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방과 후의 인적이 드문 이면도로,
그 안쪽에 자리한 낡고 좁은 골목길은 일진들의 아지트이자 사냥터였다.
낮은 벽돌담 사이로 스며드는 석양빛마저
탁한 회색 먼지에 짓눌려 탁하게 가라앉아 있는 곳.
그곳에서 어김없이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비열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야, 이 새끼야. 눈 안 깔아? 네가 뭔데 우리 눈을 똑바로 봐?"
"……죄송합니다……."
민우와 같은 학교 교복 차림의 한 남학생이
골목 구석 벽에 바짝 밀려 선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의 가방은 이미 바닥에 내던져져 지퍼가 뜯겨 있었고,
그 안에서 나온 꼬깃꼬깃한 지폐들과 동전들이 흙먼지 속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학교에서 소문난 일진 무리의 우두머리,
백진혁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학생의 뺨을 가볍게 툭툭 쳤다.
"눈깔이 아주 살아있네? 며칠 안 맞았다고 기어오르냐?
야, 오늘 가져온 건 이게 다야? 부잣집 도련님이, 이거 왜 이래?
일주일 만에 용돈이 왜 이 모양이야?
어디 딴데다 숨겨둔 거냐, 아니면 다른 데서 또 삥이라도 뜯긴거냐?"
"그게…… 이게 다야. 정말 더 없어……."
"어라? 이 새끼 봐라? 말대답 하는 거야,지금?"
진혁이 인상을 찡그리며 손을 치켜들었다.
학생이 질끈 눈을 감으며 타격을 피하려 몸을 움츠렸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사락—.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그러나 등골을 서늘하게 조여오는 미세한 기척 하나가
골목 어귀의 공기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거기, 그 손 안 치우면 네 손모가지가 부러질 거야."
서늘하고도 단단한 저음.
마치 겨울바람처럼 건조하면서도 살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에
진혁과 무리들의 시선이 일제히 골목 입구로 쏠렸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코트깃을 여미고 서 있는 차수아의 모습이 드러났다.
진혁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얼굴은 모자에 가려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평범한 학부모나 동네 주민이라기엔 풍기는 아우라가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물론 진혁의 사전에 '두려움'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는 피식 코웃음을 치며 학생의 멱살을 놓고 수아를 향해 거들먹거리며 걸어 나왔다.
"뭐야? 아줌마가 뭔데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야?
하하, 요즘 아주 세상 살기 편해졌네.
지나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남의 일에 왜 끼어들고 지랄이야?
혹시 저 찐따 엄마라도 되는 거야?"
수아는 진혁의 빈정거림에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의 서늘한 시선은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고 있는 피해 학생과,
그 주변에 널브러진 찢어진 가방에 멈춰 있었다.
어제 밤, 자기 아들 민우의 몸에 새겨져 있던 멍자국들이 뇌리를 스쳤다.
비록 저 아이가 민우는 아니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비열한 폭력과 갈취의 현장은 수아의 역린을 정확히 건드렸다.
끓어올라야 할 분노는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차수아의 머릿속을 가장 차갑고 냉철한 이산화탄소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국가안보국 블랙 요원 시절,
수많은 테러범과 살인마들을 마주할 때 가동되던
'전투 프로토콜'이 완벽하게 켜진 것이다.
"애들 가지고 노는 건 적당히 하지.
아직 어린 학생들이 지금 뭐하는 짓이지? "
수아가 나지막이 읊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 가볍고도 일정한 구두 소리가
마치 도살장의 시계추처럼 아이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하! 이 아줌마가 정말 돌았나 봐.
미친년 하나 기어들어와서 난리네!
이 놈 엄마는 절대 아니구만, 부잣집 사모님 포스가 전혀 아니잖아.
아줌마, 오지랖도 정도껏이라야지, 그러다 제 명에 못 죽어.
기기 덩치들 뭐해? 저 미친 아줌마 당장 내 눈앞에서 치워버려!"
진혁의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무리 중에서 제법 체격이 좋은 거구의 남학생 둘이
인상을 쓰며 수아를 향해 거칠게 달려들었다.
체육복을 입고 거구의 몸집을 앞세운 녀석들이 휘두르는 주먹은
일반 학생이나 일반인 기준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수아에게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거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느려 터져 보였다.
스으윽—.
주먹이 날아오는 궤도를 눈으로 읽은 수아가
가볍게 상체를 반 치수 비틀며 피해냈다.
바람을 가르는 주먹이 수아의 뺨 스치듯 지나갔을 때,
수아의 손이 뱀의 혀처럼 뻗어 나와 녀석의 손목 안쪽 급소를 정확히 캐치했다.
"커억……?!"
뼈를 부러뜨리는 무식한 힘이 아니었다.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와 신경총의 위치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관절 역이용 제압술(Joint Lock)'.
손목의 가동 범위를 순간적으로 벗어나는 각도로 비틀어 쥐자,
거구의 남학생은 자기가 왜 쓰러지는지도 모른 채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꼬꾸라졌다.
옆에서 달려들던 다른 녀석이 당황하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려 했다.
하지만 수아의 손바닥이 더 빨랐다.
바람을 가른 수아의 손끝이 녀석의 명치와 턱 끝의 급소를 정확히 가격했다.
치명적인 외상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순간적으로 횡격막을 마비시켜 숨을 턱 막히게 만드는
특수부대식 타격이었다.
"커헉……! 컥……!"
단 두 명을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초남짓.
시끄럽게 짖어대던 골목길은 순식간에 기괴한 침묵에 잠겼다.
바닥에 나뒹굴며 숨을 몰아쉬는 녀석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경악이 뒤섞여 있었다.
수아는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구겨진 코트 소매를 무심하게 툭툭 털어냈다.
그리고는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남겨진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진혁은 사색이 된 얼굴로 뒤로 주저앉았다.
그냥 아줌마가 아니었다.
저건 완전히…… 사람을 잡는 괴물이었다.
"다리 부러지기 싫으면, 그 입과 손모가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수아가 천천히 진혁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발을 디딜 때마다 진혁은 개처럼 바닥을 짚으며 뒷걸음질 쳤다.
"너희들이 지금 얼마나 비겁하고 유치한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만들면,
그 대가는 반드시 몇 배로 돌아오는 법이야."
"너, 너 대체 정체가 뭐야……! 경찰이야?
아니, 왜 이래...? 무슨 아줌마가 이래?!"
진혁이 바들바들 떨며 소리를 질렀다.
수아는 진혁의 코앞까지 다가가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 서늘하고도 깊은 눈빛에 진혁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나? 저 학생 엄마는 예상대로 아니고, 난 민우 엄마다.
오늘 이 자리에 없던 녀석들까지 명단 다 적어놔.
내일부터 학교 주변에서 애들 괴롭히는 거 단 하나라도 내 눈에 걸리면……
그때는 정말 뼈만 남기고 온몸의 신경을 고통도 느끼지 못하게 다 없애 버릴테니.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몸으로 느끼게 되기 전에."
수아의 목소리에는 일점의 농담도 섞여 있지 않았다.
"아니, 앞길이 창창한 어린 학생들이 왜 이러고 사는 거니, 대체?
너희들 부모님이 이렇게 살라고 힘들게 일하고 돈 버는 줄 아니?
그 분들이 지금의 너희 모습을 보면 얼마나 속상하시겠어?
부모님께 부끄럽지도 않아?? 아휴..."
그녀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바닥에서 덜덜 떨고 있는 피해 학생에게 다가가
가방을 주워 건네주며 조용히 일어섰다.
" 너희들 얼굴 전부 다 기억하고 있으니 행동거지 똑바로 하고 살아.
알았지? 오늘은 이 정도로 훈계를 끝내준다,
하지만 다음 번엔 너희들 인생을 송두리째 바닥에 갈아줄테니,
기회 줄 때 착실히 잘 살아봐,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제대로 살아 볼 기회가.."
"이 아줌마 뭐냐..?
"이 아줌마 대체 뭐하는 사람인건데...?"
" 좀전에 말하지 않았나? 민우 엄마라고...."
"아이씨, 민우엄마...?"
"하, 민우 그 자식 엄마가 청경이라더니, 딴에 것도 경찰이라고
태권도 좀 했나 보네...."
무리들 사이로 우두머리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백진혁)이
분함으로 인한 씩씩 거리는 호흡을 삼키며
비릿한 웃음을 입꼬리에 걸고 말했다.
" 우리가 동네 아줌만 줄 알고 너무 방심했네....
하지만 놀아주는 것도 딱 여기까지야.
아줌마 잘 못 걸려 들었어."
일진무리 우두머리 남학생의 겁없는 멘트에 수아가 그를 노려보았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
백진혁이란 이름이 새겨진 교복을 입은 남학생의 눈매가 제법
광기로 빛나는 것이 수아의 눈에 들어왔다.
'하아.. 요즘 애들이란,,, 결국 조용히 넘어 가지 못하겠구만...'
'하, 아줌마... 내가 누군질 알고 사람 잘못 건드렸어..'
각자 다른 생각으로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과연 차수아는 일진 아이들을 참교육 할 수 있을까??
백 현은 어떻게든 차수아의 오해를 풀고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려 했다.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혹은 머릿속이 복잡했던 탓인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릴 만큼 엉뚱하고 잘못되어 있었다."그…… 나는 정말 대화를 하려고 온 거였는데……."백 현이 험악한 인상을 조금 풀고 목소리를 낮추려 했지만, 이미 경계심이 최고조에 달한 수아의 귀에는 그저 비열한 협박으로 들릴 뿐이었다."당신, 당신이 정말... 내 아들을 팼나?"아들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자신의 아들이 수아의 아들을 다치게 한 것을 사과하려던 백 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은, 수아를 더욱 분노의 화신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해의 파도는 이미 수아의 이성적인 판단력을 완전히 집어삼키고도 남았다.백현이 '아차!' 하고 속으로 경악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아……!대화 좀 하자더니, 결국 이거였군!! 당신 아들이 맞아서 지금 나한테 복수라는 걸 하러 온 모양이지?"수아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비틀렸다. 그녀는 손목에 남아 있는 붉은 핏자국을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곧바로 전투 태세로 자세를 낮췄다."그래, 어디 한 번 실력 발휘해 보시지? 대신 내가 이기면 다신 우리 모자 앞에 얼씬도 하지 마. 당신의 그 거창한 조직의 깡패들까지 다 끌고 와도 상관없으니까.""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내 말 좀 들어봐!"백 현은 당황하여 손을 내저았지만,수아는 이미 대화로 풀 단계가 지났다고 판단했다.눈앞의 남자는 조폭 보스였고,자신은 아들을 지켜야 하는 엄마이자 전직 요원이었다.당장 말이 통하지 않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백 현은 일단 이 무모한 난동을 멈추기 위해살짝 기선만 제압하려는 의도로수아의 두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며 앞으로 확 밀어붙였다.으득—."크윽……!"수아는 벽 쪽으로 밀려났다.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묵직한 조폭 보스의 압박에,조금 전, 간부들과 싸우다 칼에 베였던 수아의 손목 상처 부위가
다음 날 이른 저녁,공공기관의 업무가 끝나고 퇴근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릴 무렵이었다.정문 앞 너른 도로변에는 눈에 띌 정도로 위압적인 광채를 내뿜는검은 세단 두 대가 엔진 시동을 켠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지나가는 시민들과 동료 청경들조차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차를 보며저마다 힐끔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건물 안에서 정복 차림의 모자를 단정하게 고쳐 쓰며 걸어 나오던 차수아의 눈에도그 검은 세단이 들어왔다. 그녀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그러졌다.시이익—.수아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앞 차량의 뒷좌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그 안에는 얼굴에 옅은 상처 자국이 남은,험악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백호파의 수장, 백 현이었다.백 현은 사뭇 진중하고 무거운 눈빛으로 수아를 응시하며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차수아 씨."수아는 멈춰 서서 차 안의 남자를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어제 골목길에서 부하들을 보내 자신을 시험하려 들었던조폭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것이 한눈에 느껴졌다."……?""차수아 씨, 저는 백진혁의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잠시 대화하고 싶은데, 차에 좀 타시겠습니까?"정중한 척 격식을 차리려 하지만,그 기저에 깔린 오만함과 압박감은 감추어지지 않았다.수아의 입꼬리가 차갑게 비틀렸다.그녀는 조폭이라는 존재 자체를 치를 떨 정도로 경멸했다.남편을 앗아간 세상의 부조리와 맞닿아 있는 어둠의 세력들이,어디서 감히 애 아빠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것인가."아…… 그 깡패 무리 우두머리.....!"수아가 팔짱을 낀 채 차창을 내려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왜 그 차에 타야 하죠? 그리고…… 적어도 사람을 불러내어 그런 무례한 부탁을 하실 때는 차에서 내려서 예의를 갖춰야 하는 거 아닌가요?내가 당신, 그 깡패조직의 똘마니라도 됩니까?"백 현과 수아의 첫 대면.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공기 중에 날카로운 번개처럼 스파크가 튀었다
거대 조직 백호파의 수장, 백 현이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곧 그 지역 일대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을 의미했다.조직의 이권이 걸린 거대한 이권 다툼이나숙적 조직과의 피튀기는 세력 싸움 때나 볼 수 있던 검은 세단 수십 대의 행렬.그 위압적인 차들이 공공기관 청사 앞 도로를 길게 메우며장관을 연출했고 사람들은 슬금슬금 차들을 피해 도망치듯 걸었다.조폭 보스의 자존심과 내 핏줄을 건드린 자를 향한응징의 의지가 도로 위를 짓누르는 듯했다.하지만 세상 일은 언제나 예상을 비껴가는 법이었다."보스……."앞좌석에 앉아 있던 오른팔 태현이 룸미러를 힐끗 바라보며난처하다는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출동 준비는 완벽하게 마쳤고…… 차수아의 직장도 이 곳이 맞지만.....그게.... 정작 당사자인 그 차수아는 이미 퇴근하고 자리에 없다고 합니다.오늘 근무가 일찍 끝났 모양입니다.""……뭐?"백 현은 뒤로 젖혀진 가죽 시트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
거대 조폭 조직 백호파의 본거지인 거대한 저택 응접실.묵직한 대리석 테이블 위로깨진 유리잔과 피 묻은 점퍼 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다.방 안의 공기는 살얼음판 위를 걷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짓눌려 있었고,그 중심에 앉아 있는 백호파 보스 백 현의 얼굴은 사정없이 구겨져 있었다.그의 앞에 엉망진창이 된 꼴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이들은다름 아닌 백 현의 백호파 부하들이었다.진혁의 등하교를 멀찍이서 호위하라고 붙여두었던덩치 큰 조직원 다섯 명이었다.얼굴은 부어 터졌고, 어깨와 팔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지 덜덜 떨고 있었다."보스……."부하 중 하나가 억울하다는 듯 핏발 선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그 여자…… 그냥 학부모가 아닙니다..절대 평범한 아줌마일 수가 없었어요.눈빛부터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무슨 작전 수행 중인 특수부대 요원 같았습니다.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뼈를 못 쓰게 만드는, 아주 완벽한 인간 병기였다고요!"
며칠 후,차수아는 민우의 중학교 일진들의 동태도 살필겸일진애들 명단도 받을 겸 퇴근하자마자 민우의 중학교 앞에서 백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일진 우두머리 백진혁이 다가왔다.수아는 나머지 패거리들의 명단을 주리라 생각하며진혁에게 손을 내밀었다."아줌마, 지금 나랑 화해하자는 거야? 어제 그렇게 신나게 몸 풀어 놓고? 그런데 어쩌지? 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뭐라고? 네가 아직 정신을 덜 차렸구나..하.."수아는 누군가 말릴세도 없이 단숨에백진혁의 멱살을 잡고 바로 옆 골목 깊숙히 까지 끌고 들어갔다."정신을 못 차린 건 아줌마 같은데....?""뭐라고..?""내가 누군줄 알고....""하아, 너야 아직 솜털 보송한 중학생 일진이지.. 아, 그래 ... 그 일진 우두머리.. 그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자리라고... 지난 번에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일진 대빵 타령이야?""하아.... 이 아줌마가 몰라도 뭘 한 참 모르시네...""내가 누군지, 우리 아빠가 누군지, 전혀 감도 못 잡으시네...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면 아줌마 기절할 텐데 이를 어쩐다... 알아보니 민우는 아빠가 없던데... 아줌만 대체 뭘 입고 그렇게 설치나 몰라..""뭐.... 뭐라고?"그때였다. 며칠전 일로 백호와 보스가 백진혁의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붙여둔백호파 일당 대 여섯 명이 일진 아이들에 손에 이끌리어골목으로 들어온 것은."이건 또 뭔 그림이지?""아. 내 삼촌들이시지... "삼촌들...? 혹시 어깨들...?""눈치는 있으신데, 우리 삼촌들 그냥 그렇고 그런 시시한 어깨 아니시거든.""아... 깡패놈 자식이었어? 그래서 싹이 이렇게 노란 거였구나.. 깡패새끼들이 자식 교육을 제대로 시켰을리가 없으니...""뭣이라...?""지금 우리더러 깡패 놈, 깡패 새끼라고 한 거야?"얼굴과 팔에 문신을 한 덩치 큰 남정네 다섯이 수아를 향해분노한 얼굴로 입김을 내뿜으며 다가왔다.제법 싸움과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일진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학생이-교복 가슴에 새겨진 이름이 백진혁인-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바닥에 침을 뱉고는썩은 미소를 날렸다."하, 동네 아줌마인줄 알고 우리가 너무 방심했구만. 민우 그 자식, 엄마가 청원경찰이라더니... 사실이었나보네.. 아줌마 뭐 운동 좀 한 모양이지? 태권도라도 했나봐! 하지만 어림없지, 우리가 누군데... 내가 누군데...."그 우두머리의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도 금방겁먹던 표정을 지우고 비열하게 웃으며 모두 먹잇감을 보듯수아를 바라보았다."애들아, 다 덤벼! 오늘 저 아줌마 걸어서 집에 못가게 만들어.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건드려? 하! 아줌마 이제 큰 일 났어. 각오해.""하, 요 밤톨만한게, 정말. 해보자는 거야? 진짜로? 후회할 텐데..."수아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수아의 태도에백진혁의 얼굴에 일그러진 독기가 서렸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애들아, 다리 병신 만들어서 기어 다니게 해버려!"진혁의 고함과 동시에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일진 무리 중체격이 가장 큰 녀석이 고함을 지르며 쇠파이프를 치켜들고 돌진해 왔다.단순 무식하고 다혈질적인 정면 공격.수아의 눈빛이 순식간에 매조지어지듯 가라앉았다.일반적인 눈높이가 아니다.국가안보국 블랙 요원 시절,수많은 무장 테러범들과 생사를 오가며 다져진 살기(殺氣)가골목길의 공기를 짓눌렀다.퍼억—!돌진해 오던 덩치 큰 남학생이 쇠파이프를 내리치려는 찰나,수아의 몸이 한 마리 유연한 맹수처럼 파고들었다.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근접 스텝.덩치의 오른팔 관절 안쪽, 급소를 정확히 가격하는 손날 치기가 들어갔다."크윽……!"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하지만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총과 인대 깊숙한 곳으로 전해진 충격파는뇌를 강타하는 듯한 극심한 마비감을 불러일으켰다.덩치는 자신의 팔이 부러졌다고 착각할 만큼엄청난 고통에 눈을 희번덕거리며 그대로 고목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