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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Author: 숲속의사슴
시유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이랑 5년이나 살았는데도, 결국 돈밖에 모르고 아무 남자나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한 거야?”

시유의 입에서 끝내 거친 욕설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5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사람 보는 눈이 지독하게도 없었던 그때의 자신을 저주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도대체 자신을 전혀 믿지 않는 저딴 남자를 어떻게 좋아하게 된 건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고 싶을 정도였다.

난데없이 따귀를 맞은 여준은 순간 분노가 치밀어 본능적으로 손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시유가 거칠게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붉게 부은 얼굴을 그대로 들이밀며 다가오는 순간, 여준이 치켜든 손은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머리끝까지 치솟던 분노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여준이 무의식적으로 시유의 얼굴을 감싸 쥐며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얼굴이... 왜 이렇게 된 거야?”

시유는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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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6화

    “그리고 당신도... 외롭거나 힘들 땐 언제든 나한테 와도 돼요.”새나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하며 변항의 눈치를 살폈다.이렇게까지 나서는데 넘어오지 않을 남자는 없다고 믿었다.하지만 변항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표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새나는 아예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러자 변항이 곧바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머리 위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쇼는 이제 끝났습니까?”새나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그래서...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예요?”변항은 무표정하게 그녀를 밀어냈다.그리고 옷에 뭐라도 묻은 듯 소매를 가볍게 털었다.“전혀요.”새나의 얼굴이 굳었다.“...”변항은 조금도 봐줄 생각이 없었다.“돈이랑 이런 수작으로 절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입니다.”새나는 자존심이 상해 얼굴이 붉어졌다.“당신...”변항은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비밀번호. 더 시간 끌 생각 없으니까 빨리 말씀하세요.”새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화가 치밀었지만 변항의 서늘한 시선 앞에서는 더 버티기 힘들었다.결국 마지못해 비밀번호를 말했다.변항은 바로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영상 파일을 찾아 삭제하고 관련 자료까지 전부 확인했다.그리고 새나가 보는 앞에서 핸드폰을 바닥에 내리쳤다.몇 번이나 내리친 끝에 핸드폰은 완전히 망가졌다.저장장치까지 못 쓰게 만든 뒤에야 변항은 손을 멈췄다.새나는 최신형 핸드폰이 순식간에 망가지는 걸 보고 속이 쓰렸지만 감히 나서지는 못했다.조심스럽게 물었다.“핸드폰도 망가뜨렸고 영상도 지웠잖아요. 이제 보내 주는 거죠?”변항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아직입니다.”새나의 얼굴에 불안이 번졌다.“왜요?”변항은 차갑게 말했다.“확실히 경고해 둘 게 있습니다. 앞으로 시유 아가씨한테 또 이런 짓을 했다가는 이번처럼 끝나지 않을 겁니다.”새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변항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방 안의 조명이 켜졌다.곧 문이 열리고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5화

    “읍...”새나가 제대로 소리를 내기도 전에 뒤통수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그 순간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새나는 어두운 방 안에 있었다.눈앞에는 덩치가 큰 남자가 서 있었다.자신을 내려다보는 차가운 눈빛에 새나는 깜짝 놀랐다.“누. 누구세요?”남자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핸드폰 하나를 꺼냈다.희미한 불빛 속에서도 새나는 단번에 알아봤다.자신의 핸드폰이었다.“비밀번호.”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다.새나는 남자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 문득 기억해 냈다.평소 시유 곁에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해 주던 남자였다.‘이름이 아마... 변항?’영상을 밖으로 넘기기도 전에 이 남자에게 붙잡히고 만 것이다.비밀번호를 알려 줬다가 핸드폰에 있는 영상을 지워 버리기라도 하면 오늘 밤 자신이 벌인 일이 전부 물거품이 될 터였다.새나는 이를 악물었다.“몰라요.”변항이 새나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뒤이어 차갑고 잔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제 아시겠습니까?”뺨을 얻어맞은 새나는 눈앞이 번쩍거리며 정신이 아찔해졌다. 얼얼한 뺨을 감싸 쥔 채 비명을 지르듯 따졌다.“당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자가 어떻게 여자를 때릴 수 있어요? 그러고도 남자라고 할 수 있어요?”변항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새나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었다.“제게 남녀 구분 따위는 없습니다. 맡은 임무만 있을 뿐이죠.”“비밀번호를 말하지 않으면 이 방에서 살아 나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변항은 조금도 힘을 늦추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뿌리째 뽑힐 듯 잡아당겨지자 새나는 두피가 저릿하고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참다못해 연달아 비명을 질렀다.“아파요...! 너무 아프다고요! 제발 놔주세요! 말할게요! 말하면 되잖아요!”그제야 변항이 머리채를 놓아주었다.새나는 변항을 빤히 바라보다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하지만 비밀번호를 털어놓기는커녕, 느닷없이 변항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혀끝으로 입술을 매혹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4화

    여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반박할 여지도 없었다.그 말에 새나는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벌떡 일어났다.“오빠!”“임시유가 강영우랑 그렇게까지 가까이 지냈는데도 아직 자기 아내라고 생각해?”새나의 목소리가 떨렸다.“난... 오빠랑 평생 남매처럼만 지내고 싶지 않아. 오빠가 이혼하면 나 오빠랑 사귀고 싶어! 우리 피 한 방울 안 섞였잖아. 대체 뭐가 문제야?”새나는 점점 감정이 격해졌다.“사실 난... 임시유보다 내가 오빠랑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그 말을 하며 새나는 여준에게 다가갔다.오늘 밤 영우가 했던 말에 크게 자극받은 탓이었다.영우도 자기 마음을 숨기지 않았는데, 자신만 계속 참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새나는 오래전부터 여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다만 가족처럼 지내 온 관계 때문에 그 마음을 애써 눌러 왔을 뿐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감추고 싶지 않았다.자신은 이미 이혼했고, 여준 역시 시유와 관계가 끝나 가고 있었다.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서로를 잘 알고 지냈다.그동안 누구도 먼저 두 사람의 관계를 바꾸려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새나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전하고 싶었다.하지만 여준은 곧바로 몸을 피했다.목소리도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새나야, 정신 차려. 우리 둘은 절대 그런 관계가 될 수 없어.”여준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그리고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시유랑 이혼 안 해. 강영우한테 시유를 넘겨줄 생각도 없어. 강영우가 계속 시유한테 접근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지금 여준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건 시유를 놓치기 싫다는 미련과 집착만이 아니었다.영우를 상대로 단 한 번도 버린 적 없던 승부욕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새나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여준의 말에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다.‘이 지경이 됐는데도 임시유랑 이혼 안 하겠다고?’대체 임시유가 뭐라고 남자들이 하나같이 저렇게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하필 임시유여야 하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3화

    여준이 피를 토한 건 영우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의식을 잃고 쓰러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요즘 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이 떨어진 데다, 조금 전 영우를 때리느라 온 힘을 쏟은 탓에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것이었다.의사는 여준에게 다시 수액을 놓고 필요한 검사도 진행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여준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봤지만, 가슴 깊은 곳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지난날의 기억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살아온 날들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올랐다.여준은 태어날 때부터 모두의 주목을 받는 사람이었다.공부든 실력이든 각종 대회든 늘 남들보다 앞서 나갔다.자존심이 강했고, 지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다.하지만 남들은 몰랐다.여준에게는 늘 넘어서기 힘든 사람이 하나 있었다.강영우.영우는 한때 가장 친한 친구였고, 동시에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걸려 있던 상대였다.여준의 뛰어난 능력은 매일같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노력한 끝에 얻어 낸 것이었다.하지만 영우의 재능은 타고난 것이었다.여준이 죽을힘을 다해야 겨우 오를 수 있는 곳에 영우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닿는 것처럼 보였다.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다.양가 어른들과 업계 사람들의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나란히 성장했다.여준은 단 한 번도 영우에게 졌다고 인정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다.반면 영우는 늘 여유로워 보였다.무슨 일이든 크게 애쓰지 않고 척척 해내는 것 같았다.남들이 쉽게 이루지 못하는 일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해냈다.그런데 이제 자신의 결혼 생활마저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이혼’이라는 두 글자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날처럼 머리 위에 매달려 있었다.그런데 시유와의 관계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는데 영우가 대놓고 도전장을 내밀었다.여준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동안 인생의 모든 면에서 영우와 경쟁해 왔지만,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2화

    영우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표정도 한층 굳었다.“그래도 넌 나랑 시유 씨보다 소새나를 믿겠다는 거지?”여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난 내가 직접 본 것만 믿어.”영우의 눈빛도 싸늘하게 식었다.“그래. 너랑은 더 할 말 없다.”여준이 새나를 감싸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이곳은 여준의 병실이었다.더 머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영우가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여준이 갑자기 달려들어 영우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주먹을 세게 휘둘렀다.“내 아내랑 대놓고 붙어먹은 것도 모자라 내 병실까지 쳐들어와서 내 사촌동생한테 누명을 씌워 놓고 그냥 가겠다고?”“꿈도 꾸지 마. 오늘 일부터 지난 일까지 전부 따져 봐야겠어. 난 널 친구로 생각했는데 넌 뒤에서 내 아내를 넘보고 있었잖아!”“강영우, 나도 너 참을 만큼 참았어!”영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여준에게 밀려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곧바로 얼굴에 주먹이 연달아 날아들었다.여준은 증오에 찬 얼굴로 쉴 새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얼굴을 강타하는 주먹에 영우는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영우가 반격하려던 순간 새나가 병실 문 앞으로 뛰어가 근처에 있던 경호원들을 불렀다.경호원 두 명이 달려와 영우의 팔다리를 붙잡았다.움직이지 못하게 된 영우는 여준에게 주먹질을 몇 차례 더 당했다.입가에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하자 그제야 새나도 겁이 났다.“오빠, 그만해! 이러다 사람 죽겠어! 강씨 집안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듣고서야 여준이 정신을 차렸다.더 이상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았다.바닥에 엉망으로 쓰러져 있는 영우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낮게 말했다.“강영우, 경고하는데 시유한테서 떨어져. 또 둘이 엮이는 꼴이 내 눈에 띄면 그땐 절대 가만 안 있어.”“강씨 집안이 아무리 잘나가도 우리 부씨 집안 역시 만만하지 않아. 끝까지 한번 붙어 보고 싶다면 어디 해 보자고.”여준의 목소리가 더욱 싸늘해졌다.“하지만 잘 생각해 봐. 여자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1화

    영우는 주먹을 꽉 쥔 채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얼굴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험악하게 굳어 있었다.시선은 줄곧 새나에게 꽂혀 있었다.그 눈빛에 새나는 본능적으로 겁을 먹고 몸을 떨었다.곧바로 여준의 뒤로 숨더니 두 팔로 그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여준은 반사적으로 새나를 떼어 내려 했다.하지만 새나가 떨고 있는 걸 느끼자 잠시 손을 멈췄다.여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영우를 바라봤다.“네가 무슨 낯으로 여기까지 와? 당장 꺼져.”영우의 표정이 굳었다.그가 새나를 가리켰다.“영상 보여 줬어?”여준의 얼굴은 더욱 싸늘해졌다.“너희가... 이렇게까지 더러운 짓을 할 줄은 몰랐네.”영우는 분노를 억누른 채 낮게 말했다.“누가 일부러 우릴 함정에 빠뜨렸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우가 성큼 다가갔다.여준 뒤에 숨어 있던 새나의 팔을 잡아 거칠게 끌어냈다.“소새나, 너 정말 대단하다.”영우가 낮게 으르렁거렸다.“예전에는 그냥 멍청한 줄만 알았어. 그런데 넌 멍청한 데다 나쁘기까지 하네.”새나는 휘청거리면서도 여준의 옷자락을 놓지 않았다.영우의 분노에 찬 눈빛을 본 여준이 곧바로 새나 앞을 막아섰다.목소리가 높아졌다.“잘못한 건 너랑 시유잖아. 왜 새나한테 화풀이야! 강영우, 설마 새나가 억지로 널 시유 위에 올라타게 만들기라도 했다는 거야?”영우는 분노한 얼굴로 여준과 시선을 맞췄다.눈가까지 붉어져 있었다.“새나가 시유 씨 술잔에 일부러 약을 탔어. 그래서 시유 씨가 정신을 못 차린 거야.”“부여준, 넌 정말 이 여자한테 너무 쉽게 속네.”영우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네 눈에는 나랑 시유 씨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 우리가 정말 몰래 만날 생각이었다면, 차 안 불까지 환하게 켜 놓고 남들한테 영상이나 찍히고 있었겠어?”여준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새나가 무슨 재주가 있어서 너희 술에 약까지 타?”영우의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그 순간 영우는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1화

    “여보, 우리 아기 오늘 태어난 지 한 달 됐잖아. 나랑 아기 데리러 올 수 있어?”임시유는 속싸개에 싸인 딸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수화기 너머에서 부여준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감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갑자기 일정이 생겼어. 기사한테 당신이랑 아기 태우고 집까지 오라고 할게.]출산할 때도, 산후조리 기간 내내 여준은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시유와 아기의 곁에 없었다.이제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조리원에서 퇴원하는 날인데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7화

    여준은 난장판이 된 거실을 바라보다가, 힘이 빠진 사람처럼 소파에 주저앉았다.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지만, 답답하게 막힌 가슴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이모님, 제가 아내한테 그렇게 못했습니까? 시유가 이렇게까지 화낼 일입니까?”유민자는 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쓸어 담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이 사모님께 못하신 건 아니에요. 두 분 결혼하고 5년 동안 큰소리 한 번 오가는 걸 못 봤으니까요.”“다만 여자가 아이를 낳고 나면 마음이 많이 흔들릴 수 있어요. 산후 우울감도 올 수 있고요. 이럴 때일수록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6화

    마리는 시유가 더 상처받을까 봐, 여준이 메시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은 끝내 꺼내지 않았다.시유가 퇴원하는 날까지도 여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퇴원 후, 시유와 마리는 젖먹이 빛나와 장순영을 데리고 시유가 반년 전 ‘태양파크’ 아파트단지에 사 둔 집으로 들어갔다.마리의 집은 바로 맞은편이었다. 서로 마주 보는 앞집에 살자는 건 대학 시절부터 두 사람이 농담처럼, 하지만 진심으로 꿈꿔 왔던 일이었다.그래서 반년 전 마리의 맞은편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시유는 망설임 없이 그 집을 계약했다.집에는 기본 가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5화

    “환자분은 출산 후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입니다. 이전에 대량 출혈로 응급 처치까지 받으셨고요.”“이런 상태에서는 저혈당으로 쓰러지기 쉽습니다. 영양 보충 꼭 잘 하셔야 하고,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일도 피하셔야 합니다.”검사가 끝난 뒤에도 시유는 병실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병실 안에서 마리에게 시유의 상태를 차분히 설명했다.장순영이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사모님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셨어요. 첫 보름은 젖몸살이 너무 심해서 음식도 마음대로 못 드셨고, 그 다음엔 아기가 소화를 잘 못 시켜서 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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