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송유지는 메일 마지막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3개월 팀 리드 시범 운영.그리고.최종 후보 2명.유지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와.”옆자리 직원이 슬쩍 봤다.“왜요?”유지는 바로 화면을 줄였다.“아니에요.”“뭔데요. 표정이 그런데.”“일이 하나 커져서요.”“좋은 거예요?”유지는 잠깐 생각했다.“아마도요.”- 점심시간.유지는 혼자 회의실 하나를 잡았다.그리고 채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번 만에 받았다.“응.”“바빠요?”“조금. 왜.”유지는 바로 말했다.“경쟁 생겼어요.”잠깐 정적.“무슨 경쟁.”“국제협업팀.”“응.”“저 말고 후보 한 명 더 있대요.”도하는 잠깐 조용했다.“그래서.”“3개월 시범 운영.”“둘 다?”“응.”“같이?”“그게 문제예요.”“왜.”유지는 메일을 다시 봤다.“두 후보가 같은 팀을 나눠 맡는 방식이래요.”“아.”“같은 프로젝트 안에서.”도하가 바로 이해했다.“비교하기 쉽겠네.”“그러니까.”유지는 한숨처럼 웃었다.“사람 평가를 왜 이렇게 대놓고 하지.”“회사니까.”“너무 회사스럽다.”- 도하가 물었다.“하기 싫어졌어?”유지는 잠깐 멈췄다.“아니요.”“그럼.”“오히려.”“응.”“좀 하고 싶어졌어요.”도하가 웃었다.“경쟁이라서?”“조금.”“송유지답네.”“왜요.”“이길 생각부터 하잖아.”유지는 입술을 꾹 눌렀다.“그건 아닌데.”잠깐.“아닌 것도 아니고.”- 오후 2시.추가 안내 미팅이 잡혔다.유지는 회의실로 들어갔다.담당자는 이미 자료를 띄워놓고 있었다.“송 책임자님, 메일 보셨죠?”“네.”“시범 운영 방식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화면에는 구조도가 떴다.하나의 국제협업 프로젝트.두 개의 실무 파트.각 파트마다 후보 1명씩 리드.3개월 동안 성과와 팀 운영 능력을 비교.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최종 선임은 누가 결정하나요?”“국내 본부와 해외 파트너 양쪽 평가를 합산합니다.”“개인 실적만 보는 건 아니고요
회의가 끝난 건 오후 4시 20분이었다.송유지는 회의실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걸음을 멈췄다.손에는 자료가 한 묶음 들려 있었다.국제협업팀 리드.분기별 해외 장기 체류 가능성.향후 정식 부서 책임자 후보.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유지는 복도 끝 창가까지 걸어갔다.그리고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꺼냈다.채도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끝났어요.답장은 금방 왔다.—어땠어.유지는 바로 쓰지 못했다.한참 화면만 보다가.—생각보다 커요.잠시 뒤.—어느 정도.유지는 자료 첫 장을 다시 봤다.—잘하면 앞으로 몇 년이 바뀔 정도.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오늘 같이 보자.유지는 그 문장을 보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응.- 저녁 8시.둘은 집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유지는 회사에서 받아온 자료를 전부 펼쳐놨다.도하가 첫 장부터 천천히 읽었다.“분기별 장기 체류.”“응.”“최대 기간은.”“건마다 다른데.”유지가 자료 한쪽을 짚었다.“길면 3주 정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1년에 몇 번.”“확정은 아니지만 2번에서 4번.”도하가 다음 장을 넘겼다.“국내에서는.”“본사 근무.”“팀 구성은?”“처음엔 6명.”“네가 최종 결정권자?”“프로젝트 실무 쪽은 거의.”도하는 말없이 몇 장을 더 읽었다.유지가 괜히 물었다.“왜 이렇게 진지하게 봐요.”“같이 보자며.”“그렇긴 한데.”“중요하잖아.”유지는 입을 다물었다.- 도하가 자료를 내려놓았다.“그래서.”“응.”“너는 어때.”유지가 한참 생각했다.“하고 싶어요.”도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많이?”“응.”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많이.”“그럼.”유지가 바로 말했다.“근데 무서워요.”도하가 그녀를 봤다.“뭐가.”“잘할 수 있나도 있고.”“응.”“바빠질 것도 있고.”“응.”“그리고.”유지는 식탁 위 자료를 내려다봤다.“우리.”“응.”“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하가 조용히 들었다.“계속 떨어져 지
송유지는 메시지를 한참 보고 있었다.채도하가 캐리어를 닫다가 물었다.“왜.”유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본 채 대답했다.“연락 왔어요.”“회사?”“해외 프로젝트 담당자.”도하가 손을 멈췄다.“무슨 일인데.”유지는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이번 프로젝트 후속 건으로 정식 제안드리고 싶은 자리가 있습니다.잠깐.“정식 제안이래요.”도하가 가까이 왔다.“뭔데.”“아직 정확히는 안 써 있어요.”유지는 답장을 입력하려다가 멈췄다.도하가 물었다.“왜.”“지금 물어봐도 되나.”“왜 안 돼.”“신혼여행 끝난 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도하가 웃었다.“일은 그걸 모르잖아.”“그렇긴 하죠.”- 유지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네, 귀국했습니다. 어떤 제안인지 먼저 확인 가능할까요?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이번 해외 협업 프로젝트 성과를 바탕으로 신규 국제협업팀을 구성 중입니다.—송 책임자님께 팀 리드 후보로 공식 검토 요청이 들어갔습니다.유지 손이 멈췄다.“…….”도하가 표정을 보고 물었다.“뭐야.”유지는 휴대전화를 내밀었다.도하가 화면을 읽었다.“팀 리드?”“응.”“후보.”“응.”잠깐.유지가 작게 말했다.“이게 생각보다 큰데.”- 내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후속 메시지가 이어졌다.—정식 미팅은 이번 주 안으로 제안드리고 싶습니다.—국내 본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해외 파트너와의 정기 협업이 포함됩니다.—연간 단위의 핵심 프로젝트가 될 예정입니다.유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연간.”도하가 말했다.“길게 가네.”“응.”“하고 싶어?”유지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도하가 다시 묻지도 않았다.유지는 식탁 의자에 앉았다.“이번에는 좀 달라요.”“뭐가.”“전에 갔던 해외 프로젝트는 기간이 정해져 있었잖아요.”“응.”“이번에는 아예 팀을 맡는 거고.”“응.”“정기적으로 해외랑 움직여야 할 수도 있고.”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유지는 그를 봤다.“좋긴 해요.”“응.”“되
채도하의 답장은 바로 왔다.—이상하게?송유지는 사진관 직원이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마지막 필름 한 장.정확히는.마지막 장과 그 직전 장면이 일부 겹쳐 보인다고 했다.유지가 빠르게 답장을 쳤다.—필름 끝부분이라 그런지 겹쳐 나왔대요.잠시 뒤.—못 쓰는 사진이야?유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건 아닌가 봐요.—그럼?유지는 사진관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말을 그대로 옮겼다.—직원분이 이상하긴 한데 예쁘다고 하셨어요.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궁금한데.유지가 피식 웃었다.—저도요.- 퇴근 시간.유지가 회사 건물을 나오자.도하가 입구 근처에 서 있었다.유지가 걸음을 멈췄다.“여보?”“응.”“왜 여기 있어요?”“사진 찾으러 가야지.”“집에서 만나도 되잖아요.”“같이 보자며.”유지는 웃었다.“그래도 회사 앞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도하가 자연스럽게 가방을 받아 들었다.“가자.”“많이 궁금했죠?”“조금.”“거짓말.”“많이.”“봐.”- 사진관까지 가는 동안.유지는 계속 추측했다.“빛 들어간 걸까요?”“그럴 수도 있고.”“손가락이 렌즈 가렸나?”“마지막 사진은 다른 사람이 찍어줬잖아.”“맞다.”“필름 문제라며.”“그럼 우리 얼굴 반으로 잘린 거 아니에요?”도하가 웃었다.“그 정도면 직원이 예쁘다고 하진 않았겠지.”“아.”유지는 잠깐 조용해졌다.그러다 다시 말했다.“혹시 귀신처럼 나왔나.”도하가 바로 봤다.“왜 갑자기.”“겹쳐 나왔다니까.”“송유지.”“농담이에요.”“신혼여행 사진으로 그런 농담 하지 마.”유지가 웃었다.“알겠어요.”- 사진관 문을 열자.직원이 바로 알아봤다.“아, 아까 전화드렸던 분이시죠?”“네.”직원이 작은 봉투를 꺼냈다.“전체적으로는 잘 나왔어요.”유지 얼굴이 밝아졌다.“진짜요?”“네. 필름 느낌도 잘 살아 있고요.”도하가 옆에서 물었다.“마지막 사진은요?”직원이 웃었다.“직접 보시는 게 빠를 것 같아요.”그 말에.
귀국하는 날 아침.송유지는 눈을 뜨자마자 창가부터 봤다.어제 올려둔 일회용 카메라.그대로 있었다.남은 필름은 1장.유지는 침대에서 내려와 카메라를 들었다.채도하가 뒤에서 물었다.“벌써 찍게?”“아니.”“그럼.”“아직.”유지는 카메라를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다.“마지막은 진짜 마지막에.”도하가 웃었다.“기준이 까다롭네.”“한 장밖에 안 남았잖아요.”- 둘은 천천히 짐을 쌌다.이번에는 누구 하나만 떠나는 것도 아니었고.출장 가방도 아니었다.유지가 옷을 접다가 말했다.“이상하다.”“뭐가.”“올 때보다 짐이 많아요.”“당연하지.”“왜.”“네가 다 샀잖아.”유지가 캐리어 옆을 봤다.엽서.작은 기념품.요트 예약 카드.시계줄 포장지.둘이 산 자잘한 물건들.“많이 샀네.”“응.”“이걸 다 왜 샀지.”도하가 바로 말했다.“집에 가서 보면 좋으니까.”유지 손이 멈췄다.“그 말 좋다.”“뭐가.”“여행 끝나는 느낌보다.”“응.”“집에 가져가는 느낌이라서.”- 체크아웃을 마치고 로비를 나왔다.유지는 호텔 입구 앞에서 한 번 뒤를 봤다.“사진 찍을까.”도하가 물었다.유지는 카메라를 만졌다.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여기도 아니야?”“응.”“진짜 마지막까지 아끼네.”“중요하잖아요.”- 공항으로 가는 차 안.유지는 창밖을 계속 봤다.처음 도착했을 때 지나왔던 길이 보였다.낯설었던 건물들이 이제 조금 익숙했다.유지가 말했다.“여보.”“응.”“여기 다시 올 것 같아요?”“오고 싶어?”“응.”“그럼 오지.”“언제.”“그건 모르지.”유지가 웃었다.“그럼 다음에는 신혼여행 말고.”“응.”“그냥 휴가로.”“좋아.”- 공항에 도착했다.둘은 캐리어를 맡기고 보안 검색을 통과했다.유지가 계속 카메라를 들고 있자 도하가 물었다.“지금?”“아직.”“탑승구?”“모르겠어요.”“그럼 언제.”유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자꾸 물으면 아무 데서나 찍어버릴
다음 날 아침. 송유지는 눈을 뜨자마자 손목을 봤다. 어제 채도하가 사준 시계줄. 그대로였다. 그리고 조금 늦게. 요트에서 있었던 일이 차례로 떠올랐다. 유지는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렸다. “아…….” 옆에서 도하가 눈을 떴다.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침부터 왜 숨어.” “안 숨었어요.” 도하가 유지 얼굴을 한참 보더니 말했다. “눈 조금 부었는데.” 유지가 바로 이불을 내렸다. “뭐?” “조금.” “어제 울어서?” “응.” “안 울었다니까.” “울먹인 건 맞잖아.” 유지가 베개를 들어 도하 팔을 툭 쳤다. “여보 때문에 그랬잖아요.” “알아.” “왜 웃어요.” “좋아서.” 유지가 입을 다물었다. “……또 그런 말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도하는 그냥 웃었다. - 추가로 생긴 휴가 3일 중. 마지막 하루. 하지만 둘 다 그 말을 일부러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조식을 먹은 뒤. 유지는 호텔 근처 작은 상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보.” “응.” “잠깐만.” 유리창 안쪽에 오래된 카메라 몇 대와 필름이 놓여 있었다. 그중 유지 눈에 들어온 건. 작은 일회용 필름 카메라였다. 도하가 물었다. “사려고?” “응.” “휴대전화 있는데.” “그래서 사는 거예요.” “뭐?” 유지는 카메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건 찍어도 바로 못 보잖아요.” “응.” “오늘 이걸로만 사진 찍어요.” 도하가 눈썹을 올렸다. “휴대전화 금지?” “사진만.” “왜 갑자기.” 유지가 카메라를 흔들었다. “사진 찍고 바로 확인하고.” “응.” “잘못 나왔으면 다시 찍고.” “응.” “그런 거 오늘은 하지 말고.” 도하가 카메라를 받아봤다. “망한 사진도 그냥 남기자?” “응.” 유지가 웃었다. “집 가서 현상할 때까지 우리도 모르는 거예요.” 도하가 잠깐 생각하더니 카메라를 다시 건넸다. “좋네.” - 첫 사진은 상점을 나오자마자 찍혔다. 유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