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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조폭 보스의 수상한 미행

Author: yey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1 09:22:57

아들이 학교 앞 편의점 구석에서

이빨을 갈며 찌질하게 도시락을 먹고 있는 동안,

거대 조직 백호파의 수장 백 현의 행보는

그런 아들의 간절한 바램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바로 수아의 정체를 더 캐겠다며 직접 수아의 뒤를 쫓기 시작한 것.

진혁의 복수를 해주겠다며 으스대며 찾아갔던 공공기관 청사 앞.

거기서 마주친 차수아라는 여자는

백 현의 일생의 인생에 거대한 태풍을 몰고 왔다.

부하들을 가볍게 제압하는 무서운 실력,

자신을 향해 서슴없이 다음 번엔 목을 따버리겠다고 내뱉던

그 당당하고 살벌한 협박.

그리고 찰나의 순간 마주쳤던 흔들림 없는 눈동자까지.

가만히 앉아 아들의 복수를 지시하기엔,

차수아라는 여자가 품은 매력은 너무나 치명적이고 위험했다.

지난 번에 아들 진혁이 분명 민우는 아빠가 죽고 없다고 했으니.

자신의 관심과 흥미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오후의 늦은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어느 평화로운 주택가 골목.

백 현은 자신이 타고 다니던 위압적인 검은 세단 대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회색 승용차로 바꿔 탄 채

수아의 집 근처를 조용히 맴돌고 있었다.

"보스…… 정말 이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원하시면 부하들을 풀어서 그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가만히 앉아서 낱낱이 보고받을 수도 있는데요."

운전석에 앉아 졸지에 운전수 노릇을 하게 된 오른팔 태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한 마디를 내뱉었다.

조폭 조직의 보스가 직접 나서서

아이 엄마이자 청원경찰인 아줌마의 퇴근길을

스토커처럼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태현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백 현은 태현의 타박을 흘려듣는 등 마는 등,

시선을 전방에 고정시킨 채 낮게 읊조렸다.

"됐어, 네가 뭘 알아? 넌 아무것도 몰라.

그런 방식으로 알아내는 정보 따위는

내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단 말이지."

백 현의 눈앞에는 조금 전 공공기관 정문을 나서며

퇴근길 버스에 오르는 차수아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단정한 제복 차림 위로 제복을 가리운 가벼운 트렌치코트 차림을 한 수아는,

조직의 이권을 두고 혈투를 벌이던 어둠의 세계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공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잠시 후, 골목 어귀에서 마중 나온 아들 민우와 마주친 수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학교일에 대해 조잘조잘 떠드는 아들을 곁에서.

아들과 나란히 장바주니를 나누어 든 수아는,

함박 웃음을 웃으며 다정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가장 평범하고 따뜻한 모자의 소박한 일상,

그 다정하고 단란한 가정의 풍경을. 그 따뜻한 햇살같은 온기를

멀리서 지켜보는 백 현의 가슴 한구석에 묘하고도 낯선 감정이 밀려왔다.

마트에서 세일하는 콩나물 한 단을 고르면서도 가격을 꼼꼼히 살피고,

퇴근길 골목길을 걸으며 오늘 저녁 아들에게 무엇을 해줄지 고민하는

그 지극히 평범한 주부(아내이자 엄마인)의 모습.

하지만 그 평범함의 이면에는 깡패 다섯 명을

단 몇 초 만에 고목나무처럼 눕혀버릴 수 있는

살인 병기의 능력이 숨어 있었다.

평범함과 비범함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그 이중적인 모습이,

백 현의 심장을 사정없이 흔들고 있었다.

'낮에는 평범한 아줌마로 살아가고,

밤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맹수가 되는 그런 여자…….'

백 현은 수아가 걸어가는 보폭에 맞추어

차를 아주 천천히 골목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들이 학교에서 찐따처럼 쫄아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 때,

아버지는 그 웬수의 엄마를 향한 위험하고도 끈질긴 미행의 서막을 열고 있었다.

오해와 살기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이제 백현의 일방적이고도 대담한 집착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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