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077‘아, 미친.’준우는 다른 사람들의 타이머도 훑어봤다. 역시나 3분에서 시간이 없어지고 있었다.‘이거를 다 하나하나 끊을 시간은 없는데… 도대체 어떡해야 하지?’준우는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 하나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선이 내려오더니 처음으로 일곱 줄이 연결되어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그래, 여기다!’준우는 뻗어나오는 한 선을 손에 잡고 자르기 시작했다.시간이 촉박해 ‘띠, 띠, 띠’ 소리가 났지만, 결국 선을 자를 수 있었다.타이머는 10초에서 멈췄다.구속구가 목을 태우고 손도 난리가 났지만, 우선은 구했다는 마음에 안심이 되었다.그런데 이전처럼 손등에 실 하나가 붙더니, 나침반 마
076안은 공사를 하다 만 터널 같았다. 무거운 콘크리트 냄새가 훅 풍겼다.넷은 손전등으로 주위를 살펴보다가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첫 번째 차량을 발견했다.재범이 손으로 잠금장치를 거칠게 부수고 안을 열어봤다.아무도 없었다. 그냥 텅 빈 짐칸이었다.채은이 혀를 찼다.“속았어. 다른 차를 빨리 확인해보자.”[끼이이익!]그때, 두 번째 차량의 전조등이 갑자기 켜지면서 급하게 후진했다가 차량을 돌리는 소리가 났다. 요란한 마찰음이 터널 벽에 부딪혀 울렸다.채은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어가면서 말했다.“내가 쫓아갈게!”그런데 그렇게 쫓아가려던 채은의 앞을 성심 대원들이 가로막았다. 어느샌가 다른 쪽에서도 무장한 인원들이 나타나 그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075“저희를 ‘7번 회복시설’로 데려간다고 했어요. 이렇게 다시 부탁드리는 게 죄송하지만 부탁할 사람이 정화자님밖에 없어서요. 제발 도와주세요.”준우는 눈을 꾹 감았다.이제는 화가 날 지경이었다.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는데 왜 이렇게 자꾸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기만 하는 걸까. 왜 굳이 자신이어야만 하는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도 없나.머릿속이 복잡하게 꼬였다. 준우는 들이마신 숨을 길게 뱉어내며 열을 식혔다. 우선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자신은 지금 활동 정지 상태고 구속구까지 찬 상태이다. 솔직히 지금 나서려고 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그런데 상대는 고등학생이다. 심지어 폭주도 아닌 폐기.현수가 보내준 영상에서 급하게 뛰어나온 부모의 모습이 어렴풋이 뇌리를 스쳤다.준우는 거친 손길로 마른세수를 했다.“으… 아오!&rdquo
074본의 아니게 준우는 상당히 오랜만에 쉬는 것 같았다.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집에서 휴식을 즐겨볼까 하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거나 오랜만에 게임에 접속해 보는 등, 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들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가만히 누워있다 보니 자연스레 예전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그래. 내가 무슨 성심이니 뭐니 관리청이니 하냐…. 그냥 이렇게 살다가 가면 될 것을.’전 같았으면 바람이라도 쐴 겸 카페에 갈 생각 정도는 했을 텐데 이제는 그런 의욕조차 들지 않았다.그냥 바깥이 지긋지긋했다. 문밖으로만 나가면 맨날 상처나 입고 어디 굴러떨어지고, 욕이나 한 사발 안 먹으면 다행인 날들이었다. 반면 집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안전했다.준우는 뉴스도 일부러 보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저런 일들이 매번 겪는 현실이었으니, 미디어를 통해 다시 마주하는 것마저도 피로했다.0팀 채팅방도 웬일로 조용했다. 준우의 정직 소식을 듣고 저희끼리 따로 방을 판 건지는 몰라도, 최소한 준우의 화면에 새로 뜨는 메시지는 없었다. 천장을 바라보던 준우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073김진서는 다시 정화자 대응안을 바라봤다.해당 대응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지원 중단성심 연계 병원 및 회복시설 이용 제한구속구 해제 심사 영구 보류관리청에 능력자 재평가 요청언론에 최준우의 불확실성 강조성심 입장에서는 별 거 아닌 조치지만, 당사자에게는 크게 다가올 법한 조치였다.김진서는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생각했다.‘어디 이것도 버티나 보자.’준우는 병원에서 나오기 전에 수납 창구로 가서 계산을 했다.이번에 수납을 마치고 나니 원래 자신의 가난했던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의 잔고만 남았다. 영수증을 든 손 끝이 씁쓸하게 가라앉았다.
072구속구가 갑작스러운 출력 상승에 급브레이크를 넣은 것이다. 난데없는 강제 제압 모드에 준우의 코와 입에서는 피가 났다.‘아, 진짜 미치겠다!’전에도 들지 않았던 구속구에 대한 분노가 확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도 선을 잡으려는 시도만 하려는데도 갑자기 이렇게 조이려 드니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턱을 타고 핏방울이 툭툭 떨어졌다.성심 대원들은 저런 준우를 보고 ‘정화자 보호’를 위해 제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대원들이 그를 잡으려던 순간, 재범과 채은이 중간에 끼어들어서 그들을 막아냈다.[투캉! 투캉!]폭주자들의 어깨 관절에 총탄이 박히면서 준우를 잡지 못하게 했다. 현수는 주위를 돌면서 증거 채집에 집중했다. 멀리서 카메라는 쉴 새 없이 돌아갔다.“비키십시오! 정화자를 보호해야 합니다!”“그건 당사자가 정할 일이지 당신들이 정할 일은 아니죠.”채은은 옆에서 끄덕거리다가 대원들 주위를 빙빙 돌면서 나가
0670팀이 도착했을 때 ㅇㅇ구는 성심에 대한 의견으로 반씩 갈라진 상태였다. 이미 구청 앞은 큰 집회가 양쪽에서 열려 아수라장이었다.한쪽에서는 성심 프로토콜 도입 반대 집회가, 반대편에서는 도입 찬성 집회가 경찰을 중간에 놓고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019산길을 수 차례 돌아 들어간 끝에야 차가 멈춰 섰다. 사방이 가파른 능선으로 가로막혀 지도상으론 그저 험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은밀한 은거지나 비밀 시설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정면에는 'OOO 연구원'이라는 투박한 현판이 대놓고 걸려 있었다. 오히려 너무 당당해서 더 이질적인 광경이었다.차 문을 열고 내리던 채은이 미간을 좁혔다. 건물 외벽은 이미 세월에 깎여 나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그녀의 감각은 전혀 다른 신호를 읽어내고 있었다.“이상해. 왜 아직도 전력이 흐르고 있지?”“전력?”혜진이 되물으며
018소독차 냄새가 밴 공기는 이제 폐 깊숙한 곳까지 익숙하게 스며들었다. 준우는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무심하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이 정도면 집을 병실로 옮기는 게 아니라, 병실을 집으로 등기 이전해야 할 수준이었다. 창밖으로 저무는 노을이 병실 안쪽까지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병상 한편에는 재범과 채은, 혜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앉아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맞은편, 현수만이 유일하게 노트북 화면의 푸르스름한 빛에 얼굴을 파묻은 채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
017서울의 외곽, 간판조차 없는 건물의 지하 연구소. 낮은 웅성거림이 가득한 공기 속으로 날 선 대화가 섞여 들었다. 모니터 속에서는 준우가 움직이는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결국, 저놈을 확보해야 한단 소리군.”연구원 한 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화면 속 준우의 몸짓 하나하나를 뜯어보던 다른 연구원이 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저 친구의 정화 능력만 있으면 약의 결함을 억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소거할 수 있어. 이론상으론 완벽해지겠지.”“협력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는데. 난감하군.”“그럼 협력하게 만