자기 이혼하자고 하니 그는 이혼 서류를 검토했다. 서류에 아무 문제 없는 것을 보고 바로 사인했다.“내일 바로 이혼하러 가자고.”“그래.”손연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고는 비서보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0화

    손연서도 자기 부모님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이혼하려는 마음을 더 단단히 먹을 수 있었다.그녀는 박민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민정 씨, 고마워요. 제가 마침내 옳은 결정을 내린 것 같아요.]메시지를 본 박민정은 좀 의아해했다.[무슨 결정이요?][오준수랑 이혼하려고요. 앞으로 제 삶을 살 거예요.]손연서가 답장을 보냈다.박민정은 이 메시지를 보자 그녀가 마음을 굳게 먹은 걸 알고 너무 기뻐했다.[진심으로 축하해요.]박민정은 누구보다 잘 안다. 어떤 혼인은 그럴 가치가 없는 것을 말이다. 전에 유남준은 그녀에게 냉담하기만 했지만 오준수는 정말 파렴치한 사람이다.손연서가 밖에서 망신을 당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혼외자를 돌보라고 했다. 심지어 혼외자가 손연서를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런 남자한테 손연서처럼 좋은 아내는 너무 아깝다. 손연서는 이혼하기를 굳게 결심했다. 오준수에게 이혼 서류를 주었는가 하면 언론에도 이혼 사실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그녀는 만회할 여지가 없게 만들려 했다. 반드시 이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인하는 정리하러 들어와서 박민정의 채팅 내용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민전 씨, 미안한데요. 방금 채팅화면을 보았는데 친구분이 이혼을 준비하고 있어요?”박민정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런데요. 왜요?”“저도 이혼하고 싶어서요. 이혼은 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해요?”설인하는 기대 섞인 얼굴로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박민정은 순간 멍해졌다.그녀는 방성원을 알고 있고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설인하는 방성원에게 아이까지 낳아줬다.두 사람 사이에 큰 트러블이 없는데 자기가 이혼 절차를 직접 말해주는 건 다소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인하 씨, 이건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나와요.”“알겠어요.”설인하는 흥분한 표정으로 빨리 청소를 다 하고 핸드폰을 가져서 이혼에 대해 검색했다. “민정 씨,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으면 이혼 소송을 걸 수 있는 거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1화

    박민정은 문득 예전에 서다희가 자신을 괴롭혔던 일을 떠올렸다.‘10년이 지나도 할 복수는 해야지.’“민정 씨, 정말 맞는 말이에요. 저도 결혼 전 계약서를 더 철저히 준비할게요.”멀리 떨어져 있던 서다희는 갑자기 재채기했다.그는 자신이 박민정에게 살짝 낚였다는 것도 모르고 앞으로 아내의 말을 철저히 들어야 하는 신세가 될 줄도 몰랐다.진서연은 박민정과 민수아, 그리고 설인하까지 모두 결혼했거나 결혼을 준비 중이거나 혹은 이혼을 준비 중이라는 걸 보며 문득 자신만 혼자라는 생각에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었다.“보스, 저 산책 좀 다녀올게요.”“그래. 다녀와.”진서연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막 박윤우와 함께 돌아온 정민기를 보았다.그는 키가 크고 당당한 체격에 주변을 압도하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진서연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몇 번이고 쳐다보았다.정민기는 박윤우를 데리고 그녀 쪽으로 걸어와 아이를 건넸다.“전 이만 가볼게요.”진서연은 멍하니 서서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네?”박윤우는 이미 알아차렸다.‘서연 이모가 아마도 아저씨에게 관심이 있어 보여.’박윤우는 진서연을 돕기로 마음을 먹었다.“아저씨, 저번에 운동 가르쳐 주셨잖아요? 서연 이모랑 같이 아저씨 방에 가서 운동 배우면 안 돼요?”진서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말했다.“윤우야, 이모는 안 가도 될 것 같은데?”그러자 박윤우는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이모는 어쩜 이렇게 눈치가 없지? 내가 이렇게 밀어주는데도 말이야!’“이모, 저랑 같이 가요.”박윤우는 진서연의 손을 꼭 잡고는 의미심장하게 윙크를 보냈다.진서연은 한참 만에 겨우 깨달은 듯 말했다.“어... 어... 그래. 그럼 같이 갈게.”정민기는 이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그는 박윤우에게 간단한 운동을 몇 가지 가르치기 시작했다.진서연도 박윤우와 함께 운동을 배우려 했지만 마음은 딴 데로 가 있어서 동작이 하나같이 엉망이었다.정민기는 그런 그녀를 보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2화

    박윤우는 그렇게 진서연에게 말하고 여느 때처럼 자신의 라이브 방송 준비에 나섰다.요즘 너무 바쁜 탓에 별로 라이브 방송을 못 했고 많은 아줌마가 박윤우의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다행히 박윤우는 진서연처럼 직설적이지 않았기에 이렇게 많은 아줌마 팬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진서연은 박윤우가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의 말들을 곱씹었지만, 머릿속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웠다.‘도대체 왜 인터넷의 나쁜 여자들한테 배워야 한다는 걸까?’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여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얼마 후.조하랑과 김인우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졌고 주요 플랫폼을 통해 결혼 소식이 보도되었다.아침 일찍 일어난 박민정도 그 소식을 보았다.이미 결혼이 확정된 이상 그녀는 조하랑은 위해 어떤 결혼 선물을 준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호산 그룹 본사.며칠 전 결혼식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에 오늘 내부 회의를 열어야 했다.박민정이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어딘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진서연이 다가와 말했다.“보스, 오늘 회사에 주주들이 엄청 많이 왔더라고요. 심지어 고영란 씨도 왔어요. 듣자하니 이사회 다시 열고 대표직을 바꾸는 걸 논의한다고 하던데요.”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제 보니, 유남우의 자리가 정말 위험해진 듯했다.그녀가 앉아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영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민정아, 잠깐 위로 올라와 줄래?”“네. 알겠습니다.”박민정은 하던 일을 멈추고 위층 회의실로 향했다.회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유명훈과 유남준의 큰아버지 유석진 일가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유남우과 윤소현도 자리에 나와 있었다.윤소현의 얼굴은 잔뜩 어두웠다.고영란은 불안한 표정으로 박민정에게 다가와 말했다.“민정아, 혹시 남준이와 연락할 수 있어? 여기로 오라고 해.”“연락은 해보겠지만 올지는 모르겠네요.”박민정은 휴대전화를 꺼내 유남준에게 전화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3화

    “결과가 어떻게 됐어?”박민정이 묻자 진서연은 알아낸 내용을 전했다.“유남우의 자리에는 변동이 없었어요. 그런데 주주들이 1년의 유예 기간을 줬대요. 1년 안에 또 큰 위기가 생기면 바로 해임한다고 했어요.”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연은 의자에 앉으며 못 참고 다시 말했다.“근데 IM 그룹은 대체 누가 설립한 건지 너무 대단하지 않아요? 호산 그룹을 철저히 짓누르고 있잖아요.”“나도 몰라. 예전에 조사해 본 적이 있는데 정보가 거의 없어.”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렸다.“참, 어쩌면 에리가 알 수도 있어. IM 그룹 소속 배우잖아.”“정말이에요? 에리는 역시 대단하네요.”진서연이 말했다.하지만 그녀들은 지금 해외에 있는 에리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그는 매일 이미지에 손해가 가는 광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심지어 그녀의 매니저조차 종종 물었다.“너 혹시 IM 그룹 고위층한테 미운 짓을 했어? 안 그러면 왜 이렇게 잘나가는 스타를 이런 힘든 곳으로 보내서 쓸모없는 광고를 찍게 하는 거지? 너무 말이 안 되잖아.”그러제 에리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나 원래 사람들과 잘 지내왔는데. 형, IM 고위층한테 연락 좀 해서 계약 해지할 수 있는지 물어봐 줘. 위약금은 내가 낼게.”에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고 사실 매니저도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알겠어.”IM 그룹 본사.서다희는 에리가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는 말을 듣고 유남준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에리가 계약 해지하고 진주시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보고를 마친 뒤 그는 덧붙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역시 스타는 스타네요. 아프리카에서 몇 달도 못 버티네요.”유남준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게다가 에리가 박민정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는 걸 떠올리니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돌아오라고 해. 와서 계약 해지에 관해 얘기를 나누지 뭐.” “이렇게 그냥 놔주는 겁니까?”서다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사실 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4화

    병원 안.유성혁의 병실에서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병실 밖에서 기다리던 유석진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의사와 간호사가 나오자 그는 최현아와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유성혁은 온몸에 의료 기구가 꽂힌 채 누워 있었다.“성혁아, 내가 왔어.”유성혁은 목소리를 듣고 힘겹게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버지...”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그동안 그가 겪은 일들은 너무나도 참혹했다.“아버지, 이건... 유남준이 한 짓이에요...”유석진은 유남준이 유성혁에게 이런 짓을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최현아에게 물었다.“어디에서 성혁이를 찾은 거야?”“쓰레기장에서요. 조금만 늦었어도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최현아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울음을 삼켰다.“정말 너무하네!”유석진은 분노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유남준은 자기가 아직도 진주시에서 모든 걸 쥐고 흔드는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건가?”“아버님, 꼭 성혁 씨를 위해 복수해 주세요. 성혁 씨가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저랑 지훈이는 이제 어쩌죠?”사실 최현아는 유성혁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그한테 벌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하지만 유성혁은 어쨌든 유지훈의 아버지였다.유성혁도 억울함에 차서 말했다.“아버지, 이 모든 게 다 유남준과 박민정 그 여자 때문이에요. 꼭 저를 위해 복수해 줘요.”“알았어.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공평하게 이 일을 해결해 줄게.”“네...”유성혁은 그제야 안심하고 눈을 감고 잠들었다. 유석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현아와 함께 병실을 나와 유남준과 박민정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최현아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사실에 과장을 더해 유석진에게 알려줬다.“정말 머리가 아프네!”유석진은 분노하며 말했다.그리고 바로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유남준의 현재 상황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꼭 본때를 보여 줘야겠어.”...호산 그룹 안.박민정은 퇴근 후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가려고 회사 문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5화

    박민정은 순간 멍해졌다가 급히 몸을 뒤로 물리며 어색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차 안이 너무 더워서 그런 것 같아요.”박민정은 정말로 땅속에라도 숨고 싶었다.유남준을 알고 지낸 지 오래됐고 그와 가까이 닿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왜 최근에 그와 가까이 있을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게다가 이상하게 그를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믿고 운전기사에게 차 안의 온도를 낮추라고 지시했다.“이제 괜찮아?”“네. 괜찮아요.”박민정은 자세를 바로잡았지만 시선이 자꾸만 유남준에게로 향했다. ‘내가 어릴 때 이 얼굴에 반했었지.’박민정은 혹시라도 그가 눈치챌까 봐 급히 시선을 돌렸다가도 다시 슬쩍 바라보는 행동을 반복했다.박민정의 이런 이상한 행동을 본 유남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두 손이 맞닿자 박민정은 유남준의 손바닥이 유난히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 박민정이 손을 빼려는 찰나 유남준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그녀를 감싸안았다.그때 자동차가 급정거하며 큰 소음과 함께 충격음이 들려왔다.“무슨 일이에요?”박민정은 놀라서 불안감에 떨며 물었다.유남준은 창밖을 살짝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별일 아니야.”유남준이 온몸으로 박민정을 가렸기에 그녀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볼 수 없었다. 다만 자동차들이 연이어 멈춰 서는 소리와 어디선가 들리는 몽둥이 소리만이 들려왔다.잠시 후 유남준은 운전사에게 말했다.“가자.”“네.”운전기사는 차를 다시 출발시켰고 차는 그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났다.박민정은 유남준의 품에서 살짝 몸을 빼내고 창밖을 힐끗 보았다.희미하게 싸움이 벌어진 듯한 장면이 보였다.그녀는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유남준이 원한을 산 사람들이 복수하러 온 게 분명했다.그녀가 움직이자 유남준은 그녀를 다시 안으며 말했다.“움직이지 마. 혹시라도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안 되잖아.”유남준은 과거 사고를 겪은 이후 항상 대비하고 있었고 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26화

    유남준은 박민정의 고집스러운 뒷모습을 보고 몇 걸음에 그녀를 따라잡고 망설임 없이 들어 올렸다.박민정은 자신이 갑작스럽게 허공에 떠오르자 본능적으로 한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배를 감싸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빨리 내려놔요!”박민정은 깜짝 놀랐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돌아가고 싶다며? 내가 안고 데려다줄게.”유남준의 태도에 박민정은 황당했다.“뭐라는 거예요? 이러고 돌아가려면 몇 시간은 걸리겠어요!”“장난 아니야. 안고 가면 적어도 멀미는 안 하잖아.”유남준은 그녀를 안고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박민정은 처음엔 그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그러나 그가 두원 별장을 벗어나 다른 별장 구역까지 걸어가자 주변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박민정은 얼굴이 화끈거려 어디든 숨고 싶었다.“그... 그냥 차를 부르죠. 참을 수 있어요.”“안 돼. 네가 참을 수 있어도 우리 아이는 못 참아. 괜찮아. 이렇게 걸어서 가면 딱 잘 시간이야.”유남준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고 박민정은 정말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으며 말했다. “계속 이러면 정말 화낼 거예요.”유남준은 그제야 걸음을 멈췄다. “그럼 집으로 갈까? 오늘 밤만 여기 있고 내일은 꼭 데려다줄게.”박민정은 유남준의 태도를 보니 오늘은 보내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어차피 하룻밤뿐이니 괜찮을 거야.’박민정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하지만 다음에는 이러지 마세요.”그러자 유남준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서다희가 한 말이 맞았다.‘역시 남자는 얼굴이 두꺼워야 해.’그는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두원 별장으로 돌아왔다.박민정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사람들이 보는 게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두원 별장에 도착하자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했다.그리고 박민정은 꽃밭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꽃들은 언제 심은 거예요?”“이틀 전에.”박민정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장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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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0화

    “엄마, 아빠랑 이혼 잘하셨어요.”유남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유남준 앞을 지나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번에도 졌네.”유남준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유남우는 사실 그가 어떻게 반격할지 걱정되기보다 이번에도 졌다는 게 더 분통했다.밖으로 나온 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라도 걸고 싶었지만 딱히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연락처를 훑어보다가 홍주영에서 멈칫하더니 결국에는 통화버튼을 누르지도 못한 채 핸드폰을 다시 꺼야 했다.실내 안.거실은 유난히 조용했고 유지욱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남우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였는데.”고영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가 말하는 ‘예전’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고영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모습에 유지욱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아니에요.”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 달은 될수록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그리고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시 가서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아요.”고영란은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이혼하고 싶은데 지금 이혼하려면 한 달씩이나 기다려야 했다.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한 달 동안에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좀 생각해 보고요.”말을 마친 뒤 유지욱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한편.박씨 가문의 옛 저택.박민정은 유남준이 너무 걱정되어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비록 서다희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에 박민정이 다급히 차창 밖을 내다보니 유남준의 차도 마침 도착해 있었다.박민정은 빠르게 차에서 내린 뒤 유남준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괜찮아요?”그러자 유남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당연하지, 다희가 나 괜찮을 거라고 알려줬잖아.”박민정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9화

    유석진의 입에서 갑자기 자기 둘째 아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영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또한 왜 두 아들 사이에 지금 저런 모순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유남준도 괜히 고영란이 중간에서 난처하게 된 것 같아 일부러 유남우를 빤히 바라보며 유석진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에요. 큰아빠가 아무리 남우랑 같이 벌인 일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별로 무겁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위협감이 느껴졌다.순간 유석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때, 그의 며느리인 최현아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끼어들었다.“남준 씨, 그래도 한 가족인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유성혁도 한마디 거들었다.“남준아, 우리도 잘못했단 걸 알고 있어. 아버지가 이제 연세도 많아서 상황판단이 안 될 때가 많아.”유석진도 사실 지금 자존심을 부려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말해주면 내가 다 들어줄게.”사실 유남준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금방 인수한 시내 중심에 있는 그 건물을 저한테 넘겨주세요.”그 땅은 유명훈의 땅이고 죽기 전 유석진에게 물려준 유산인데 지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유석진이 이 땅의 주인이 됨으로써 그곳의 상권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었는데 나중에 아무 건축물을 세워 올려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안되지!”역시나 유석진이 단번에 거절했다.그가 오랫동안 눈독 들였던 땅이었는데 유명훈이 죽어도 물려주지 않으려 해서 여태껏 애를 먹고 있었다가 이제 겨우 손에 들어온 땅이고 또 자기만의 계획이 따로 있었다.“그러면 조만간 IM 그룹의 변호사를 만나셔야겠네요.”유남준은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유석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안 도우미에게 외쳤다.“모셔다드려!”그렇게 도우미들은 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고 거실에는 유남준 가족들만이 남게 되었다.유지욱과 고영란은 눈앞의 두 아들에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8화

    유남준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유석진 가족들은 조용히 자축하고 있었다.최현아도 너무 기뻐했지만 유독 유성혁만 우울한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아빠, 그래도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꼭 이래야 할까요? 남준이가 잡혀가도 우리한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그리고 만약 다시 풀려나서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그러자 유석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왜 쓸데없는 일을 벌써 걱정하고 그래? 간이 그리도 콩알만 해서 큰일 하겠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유성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다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유지훈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는 할아버지가 한 행동이 맞다고 봐요. 사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유석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웃었다.“하하, 역시 우리 손자가 똑똑하다니까. 네 말이 맞아. 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일 순위여야 해. 절대 네 바보 같은 아빠를 닮아서는 안 된다.”그러자 유지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저도 알고 있어요.”그리고 유석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들은 너무 일찍 기뻐했던 게 오후가 되자마자 유남준은 바로 풀려났다.그길로 옛 저택으로 오게 되었고 동시에 유석진네 식구들과 유남우를 전부 집으로 불러 모았다.이 시각, 유지욱도 마침 그곳에 있다가 눈앞의 상황에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남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아빠, 제가 지금부터 저 사람들의 실체에 대해 다 밝히려고요.”그리고 서다희가 한 무더기의 자료와 증명서를 건네주자마자 그는 유석진네 식구들에게 뿌려줬다.종이들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유석진은 그중 한 장을 주워 읽어보고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말했다.“남준아, 다 오해야.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그러자 유남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우리 회사에 심어둔 사람들을 제가 다 데려올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7화

    유남준은 사실 진작에 유남우와 유석진 쪽에 사람들을 붙여서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얼 하려는지 궁금해서 일단 내버려두고 있었다.이튿날, IM 그룹으로 세무국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서다희가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대표님을 감옥에 보내려고 아주 별짓을 다 하네요. 이런다고 그 사람들한테 득이 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특히 유남우는 왜 자기 친형을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사해 보니 역시나 회사 장부에 문제가 있었고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돌렸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가짜 장부들이었다.그렇다고 해도 유남준은 회사 법인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연행되었다.가면서도 서다희에게 당부했다.“민정이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서다희는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뉴스에서 하루 종일 보도될 예정이라 아마 얼마 안 돼서 알게 될 것이다.역시나 박민정은 출근길에 그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때, 고영란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민정아, 남준이한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그러나 박민정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저도 방금 기사를 봐서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당장 다희 씨한테 전화해 볼 테니까 어머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래.”고영란은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유지욱과 이혼하겠다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서다희는 빠르게 박민정에게 전화해서 유남준이 시킨 대로 알려줬고 모든 일은 다 대비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때 서다희가 한마디 더 했다.“그런데 이 일은 절대 고영란 사모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알겠어요.”어쩌면 유남우 귀에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6화

    “지금, 이 나이니까 더 이혼하자는 거예요. 굳이 남은 인생을 당신한테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고영란은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에 들어갔다.그러나 유지욱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다가 문득 여태껏 이혼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술부리는 원인이 분명 아버지 재산 때문인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이튿날.유명훈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박민정의 친구들도 모두 오게 되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손연서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최현아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한쪽에서 사람들과 유명훈의 유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욱과 고영란 두 사람 사이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렇게 유명훈의 장례는 총 3일 동안 진행 후 끝났다.고영란은 담담한 얼굴로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유남우에게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이만 갈라서려고 해.”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던 유지욱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그는 원래 유명훈의 장례가 끝나면 계속해서 여행이나 다니려고 했었는데 뜬금없이 고영란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게 되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일시적으로 심술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지금 애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이혼하려고?”“네.”고영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지금 당장 법원에 갑시다.”고영란은 지금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유지욱도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 단번에 그러자고 하더니 두 사람은 법원으로 출발했고 두 아들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자식들도 이미 다 컸고 자기 혼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돌아가는 차 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5화

    고영란도 유석진의 고함에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여태껏 모든 집안일을 아내한테 떠넘긴 채, 홀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유지욱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한 사람에 대한 단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실망감이 천천히 쌓이면서 식어가는 것이다.보아하니 오늘 저녁에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유지욱이 도착해보니 유씨 가문의 모든 친척이 다 모여있었다.그리고 이미 상복으로 갈아입은 고영란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고영란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말해주지 않았다고요? 한 달 전에 전 분명히 아버님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와서 회사 일 좀 도와드리라고 귀띔해 줬어요.”“난 네가 우리 아버지 재산 때문에 나더러 오라는 줄 알았지.”유지욱의 말에 고영란은 큰 충격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가 다시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유지욱 씨, 정말 어이없네요. 맞아요, 제가 빨리 돌아오라고 했던 원인이 아버님의 재산이 조금이라도 공평하게 지욱 씨한테도 나눠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그 재산이 전부 아주버님한테 넘어갔네요?” 그러나 유지욱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이었다.“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왜 그래? 우리가 모두 한 식구인데 주면 줬지.”유지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그리고 유석진과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고영란은 제대로 마음이 상했다.박민정도 손자며느리로서 유남준과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우연히 시부모님이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사실 유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시아버지인 유지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지욱은 젊었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집안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매일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여 유지욱과 고영란은 1년 중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남준 씨, 가서 어머님 좀 위로해 주세요.”여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4화

    유남준의 아버지, 유지욱은 계속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없었다.그러자 고영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지욱 씨는 지금 당장 오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방금 비행기 탔다고 했으니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유석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러면 지욱이가 도착하고 나서 다시 말할 테니까 외부인은 참견하지 말아요.”순간 고영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는데도 제가 아직 외부인인가요? 저는 오늘 아버님께서는 왜 그리도 자식들을 편애하시지 꼭 물어봐야겠어요!”“제 아들들이 능력이 뛰어나면 이런 불공평한 대우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여태껏 유명훈은 많은 주식을 갖고 있었다.비록 유남준이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명훈의 지분이 그대로 유석진네로 넘어가게 되면 유남준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더구나 유남우도 그의 재산이 필요한데 말이다!게다가 유명훈은 오랜 세월 동안 주식 말고도 분명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텐데 그 돈마저 전부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고영란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유석진은 유명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여태껏 지욱이를 잘 붙잡아 두지 못한 제수 씨를 탓해야죠! 지욱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어요!” 고영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엄마, 그만해요.”여태껏 유명훈이 유석진네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그이기에 지금 아무리 그와 말싸움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유남우도 불쾌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형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싸울 필요 없어요.”이 시각, 침대에 누워있던 유명훈은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헐떡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도 눈앞에서 자식들이 자기 재산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지욱이...”그는 힘겹게 유지욱을 불렀다.유지욱은 평소에도 그의 말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3화

    최현아는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민정은 그저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러자 그녀는 뻘쭘해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일은 무슨, 윤소현이 드디어 판결받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왔지.”박민정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최현아와 그의 시아버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왠지 그럴수록 더 수상했다.“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박민정이 뒤돌아서니 역시나 최현아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부여잡았다.“민정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박민정은 이제 와서 한 식구라는 그녀의 말이 그저 가소로웠다.“도대체 할 말이 뭔가요?”그리고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최근에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동서랑 남준 씨가 그립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고 싶은가 봐. 혹시 오늘 밤 할아버지 뵈러 같이 가지 않을래?”최현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사실 박민정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도 아마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네, 알겠어요.” 최현아는 그제야 박민정의 팔을 놓아줬지만 그녀가 떠나가자마자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껏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재수 없는 것, 운발로 지금 자리에 올라앉은 주제에.” 차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박민정한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주식이랑 모든 돈을 너한테 넘길 수 있도록 잘 구슬리는 거야.”그러자 최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나도 알아, 저번에 이미 할아버지랑 말해봤다니까? 유남준 씨랑 민정이는 괜히 고고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라 우리 쪽에 전부 몰리게 되어있긴 한데, 난 지금 성혁 씨 얼굴만 봐도 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2화

    조하랑은 그제야 화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왜 저 여자한테 찾아갔어요?”“당연히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죠. 그리고 이지원에 대해 정신감정도 의뢰했거든요. 만약 진짜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다 쇼하는 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요.”김인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다가 조하랑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지원이한테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하랑 씨도 잘 알잖아요. 만약 저를 구해줬던 사람이 형수님이었단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절대 그 애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지금은 그저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 받았으면 좋겠고요.”조하랑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인우 씨가 또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린다고만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에 김인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참고 되물었다.“하랑 씨,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조하랑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누,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그저 저를 배신한 인우 씨한테 화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나한테 실망했을 뿐이라고요!”“알겠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의사도 임산부가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 좋다고 말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는 다정하게 조하랑을 품에 안았는데 순간 그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당연히 김인우도 눈치채고는 빠르게 물었다.“왜요, 부끄러워요?”“그, 그럴 리가요...”조하랑은 말까지 더듬으며 애써 덤덤한 척했다.“저도 안을 줄 알거든요?”그리고 똑같이 김인우를 꼭 안아줬는데 이번에는 김인우가 속으로 움찔했다.추운 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줬는데 거리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멈춰졌다 가곤 했다.조하랑도 어느새 그걸 느꼈는지 재빨리 김인우를 밀쳐냈다.“됐어요. 이제 병실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인우 씨도 그만 돌아가요.”“저랑 같이 안 가고요?”김인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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