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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게시일: 2026-07-11 09:00:30

“저기요, 아저씨들.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 뽀삐는 제가 숲에 버려진 걸 구조해서 정당하게 입양한 가족이거든요?”

“구조? 입양? 납치가 아니고?!”

“버려져서 비 맞고 있길래 밥 주고 씻겨준 게 납치면, 세상 모든 집사들은 범죄자겠네요.”

나는 허리에 손을 얹고 당당하게 맞섰다.

그러자 기사단장 옆에 있던 부관이 치를 떨며 외쳤다.

“단장님!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습니다! 저 마녀가 전하께 ‘세뇌 마법’을 건 것이 분명합니다! 저 리본…… 저것은 고대 문헌에 나오는 ‘노예의 목줄’이 틀림없습니다!”

“크윽…… 감히 전하를 노예로 삼다니! 전군, 돌격! 마녀의 목을 베고 전하를 구출한다!”

촤아앙-!

수십 자루의 검이 일제히 뽑혀 나왔다.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검날들이 나를 겨눴다.

보통 사람이라면 겁을 먹었겠지만, 내 눈에는 그저 반짝이는 ‘장난감 칼’처럼 보였다. 재질도 플라스틱 같고, 끝이 뭉툭해서 찔려도 안 아플 것 같은 비주얼.

“어머, 기어이 힘으로 하시겠다?”

나는 한숨을 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침 현관 옆에 세워둔 ‘대나무 빗자루’가 보였다.

마당 쓸 때 쓰는 내구도 무한의 아이템.

“좋아요. 영업 방해하는 분들은 청소 좀 해드려야겠네.”

나는 빗자루를 집어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붕, 붕.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경쾌했다.

“덤비세요. 영업 개시합니다!”

[기사단장 발렌 시점]

발렌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북부의 지배자이자, 마수들의 왕이라 불리는 칼리드 대공이.

저 가녀린 여자의 다리 뒤로 숨으며 ‘낑낑’거리고 있었다.

‘전하…… 얼마나 끔찍한 고문을 당하셨으면…….’

대공의 목에 묶인 분홍색 리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마력이 느껴졌다. 저것이 대공의 마기를 억누르고 자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발렌은 분노로 이성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상대는 마녀다. 그것도 대공을 애완동물 취급할 정도의 대마녀.

방심은 금물이다.

“진형을 갖춰라! ‘철벽의 방진(Iron Wall)’! 마법 방어를 최우선으로 한다!”

발렌의 지시에 따라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방패를 앞세웠다. 그들은 오러를 끌어올려 푸른빛 방어막을 형성했다.

그때, 마녀가 무기를 들었다.

‘저것은……?!’

발렌의 동공이 수축했다.

마녀가 든 것은 평범한 빗자루가 아니었다.

자루 부분은 천 년 묵은 ‘엘더 우드’로 되어 있었고, 빗자루 솔은 전설의 마수 ‘그리폰의 깃털’을 엮어 만든 것이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공간이 비틀리고 돌풍이 일어났다.

전설 등급(Legendary)의 폴암(Polearm) 아티팩트.

저걸로 청소를 한다고?

“덤비세요. 영업 개시합니다!”

마녀가 해맑게 웃으며 도약했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녀는 마법을 쓰지 않았다.

그저 빗자루를 야구 방망이처럼 휘둘렀을 뿐이다.

콰아앙-!

선두에 섰던 기사 세 명의 방패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오러 실드? 소용없었다. 압도적인 물리력이 마법적인 방어를 씹어먹고 들어왔다.

“크아악!”

기사들이 허공으로 붕 떠올라 숲의 나무에 처박혔다.

갑옷이 찌그러졌지만, 기묘하게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마녀가 힘을 조절한 것이다. 마치 훈육하듯이.

“산개하라! 포위해서 공격해!”

발렌이 고함을 질렀다.

기사들이 좌우로 갈라져 마녀를 포위했다.

동시에 십여 개의 검기가 그녀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피할 곳은 없다.

하지만 마녀는 피하지 않았다.

“어머, 먼지가 많네~ 쓱싹쓱싹!”

그녀는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다.

단순한 빗질이었다.

하지만 그 동작에서 발생한 풍압(Wind Pressure)이 태풍처럼 휘몰아쳤다.

날아오던 검기들이 먼지처럼 흩어지고, 기사들의 몸이 낙엽처럼 쓸려나갔다.

“으아아아!”

수십 명의 정예 기사가 마녀의 빗질 한 번에 마당 구석으로 ‘청소’당했다.

한데 모인 기사들은 서로 엉겨 붙어 꼴사나운 모습이 되었다.

“이, 이 괴물……!”

발렌은 이를 악물었다.

혼자 남았다.

그는 제국 십대 검사(Sword Master) 중 한 명이었다. 그의 검 ‘윈드 슬라이서’에는 바람의 정령이 깃들어 있었다.

최후의 일격. 내 모든 생명력을 태워서라도 주군을 구한다.

“마녀여! 각오해라!”

발렌이 검을 높이 치켜들고 마녀를 향해 돌진했다.

푸른색 오러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마녀의 목을 노렸다.

그 순간.

‘컹!’

대공 전하, 아니 뽀삐가 짖었다.

그 짧은 짖음 속에 담긴 살기(Killing Intent)가 발렌의 심장을 찔렀다.

그것은 명백한 명령이었다.

[멈춰라.]

발렌의 검이 마녀의 코앞에서 딱 멈췄다.

대공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는 기사의 본능, 그리고 대공이 보낸 눈빛의 의미를 읽었기 때문이다.

‘네가 벤다고 베어질 상대가 아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멈춰.’

하지만 마녀는 그 상황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 듯했다.

“어머? 멈칫하셨네? 땡!”

마녀의 빗자루가 발렌의 정수리를 가볍게 톡, 쳤다.

텅-!

눈앞이 번쩍했다.

강철 투구가 찌그러지며 발렌의 의식이 흐려졌다.

쓰러지는 그의 시야에,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대공 전하의 모습이 보였다.

죄송합니다, 전하…….

저희가 너무 약해서…….

[에델린 시점]

“휴, 다 정리했다.”

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마당 한구석에는 은색 갑옷을 입은 아저씨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끙끙 앓고 있었다.

다들 어디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먼지 털기’ 스킬을 써서 살살 밀어내기만 했으니까.

대장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내 빗자루에 살짝 맞더니, “으윽, 분하다!” 하는 표정으로 대자로 누워버렸다. 연기력이 상당한데?

[시스템: 퀘스트 ‘우리 집을 지켜라’ 완료!]

[보상: 대량의 노동력(Human Resource) 획득]

노동력?

보상이 돈이나 아이템이 아니라 노동력이라니.

하긴, 안 그래도 밭 갈아야 할 땅이 넓어서 혼자 하기 힘들었는데 잘됐다.

이 아저씨들을 좀 부려 먹으면 되겠네.

나는 쓰러진 아저씨들에게 다가갔다.

개중에는 정신을 차리고 앉아서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 게임 끝났으니까 이제 정산해야죠?”

내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자, 그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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