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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화: 한쪽만 맞는 답은 없었다

작가: 에이르
last update 게시일: 2026-10-26 09:05:02

다음 날 오전.

송유지는 첫 번째 지역의 정기 점검을 끝내자마자 노트북 화면을 바꿨다.

오늘은 두 번째 지역에서 보내온 새 사례를 보는 날이었다.

지난 회의에서 부탁했던 것.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포기했는지.

답변은 생각보다 솔직했다.

한 사람은 거래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내부 일정을 조금 희생했다고 적었고.

다른 사람은 팀 과부하를 막기 위해 거래처 요청을 거절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사람은 상급자와의 충돌을 피하려고 결정을 미뤘다고 썼다.

유지는 마지막 문장에서 손을 멈췄다.

“가장 안전한 선택이어서.”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안전한 선택.

그게 누구에게 안전한 건지.

유지는 바로 다음 회의 질문을 적었다.

그 선택은 팀에게 안전했습니까, 본인에게 안전했습니까?

점심 무렵.

채도하에게 전화가 왔다.

“바빠?”

“아니. 지금 잠깐 쉬어요.”

“어제 얘기했던 거 정리됐어.”

유지는 바로 자세를 고쳤다.

“협력사?”

“응.”

“어떻게 됐어요?”

“양쪽 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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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오전.송유지는 첫 번째 지역의 정기 점검을 끝내자마자 노트북 화면을 바꿨다.오늘은 두 번째 지역에서 보내온 새 사례를 보는 날이었다.지난 회의에서 부탁했던 것.결정을 내릴 때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포기했는지.답변은 생각보다 솔직했다.한 사람은 거래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내부 일정을 조금 희생했다고 적었고.다른 사람은 팀 과부하를 막기 위해 거래처 요청을 거절했다고 적었다.또 다른 사람은 상급자와의 충돌을 피하려고 결정을 미뤘다고 썼다.유지는 마지막 문장에서 손을 멈췄다.“가장 안전한 선택이어서.”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안전한 선택.그게 누구에게 안전한 건지.유지는 바로 다음 회의 질문을 적었다.그 선택은 팀에게 안전했습니까, 본인에게 안전했습니까?점심 무렵.채도하에게 전화가 왔다.“바빠?”“아니. 지금 잠깐 쉬어요.”“어제 얘기했던 거 정리됐어.”유지는 바로 자세를 고쳤다.“협력사?”“응.”“어떻게 됐어요?”“양쪽 말 다시 다 맞춰봤는데.”도하가 잠깐 숨을 내쉬었다.“우리 쪽도 하나 잘못 이해한 게 있었어.”“여보 쪽도?”“응.”“그럼 누구 잘못이에요?”“둘 다.”유지는 웃었다.“제일 애매한 답이네.”“근데 그게 맞아.”도하는 어제와 달리 목소리가 조금 가벼웠다.“우리 쪽은 조건 하나를 너무 당연하게 봤고, 상대는 그걸 전달했다고 생각했더라.”“그래서?”“문서 다시 만들기로 했어.”“끝?”“응.”유지가 잠깐 조용해졌다.“여보.”“응.”“어제 제가 그냥 들어주길 잘했네.”“그러게.”“제가 해결책 말했으면 틀렸을 수도 있겠다.”도하가 웃었다.“높은 확률로.”“뭐라고요?”“아무것도 아니야.”오후 회의.두 번째 지역 담당자들이 화면에 들어왔다.유지는 오늘 받은 답변 중 하나를 익명으로 띄웠다.가장 안전한 선택이어서 결정을 미뤘다.“이 문장에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누구에게 안전한 선택이었을까요?”잠깐 정적이 흘렀다.한 담당자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324화: 반대로 말해보세요

    두 번째 지역의 다음 회의는 예상보다 빨리 잡혔다.송유지는 화면에 올라온 네 개의 사례를 하나씩 읽었다.지난번 회의에서 부탁했던 것.최근 자신이 내린 결정 하나.그리고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엇을 먼저 봤는지.첫 번째 사례는 거래처 요청을 받아준 경우였다.두 번째는 거의 같은 조건인데 거절.세 번째는 상급자에게 넘겼고.네 번째는 담당자가 직접 처리했다.유지는 한동안 말없이 화면을 넘겼다.본사 담당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정도면 공통 기준을 바로 정리해도 될 것 같습니다.”“잠깐만요.”유지가 화면 하나를 확대했다.“이 두 건.”조건이 가장 비슷한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례였다.“두 분이 서로 바꿔서 설명해보실래요?”상대편 화면이 잠깐 조용해졌다.“바꿔서요?”“네.”유지가 웃었다.“승인하신 분은 왜 거절했어야 하는지.”“…….”“거절하신 분은 왜 승인할 수도 있었는지요.”한 담당자가 당황한 듯 웃었다.“제가 제 결정을 반박하는 건가요?”“맞아요.”“어렵네요.”“그래서 해보려고요.”*처음에는 말이 더뎠다.하지만 몇 분 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승인했던 담당자가 말했다.“거절 입장에서 보면 현장 일정이 바뀌는 비용을 너무 작게 봤던 것 같습니다.”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거절했던 담당자가 말했다.“반대로…… 거래처가 이전 6개월 동안 무리한 요청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을 더 크게 봤다면 승인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그럼 두 분 판단을 가른 건 뭘까요?”둘 다 생각했다.그리고 거의 동시에 비슷한 답을 내놨다.“어떤 위험을 더 크게 봤는지요.”유지는 펜으로 그 말을 동그라미 쳤다.“그거네요.”*회의가 끝날 무렵.유지는 처음 준비했던 기준표를 띄우지 않았다.대신 새 숙제를 하나 남겼다.“다음에는 결정 결과 말고, 포기한 쪽을 하나씩 적어주세요.”“포기한 쪽이요?”“승인했으면 무엇을 감수했는지. 거절했으면 무엇을 포기했는지요.”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점점 숙제가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323화: 첫날부터 답을 주지 않았다

    드디어 8주 자문의 첫날이 왔다.송유지는 아침 일찍 눈을 떴지만 서두르지는 않았다.노트북을 켜기 전.먼저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채도하가 맞은편에서 물었다.“긴장돼?”“조금.”“첫날인데?”“첫날이라서.”유지는 컵을 만지작거렸다.“이번에는 전 프로젝트에서 했던 방식 그대로 쓰면 안 되잖아요.”“응.”“잘됐던 경험이 있으니까 오히려 그걸 들고 들어갈까 봐.”도하가 말했다.“그럼 오늘은 틀릴 준비 하고 들어가.”유지가 눈을 들었다.“그 말 괜찮은데.”“가져가.”“공짜예요?”“응.”“좋다.”오전 첫 회의는 두 번째 지역이었다.화면에는 현지 담당자 5명과 본사 담당자가 들어왔다.유지는 준비해둔 사례 하나를 띄웠다.납기를 3일 앞당겨달라는 거래처 요청.추가 비용은 적지만 내부 일정 조정이 필요한 상황.“오늘은 정답을 맞히는 회의가 아닙니다.”유지가 말했다.“결론부터 말씀하지 마시고, 제일 먼저 뭘 확인하셨는지만 말씀해주세요.”첫 번째 담당자가 말했다.“거래처 등급이요.”두 번째는 달랐다.“현재 인력 상황입니다.”세 번째는.“상급자 의견을 먼저 확인할 것 같습니다.”네 번째는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저는 이전 사례를 찾아봅니다.”마지막 사람은 의외의 답을 했다.“누가 요청했는지 봅니다.”유지가 고개를 들었다.“회사 말고 사람을요?”“네.”“왜죠?”“같은 거래처라도 담당자마다 다릅니다. 자주 무리한 요청을 하는 사람이 있고, 정말 급한 경우에만 부탁하는 사람이 있어서요.”화면 한쪽에서 다른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건 봅니다.”유지는 준비했던 다음 질문을 잠시 미뤘다.“그러면 하나 더 여쭤볼게요.”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지금 말씀하신 기준 중 어디까지가 팀의 기준이고, 어디부터가 개인 경험입니까?”이번에는 바로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잠시 후 한 담당자가 웃으며 말했다.“구분해본 적이 없네요.”다른 사람도 말했다.“아마 대부분 개인 경험일 겁니다.”“그럼 신입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322화: 같은 상황, 다른 대답

    송유지는 오후 내내 식탁 위에 종이 세 장을 펼쳐놓고 있었다.두 번째 지역에서 보내온 답변이었다.똑같은 상황을 제시했는데도 결과가 전부 달랐다.거래처가 예정된 납기를 3일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 추가 비용은 크지 않지만 현장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첫 번째 사람은 승인.두 번째 사람은 거절.세 번째 사람은 상급자 확인 후 결정.유지는 세 장을 번갈아 보다가 중얼거렸다.“진짜 다 다르네.”그때 현관문이 열렸다.“왔어.”“여보.”채도하가 신발을 벗다가 멈췄다.유지가 기다렸다는 듯 손짓했다.“잠깐만 여기 앉아봐요.”“나 아직 가방도 안 놨는데.”“놓고 와요.”“뭔데.”“재밌는 거.”도하가 의심스러운 얼굴로 가방을 내려놓았다.“회사 일이 왜 재밌어.”“오늘은 조금 재밌어요.”도하가 맞은편에 앉자 유지가 종이를 뒤집었다.“실제 내용은 안 보여줄게요.”“응.”“상황만 줄게.”유지가 말했다.“당신은 현지 담당자예요.”“갑자기?”“해봐요.”도하는 한숨처럼 웃었다.“알겠어.”“거래처에서 납기를 3일 당겨달래요.”“응.”“추가 비용은 크지 않은데 우리 일정은 조금 바뀌어야 해.”“그래서?”“결정하세요.”도하는 잠깐 생각했다.“거절.”유지 눈이 커졌다.“바로?”“응.”“왜요?”“왜 당겨달라는지 모르잖아.”유지가 멈췄다.도하는 이어 말했다.“이유도 모르는데 우리 일정부터 바꿀 필요 있어?”“아.”“긴급한 사유면 다시 보고.”“잠깐.”유지는 펜을 들었다.“그거 좋다.”“뭐가.”“저는 처음에 승인할지 말지만 봤거든요.”“응.”“근데 여보는 요청 이유부터 묻네.”도하가 어깨를 으쓱했다.“그게 먼저 아닌가.”유지는 종이에 한 줄을 적었다.결정을 비교하기 전에, 각자가 무엇을 먼저 확인하는지 본다.“이거다.”“뭐가.”“첫 회의.”유지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이번에는 거래처가 ‘경쟁사는 해줬다’고 해.”“그래도 이유 물어봐.”“안 알려준대.”“그러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321화: 돌아온 스물다섯째 날, 이번에는 고치기 전에 물었다

    돌아온 스물다섯째 날.송유지는 아침부터 첫 번째 지역의 운영 기록을 다시 보고 있었다.어제 새 기준으로 처리한 첫 사례.그리고 오늘.두 번째 사례가 올라왔다.이번에는 예산 변경이었다.채도하가 출근 준비를 하며 물었다.“또 시험?”“응.”“이번엔 뭐.”“예산.”유지는 화면을 가리켰다.“기준 안에서는 현지에서 결정 가능해요.”“그럼 보면 되겠네.”“근데.”유지는 잠깐 멈췄다.“제가 보면 자꾸 고칠 데부터 보여요.”도하가 웃었다.“직업병.”“그런가 봐요.”“고치지 마.”“너무 쉽게 말해.”“문제 있으면 물어보고.”유지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생각했다.“물어보고.”“응.”“바로 고치지 말고?”“응.”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그거 오늘 해볼게요.”오전 10시가 조금 넘었을 때.현지에서 결정안이 올라왔다.예산 범위 안에서.기존 홍보비 일부를 교육비로 이동하는 안이었다.총액은 그대로.추가 비용 없음.운영 책임자 사후 확인.결정자 기록 완료.유지는 보고서를 읽다가 한 부분에서 멈췄다.교육비를 늘리는 이유는 명확했다.그런데.홍보비를 줄여도 되는 근거가 적혀 있지 않았다.유지는 바로 수정 요청을 쓰려다가.손을 멈췄다.그리고 질문으로 바꿨다.—홍보비를 줄여도 현재 일정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가 있을까요?잠시 뒤.답이 왔다.—지난 2주 집행률이 예상보다 낮았고, 다음 주까지 신규 집행 예정이 없습니다.추가 자료도 붙었다.유지는 확인했다.문제 없었다.—확인했습니다. 그대로 진행해주세요.끝.유지는 화면을 보며 작게 웃었다.“진짜 되네.”점심 무렵.도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고치기 전에 물어봤어요.—뭘.유지는 상황을 설명했다.잠시 뒤.—그래서 문제 있었어?—없었어요.—그럼 잘한 거네.유지가 웃었다.—또 잘했네.—네가 좋아하잖아.—맞아요.오후에는 두 번째 지역에서도 사전 답변이 들어왔다.이쪽은 첫 번째 지역과 완전히 달랐다.권한이 한 사람에게 몰린 것도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320화: 돌아온 스물넷째 날, 이번에는 기준을 시험해봤다

    돌아온 스물넷째 날.송유지는 아침부터 첫 번째 지역에서 온 새 메일을 읽고 있었다.채도하가 식탁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또 무슨 일.”“어제 만든 기준.”“응.”“오늘 바로 시험해보겠대요.”도하가 눈썹을 올렸다.“벌써?”“응.”유지는 메일을 다시 읽었다.일정 변경 요청 하나를.새 기준대로 현지에서 직접 판단해보겠다는 내용이었다.운영 책임자는 사후 확인만.결정자는 따로 기록.문제가 생기면 개인 책임으로 바로 넘기지 않고 팀 검토.유지는 잠깐 웃었다.“빠르네.”“불안해?”“조금.”도하가 바로 물었다.“네가 안 하는데?”“그래서 더.”도하가 웃었다.“그럼 잘 보고 있어.”“개입하지 말고?”“응.”유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게 제일 어려운데.”오전 11시쯤.첫 결과가 왔다.일정 변경 요청.현지 실무자가 직접 판단했다.원래 요구보다 하루 늦게 조정.이유는 인력 부담.운영 책임자는 사후 확인만 했다.유지는 보고서를 읽다가 멈췄다.결정자 이름도 정확히 적혀 있었다.그리고 아래에.팀 검토 결과: 적절.유지는 바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한 번 더 읽었다.조정 이유도 명확했다.문제 없었다.그제야 짧게 답했다.—확인했습니다. 그대로 진행해주세요.끝.잠시 뒤.운영 책임자에게 별도 메시지가 왔다.—송 리드님, 혹시 이 결정에서 수정할 부분이 있을까요?유지는 손을 멈췄다.수정할 부분.찾으려고 하면.아마 하나쯤은 나올 것이다.표현.보고 형식.순서.하지만 그게 정말 필요한가.유지는 다시 보고서를 봤다.그리고 답했다.—지금은 없습니다. 제가 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지만, 현재 결정도 기준 안에서 충분히 타당합니다.잠시 뒤.—알겠습니다.유지는 화면을 보며 작게 말했다.“이게 맞지.”오후에는 도하에게 메시지가 왔다.—우리 팀도 오늘 새 역할로 첫 실무 돌리는 중.유지가 바로 답했다.—어때요.—아직.—여보 개입했어요?답이 잠깐 늦었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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