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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作者: 오월이
셋 다 이름도 명분도 없이 숨어서 지내는 거라면 그나마 나았다.

셋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버티는 구도가 유지될 테니까.

하지만 그중 누구 하나라도 결국 정식으로 부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남은 두 사람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왕단영이 가장 중요한 대목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네가 며칠 전 Y시에서 최수나하고 강해인이 같은 식탁에서 밥 먹는 걸 봤다고?”

최수나는 틈만 나면 Y시에 한 번씩 다녀오곤 했다.

겉으로는 쇼핑하러 간다고 했고, 돌아올 때마다 명품 가방 하나씩 꼭 들고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래도 왕단영은 늘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고 느꼈다.

사람을 붙여 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수나를 따라붙은 사람들은 매번 공항에 도착한 뒤 얼마 못 가 사람을 놓쳐 버렸다.

최수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뒤를 밟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희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모님. 그때 Y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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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00화

    경찰서 안에서 이기남은 억울하다고 소리쳤다.이기남은 고작 오후 한나절 사이에, 온라인에 자신에 관한 폭로가 끝도 없이 쏟아졌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기남의 명성은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뒤였다.지금의 이기남에게서는 병원에서 보였던 그 기세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해인이 들어오자, 이기남은 해인을 사납게 노려보았다.해인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이기남의 변호사는 곧장 웃는 표정으로 다가와 서류 한 부를 내밀었다.“강해인 씨, 보상 관련 조항과 합의서입니다. 한번 검토해 보시죠.”해인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죠?”변호사가 말했다.“합의를 원합니다.”해인의 미간이 바로 굳어졌다.“제가 이미 말했을 텐데요. 저는 합의하지 않습니다.”변호사는 다시 달콤한 말로 해인을 설득하려 했다.“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이 정도면 강해인 씨와 가족분들이 평생 부족함 없이 지내실 수 있습니다.”그 익숙한 태도를 보니, 변호사는 돈으로 문제를 덮는 일을 이기남 대신 한두 번 해 본 사람이 아닌 듯했다.하지만 해인은 소리 없이 웃었다.“제가 다른 건 몰라도 돈은 많거든요. 돈으로 저를 찍어 누르시겠다고요? 사전에 뒷조사도 안 하셨어요?”경찰관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큼, 소개해 드리자면 이분은 KH그룹 사모님이십니다.”KH그룹이라는 네 글자가 나오자, 변호사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변호사는 자기도 모르게 이기남을 바라보았다. 이런 이야기는 이기남에게서 미리 들은 적이 없었다.이기남도 멍해졌다. 자신은 돈을 받고 시키는 일을 했을 뿐, 그 밖의 사정은 전혀 몰랐다. 이기남은 예철진이 돈 많은 재벌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해인의 배경이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기남의 표정은 몇 번이나 변하면서, 이번에는 만만한 상대를 건드린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해인은 그 자리에 앉은 채, 이기남의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았다.해인은 이런 이익만 쫓는 사람이야말로 이해득실을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99화

    주여진을 새 병원으로 무사히 옮긴 것은 오후가 되어서였다.간병인은 주여진을 더 정밀한 검사를 받기 위해서 데려갔다.서애리는 서른 초반이었지만 훨씬 어려 보였다. 눈매에는 자기 일을 확실히 해내는 사람 특유의 자신감이 또렷했다.“해인아, 걱정하지 마. 어머니가 여기까지 오셨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살펴볼게.”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 언니.”“가자. 너도 반나절 넘게 정신없이 뛰어다녔잖아. 우리 먼저 밥부터 먹자.”이렇게 애리를 번거롭게 했으니, 식사 한 끼 정도는 해인이 대접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병원 근처 식당을 애리가 이미 미리 예약해 두었다.아마 이틀 내내 너무 바빴고, 제대로 먹지 못했던 탓일 것이다. 해인은 계속 허기가 졌다. 임신 초기의 입덧이 이렇게 갑자기 사라진 것도 뜻밖이었다.“너... 태겸이랑 정말 끝난 거야?”애리는 일에만 마음을 두고 사는 사람이라 남의 연애사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애리가 두 사람의 이별을 알게 된 것도, 요 며칠 태겸이 주여진 일로 애리를 찾아왔기 때문이었다.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헤어진 지 좀 됐어. 지금 나는 결혼도 했고.”동그랗고 맑은 눈매를 가지고 있는 애리는 서른 초반인데도 20대 중반의 여자처럼 보였다.“그렇게 오래 만났는데, 끊어질 땐 또 끊어지는구나...”해인은 애리가 뒤이어 ‘아깝지 않아?’ 같은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애리는 말을 확 틀었다.“태겸이가 꽤 못된 짓을 했나 보네?”해인은 놀란 듯 애리를 바라보았다. 해인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태겸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누나, 밖에서 내 얘기를 그렇게 하고 다녀?”애리는 문 쪽을 바라보았다.“내가 틀린 말 했어? 네가 잘못한 게 아니면, 멀쩡하던 해인이가 너랑 왜 헤어졌겠어?”태겸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태겸이 올 줄 몰랐던 해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해인의 표정이 불편해진 것을 알아차린 애리가 곧바로 말했다.“해인아, 오해하지 마. 내가 너 불러서 밥 먹자고 한 건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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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96화

    그 일은 아주 은밀하게 처리된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걸까?’ 해인은 의학을 아는 사람도 아니었다.‘설마 알아챘다고? 말도 안 돼.’이기남은 잠시 생각하다가 마음을 놓았다. 어쩌면 그저 얻어걸린 말일 수도 있었다.이기남은 예철진을 한 번 바라본 뒤에야 입을 열었다.“보호자분,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어머니 걱정하시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의학적 판단은 의사의 진단을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중독이라는 말은 그렇게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예철진도 곧바로 거들었다.“해인아, 적당히 해라. 어제는 네가 네 어머니를 위험하게 만들 뻔하더니, 오늘도 또 소란을 피울 생각이냐? 여진이가 편히 쉬지 못하게 해야 네 속이 시원하겠어?”“네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기남 교수님까지 의심해? 의료계에서 이기남 교수님이 얼마나 명망 있는 분인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두 사람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말을 맞추는 모습을 보며, 해인의 눈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스쳤다.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멀쩡하던 주여진이 왜 갑자기 중독이 되었겠는가?예철진이 해인이 엄마를 전원시키려는 것을 온갖 방법으로 막은 이유는 하나였다. 일이 드러나고, 전모가 밝혀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독을 먹인 사람은 예철진이었다.이기남 역시 예철진이 매수했을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에 매달릴 때가 아니었다.해인이 차갑게 말했다.“끝까지 책임을 묻겠습니다.”“지금 진료 방해를 하시겠다는 겁니까?”뒤에 서 있던 인턴 의사들의 수군거림이 점점 커지자, 이기남은 체면이 완전히 구겨졌다고 느꼈다.이기남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서둘러 해인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했다.“저는 환자를 살리려고 진료하는 의사입니다. 그런데 보호자분이 의사에게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고 계십니다!”“제 명예를 훼손하셨으니, 조만간 변호사 통해 내용증명 받게 되실 겁니다. 고소하겠습니다!” “보안요원 부르세요. 빨리 보안요원 올려 보내세요!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95화

    “예태상!”지안은 태상의 이름을 또렷하게 불렀다.“오빠가 어떻게 강해인한테 마음이 흔들릴 수 있어! 강해인은 주여진 딸이야. 따지고 보면 오빠 동생이나 마찬가지잖아! 오빠 미쳤어?”이미 마음을 들킨 이상, 태상은 더 숨기지 않았다.태상의 눈빛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집이 서려 있었다.“동생이지. 그런데 피는 안 섞였잖아.”지안이 곧바로 받아쳤다.“하지만 강해인은 결혼했어!”“내가 뭘 한 것도 아니잖아.”태상은 그 자리에 선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안에게 보이는 것은 태상의 뒷모습뿐이었다.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처럼, 외롭고 차가운 기운이 태상에게서 번졌다.“이 일은 모르는 척해. 나도 마음속에 묻어 둘 거니까.”하지만 지안은 태상이 단단히 병이 났다고 생각했다.지안도 사랑 앞에서 이성적이지 못한 편이었지만, 태상은 지안보다 더 심했다.‘오빠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설마 강해인 하나 때문에 평생 아무도 안 만나겠다는 건 아니겠지?’‘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해인은 병실에서 주여진 곁을 하룻밤 내내 지켰다.해인은 주여진의 손을 잡고 있었다. 엄마의 손바닥은 따뜻했지만, 주여진은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엄마, 대체 왜 이러세요?”주여진에게 일이 생긴 지 이미 48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주여진의 상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이대로 더 끌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전원을 시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오늘 구급차 안에서 주여진의 혈압은 너무 갑작스럽게 떨어졌다. 해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주치의가 마지막에 처방한 혈압강하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찾아가 따져 봐야, 상대가 인정할 리 없었다....깊은 밤, 병원 전체가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해인은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한참을 통화한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고요한 병실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새벽빛이 희미하게 번질 무렵이 되어서야 해인은 눈을 감았다. 병상 옆에 기대어 아주 잠깐 선잠에 빠졌다.해인이 잠에서 깬 것은 의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91화

    [오빠, 사모님 생신은 잘 치르셨어요? 제가 사모님 드리려고 준비한 선물, 오빠가 대신 전해주셨어요?]예주가 이소정을 위해 준비한 건 브로치였다.급여가 많지 않은 예주에게는 반년치 저축을 몽땅 써야 살 수 있는 물건이었다.물론 그 선물은 전해지지 않았다.이소정은 애초에 예주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예주의 선물을 받을 리도 없었다.태겸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너 임신했어?”전화기 너머에서 예주는 잠깐 멈칫하는 기색이었다.[해인 언니가 오빠한테 말했어요?]태겸의 목소리가 단단히 가라앉았다.“너 임신했냐고. 누구 애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86화

    다음 날.해인은 학교에 들렀다.손에는 선물 봉투를 들고, 학교 서북쪽 근처에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익숙한 듯 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했다.외벽에는 초록색 담쟁이덩굴이 빼곡하게 얽혀 있어서 분위기는 제법 멋스러웠지만, 오래된 흔적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붉은 벽돌과 푸른 기와가 남아 있는 건물 전체가 세월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B시에서, 이곳만은 마치 잊힌 구역 같았고, 시간도 이곳에서는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학생 시절, 해인은 신미주 교수의 집에 자주 밥을 얻어먹으러 왔었다.하지만 졸업 후에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85화

    유호는 담담하게 말했다.“끊을게.”...클럽.핸드폰에서 통화 종료음이 울렸지만, 대현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누군가 옆에서 놀리듯 말했다.“대현아, 왜 그래? 전화 한 번 하더니 혼이 다 나간 것 같네. 혹시 네 애인이 도망이라도 갔냐?”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말을 꺼낸 사람을 노려보던 대현이 웃으면서 욕을 했다.“지랄하지 마. 내 명예에 먹칠을 할 소리 하지 말고. 무슨 애인이야. 유호야, 유호. 그 자식한테 와이프가 생겼어.”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이 일제히 조용해졌다.그 충격은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84화

    오늘 저녁, 해인은 승아와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승아는 연예와 재계 쪽을 오래 파온 기자였다. 한씨 가문에 대해, 해인이 몰랐던 이야기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승아의 말에 따르면, 당시 유호가 한씨 가문을 떠나게 된 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었다.유호의 아버지가 직접 보냈기 때문이다.유호가 모터사이클 대회에 참가한 뒤였다.아들이 자신의 뜻을 거슬렀다고 여긴 유호의 아버지는 분노한 끝에 유호를 군대로 보내 버렸다.그 군부대에는 유호 아버지의 지인이 있어서, 유호를 혹독하게 굴리도록 했다.거의 8년 가까이 유호는 집에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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