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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Penulis: 말린땅콩
‘속았다고? 하강준이 어떻게 사랑에서 속을 수가 있어.’

‘저 사람은 한 번 사랑하면 속을 틈도 없이 스스로 마음을 내어주는 남자인데.’

“집사님, 저랑 하 대표는 이제 끝이에요.”

별아가 관자놀이를 눌렀다.

“사모님...”

노숙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모님, 대표님하고 이혼하실 생각이신가요?”

“제가 하 대표한테 버림받기 전에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면 덜 초라하겠죠. 근데 저는 알아요. 제가 먼저 말하면 절대 깨끗하게 못 끝내요. 하 대표가 직접 이혼하자고 해야만 제가 온전히 나올 수 있어요.”

별아는 노숙현이 이 말 속의 의미를 다 이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변질된 결혼은, 설명할수록 더 복잡해질 뿐이야.’

별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집사님, 이제부터는 소시정 씨한테 괜한 적대감 갖지 마세요. 앞으로 그 사람이 이 집의 안주인이 될 테니까요.”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지...’

노숙현은 그 말에 가슴이 저려왔지만, 고용인인 자신이 뭔가 바꿀 수는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사모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노숙현이 물러난 뒤, 별아는 2층으로 올라가 강준이 없는 틈을 타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결혼 후 강준은 별아에게 값비싼 보석과 옷, 신발을 수없이 사주었다.

별아 또한 답례처럼 강준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했는데, 하나같이 10억 원을 웃도는 것들이었다.

강준이 준 것들은 남겨 두고, 별아가 준 것들은 챙겨 나가야 했다.

딱 그 순간, 강준이 성큼 들어섰다.

별아는 막 캐리어의 지퍼를 닫던 중이었다.

강준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뭐 하는 거야? 또 가출놀이야? 송별아, 너 진짜 끝도 없냐? 오늘 시정이 다친 거, 네가 잘못한 거잖아. 잘못은 네가 먼저 했으면서, 또 이렇게 성질을 부려?”

별아는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강준을 바라보며 목소리는 평온했다.

“네가 생각하는 거랑 달라. 며칠 뒤 출장이 있어서 미리 준비하는 거야.”

강준은 더 묻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지금은 별아의 행동을 의심하거나 헤아릴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그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난 도무지 모르겠다. 네가 왜 그렇게 시정을 못마땅해하는지. 싫어하는 건 이해하겠어. 하지만 오늘만큼은 참아야 했잖아.”

“생일 자리인데 체면 좀 세워주는 게 그렇게 어려웠어? 정말, 널 이해할 수가 없다.”

강준의 목소리는 꾸짖음으로 가득했다.

‘또 소시정 편이네...’

별아의 마음속은 서늘하게 식어갔다.

‘이제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겠지.’

‘설명 따위 필요 없어. 어차피 듣고 싶은 말만 들을 테니까.’

별아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남자의 목소리엔 불만과 책망이 한층 더 짙어졌다.

“설마... 시정이가 우리 집에 얹혀 사는 게 못마땅해서 괴롭히는 거야? 여보, 제발 좀 정상적으로 굴어. 너 지금 어떤 모습이 되고 있는지 알긴 해?”

“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데?”

별아는 차갑게 가라앉은 강준의 시선을 마주하며 미간을 좁혔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만족하겠어? 분명히 나한테 약속했잖아. 시정이 잘 보살펴주겠다고...”

“이번 생일 파티도 네가 허락했으면서, 왜 이렇게 뒤통수를...”

강준은 별아의 손목을 거칠게 잡고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손가락에 감겨 있던 손수건이 피로 흥건하게 젖은 걸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강준의 시선이 별아의 상처로 옮겨갔다.

“다쳤잖아. 왜 병원에도 안 가고 이렇게 대충 묶어만 둔 거야? 염증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별아는 손을 홱 빼냈다.

“안 아파.”

“적어도 소독은 해야지.”

강준은 발길을 돌려 약상자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알코올과 거즈, 연고를 꺼내 별아의 손을 정성스레 치료했다.

그 과정에서 목소리도 저절로 누그러졌다.

“별아, 우린 좋은 일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야. 근데 오늘처럼 많은 사람 앞에서 이런 꼴 보이면 되겠어?”

“좋은 일이 질투로 보이면, 밖에서 우릴 뭐라고 보겠어. 우리 회사 이미지에도 안 좋고.”

별아는 눈앞의 남자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입으로는 회사 얘기를 하면서, 마음속으론 소시정 걱정뿐이겠지.’

별아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무슨 말을 꺼낼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하 대표는...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건데?”

강준은 깊게 숨을 고르고 별아를 올려다봤다.

“여보, 오늘 일은 그냥 사고라고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시정이가 크게 다친 건 사실이잖아.”

“지금 병원에 혼자 있는데 아무도 곁에 없어. 네가 가서 좀 돌봐주면 어때? 밖에서 도는 소문도 잠재울 수 있고.”

그 말 끝에 그는 별아의 손가락을 다시 흘끗 보더니 양심에 찔린 듯 덧붙였다.

“사실 그냥 형식적으로 가는 거야. 꼭 뭘 하라는 게 아니고, 기자들이 보기만 해도 돼. 그래야 회사에도 영향이 없잖아. 그렇지?”

별아는 지쳐만 갔다.

‘거절하면 하강준은 분명 더 크게 이 일을 끌고 갈 거야.’

‘그럼 내가 나중에 이혼 얘기를 꺼낼 때 발목이 잡히겠지.’

과거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뒤, 별아는 이미 강준의 차갑고 이기적인 본질을 똑똑히 알게 됐다.

그래서 별아에게는 시정을 향한 강준의 격정적인 애정 따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눈앞에 있는 ‘하강준’이라는 남자 자체가 이미 별아의 마음속에서 조금씩 온기를 잃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알았어.”

별아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강준은 안도한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 거즈를 단단히 묶어 마무리하며 말했다.

“물 닿지 않게 조심해. 상태가 안 좋아지면 꼭 병원 가야 해.”

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준은 잠시 별아를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너도 피곤할 거야. 얼른 쉬어.”

...

다음 날.

별아는 병원을 찾았다.

시정의 얼굴에는 선명한 상처가 남아 있었고, 머리와 팔에는 하얀 붕대가 감겨 있었다.

강준은 병상 곁에 앉아 시정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별아가 들어오는 걸 보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왔어?”

별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준비해 온 보약 상자를 건넸다.

“어때?”

시정은 별아를 보자 어깨를 움찔하며 잔뜩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별아 언니, 우리 사이에 혹시 무슨 오해가 있는 건가요? 제가 혹시 언니 기분 상하게 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언니가 저랑 같이 사는 게 싫으시면... 저, 이사 나가도 괜찮아요. 저, 저는...”

시정은 겁먹은 듯 위축된 표정을 지으며 마치 커다란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보였다.

별아의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건... 하강준의 오해를 더 키우겠다는 거잖아.’

전생에서 별아가 시정을 집에 들이지 않겠다고 했을 땐, 강준은 시정을 꽁꽁 숨겼다.

그래서 둘 사이에 드러난 갈등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별아는 알고 있었다. 시정에게는 단순히 불쌍한 척만 하는 게 아닌, 나름의 계산이 있다는 걸...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이렇게 남자를 휘두를 수는 없어.’

‘저 애는 분명히 머리가 돌아가는 애야.’

강준의 눈가에 잠깐의 근심이 스쳤다.

“내가 물어봤어. 별아 언니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네가 오해한 거야.”

강준은 별아를 감싸는 말을 했다.

그러나 별아의 표정은 파문 하나 없는 호수처럼 담담했다.

강준이 말을 하고 나자, 시정은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무심히 별아의 손끝을 보았다.

붕대로 감싼 손가락 끝이 보이자, 시정은 작은 비명을 터뜨렸다.

“언니, 손도 다치셨어요? 제가 언니를 오해했네요. 오빠, 죄송해요. 제가 괜히 의심해서... 저 정말 나쁜 사람 같아요.”

“그냥 오해였던 거야.”

강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별아 앞으로 다가왔다.

걱정스러운 눈빛이었다.

“병원까지 왔는데, 너도 상처 좀 제대로 치료하자. 간단히 소독만 하면 돼. 내가 안심이 안 돼서 그래.”

시정이 바로 거들었다.

“언니 아직 상처 처리 안 하셨어요? 오빠, 이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에요. 얼른 언니 모시고 가서 소독하세요.”

“주사도 맞아야 해요. 파상풍이라도 걸리면 정말 큰일이에요.”

시정의 사려 깊은 말투에 강준은 흡족해 보였다.

그는 별아의 손을 이끌며 병실 밖으로 나섰다.

“가자. 의사부터 보자.”

별아는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손을 빼냈다.

“필요 없어. 벌써 다 나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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