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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6화

Author: 윤지
“남준이는 내 아들이에요. 당신은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엄마니까 마음이 아파요. 유석진 같은 늙은 여우랑 자꾸 어울리다간 결국 다치는 건 그 애라고요.”

고영란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아직 유남준과 박민정이 자리에 있었기에 유지욱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알았어. 애들도 있는데 그만 좀 하지.”

유지욱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고는 기어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넌 예전엔 이러지 않았어. 요즘은 점점 말도 안 통하는 미친 여자 같아.”

그 말에 고영란의 온몸이 굳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서 당장 그를 박살냈을 것이다.

그때, 말없이 듣고 있던 유남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어머니 말씀이 틀린 건 아니에요. 다음부터 큰아버지 댁이랑 함께하는 자리에 저희는 안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유지욱은 그 말을 듣고 한순간 말을 잃었다. 아들까지 고영란 편에 설 줄은 몰랐다.

뭔가 더 말하려는 찰나, 유남준이 단호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두 분은 이미 이혼하셨잖아요. 어머니한테 말 조심 좀 해주세요.”

아들의 말에 고영란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마음 깊은 곳에 뜨거운 울림이 밀려오며 그동안 아들을 키워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반면 유지욱은 얼굴이 굳어졌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 어머니, 저희는 먼저 일어날게요.”

유남준이 정중히 인사했다.

“그래. 얼른 가. 민정이랑 같이 장모님 곁에 있어드려.”

고영란이 부드럽게 대답했고 유지욱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윤우와 박예찬도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렴.”

유남준 가족이 자리를 뜨자 고영란도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문을 향해 가려던 순간, 유지욱이 불쑥 그녀를 불렀다.

“영란아, 너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고영란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섰다.

“이러고 있다니요? 무슨 뜻이에요?”

“우리가 부부로 산 세월이 얼만데 네가 정말 이혼하고 싶어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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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074화

    박민정이 막 박윤우를 따라가겠다고 하려던 순간 유남준이 먼저 말했다.“이제 애도 아닌데 혼자 갔다 와.”박윤우는 짧게 대답한 뒤 의자에서 일어나 혼자 화장실로 향했다.불안했던 박민정이 유남준에게 말했다.“당신이 좀 따라가 봐요. 혹시 나쁜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떡해요?”유남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여기 보안 철저해. 게다가 뒤에 경호원이 따라가고 있잖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경호원이 따라간다는 말에 박민정은 안심했다.그녀는 그제야 어두운 유남준이 안색을 눈치채고 물었다.“당신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요?”“아니야.”유남준은 무표정하게 답했다.하지만 박예찬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아빠, 안색이 말도 아니니까 거짓말하지 마.”유남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박민정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회사에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아니야, 진짜 괜찮아. 그냥 고민 중이었어.”“무슨 고민이요?”“이번 설날에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지.”그는 늘 돌려서 말하는 스타일이었고 박민정은 그 뜻을 알아채지 못했다.“당신 옷은 다 비슷하잖아요. 뭐 입든 다 똑같죠.”‘똑같다니...’유남준의 기분은 더더욱 나빠졌다.박예찬은 유남준의 서운한 마음을 눈치챘다.“엄마, 아빠. 나도 화장실 가고 싶어.”“그래, 다녀와.”박민정이 다정하게 말하자 박예찬도 식당을 나섰다.두 아이가 나가고 룸 안에는 박민정과 유남준만 남았다.유남준은 젓가락을 들어 박민정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좀 더 먹어. 영양 보충 좀 해.”“나 요즘 살쪘단 말이에요.”박민정은 먹으면서도 투정을 부렸다.그는 속으로 EQ 보충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애들 옷만 사주고 남편 옷은 안중에도 없네.’...한편, 박예찬은 밖으로 나간 뒤 생각했다.‘엄마가 아빠한테 깜짝선물 하나 해줬으면 좋겠는데...’그는 경호원을 따돌리고 혼자 6층 남성복 매장으로 향했다.어린아이가 어른들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073화

    몇 분 뒤, 박민정과 유남준은 가면을 쓴 두 아이를 안고 가게를 나섰다.박윤우는 억울한 듯 물었다.“형, 근데 나는 왜 가면을 써야 해?”“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그냥 써. 인터넷에 네 팬이 얼마나 많은데 그 팬들이 다 몰려와서 사인해달라고 하면 어쩔 건데?”박예찬은 그 장면을 상상하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듯 몸을 떨었다.그런데 박윤우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그럼 좋지 않아? 완전 기분 좋을 것 같은데.”두 사람은 형제지만 생각하는 것이 서로 너무 달랐다.“질문 그만하고 쓰고 있어.”박윤우는 한숨을 쉬면서 계속 투덜거렸다.“형, 가면 쓰는 건 좋은데 왜 형은 손오공이고 나는 저팔계야?”“손오공이 첫째고 저팔계가 둘째잖아. 내가 형이니까 손오공이고 넌 동생이니까 저팔계. 이해했어?”“아...”박윤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박민정과 유남준은 조용히 두 아이의 대화를 들으며 웃음을 참았다.아이들이 가면을 쓰자 주위의 시선은 확실히 줄어들었다.하지만 유남준의 눈매와 완벽한 몸매는 여전히 여성들의 시선을 끌었다.박민정은 그런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지만 박예찬은 그런 시선을 느끼고는 박민정에게 말했다.“엄마, 나 피곤해.”“응? 그럼 엄마가 안아줄게.”박예찬은 원래 착하고 어른스러워서 쉽게 힘들다고 하지 않는다.박민정은 그가 전날 잠을 잘 자지 못한 게 아닐까 싶어 걱정했지만 박예찬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빠, 아빠가 안아줘.”유남준은 말없이 그를 번쩍 안아 올렸다.그 모습에 박윤우는 의아했다.‘나도 안 피곤한데 형은 왜 피곤해하는 거지?’박윤우는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고 조용히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유남준이 박예찬을 안아 올리자 주위 여성들의 시선이 급격히 줄었다.아이와 함께 있는 유부남이라는 정보는 확실히 이성의 관심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네 사람은 쇼핑몰 5층의 어린이 매장으로 향했다.도착하자마자 박민정은 아이들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박예찬과 박윤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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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0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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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070화

    “나도 민기 씨한테서 들었어. 그 여자 이름이 최민아라고 하더라. 정말 박민호를 바꿔줄 수 있었으면 좋겠네.”사실 박민정이 가장 걱정하는 건 박민호가 최민아에게 상처 입히는 일이었다.박민정은 그녀처럼 착한 여자가 박민호 같은 사람한테 또다시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바뀔 거예요. 보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진서연은 그렇게 말하며 박민정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고마워.”...한편, 박민호는 음식을 사서 병원으로 재빨리 돌아왔다.병실 안에서 최민아는 억지로 일어나려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고 눈앞이 까매지며 바닥으로 쓰러질 뻔했다.그 모습을 본 박민호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들고 있던 음식을 내팽개치고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왜 갑자기 일어났어요? 화장실 가려고요?”박민호가 다급하게 물었다.시야가 또렷해진 최민아는 자신이 박민호 품에 기대어 있는 걸 깨닫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냥 조금 걷고 싶어서...”그녀는 얼른 침대 난간을 붙잡고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박민호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의식하지 못한 채 천천히 팔을 풀었다.“조심해야 해요. 의사 선생님이 너무 오래 누워 있어서 일어날 땐 누가 옆에서 잡아줘야 한다고 했어요. 일단 밥부터 먹어요. 그래야 기운 차리죠. 안 그러면 저혈당 오겠어요.”박민호는 그렇게 말하며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도시락을 주우러 갔다.그는 그제야 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국물이 다 쏟아졌다는 걸 깨달았다.“아, 아깝네요. 그래도 조금 남았어요.”그는 도시락을 주워 조심스럽게 병실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그는 반찬들을 전부 최민아 앞에 놓고 자신은 흰쌀밥 하나만 앞에 두었다.“민호 씨.”“네? 왜요?”박민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최민아는 정말로 궁금했다.‘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이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걸까? 나한테 뭘 바랄 것도 없을 텐데...’박민호는 순간 멍해졌다.그는 최민아를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069화

    박민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누나 안 찾아갈게요.”그를 바라보는 최민아의 눈빛에 걱정이 가득했다.“사실 내 말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잖아요.어떤 사람은 형제자매한테 도움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가족끼리 도와주는 게 뭐 어때서요. 정말 너무 힘들면 민호 씨 판단에 따라요. 나중에 후회하면서 제 탓하지 말고요.”박민호는 허겁지겁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저는 민아 씨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남자가 맨날 누나한테 손 벌리는 것도 우습죠. 전에도 말했다시피 정신 차릴 거예요. 벌써 3천만 원 넘게 모았잖아요?”그는 최근에 정말 죽어라 일했다.접대 자리에 불려 다니며 술에 만취하는 날이 다반사였고 3천만 원은 그렇게 버틴 끝에 모은 돈이었다.사회에 나와 직접 일하면서 박민호는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이전엔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날려버렸는지 지금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그 돈은 지금의 그로선 평생 벌어도 못 갚을 액수였다.최민아는 진심 어린 그의 말에 조용히 미소 지었다.“그래요. 그거면 됐어요.”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자리에 누웠다.비록 열은 내렸지만 여전히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무거웠다.“배고프지 않아요? 밥 좀 사 올게요.”박민호가 다정하게 물었다.최민아는 그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며 조금 미안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말을 듣고 화내며 마치 어린애처럼 절교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조금 배고프네요.”“지금 바로 사 올게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아무거나 괜찮아요.”최민아는 원래 음식에 별로 까다롭지 않고 배만 부르면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었다.박민호는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이 기분 좋게 병실을 나섰다.하지만 그는 주변엔 이미 그를 감시하는 이들이 있고 그의 모든 동선은 곧바로 박민정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박민정은 다시 한번 그 낯선 번호가 박민호에게서 온 연락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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