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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Autor: 오월이
정수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 방법은 찾으면 돼. 이쪽으로 아는 사람이 있어. 소개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정수는 말하며 서랍 안을 뒤져 명함 한 장을 꺼냈고, 유호 앞에 내려놓았다.

명함을 받아 확인하던 유호의 미간이 곧바로 잔뜩 일그러졌다.

돌고 돌아, 결국 또 태상에게 닿은 셈이었다.

정수가 물었다.

“왜? 아는 사람이야?”

“응.”

정수가 말했다.

“예태상 선배는 내 선배야. 해외 연구소에서 지도교수님이랑 칩 이식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뤘고, 사람도 꽤 괜찮아.”

“태상 선배 뒤에는 연구팀 전체가 붙어 있어. 이런 수술은 조금도 허술하면 안 돼.”

“태상 선배 팀에는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많아. 지도교수님을 직접 모셔서 수술할 수 있다면 성공률도 훨씬 올라갈 거야.”

...

병원에서 주여진의 응급처치가 끝나 밖으로 나왔을 때, 창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해인은 밖에서 꼬박 하루를 지키고 있었다.

예철진은 앞으로 다가가 주여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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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2화

    역시 시장이라 사생활 보호를 철저히 챙겼다.차장섭은 이미 룸 안에 앉아 있었다.해인이 들어오자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선은 해인의 얼굴에 머물렀다가 천천히 배로 내려갔다.“고생이 많구나.”차장섭의 눈에는 격한 감정이 일렁였다. 하고 싶은 말이 수없이 많아 보였다.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한마디뿐이었다.“어서 앉거라.”차장섭은 지나칠 만큼 다정하게 메뉴판을 내밀었다.“네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아직 주문을 못 했다.”해인은 자리에 앉았지만 메뉴판을 받지 않았다.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그녀가 담담히 말했다.“저는 가리는 음식 별로 없어요.”차장섭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결국 유호가 손을 뻗어 메뉴판을 받았다.“본인이 안 가려도, 뱃속 아기는 가리잖아.”유호는 메뉴판을 훑고 서빙 직원에게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마지막에는 따로 당부도 했다.“참, 제 아내는 파를 못 먹습니다. 고명에서도 빼 주세요.”서빙 직원은 적어 둔 뒤 메뉴판을 들고 나갔다.그제야 차장섭의 시선이 유호에게 향했다.유호는 해인의 취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들어온 뒤부터 해인에게서 거의 눈을 떼지 않았다.테이블이나 의자 옆을 지날 때도 일부러 손으로 사이를 막아 주었다. 해인의 부른 배가 혹시라도 시야가 가려진 틈에 부딪칠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이런 남자가 바람을 피웠다고?’차장섭은 이 일에 다른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몇 분 뒤 서빙 직원이 차 주전자를 들고 들어와서 세 사람에게 따르려 했다.해인의 잔에 따르려고 하자 유호가 손으로 막았다.“지금은 늦은 시간이라 제 아내는 차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잘 못 잡니다. 따뜻한 물로 바꿔 주세요.”룸 안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차장섭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최근 뉴스 말이다. 내가 희정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그 아이가 함부로 말을 했다.”실제로 이틀 동안 인터넷은 이 일로 들끓었다. KH그룹의 주가까지 영향을 받았다.오늘은 월요일이라 기자들이 KH그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1화

    해인은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차장섭은 세상 풍파를 겪을 만큼 겪은 사람이었다.그런데도 해인의 목소리를 듣자 이상하게 긴장했다.[해인아, 나다. 아빠다.]해인의 미간이 곧바로 좁혀졌다.‘아빠’라는 호칭을 듣자 목소리는 차갑게 식었다.“죄송하지만, 제 아빠는 10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전화 잘못 거신 것 같네요.”말을 끝낸 해인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전화 너머의 차장섭이 급히 말했다.[해인아, 네가 나를 원망하는 거 알아. 나도 변명할 생각 없어. 아버지로서 하루도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건 사실이니까.][그런데 네 엄마 몸이 많이 안 좋다. 의사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어. 네 엄마가 너를 한 번만 보고 싶어 한다.]그 말을 들은 해인의 손이 멈췄다.“많이 아프신가요?”당당한 시장이었지만, 차장섭은 해인 앞에서 한없이 낮아져 있었다. 목소리는 바닥까지 내려앉았다.[그래. 맞는 신장을 찾지 못하면 길어야 넉 달이라고 했다. 해인아, 네가 우리를 미워해도 좋다. 그래도 내가 부탁하마.][네 엄마가 후회만 안고 떠나게 하지는 말아 다오. 생사를 앞둔 일 앞에서는, 미움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지 않겠니?]‘넉 달’이라는 말을 듣자 해인의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녀는 줄곧 도수희를 원망하면서 자신을 버린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도수희가 찾아와도 말을 섞지 않았고,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왜 있는 걸까? 친엄마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가슴 한쪽에 돌덩이가 들어앉은 듯 답답했다.해인은 전에는 도수희의 병이 동정을 얻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차장섭이 도수희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거짓말을 해 가며 자신을 만나려 들 이유도 없었다.하지만 해인의 마음속 응어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생각해 볼게요.”[천천히 생각해도 된다. 그런데 오늘 나랑 밥 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0화

    서진은 자신이 데리고 나온 사람을 그렇게 길가에 내버릴 수는 없었다. 더구나 지금 희정의 배 속에는 자신의 아이가 있었다.“희정아, 내가 다시 한번만 물을게.”서진은 희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정말 나와 결혼하기 싫어? 아이를 내 핏줄로 인정받게 해 주는 것도 싫어?”희정의 대답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싫어. 이 아이는 한유호의 아이야.”서진의 마음이 가라앉았다.“넌 곧 엄마가 돼. 그런데도 정말 복수 때문에 아이까지 이런 비난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아이가 겪지 않아도 될 일인데?”희정은 입술을 다물었다.서진의 눈빛은 복잡했다.“아이에게 아주 조금의 모성도 없어? 아이의 앞날을 위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볼 마음은 없어?”서진의 질문은 하나같이 날카로웠다.솔직히 희정은 그런 것들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이 아이를 이용해 모두를 괴롭게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복수하고 싶었다.그런데 그런 생각을 걷어 내고, 단순히 엄마라는 입장에서만 바라본다면 어떨까?희정은 갑자기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어릴 때 부모 사이는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일이 바빠 늘 늦게 들어왔다. 때로는 출장이라며 며칠씩 집을 비우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도 서재에서 잤다.그날은 엄마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다.엄마는 직접 생일 케이크를 샀고, 손수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렸다. 그러나 하늘이 어두워질 때까지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그 사이 엄마는 아버지에게 수없이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아버지는 일이 바쁘다고 했다.그때 희정은 겨우 일곱 살이었다. 엄마 곁에 앉아 기다리다 밤 아홉 시가 되자 배가 너무 고팠다. 참지 못하고 식탁 위에 놓인 닭날개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엄마의 음식은 사실 그다지 맛있지 않았다. 하지만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라서, 희정은 금세 닭날개를 다 먹었다. 하나 더 먹고 싶었다.엄마는 닭날개가 담긴 접시를 희정 앞에 밀어주었다. 이미 식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79화

    천호선은 아들이 몇 년 동안 희정의 주변만 맴돌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희정은 차씨 집안의 딸이었다. 집안도 대단하니, 이 혼사가 성사된다면 천씨 집안에 손해 볼 일은 없었다. 그래서 천호선은 두 사람의 만남을 굳이 막지 않았다.그는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줄 알았다. 아직 젊고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 결혼 이야기만 미루는 것이라 생각했다.그런데 알고 보니 아들 혼자 마음을 쏟고 있었고, 희정의 마음은 서진에게 있지 않았다.희정은 이미 유호의 아이를 가졌다고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도 서진이 거기에 끼어들다니.그건 어리석다 못해 정말 답답한 짓이었다.게다가 희정의 행동은 명문가 딸다운 품위가 조금도 없었다.어제 언론 앞에서 희정이 했던 말은 정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금이라도 뿌리가 있는 집안이라면 그런 태도를 가진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차장섭은 딸을 완전히 잘못 기른 셈이었다. 이제 희정이 천씨 집안에 시집오겠다고 해도, 천호선은 달가워하지 않을 지경이었다.명문가는 며느리를 들일 때는 사람됨과 품격을 본다. 희정에게는 집안을 이끌 만한 기품이 없었다.희정은 태생이 고귀했지만, 스스로 길을 좁혀 버렸다.천호선이 말했다.[네가 아직 나를 아버지로 생각한다면 희정이를 집으로 돌려보내.]천호선은 아들이 멋대로 굴다 차장섭을 적으로 돌리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차장섭은 지금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민간인이 관계의 인물과 맞서서 좋을 일이 없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어디까지 물러서야 하는지 안다.서진이 말했다.“아버지... 희정이는 제 친구예요. 지금 저를 필요로 하고 있어요.”천호선이 비웃듯 되물었다.[필요로 한다고? 친구? 너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친구겠지. 친구라면 서로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해.] [네가 그 애를 위해 그렇게 많이 해 줬는데, 그 애는 너한테 뭘 해 줬지?]서진이 조용히 대답했다.“희정이가 저에게 도움을 청한 건 저를 믿기 때문입니다.”천호선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너 자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78화

    “그런데 우리 아빠는? 돌아서더니 바로 도수희를 집에 들였어. 도수희는 들어온 지 세 달도 안 돼서 아빠를 부추겨 강해인을 데려오려고 했고.”“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는 엄마를 잃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행했어. 그런데 갑자기 새엄마가 생기고,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언니가 생긴다고 했어.”“차씨 집안 외동딸이라는 자리까지 낯선 사람에게 나눠 줘야 했어. 내 것을 빼앗기 싫어 반항하면, 그걸 두고 ‘말 안 듣는다’고 하는 거야?”희정의 눈가가 붉어졌다.“서진아, 네가 말해 봐. 내가 뭘 잘못했어? 왜 아빠는 여전히 내 아빠인데,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나를 덜 사랑하게 된 거야?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줬잖아.”“아니면 애초에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나 봐. 지금 아빠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강해인을 위한 거야. 내가 그렇게 오래 좋아한 남자까지 강해인이 빼앗아 갔어.”“아빠는 날 위해 뭔가를 해 준 적이 없어. 진작 한씨 집안과 혼담을 추진해 줬다면, 시장 딸인데 한유호와 안 어울릴 게 뭐가 있겠어?” “벌써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을지도 모르지.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 “왜 도수희가 나타나자 우리 엄마가 죽고, 강해인이 나타나자 모두가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건데? 내가 그 여자들을 미워하는 게 잘못이야?”마지막 말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희정은 차 안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울면서 울음을 삼키지 못했다.서진은 희정이 자기 앞에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처음 봤다.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몸을 조금 가까이 붙이며 그녀를 품에 안으려고 했다.그때의 희정은 한없이 약해져 있었다. 서진의 손길에도 크게 밀어내지 않았다.그녀는 서진의 어깨에 기대 울었다.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 무릎 위로 떨어졌다.서진은 어릴 때부터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 집안의 외아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희정의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다. 서진은 희정이 어떻게 견뎌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77화

    희정은 전화를 끊었다.차장섭이 다시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았다. 희정은 차장섭의 번호를 차단했다.차장섭은 막막한 얼굴로 서 있었다. 이 딸 때문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다.하지만 친딸이라 너무 매정하게 끊어 낼 수는 없었다. 희정이 이렇게 변한 데에는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었다.차장섭이 한숨을 내쉬고 류 집사를 바라보았다.“희정이 혼자서는 경호원도 피하고 기자도 피해서 몇 분 만에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없어.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있을 거야.”류 집사가 대답했다.“방금 CCTV를 확인했습니다. 천호선 회장님 집의 차량이 담장 밖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서진 도련님과 희정 아가씨가 안팎에서 맞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희정 아가씨께서 빠져나갈 수 있었던 듯합니다.”서진과 희정은 어릴 때부터 가까웠다. 두 사람은 함께 자란 사이였다.서진이 희정을 도운 건 차장섭에게 아주 의외의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차장섭은 희정이 멋대로 일을 키우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희정이 이렇게 날뛰면 상처 입는 건 해인과 도수희뿐이었다. 차장섭은 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직접 천 회장 집에 다녀와. 천 회장에게 아들 단단히 단속하라고 전해. 우리 집안 일에 천씨 집안이 끼어드는 건 좋지 않다고도 말해.”차장섭이 말한 천호선은 서진의 아버지였다. 차장섭은 서진과 직접적인 친척 관계가 아니라서, 더 강하게 말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아들을 제어할 수 있는 천 회장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다녀오겠습니다.”...차 안.서진은 옆자리에 앉은 희정을 자주 바라보면서 시선은 자연스레 배로 향했다.희정은 차장섭의 번호를 차단한 뒤 의자 등받이에 기대 창밖을 보고 있었다.거의 두 달 만에 바깥 공기를 들이마신 것이다. 자유는 이렇게 좋았다.희정이 창문을 조금 내리자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그녀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고, 기분도 꽤 좋아 보였다.서진이 물었다.“희정아, 차 시장님이랑 완전히 틀어졌잖아.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71화

    해인은 한밤중이 넘도록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머릿속에는 수많은 장면이 쉼 없이 스쳐 지나갔다.어느 때는 8년 전 그 교통사고가 떠올랐다. 아버지와 두 오빠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던 모습이 보였다.그러다가 장면은 다시 빈소로 바뀌었다. 어머니가 예철진과 서로를 끌어안고 있던 모습이 눈앞을 스쳤다.마지막에는 최수나가 해인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며, 사랑하는 사람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끼는 법부터 배우라고 말하던 목소리가 들려왔다.해인은 몽롱한 기분 속에서, 자신이 아주 긴 꿈을 꾸고 있다는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70화

    유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해인의 손을 덥석 잡아 끌었다.주위를 한 번 둘러보던 유호가 기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 집 기사님은?”해인은 눈을 내리깔았다. “당신이 차희정 씨 바래다주라고 보냈잖아. 벌써 잊었어?”유호는 뚜렷하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눈에는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희정이를 데려다 주라고 사람을 보냈다고? 그게 언제 있었던 일인데?”해인이 조용히 답했다. “30분 전쯤. 지금쯤이면 아마 집에 도착했겠지.”유호의 미간이 더 잔뜩 일그러졌다.유호 자신도 그 일에 대해 아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69화

    “그때 와세라 면접에서 저한테 물으셨잖아요. 이렇게 좋은 이력을 갖고도 왜 고작 비서 자리에 만족하느냐고요.”“그때 저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고 싶어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건 겉으로 내놓는 말이었을 뿐입니다. 진짜 이유는...”“해인 누나 때문이었습니다.”“강씨 가문에 일이 생겼을 때는 제가 너무 어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도 해인 누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우진의 눈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그 진심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얼굴 가득 진지함이 묻어났다.해인은 우진의 진심을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368화

    “해인아, 울지 마. 나한테 죽음은 해방이야. 이 집에 발을 들인 날부터 최수나는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었어.” “지금의 나는 그저 껍데기만 남은 채, 혼이 빠진 사람처럼 버텨 온 것뿐이야.”“네가 나를 가족처럼 여겼다는 거 알아. 그래서 더 미안해. 너한테 또 한 번 가족을 잃는 아픔을 남기게 됐으니까.” “그래도 나는 정말 더 이상은 이렇게 숨만 붙은 채 버티고 싶지 않았어.”“그동안 나는 정말 너무 지쳤어. 가면을 뒤집어쓴 채 살아왔으니까. 네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최수나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조차 잊고 살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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