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3년 전, 나는 남극 탐사대에서 가장 유망한 대원이었다. 그런데 남극에 들어간 후, 나는 내 약혼자 구진혁의 첫사랑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 여자는 내 물자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내 얼굴을 긁어 망가뜨린 후 나를 배에서 밀어버렸다. 불쌍하게도 내가 죽을 때 나는 구진혁과의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그녀는 내가 그녀의 물자를 훔치고 죄가 무서워 도망쳤다고 말했고 구진혁은 직접 보고서를 써서 나를 탐사대에서 지워버렸다. 이렇게 나는 과학 탐사대에서 모두가 경멸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누군가 내 얼어붙은 시신을 발견했다.
View More구진혁이 집에 머문 지 5일째 되던 날, 마침내 소식이 전해왔다.“진혁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야.”전화기 너머에서 오태건이 침통하게 말했다.“DNA 검사 결과, 배에서 해월의 혈흔이 발견됐어. 그리고 백윤아는 이미 죄를 인정했어...”“당시 백윤아는 물자를 훔쳐 도망치려 했고, 해월한테 발각되자...”“백윤아는 아마 무기징역을 받을 거야.”이 말을 할 때 오태건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동안 우린 계속 해월을 오해하고 있었어...”구진혁은 담담하게 그 결과를 받아들였다.“알았어요, 감사합니다.”전화를 끊고, 그는 며칠 만에 문을 나섰다.구진혁을 보는 순간, 백윤아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이 스쳤다.“진혁아, 나를 구하러 온 거야?”구진혁은 대답 대신 물었다.“백윤아, 해월을 죽일 때... 무서웠어? 후회했어?”백윤아는 유리 너머로 구진혁을 쳐다보며 얼굴을 굳혔다.“나한테 이런 걸 묻기 위해 온 거야?”“그럼 내가 말해줄게. 난 후회하지 않아. 탐사대에서 왜 해월만 일이 술술 풀리고 다들 그녀만 좋아하는 건데? 그리고 무슨 자격으로 너랑 결혼하겠다는 거야?”“난 그녀의 완벽한 삶이 싫었어!”“백윤아--”구진혁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그래서 어쩔 건데!”백윤아는 비웃으며 말했다.“구진혁, 너야말로 해월과 너희 아이를 죽인 살인자야!”“너는 평생 고통과 후회 속에서 살 거라고!”백윤아는 구진혁의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공중에서 이 광경을 보며 나는 그저 웃음만 나왔다. 내가 죽고 나서야 구진혁은 내가 소중해졌나?심지어 나를 위해 첫사랑과 결별까지 하다니.“구진혁, 잘 들어. 강해월은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널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미친 듯한 백윤아를 보며 구진혁은 갑자기 차분해지더니 자조적으로 웃었다.“네 말이 맞아. 해월은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그래서 난 그녀를 찾아가 죗값을 치를 생각이야.”내 장례식 날, 날씨는 참 좋았다.그날 백윤아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그리고 나의 직
구진혁은 모든 사람을 내보내고 혼자 집 안의 잡동사니 방에 숨어들었다.그 방은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는 구석에서 상자를 하나 꺼냈다.상자 안에는 물건이 많지 않았는데 모두 내가 구진혁에게 준 것들이었다.맨 위에는 옥 팔찌가 있었다.이 팔찌는 구진혁의 어머니가 임종 전에 내 손목에 직접 끼워주신 것이었다.“해월아. 나는 이제 가야겠구나. 앞으로 우리 진혁이랑 잘 살아야 한다!”그때 나는 뭐라고 했더라?“아주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저 진혁이랑 오래오래 함께 잘 살 테니 안심하세요!”나는 이렇게 대답한 것 같다.그러나 나는 결국 구진혁과 함께하지 못했고 아주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팔찌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구진혁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 팔찌를 집으려 했지만, 손이 갈수록 더 심하게 떨렸다.결국, 팔찌는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다.그 금 간 자국은 마치 내 몸에 얼기설기 남은 상처들처럼 보였다.“해월아...”구진혁은 오랫동안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리듯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나는 차갑게 그 옆에 앉아 나 때문에 울고 있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하지만 진혁아, 너야말로 나를 죽인 진짜 범인이었어. 네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백윤아를 탐사대에 보냈지 않았다면, 네가 백윤아 때문에 우리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았다면, 네가 그때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면, 우리는 이런 결말을 맞지 않았을 거야.’상자 안에는 내 사진도 한 장 있었는데 그것은 나와 구진혁이 찍은 몇 안 되는 사진 중 하나였다.구진혁은 그 사진을 집어 들고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해월아, 내가 잘못했어... 해월아.”‘진혁아, 너도 아프냐? 하지만 네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해도 난 이제 돌아갈 수 없어. 그 차가운 설원에서, 난 진작에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었어. 너의 이런 모습, 도대체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거니?’구진혁은 온종일 잡동사니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마치 자
그 말이 나오자마자 모든 사람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잠시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데려오다니... 누구를?”백윤아가 물었다.나는 백윤아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손을 떨고 있었다.구진혁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다시 한번 말했다.“그들은 이번 임무에서 한 사람을 데려왔어. 죽은 사람 말이야.”“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강해월이었지.”“너는 강해월이 도망쳤다고 했는데 그녀의 시신은 왜 남극에 있었던 걸까?”백윤아는 더듬거리며 말했다.“어쩌면 그녀가 도망치다가...”“도망치다가 사고로 죽었다고?”구진혁이 냉소적으로 웃었다.“그런데 왜 그녀는 죽을 때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을까?”“얼굴, 목, 복부까지 모두 칼에 찔린 흔적이었어.”“그리고 그녀의 신원을 증명할 모든 것도 사라졌지….”구진혁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윤아야, 나더러 널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진혁아, 그게 정말이냐?”오태건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모두의 시선 속에서 구진혁은 비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여러분이 이번에 오면서 해월을 데려온 거예요...”오태건은 땅에 풀썩 주저앉았다.“설마, 설마... 이렇게 많은 세월 동안 우리가 계속 해월을 오해했던 거야?”“그때 우리 모든 사람은 나갔고 남은 사람이라면 해월과...”오태건의 시선이 백윤아에게로 향했다.“윤아야, 너 할 말 없어?”하지만 답안은 이미 눈앞에 있었다.이 실마리만 잡으면 모든 것이 결론이 날 것이다.“나는 아니에요!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백윤아가 갑자기 외쳤다.“강해월이 스스로 도망친 거예요!”“제발 나 좀 믿어주세요!”백윤아는 조급하게 발을 동동 구르며, 마치 정말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말했다.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는데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억울함을 당한 사람 같았다.정말 훌륭한 연기였다. 만약 피해자가 내가 아니었다면, 나도 그녀에게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윤아야,
구진혁은 내 몸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나는 그가 계속 바라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내 시신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그러고는 열쇠를 집어 들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집 문을 열자마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주먹 한 방이었다.“구진혁, 너 사람 맞아? 결혼식에서 윤아 누나를 혼자 내버려 두다니!”“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누나를 비웃었는지 알아?”그를 때린 사람은 바로 하준이었다. 그의 얼굴엔 구진혁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다.하지만 구진혁은 못 들은 척하며 침묵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구진혁, 내 양딸을 아내로 맞고 싶지 않다고 해도, 이렇게 모욕해서는 안 되지!”오태건은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나는 이 모든 것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그들이 상처받은 백윤아를 위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구진혁은 백윤아의 맞은편에 앉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괜찮아요, 아버지. 진혁이는 일 때문에 그런 거니까 이해할 수 있어요!”백윤아는 이해심 깊은 듯 웃으며 말했다.“윤아야, 네 상처 아직도 아파?”구진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해 넌 정말 많은 피를 흘렸지.”“너는 도망치려고 하는 강해월을 막으려다 다쳤다고 했지? 그런데 결국엔 그녀를 막지 못하고 놓쳤다 한 거 맞지?”백윤아의 목소리엔 이미 긴장감이 가득했다.“진혁아, 갑자기 왜 그걸 묻는 거야?”“구진혁, 너 제정신이야? 지금 강해월 얘기할 때야?”하준은 구진혁의 멱살을 잡았다.“우린 지금 네가 오늘 정신 나간 사람처럼 결혼식에서 사라진 일에 대해 말하고 있잖아. 오늘 모든 사람 앞에서 윤아 누나한테 설명해봐!”하지만 구진혁은 못 들은 척하며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네가 직접 강해월이 도망치는 걸 봤다는 거지?”“맞아! 내가 똑똑히 봤어!”백윤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나는 백윤아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그 속에 그렇게 썩어 문드러진 영혼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그때 일은 이미 끝난 거잖아.”오태건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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