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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의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앞서 달려 나갔다. 준우는 헬멧 실드 너머로 멀어지는 경광등의 궤적을 쫓으며 가속 레버를 당겼다. 아스팔트의 진동이 손목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현장에 도착해 바이크 세우기가 무섭게 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공기는 이미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다. 사건 현장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 대신 허탈한 소란함만이 감돌았다.
멀어지는 앰뷸런스의 뒷모습, 그리고 이미 노란 폴리스 라인을 걷어내고 있는 경찰들. 현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굳은 얼굴로 남아 있는 대원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들의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절도 있게 휘두르는 현수의 손짓에서 당혹감이 읽혔다.
그 사이 준우는 길가에 남은 흔적을 훑었다. 겉보기엔 말끔했다. 물 능력 폭주자가 할퀴고 간 자리는 소방 호스로 씻어낸 듯 축축하기만 했다. 하지만 준우의 감각은 예리한 바늘 끝처럼 한 지점을 찔렀다.
‘이게 정말 끝이라고?’
구석진 가로등 밑, 보도블록 틈새에 고인 물웅덩이 속에서 그것이 일렁였다. 일반인의 눈에는 그저 기름띠나 오염물처럼 보이겠지만, 준우의 눈에는 명확했다. 썩은 멍자국처럼 번져 있는 검푸른 약흔.
정화 능력자가 개입한 흔적이었다. 그것도 아주 필사적으로, 하지만 어설프게 지우려다 실패하고 도망치듯 남겨진 잔해.
“이미 상황 종료라네요.”
어느새 다가온 현수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수사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경찰 쪽에서 '빠르게' 제압하고 신병까지 확보했답니다. 능력 폭주범 치고는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죠. 하, 그런데 말이에요…….”
현수의 시선이 준우가 보고 있던 보도블록 끝에 머물렀다. 찰나의 침묵.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번에도 역시, 이게 있네요.”
“네. 지우려고 애는 쓴 모양인데, 이 실력이면 차라리 안 건드리는 게 나았겠어요.”
현수는 대답 대신 스마트폰을 꺼냈다. 셔터 소리조차 조심스러운 듯 여러 각도에서 약흔을 담았다. 액정 너머로 비치는 그녀의 표정은 수사관이라기보다 거대한 음모의 끝자락을 목격한 조난자에 가까웠다.
“우선 채증은 끝났으니, 준우 씨가 처리해 주세요. 일반인들이 밟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지니까요.”
준우가 가볍게 손을 뻗었다. 손끝이 공기를 스치자마자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던 검푸른 빛이 증발하듯 흩어졌다. 억지로 문질러 지운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현장에 들렀다 들어온 카페 안은 한산했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음과 낮은 음악 소리만이 둘 사이의 정적을 메웠다.
테이블 위에는 늘 마시던 아이스 연유 라떼와 더블샷 아메리카노가 놓였다. 단맛과 쓴맛의 극명한 대비만큼이나 두 사람의 머릿속은 서로 다른 층위의 의문으로 가득 찼다.
현수는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소리 내어 저었다.
‘관리청이 움직이는 건 예상했어. 하지만 경찰 내부 조직까지? 공조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매끄러워. 마치 미리 짜인 연극처럼.’
권력기관들이 무엇인가를 감추기 위해 손을 잡았다면, 그것은 일개 수사관이 감당할 수 있는 균열이 아니었다.
반면 준우의 시선은 자신의 손바닥에 머물러 있었다.
그 약흔은 명백한 실패작이었다. 누군가 정화 능력을 쥐어짜며 흔적을 지우려 했지만, 결국 임계점에 부딪혀 포기한 자국.
“현수 씨, 혹시 저랑 비슷한 수준의 정화 능력자가 또 있나요?”
불쑥 튀어나온 질문에 현수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눈을 가늘게 뜨더니 찻잔을 내려놓았다.
“기록상으론 없어요. 수치로만 따지면 준우 님이 압도적이죠. 2순위 능력자와 비교해도 효율 면에서 50% 이상 차이가 나니까요. 사실상 비교 대상이 없다고 봐야죠.”
“그렇군요.”
출력의 차이일까. 하지만 2등이라고 해도 이 정도 잔챙이 흔적조차 못 지운다는 건 말이 안 됐다. 현수의 태도도 이상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다른 능력자를 수소문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만약 이런 기괴한 약흔이 전국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치울 수 있는 '유일한 청소부'가 자신뿐이라면?
자유를 위해 능력을 드러냈건만, 오히려 그 능력이 자신을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으로 박제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잔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얼음이 녹아 밍밍해진 마지막 한 모금을 삼킨 현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제가 더 파헤쳐 볼게요. 윗선에서 이 일을 어디까지 덮으려 하는지. 낌새가 영 좋지 않네요.”
준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 문을 열고 나서는 현수의 뒷모습 위로, 아까 보았던 그 검푸른 얼룩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
창밖은 이미 짙은 남색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텅 빈 경찰서 사무실, 홀로 남은 현수의 눈동자에는 모니터의 푸르스름한 빛이 기괴하게 일렁였다. 마우스 휠을 굴리는 소리만이 정적을 메웠다. 최근 사건 파일들로 넘어갈수록 페이지의 두께는 눈에 띄게 얇아졌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덜어낸 듯, 핵심적인 수사 기록은 빠져 있고 껍데기뿐인 보고서들만 나열되어 있었다.
‘현장 보존도, 기록 수집도 이 정도로 엉망일 순 없어.’
현수는 쓴 침을 삼켰다. 과거의 투박한 수사 자료보다도 못한 지금의 데이터는 무능이 아닌 '의지'의 결과물처럼 보였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피해자들의 병원 기록을 띄웠다. 화면 가득 메워진 사진들. 하나같이 검푸른 약흔이 혈관을 타고 흉측하게 뻗어 있었다. 폭주, 신체 붕괴, 그리고 비참한 소멸. 일정한 궤적을 그리며 죽음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변수는 없었다.
기록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남은 건 그들이 죽음으로 향하기 전의 발자취뿐이었다. 현수는 수십 개의 CCTV 채널을 모니터에 펼쳤다. 피의자들의 동선은 거미줄처럼 뒤엉켜 있었다. 고급 승용차를 탄 자부터 지하철 구석에 몸을 웅크린 자, 심지어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해외 귀국자까지.
‘한국에서만 유통되는 건가, 아니면 여기가 가장 방역망이 허술한 건가.’
화면 속 인물들을 쫓던 현수의 손가락이 멈췄다. 접점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몇 명의 남녀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도심 외곽의 평범한 상가 건물로 스며들고 있었다. 기록상으로는 짧은 방문, 혹은 단순한 용무로 기재되어 있어 눈에 띄지 않았던 장소였다.
건물 내부 복도 CCTV로 화면을 전환하자, 이현승을 포함한 폭주자들이 공통적으로 멈춰 서는 구간이 나타났다. 그들은 복도 끝 모퉁이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필이면 사각지대였다.
“불법 시술 클리닉…….”
상호를 대조해 본 현수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경찰이 급습했을 땐 이미 ‘임대 문의’라는 무미건조한 종이 한 장만 붙은 채 텅 비어버린 공간. 쥐새끼들처럼 기민하게 빠져나간 그들의 흔적 뒤로, 현수는 혼자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느꼈다.
같은 시각, 과학수사대 실험실의 공기는 살균제 냄새와 함께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준우는 두꺼운 강화 유리 너머로 놓인 작은 앰풀을 응시했다. 이현승 사건 당시의 소동을 핑계 삼아 얻어낸 '특별 참관' 기회였다. 곁을 지키는 수사대원은 방호복 안에서 답답한 숨을 내쉬며 준우를 경계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이게 일반인에게도 치명적입니까?”
준우의 물음에 대원이 마스크 너머로 웅얼거리듯 대답했다.
“독이나 다름없죠. 실험용 쥐들은 투입 즉시 심장이 터져 죽었습니다. 오직 각성된 세포를 가진 능력자들에게만 반응합니다.”
준우는 앰풀 속에서 일렁이는 검푸른 기운에 집중했다. 저것을 자신의 혈관에 밀어 넣는 상상을 잠시 해봤다. 내면의 정화 능력이 저 독소를 집어삼킬까, 아니면 저 독소가 내 이성을 먼저 갉아먹을까. 경찰서 한복판에서 폭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다 준우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투약 방식은요? 반드시 직접 주입해야 합니까?”
“네. 소화 기관을 통하면 성분이 파괴됩니다. 예전에 몇 명이 삼켰다가 지독한 복통 끝에 배설물로 다 쏟아냈다는 기록이 있어요.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정맥 주사가 필수적입니다.”
까다롭고 잔인한 방식이었다. 준우는 현수가 보여줬던 사진들을 떠올렸다. 고통을 초월한 듯 비대해진 근육, 이성이 휘발된 눈동자. 그것은 단순한 강화가 아니었다. 영혼을 연료로 태워 일시적인 화력을 얻는 자폭에 가까웠다.
“성분 분석 결과는 어떻게 나왔죠?”
“지독할 정도로 복잡합니다. 알려진 각성제 성분이 베이스긴 한데, 나머지 절반은 현대 화학으론 설명이 안 되는 물질입니다.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를 갈아 넣은 것 같달까요.”
대원의 목소리에 서린 서늘한 기운이 실험실 바닥을 타고 흐르는 듯했다. 준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투명한 유리 너머에서 비릿하게 빛나는 검푸른 액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클리닉 건물 맞은편, 오래된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볕이 카페 유리창에 비스듬히 걸렸다. 준우는 얼음이 다 녹은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현수의 말을 곱씹었다.
“텅 빈 곳이라면서요. 굳이 다시 들어갈 이유가 있나요?”
“흔적을 지우는 사람들은 보통 두 부류예요. 완벽주의자거나, 겁쟁이거나.”
현수가 가방 끈을 고쳐 매며 대답했다.
“클리닉이 철수한 건 팩트지만, 급하게 도망친 놈들은 꼭 사소한 걸 흘리거든요. 서류 한 장이든, 머리카락 한 올이든. 수사관한테는 그게 전부예요.”
준우는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범인이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는 고전적인 가설을 믿기엔 시간이 꽤 흘렀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이 발등을 간지럽혔다.
상가 건물은 평범했다. 층별 안내도에는 내과, 치과, 한의원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누구도 이곳을 폭주자들의 배양지라고는 짐작조차 못 할, 지독하게 일상적인 병원이 몰린 건물일 뿐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4층 복도에 발을 내디딘 순간, 준우의 뒷목에 소름이 돋았다.
“방금 계단 쪽, 누군가 나갔어요.”
준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수가 비상구 문을 걷어차듯 열었다. 텅 빈 계단실에 잔향처럼 남은 급박한 발소리가 아래층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과 행인들이 뒤섞인 거리는 혼란스러웠다. 현수가 주위를 살피며 입술을 깨물 때, 준우는 눈을 감았다. 공기 중에 흩어진 미세한 진동, 그리고 아까 실험실에서 맡았던 그 비릿한 '살아있는 것'의 냄새가 오른쪽 골목으로 흐르고 있었다.
“저쪽입니다!”
“확실해요?”
“감이에요. 아니, 그냥 보여요. 저쪽이라고!”
현수는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준우의 속도에 발을 맞췄다. 낡은 식당들이 줄지어 선 좁은 골목 끝, 지저분한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후드 티를 껴입으려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예상치 못한 방문객에 사내의 눈동자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현수가 숨을 고르며 외쳤다.
“경찰입니다. 잠깐 협조해 주시……!”
사내는 대답 대신 몸을 날렸다. 무지막지한 힘으로 준우와 현수의 어깨를 들이받고는 짐승 같은 속도로 골목을 빠져나갔다. 충돌한 어깨에서 얼얼한 통증이 올라왔다.
“아, 진짜 경찰과 도둑은 체질에 안 맞는데.”
준우가 이를 악물며 바닥을 찼다. 추격전은 대로변으로 이어졌다. 신호에 걸린 차들이 사거리 앞에 멈춰 서 있었고, 보행자 신호등은 마지막 '3'을 알리며 점멸하고 있었다.
사내는 주저 없이 횡단보도로 몸을 던졌다. 끼익,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운전자들의 경적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사거리 한복판, 멈춰 선 차들에 둘러싸인 채 도망자가 멈춰 섰다. 그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듯 준우와 현수를 돌아보며 기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손에는 이미 두 개의 은빛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안 돼!”
현수의 외침보다 사내의 손이 더 빨랐다. 그는 망설임 없이 두 개의 바늘을 자신의 경동맥에 동시에 박아 넣었다.
준우는 멈춰 섰다. 사내의 목줄기에서부터 검푸른 혈관이 꿈틀거리며 얼굴까지 치솟는 것이 보였다. 정화할 틈도, 제압할 틈도 주지 않은 명백한 자살행위였다. 아니, 그것은 재앙의 시작이었다.
“……아, 씨발.”
준우의 입에서 마른 욕설이 터져 나왔다. 사내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116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과거 성심 통제망의 잔여 오염이었다.준우가 곧바로 단검을 쥐고 나서려 하자, 재범이 그의 어깨를 잡고 멈춰 세웠다.“아까 브리핑한 거 벌써 잊었어?”“아, 맞다. 몸이 먼저 나갔네.”준우는 숨을 가다듬고 차례를 기다렸다.팀은 브리핑대로 민간인 대피부터 시작해 제압과 정화를 순서대로 수행했다.덕분에 폭주자는 이성을 잃지 않은 상태로 멀쩡히 의료진에게 들려갔다.이전과 완전히 다르고 명확해진 제압 절차에 준우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도 여태까지 안 했다고? 미치겠군.’준우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그때 그는 불에 타서 뼈와 근육만 남아 있었다.
115몇 달간은 서로 떨어진 채 바쁜 시간을 보냈다.광고 모델로 일하거나 막노동, 알바로 번 돈을 차근차근 모았다. 그렇게 넷이 모은 자금으로 겨우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마침내 이들은 컨테이너 박스 정리를 시작했다.우선 준우가 박스를 정화하고 재범이 박스를 모았다. 혜진이 박스 내부 벽을 잘라 큰 공간을 확보했고, 전기와 수도는 기사를 불러서 마련했다.채은은 재빠르게 방들을 꾸몄으며, 각각 장비와 자신들의 물건을 올려둘 곳 역시 마련했다.준우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 카페 쿠폰과 생체에너지 보충제를 넣었다.책장 위에는 책 몇 권과 피규어 몇 개를 대충 놓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각자의 책상을 둘러보니 고스란히 취향이 드러났다.재범의 자리는 칼같이 각이 잡혀 있었고, 혜진은 카메라나 렌즈가 많았으며, 채은은 아기자기하고 분홍빛이 돌았다.현수는 경찰 형사 같은 책상이었고, 승아는 이전에 봤던 책상 모습과
1140팀은 카페에서 길드의 조건을 정하기로 했다.다만 이들은 예약실을 따로 잡아야 했다.이전에 일반 테이블에 앉았다가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인과 사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어딘가 비공식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안 되겠다. 다음번에는 예약실을 잡자.”그렇게 해서 들어온 예약실이었다.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대화하고 토론한 끝에, 이들은 다음 조건들을 정리해 냈다.- 비영리 운영- 폭주자 구금 권한 없음- 정화와 구조만 담당- 출동 기록과 회계 공개- 피해자 신병은 의료/복지기관에 인계- 관리청의 부당
113추가적으로 새로운 폭주 대응 체계가 발표되었다.- 관리청과 경찰청의 상층부 교체- 경찰, 소방, 의료진, 능력자 합동 출동 강제- 현장 지휘관에게 긴급 판단 권한 부여- 약물 및 원격 조종 여부 우선 검사- 폭주자를 우선 구조 대상으로 분류- 정화 가능성 확인 전 사살 금지- 대응 기록 외부 감사- 피해자 가족과 의료진의 이의제기 절차 마련현수는 신설된 폭주대응본부의 현장지휘관 자리를 제안받았다.준우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이 정도 변화면 나름 개선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김진서
112며칠 뒤, 국회의사당.성심과 경찰청, 능력자관리청의 결착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되었다.증인으로는 현수와 승아, 의료진, 성심 현장대장, 구조된 능력자들이 나와 차례로 증언했다.현수는 차분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저는 현장 보고를 꾸준히 올렸습니다. 하지만 경찰청은 성심의 자료만 받아들이고 제 보고는 무시했습니다.”승아는 시선을 내리깐 채 말을 이어갔다.“절대로 성심 전체가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상층부, 그중에서도 소수만이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구조된 능력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준우 님 아니었으면 저희는 전부 폭주해서 괴물이 되거나 버려져 죽었을 겁니다.”마지막 순서로 준우가 증언대에 섰다.준우는 제도에 대한 비판 대신 자신이 직접
111김진서의 체포가 확정되자, 정부는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자신들은 다르다는 외침이었다.어찌 보면 손바닥 뒤집기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자신들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상징성을 지우기 위함이었다.경찰 특수본은 성심 길드는 물론 능력자관리청과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특수본에 들어간 현수와 경찰 실무자들 역시 제0관제센터를 공식 압수수색하고 모든 기록을 확보했다.체포된 일부를 제외한 성심 현장대원들은 피해자 구조에 참여했다.그 수가 워낙 많아 성심 전체가 달라붙어도 힘에 부쳤다.준우는 정화의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휘청였지만, 곁으로 다가온 혜진의 어깨를 빌려 겨우 걸음을 옮겼다.관제센터를 벗어나 바깥으로 나오니 이미 수많은 카메라와 생존자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준우는 시선을 내리깐 채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기자 중 하나가 마이크를 밀어 넣으며 급하게 물었다.
019산길을 수 차례 돌아 들어간 끝에야 차가 멈춰 섰다. 사방이 가파른 능선으로 가로막혀 지도상으론 그저 험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은밀한 은거지나 비밀 시설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정면에는 'OOO 연구원'이라는 투박한 현판이 대놓고 걸려 있었다. 오히려 너무 당당해서 더 이질적인 광경이었다.차 문을 열고 내리던 채은이 미간을 좁혔다. 건물 외벽은 이미 세월에 깎여 나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녀의 감각은 전혀 다른 신호를 읽어내고 있었다.“이상해. 왜 아직도 전력이 흐르고 있지?”“전력?”혜진이 되물으며
018소독차 냄새가 밴 공기는 이제 폐 깊숙한 곳까지 익숙하게 스며들었다. 준우는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무심하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이 정도면 집을 병실로 옮기는 게 아니라, 병실을 집으로 등기 이전해야 할 수준이었다. 창밖으로 저무는 노을이 병실 안쪽까지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병상 한편에는 재범과 채은, 혜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앉아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맞은편, 현수만이 유일하게 노트북 화면의 푸르스름한 빛에 얼굴을 파묻은 채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
017서울의 외곽, 간판조차 없는 건물의 지하 연구소. 낮은 웅성거림이 가득한 공기 속으로 날 선 대화가 섞여 들었다. 모니터 속에서는 준우가 움직이는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결국, 저놈을 확보해야 한단 소리군.”연구원 한 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화면 속 준우의 몸짓 하나하나를 뜯어보던 다른 연구원이 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저 친구의 정화 능력만 있으면 약의 결함을 억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소거할 수 있어. 이론상으론 완벽해지겠지.”“협력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는데. 난감하군.”“그럼 협력하게 만
016집을 나선 준우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번에 쓰러지면 다시는 관리청의 의료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경고가 귓가를 맴돌았지만, 그건 나중 일이었다. 지금 제 발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괜찮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그를 움직였다.현수는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